시노미야 나츠키
바 'LULLABY' 에서 바텐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평범한 대학생. 약간의 중2병 기질이 있으며, 게임과 만화를 아주 좋아한다. 바 오너의 영향으로 마작을 시작했다. 마작 실력에는 제법 자신을 가지고 있다. 즐겨 플레이하는 MMORPG 게임에서는 '백야'라는 ID로 도적 직업 캐릭터를 사용 중이다. 평소 자신의 마음속에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토해내기 위해서인지, 게임 내에서의 언동은 현실 세계과는 정반대로 거친 경향이 있다. 평소에도 가끔 '하쿠야'의 코스프레를 하며, 가장 뛰어난 하쿠야 코스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Profile
Skins
시노미야 나츠키의 기본 스킨.
시노미야 나츠키와 계약을 맺었을 때 획득 가능한 스킨. "쉿…… 이럴 땐 백야라고 불러."흩날리는 장미 꽃잎 사이로 그의 눈빛이 빛났다.
가면무도회 한정 스킨. "후후, 살갗에 비치는 검붉은 선은 정말 초조하고 불안할 정도로 아름다워. 오늘 밤, 넌 내 가족이야."
축복의 눈꽃 한정 스킨. "승패를 따질 거라면 뭔가 걸어야 하지 않겠어? 예를 들어 내가 이기면 올해 '백야'의 조수 일을 부탁할게. 내가 진다면, 아주 조금은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 어때?"
두근두근 썸머 한정 스킨 "갈매기가 내 가방을 뒤진다고? 왜지, 내 가방엔 과자 같은 것도 없는…… 진짜 내 가방을 뒤지고 있네?! 야! 그만해!"
Emotes
Bond Requirements
-
선물-일반
땡큐!
-
선물-기쁨
뭐야! 이거 엄청 가지고 싶었는데!
-
인연 레벨업5
난 친구가 별로 없어서 말이지.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래, 때가 되면 언젠가 내 비밀을 알려 줄게.
-
인연 레벨업1
넌 칵테일에 흥미가 있는 모양이구나, 함게 술의 조합을 공부해 보지 않을래?
-
인연 레벨업2
최근 새로운 칵테일을 만들어 보려고 시도 중이야. 골든 드림과 마가리타의 특성을 조합해 봤는데, 어때? 마셔볼래?
-
인연 레벨업3
아, 아니야! 이 사진에 찍힌 건 내가 아냐! 사람 잘못 봤어! 절대 아냐! 절대!
-
인연 레벨업4
어때, 가끔은 함께 놀러 가 보지 않을래? 새로운 파티 게임이 나왔는데, 재미있어 보여서 말이야.
-
히든-새해
새해 복 많이 받아! 같이 한 잔 하지 않을래?
-
히든-발렌타인데이
어떻게 할까…이 한정 피규어 말이야. 겨우 손에 넣었는데, 너 줄게. …걱정하지 말라구,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거니까.
-
로비 상호작용1
마작은 멋져. 아름다운 술처럼 사람을 매료시키니까.
-
로비 상호작용2
만화의 전개가 이제야 클라이맥스에 들어섰는데, 갑자기 휴재 발표라니.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정말 너무하네!
-
로비 상호작용3
패가 좋아서 이기는 건 별 것 아니야. 반대로 쓰레기 패로 역전하는 것이야말로, 이 몸이 원하는 마작의 길이지.
-
로비 상호작용4
오늘은 컨디션이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어때? 나랑 한 판 두지 않을래? 걱정 마, 너무 앞서 나가지는 않을 거니까.
-
로비 상호작용5
술은 좋아하니? 칵테일을 조금 만들 줄 아는데, 괜찮다면 한 잔 어때? 단 맛, 신 맛, 쓴 맛 중에서 뭐가 좋니?
-
로비 상호작용6
안심하도록 해, 작탁에 앉은 이상, 실패 따윈 있을 수 없어!
-
로비 상호작용7
'백야'가 만들어진 계기? 내 진짜 소원은 말이지, 그 사람의 마음을 거머쥐는 거야. 그러니 뭐든 할 수 있는 괴도가 될 수 있다면… 하하. 농담이야, 농담. 만화가의 원고를 훔치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야.
-
로비 상호작용8
다음 주 이벤트 말인데, 함께 가지 않을래? 생각해 봤는데, 역시 '백야'의 조수에 어울리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것 같아.
-
로그인-일반
오늘도 와 줬구나.
-
로그인-최고 인연
딱 좋은 때에 와 줬구나. …자, 마작을 시작하자!
-
계약
지금까지 비밀로 해서 미안해. 이게 바로 내 진정한 모습, 늘 마음 속에 숨겨두고 있던 진짜 나야. 그러니까… 후하하하하! 영광으로 여기도록! 너는 이 백야의 정체를 본 유일한 사람이야!
-
특수-친선전 입장 시
와, 와버렸다.
-
특수-친선전 준비 시
다들 살살 하시죠.
-
획득 음성
Lullaby에 잘 왔어! 헤에, 처음 보는 얼굴이네. 바는 처음이니? 긴장하지 마. 나는 시노미야 나츠키라고 해. 바텐더지. 너에게 어울리는 칵테일을 소개해 줄게.
-
북
북.
-
치
치.
-
더블 리치
더블 리치!
-
깡
깡.
-
퐁
퐁.
-
리치
그렇게 하죠. 리치.
-
론
론! 이거다!
-
쯔모
쯔모! 후하하하!
-
백
백.
-
북
북.
-
준찬타
준찬타.
-
순정구련보등
순정구련보등.
-
대삼원
대삼원.
-
대사희
대사희.
-
지화
지화.
-
더블 리치
더블 리치.
-
동
동.
-
도라
도라.
-
도라10
도라10.
-
도라11
도라11.
-
도라12
도라12.
-
도라 13이상
도라 잔뜩.
-
도라2
도라2.
-
도라3
도라3.
-
도라4
도라4.
-
도라5
도라5.
-
도라6
도라6.
-
도라7
도라7.
-
도라8
도라8.
-
도라9
도라9.
-
더블 북
더블 북.
-
더블 동
더블 동.
-
더블 남
더블 남.
-
더블 서
더블 서.
-
탕야오
탕야오.
-
또이또이
또이또이.
-
량페코
량페코.
-
발
발.
-
국사무쌍 13면 대기
국사무쌍 13면 대기.
-
국사무쌍
국사무쌍.
-
해저로월
해저로월.
-
하저로어
하저로어.
-
혼노두
혼노두.
-
찬타
찬타.
-
혼일색
혼일색.
-
구련보등
구련보등.
-
영상개화
영상개화.
-
리치
리치.
-
유국만관
유국만관.
-
녹일색
녹일색.
-
남
남.
-
핑후
핑후.
-
창깡
창깡.
-
치또이쯔
치또이쯔.
-
청노두
청노두.
-
청일색
청일색.
-
산안커
산안커.
-
산깡쯔
산깡쯔.
-
삼색동각
삼색동각.
-
삼색동순
삼색동순.
-
스안커
스안커.
-
스안커 단기
스안커 단기.
-
스깡쯔
스깡쯔.
-
천화
천화.
-
서
서.
-
소삼원
소삼원.
-
소사희
소사희.
-
이페코
이페코.
-
일발
일발.
-
일기통관
일기통관.
-
중
중.
-
쯔모
쯔모.
-
자일색
자일색.
-
1위
쉽네 쉬워~
-
1위-높은 점수로 승리
후하하하하핫! 보아라! 이 화염처럼 불타오르는 승리를!
-
1위-론으로 승리
화료입니다. 미안요.
-
배만
배만.
-
구종구패
구종구패네.
-
역만
헤아림 역만.
-
만관
만관.
-
노텐
에~ 노텐인가.
-
삼배만
삼배만.
-
사풍연타
사풍연타네.
-
사깡유국
사깡유국.
-
사가리치
사가리치인가.
-
하네만
하네만.
-
텐파이
텐파이.
-
역만
역만.
-
더블 역만
더블 역만.
-
트리플 역만
트리플 역만.
-
사배 역만
사배 역만.
-
오배 역만
오배 역만.
-
육배 역만
육배 역만.
-
특수-도라를 버릴 때
모든 것은, 최후의 승리를 위해서.
-
특수-배만/삼배만 텐파이
자, 와라!
-
특수-연속으로 같은 패를 버릴 때
내가 이런 꼴이 되다니…
-
특수-남은 패가 10장 이하일 때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으면 안 돼.
-
대국 시작
무대는 갖춰졌어!
-
특수-역만 텐파이
보아라, 이 화려한 손패를!
-
대요구
대요구.
-
루트
루트.
-
장또이
장또이.
-
금구조
금구조.
-
영상방총
영상방총.
-
용치또이
용치또이.
-
청또이
청또이.
-
청금구조
청금구조.
-
청룡치또이
청룡치또이.
-
청치또이
청치또이.
-
청십팔라한
청십팔라한.
-
청요구
청요구.
-
십팔라한
십팔라한.
Spot Voices
-
Spot Voice 1
安慰1
-
Spot Voice 2
安慰2
-
Spot Voice 3
安慰3
-
Spot Voice 4
悲伤1
-
Spot Voice 5
承接1
-
Spot Voice 6
打招呼1
-
Spot Voice 7
打招呼2
-
Spot Voice 8
道谢1
-
Spot Voice 9
道谢2
-
Spot Voice 10
愤怒1
-
Spot Voice 11
否定1
-
Spot Voice 12
否定2
-
Spot Voice 13
高兴1
-
Spot Voice 14
高兴2
-
Spot Voice 15
高兴3
-
Spot Voice 16
高兴4
-
Spot Voice 17
高兴5
-
Spot Voice 18
惊讶1
-
Spot Voice 19
惊讶2
-
Spot Voice 20
肯定1
-
Spot Voice 21
肯定2
-
Spot Voice 22
肯定3
-
Spot Voice 23
思考1
-
Spot Voice 24
叹气1
-
Spot Voice 25
询问1
-
Spot Voice 26
询问2
-
Spot Voice 27
询问3
-
Spot Voice 28
邀请1
-
Spot Voice 29
邀请2
-
Spot Voice 30
语气1
-
Spot Voice 31
语气2
-
Spot Voice 32
自信1
버건디 나이트와 거짓말
인연 Lv.1 오픈
"그러면…… 저와 잘 어울릴 만한 칵테일을 한 잔 만들어 주실 수 있을까요?" 새벽 1시, 바 안의 조명은 희미했고, 공기 중에는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주향이 감돌고 있었다. 우아한 자태의 여성이 바 앞에 앉아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머금은 채,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시노미야 나츠키는 바 뒤에서 유리잔을 닦으며 골똘히 뭔가를 생각 중이었다. ……이 손님은 얼마 전 7년 간의 연애를 끝냈다고 했다. 서로의 미래를 위해, 그녀와 그녀의 남자 친구는 마지막 이별의 대화를 나눴다. 이제 막 인생의 새로운 분기점을 맞은 이 여성에게는 어떤 칵테일이 잘 어울릴까? 시노미야 나츠키는 얼음이 담긴 잔을 꺼내, 바디감 있는 레드 와인과 블랙커런트 리큐어를 부었다. 가느다랗고 긴 손가락으로 은색의 바 스푼을 쥐고 손목을 부드럽게 회전시키자, 검붉은 술이 얼음 사이를 맴돌며 섞였다. 마지막으로, 오렌지 껍질 한 조각을 빠르게 잘라 장식으로 올렸다.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우아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손님. 주문하신 '버건디 나이트' 나왔습니다." "……음? 이 술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이 칵테일은 '필요한 결단'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여성 손님은 살짝 웃으며, 루비 같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정말 맛있네요. 그런데, 사과드릴 일이 있어요."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요?" "실연당했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그냥 귀여운 바텐더 씨를 조금 놀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하하, 이번엔 정말 꼼짝 없이 당했네요." 고요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시노미야 나츠키는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흥분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이 상황…… 너무 완벽하잖아!!) (방금 이 장면은, 영화 속 장면 그대로야……!) 오해하지 말길. 바 뒤의 청년이 이 우아한 손님의 도발에 가슴이 뛰었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큰 착각이다. 시노미야 나츠키의 머릿속에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다만, 로맨스 영화가 아니고, 총성이 난무하고 연기가 자욱한 첩보 액션이었다. ……그랬다, 시노미야 나츠키는 진성 덕후였다. 굳이 말하자면, 시노미야 나츠키는 머릿속에 허구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만들고 그 속에 깊게 몰입하는 유형이었다. 바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이유도, 오로지 이런 서사가 담긴 영화 속 장면을 동경했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의 의미까지 모두 기억하시는군요. 모든 손님에게 이렇게 친절하신가요?" "별말씀을요, 이건 바텐더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소양인걸요." (당연히 기억하지! 나중에 캐릭터 이름을 지을 때 쓰려고 했으니까!) ('버건디 나이트'라는 이름 너무 멋있잖아? 주인공 캐릭터보다는, 초반에 주인공과 대립하는 적에게 더 어울려! 그래! 그러다가 최종 보스 직전에 주인공 편에 서는 거지. 장검은 바람 속성의 마력을 지녔고, 필살기는 폭풍의 힘을 검신에 응축해 단번에 베어내는 거야. 이 스킬의 이름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바에서, 시노미야 나츠키는 시종일관 적절한 영업용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상상이 통제를 벗어나 폭주하고 있었다. (만약, 이 여성 손님이 사실은 어느 지하 조직의 특수 요원이라면 어떨까? 그녀의 연인은 조직의 다음 작전 목표로, 그녀는 임무와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거야.) (어쩌면, 한 잔의 '버건디 나이트'가 계기가 되어, 이 특수 요원은 연인을 위해 조직을 배신하기로 결심하는 거야. 그리고 곧, 그녀는 '숨겨진 힘'을 각성하고, 미래의 전투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물로 성장하는 거지. 정말 그런 운명이라면……) (내가 지금, '역사'를 움직이고 있는 건가……?) 시노미야 나츠키는 태연한 표정으로 칵테일 도구들을 씻었지만, 머릿속에선 온갖 상상을 펼치고 있었다. 그래서, 시노미야 나츠키는 바텐더라는 일을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
나이트메어와의 새벽 결전
인연 Lv.2 오픈
어두컴컴한 정적 속에서 피아노의 선율이 울려 퍼졌다.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화음이 부드럽게 귀를 두드리며, 어둠의 심연을 빛으로 비추었다. 이 몽환적인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솟아났다. (영원히 듣고 싶어……) 뒤이어, 의식은 다시 한번 어둠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 "……헉!!" 마치 거대한 힘에 튕겨 나가듯, 시노미야 나츠키는 꿈에서 깨어났다. 알람으로 설정한 환상곡은 이미 멈춰 있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휴대폰을 보니, 화면에 나타난 시간은 처음 맞춘 시각을 한참 지나있었다. 마치 시간이 어떤 '능력'에 의해 지워진 듯했고, 어떤 '스킬'을 쓴다고 해도 1교시는 놓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지각 확정이었다. 하지만, 시노미야 나츠키는 이런 일로 쉽게 낙심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여유로워 보였고, 심지어 이 난처한 상황을 즐기기 시작했다. "뭐, 어느 시대든 싸움은 피할 수 없는 법이지……" 분명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으나, 그는 일부러 어쩔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5분 만에 겨우 졸음을 떨쳐내고, 시노미야 나츠키는 방을 나왔다. 1층으로 내려가 가족들에게 인사했다. 마침 "늦겠어!"라고 외치며 현관으로 달려가는 아버지와 마주쳤다. 그것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전장으로 향하는 듯한 강인한 뒷모습이었다. 시노미야 나츠키는 경의를 표하고, 식탁 옆 의자에 앉았다. "오빠, 오늘 쉬는 날이야?" 여동생 시노미야 후유미가 빵에 잼을 바르면서 물었다. 아직 졸음이 가시지 않은 시노미야 나츠키는 억지로 하품을 참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면, 오빠 지각한 거네……? 내가 그렇게 깨웠는데도 안 일어나길래, 나는……" "하아…… '나이트메어'와의 전투가 조금 길어졌거든." "……그래서, 최후의 일격은 날렸니?" 갓 내린 커피를 들고 온 어머니 역시 아침 식사 대화에 참여했다. "당연하죠. 쉬운 싸움은 아니었지만 말이죠. 제 1교시를 대가로, 운명을 바꾼 셈이죠." "하지만, 지각한다는 운명은 바뀌지 않았잖아……?" 여동생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조심해, '나이트메어'의 마력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 어머니는 오히려 진지한 표정이었다. 시노미야 후유미는 한숨을 내쉬었고, 또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다. 모자의 '정신 결속'은 계속되고 있었다. "충고 고마워요. 그 녀석이 확실히 끈질기긴 했어요. 제가 '비축 시간'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생각했는데도, 그림자처럼 뒤쫓아 오더라고요……" "먼저 '다크 코어'를 '충전'해 둬. 그게 나이트메어가 남긴 마지막 힘으로부터 널 지켜줄 거야." "고마워요, 엄마. 아, 각설탕은 두 개만 주세요." "'백야', 두 개만 있으면 된다고……?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뭐랄까요, 가끔은 씁쓸한 슬픔 속에서 에너지를 얻을 필요가 있으니까요." "저기…… 내가 좀 끼어들어도 될까……" 옆에 있던 시노미야 후유미가 천천히 손을 들고, 식탁 위 접시를 가리켰다. "빨리 먹지 않으면, 엄마가 만든 계란후라이가 다 식겠는데?" "아, 알았어, 후유미. 나도 때와 장소는 가릴 줄 알아." "오빠한테 이런 상식적인 면이 있었다니……" 이건 시노미야 가족의 변함없는 일상이었다. 어머니는 시노미야 나츠키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했고, 여동생은 성숙하고 차분했다. 그리고, 방금 서둘러 출근한 아버지도 언제나 가족을 자상하게 보살폈다. "그나저나, 후유미는 오늘 학교 안 가?" "오늘 개교 기념일이야! 오빠랑 달라~" "아아, 그랬었군…… 후유미의 전투는 일단은 휴전인 건가. 그럼, 지금의 평화를 마음껏 즐기라고." 시노미야 나츠키는 어깨를 으쓱하고,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나이트메어'와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두었으니, 오늘은 분명 즐거운 하루가 될 것이다. 시노미야 나츠키는 그렇게 확신했다.
무질서한 혼돈 속의 추억
인연 Lv.3 오픈
수업 시작 5분 전, 교실 안은 매우 소란스러웠다. 시노미야 나츠키의 친구들은 이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가끔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시노미야 나츠키는 이런 생각을 하며 교실 뒤쪽 자리에 앉았다. 수업 주제는 '엔트로피 개론'이었다. 엔트로피는 물리학 용어로 무질서의 정도를 의미했다. 무질서…… 혼돈…… The Chaos. (이거 진짜 멋있잖아……!) 시노미야 나츠키가 자신에게 전혀 익숙하지 않은 이 수업을 고른 이유는, 따지고 보면 바로 이 멋진 개념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까지의 수업 내용은 너무 어려워서, 시노미야 나츠키는 이해하느라 애를 먹었다. 시노미야 나츠키의 앞줄에는 아주 친해 보이는 남학생 셋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밤새 게임을 한 듯, 수업 시작 전부터 신나게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시노미야 나츠키는 멍하니 그들을 보다가, 어떤 단어가 들리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거 알아? '실낙원'에 전설적인 유저가 있대." "이름이…… '백야'라던데." 시노미야 나츠키는 필통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 ……생각지도 못했다. 설마 그 게임일 줄이야. '실낙원', 이 게임을 시노미야 나츠키보다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 게임은 그가 중학생이던 시절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MMORPG로, 그는 이 게임의 고인물이었다. 한때 동료들과 함께 모든 고난도 콘텐츠를 공략하기도 했다. 시노미야 나츠키는 자리를 옮기고 싶었지만, 빈자리가 없었다. "'백야'? 못 들어봤는데. 난 이제 막 시작했잖아." "'만마의 전당' 던전을 세계 최초로 클리어라든가, 비밀 결사 '황'과 3일간 벌였던 전쟁이라든가, 아무튼 대단한 이야기들이 많아." "'아음속의 벨몬드'와 한동안 파티를 하기도 했잖아." "아, 그때 진짜 대단했지~" "왜? 무슨 사건인데? 빨리 말해봐!" 두 유저가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뉴비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백야'의 파트너 단검 '루미너스', 전설의 도적 7세트 장비, 수많은 전장을 누비던 나날들…… 선명한 기억이 시노미야 나츠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백야' 본인이 바로 그들 뒤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서, 게임 회사가 아예 IP를 사서 백야를 공식 캐릭터로 만들어 버렸어." "진짜 대단하다…… 그냥 유저일 뿐이잖아?" "그때 '백야'를 보려고 게임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그게 바로 '백야 관찰자'잖아. 내 친구 중에도 있어." "오, 그러면 지금은……" 교실 안 소란이 잦아들었고, 남학생들의 대화도 멈췄다. 백발의 교수가 교실로 들어왔다. 시노미야 나츠키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위험했어…… 이런 곳에서 정체가 들통나면, 골치 아파진다고!) '백야'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노미야 나츠키는 자신의 정체를 함부로 드러내지 않겠다는 제약을 스스로에게 걸었다. 그로 인해, 그는 지금 신분을 숨긴 평범한 인간을 연기해야만 했다. (……어라.) (지금 이 상황, 너무 주인공다운 전개잖아……?) 시노미야 나츠키의 감정은 격앙되어, 더 이상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 '백야'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정체를 숨기고 있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은 평소에 떠올리던 환상이 현실이 된 것 같았다. "……그런데 말이야." 교수의 귀에 들리지 않게 하려고, 한 유저가 조용히 말했다. "'백야', 접속 안 한 지 엄청 오래됐어." "어? 왜?" "모르지…… 이유야 많겠지?" (……음, 이유가 많기는 하지.) 시노미야 나츠키는 필기하는 척하며, 속으로 대답했다.
다시 타오르는 영웅의 심장
인연 Lv.4 오픈
Possible Endings
Scenario Script
Spots 1, Scenes 265, Choices 5, Endings 2
와, 사람 진짜 많다! 입은 옷들도 다 개성넘치고!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
1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잖아, 나도 열심히 준비해서 왔다고~
와, 저 코스프레 의상은 원작이랑 진짜 비슷하다! 이따가 같이 사진 찍어야겠어.
우리 일행은 시노미야 나츠키의 초대를 받아 이한시에서 열리는 대규모 코믹콘 행사장에 왔다.
일찌감치 집을 나섰지만, 이곳은 벌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 행사에 우리를 초대한 시노미야 나츠키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게…… 어라?
……!
얘들아~~!
……너희 무슨 소리 못 들었어?
누가 우리를 부른 것 같아. 잘 안 들리긴 했는데…… 많이 들어본 목소리인데?
길 건너편에…… 저기 봐, 규동집 앞에! 사람 있는데?!
어, 이쪽으로 뛰어온다.
……하, 하아…… 겨우 따라잡았다! 이 전투 장비 무게, 진짜 장난 아니네!
응? 전투 장비?
후후후, 오래 기다리게 했구나,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자들이여……
……나 '백야'가 왔으니, 이제 모두 안심하도록!
……어? 안, 안심하라니? 우리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일단 지금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려서 곤란하긴 해.
뭐야…… 내 깜짝 등장이 실패한 거야……?!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연습했는데……
등장할 때 대사는 아주 멋지던걸?
헤헤, 역시 {var:player_nickname}, 센스가 있다니까!
시노미야 나츠키의 제안으로, 우린 이한시에서 가장 큰 규모의 코스프레 행사에 참여한 것이었다.
이 행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로 분장해, 서로 사진 촬영을 하고 교류를 즐기는 행사였다.
타카나시 히나타는 클래식 RPG에 등장하는 성직자로 분장했다.
미라이는 인기 SF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시간 조작자를 코스프레했다.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야기 유이는 미라이의 추천을 받아, 같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소환사로 변신했다.
그리고 방금 등장 대사에서 언급한 대로, 시노미야 나츠키는 '백야'를 코스프레했다.
유명한 온라인 게임 '실낙원'에 등장하는 전설의 캐릭터라고 했다.
그나저나, 우리 라인업 진짜 끝내주네.
이 정도면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겠어……!
다들, 각오는 됐지?
기적이랑 각오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해 줄래……!
물론이지! 기적이라는 건…… 응? 잠깐만.
{var:player_nickname}, 넌 왜 코스프레 안 했어?
그게……
응? {var:player_nickname}도 이런 행사는 아마 처음이지?
선배, 나랑 똑같이 초보자구나.
후후, 포기하기엔 아직 일러!
오늘 같은 자리는 흔치 않다고. 제대로 즐겨야지.
이런 일이 일어날 걸 대비해서, 의상을 몇 벌 더 챙겨왔어!
이렇게까지 준비했다고!
이 정도 가지고 뭘…… '백야'는 지금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도 겪어본걸! 자, 한번 봐봐.
시노미야 나츠키는 기대감에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며, 손에 든 트렁크를 들어 올렸다. 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역시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내왔다. 아무래도 거절하긴 힘들 것 같다……
시노미야 나츠키가 트렁크에서 꺼내 놓은 의상 두 벌을 비교해 보았다. 한 벌은 음산한 분위기의 옷으로, 명찰에 '작탁의 마왕'이라고 적혀 있었고, 다른 한 벌은 기사풍의 복장으로, 이름은 '아음속의 벨몬드'였다.
어떤 의상을 골라야 할까?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었다.
마작 전국 대회에서 한 정체불명의 작사가 갖가지 전술을 구사해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신비로운 분위기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인터넷에는 그 작사의 팬아트가 넘쳐났다.
탈의실에서 의상을 갈아입고 돌아오자, 시노미야 나츠키는 여유로운 듯하면서도 조금은 놀란 듯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 {var:player_nickname}의 취향에 정말 놀랐어.
일부러 사악한 악역을 고를 줄이야.
자, 이 의상을 선택한 이유를 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고른 건 아니야……
너답다! 악이 악일 뿐인데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하겠어. 그저 존재 자체에 새겨진 원죄가 드러났을 뿐이다…… 이런 뜻이지?
그런 뜻 아니야!
그렇군. 넌 더 고차원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거구나…… 아니지, 그저 강자가 무심결에 한 선택일 뿐인가……
고고한 존재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와, 정말 감탄했어……
영문도 모르게 벌어진 열띤 토론 때문인지 어느새 우리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내가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순간, 이미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관중들이 다 모였네. 그럼, 내가 여기서 질문 하나 해도 될까?
너한테 '악'이란 뭐야? 그리고 '정의'는 또 뭐지?
자, 대답해 봐!
시노미야는 마치 연극 무대의 주인공처럼 에너지를 뿜어냈고, 어떤 관중은 심지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시노미야가 이렇게 신이 난 모습을 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했다.
음…… 완전하게 몰입을 못하는 것 같은데. {var:player_nickname}에게는 긴급 코스프레 훈련을 해야겠어!
코스프레…… 훈련이라고?
처음 들어 본 캐릭터였지만, 레이피어를 손에 든 기사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나는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사람들의 앞에 섰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시노미야 나츠키의 얼굴에 순간 슬픈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그 기색은 곧바로 미소에 감춰졌다.
……?
……좋아, 이제 배우들이 모두 모였군.
놀아보자! 우리 오늘 마음껏 즐기자!
우리는 함께 메인 행사장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조금 전 시노미야 나츠키의 표정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시노미야.
'아음속의 벨몬드'는 어떤 캐릭터야?
……아, 그건……
'실낙원'이라는 MMORPG 게임의 유명한 유저야.
게임 안에서 인기가 너무 많아지면서, 나중에는 공식 NPC로까지 만들어졌어.
왠지 '백야'랑 비슷한 거 같네…… 그 유저랑 만난 적 있어?
물론이지. 우리는 서로를 최고의 라이벌로 여겼고…… 게임에서 함께 싸워본 적도 있었어.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어.
그 말을 하는 중에도 시노미야 나츠키의 눈동자에는 역시나 쓸쓸함이 비쳤다.
……둘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
아…… ……후후, 역시 {var:player_nickname}, 너는 못 속이겠다니까.
……우리 사이가 틀어진 건 아니고.
그때 내가 입시 준비를 하느라 잠깐 게임을 접었었거든.
입시는 중요하지.
그 덕분에 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너와 모두를 만날 수 있었지.
이젠 좀 내려놓은 것 같네.
내 얘기는 일단 이쯤하고…… {var:player_nickname}, 지금 네 모습은 '내려놓은' 것 같지 않은데?
나? 뭘 내려놔……?
흐음, 당연히 '원래의 너'를 내려놓으라는 거지!
코스프레는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야. 캐릭터 옷만 입으면 되는 게 아니라고!
에에~?! 시노미야가 갑자기 엄청 의욕적으로 변했어……
잘 들어, 코스프레란 말이야, 자신의 영혼과 캐릭터가 하나가 되는 일이야!
진심으로 캐릭터를 연기해야만, 비로소 그 캐릭터가 되어 작품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맞아.
그래~ 이런 기회는 정말 흔치 않잖아. 시노미야도 네가 제대로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 이러는 거 아니겠어?
알겠어…… 한번 해볼게, 어렵진 않겠지?
후후…… 지금 전설의 '백야'가 바로 네 앞에 있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지!
걱정하지 마. 내가 코스프레가 무엇인지 금방 감 잡게 해줄게!
시노미야 나츠키의 열정적인 가르침 덕분에 캐릭터 설정과 코스프레에 대한 감을 빠르게 잡을 수 있었다.
행사도 계속해서 순조롭게 진행되었는데, 그냥 구경만 하는 것보단 직접 참여하는 것이 확실히 더 재밌었다.
그렇게 시간은 날개를 단 듯 빠르게 지나갔고, 하루 종일 진행된 행사는 어느새 끝나 버렸다.
건배……!
행사도 무사히 끝났고, 가끔은 이렇게 떠들썩한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네.
맞아! 다음에 난 또 참가할래!
……응, 재밌었어.
그런데…… 시노미야는 어디 갔지?
미안, 미안~ 옷 갈아입느라 조금 늦었네.
다들 오래 기다렸지, 오늘의 전리품을 공개할 시간이야.
미라이 캐릭터는 시간 조작자였으니, '화이트 팬텀' 한 잔 어때? 이건 '영원한 시간'이라는 의미가 담긴 칵테일이야.
타카나시는 성직자 캐릭터였으니 '호라이즌 선라이즈'가 딱이고.
야기한테는 '찰나의 환상'이 좋겠다.
{var:player_nickname}에게는……
코스프레에 처음 도전한 네 용기를 칭찬하는 의미로, '모험'을 상징하는 '월드 투어'를 만들었어. 한번 마셔볼래?
참고로, 오늘 음료는 전부 무알코올이니 마음껏 마셔도 돼.
대단해. 손님마다 딱 맞는 특제 칵테일을 만들다니……
쟤는 일할 때만 아주 열심이라니까~
……맛있어, 정석대로 만든 것도 아닌데 말이야.
오늘은 정말 피곤하네, 긴장 좀 풀고 쉬는 게 좋겠지?
후후, 그건 안 돼.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면 '능력'의 예리함이 떨어지거든.
매일이 수행이야. 사실 난, 칵테일을 만들면서 정신 수련도 하고 있다고……
으악?! 반경 1km 안에서 '사악'한 기운이 느껴져……!
하루 종일 코스프레를 해서 그런가, 중2병이 아직 남아있네……!
아하하…… 시노미야다워.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축하 파티 분위기가 점점 더 달아올랐다.
어느새 밤 9시, 바에 단골손님들이 찾아오는 시간이 되었다.
대략 35살쯤 돼 보이는 남성이 바 안으로 들어왔다. 말끔한 검은 슈트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특수 요원 같은 분위기가 났다.
'화이트 나이트' 한 잔 주세요.
바 구석 자리에 앉은 그 남자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단호했다.
……아주 특별한 칵테일을 알고 계신 것 같군요.
어? 아주 특별하다고?
맞아, 그 칵테일의 레시피는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했어. 보드카와 생크림을 넣고, 섞어서 만들지…… 그래, 전에 얘기했던 '실낙원' 그 게임이야.
유감이지만, 저희 가게에는 그 칵테일이 없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만약, '화이트 나이트'가 당신 앞에 나타난다면요?
?!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당신이 '백야'죠?
그 이름은 어디서 들으신 거죠……
'타나토스'가 '백야'를 모르는 게 더 이상하죠.
설마, 당신인가요! '화이트 나이트 타나토스'!
내가 기억하기로, 그 이름은……
맞습니다, 전 '백야 관찰자'의 리더였고, 나중에는 당신의 부하가 되었죠.
아! 알았다, 그러니까 팬클럽 회장 같은 거구나!
아이돌 팬 미팅인가……
저도 오늘 코믹콘 행사에 참가했는데, 행사장에서 '백야'를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오늘 코스프레 퍼포먼스를 하시면서, 팬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백야'의 명대사들을 많이 하시더군요.
정말 멋진 퍼포먼스였어요. 마치 게임 속 캐릭터가 현실로 걸어 나온 것 같았죠. 그래서 그 순간, 당신이 '백야'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과찬이에요.
{var:player_nickname}…… 너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까 민망하네.
하지만, 오늘 제가 당신을 찾아온 건……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입니다.
응……?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백야'…… '실낙원'으로 돌아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부탁드립니다! '실낙원'에는 당신이 필요해요!
그렇다고 해도……
게임에서 무슨 일 있었어……?
……'실낙원' 5주년 때, 운영진이 PVP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PVP 랭킹전에서 '백야'는 연승을 거두었고, 전 서버 1위 유저가 되었죠. 모든 서버의 유저는 '백야'와 친구가 되는 걸 영광으로 여겼고, 심지어 '백야 관찰자'라는 팬덤도 생겨났어요……
시노미야 진짜 대단했잖아!
하지만 어느 날, '백야'는 돌연 자취를 감추었고, 그가 떠난 자리엔 '무면'이라는 악명 높은 유저가 나타났습니다.
'무면'이라……
게임 버그 악용과 핵 프로그램 사용으로 악명 높은 유저야. 인터넷에도 관련 보도가 있었어.
맞아요, 바로 그놈입니다…… 그 녀석은 '백야'의 실력을 질투해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백야'가 게임을 그만둘 때까지 한 번도 이기지 못했죠.
그 후, 그놈은 게임 코드 지식을 이용해 '실낙원'의 취약점을 찾아냈고, 그걸 이용해 제멋대로 굴기 시작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질 나쁜 유저들을 모아 버그 악용법까지 알려 주었고, 게임에서 함께 못된 짓을 저질렀죠.
그 버그들을 이용해, '무면'과 그의 무리는 안전 지역에서 다른 유저들을 처치할 수 있는 방법마저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실낙원'은 중립 구역인 마을조차 위험한 곳으로 변해버렸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
너무하잖아.
저희도 저항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버그를 악용하는 악질 유저들을 상대로는 아무리 애써도 이길 수가 없었어요…… '백야'에 견줄 만하다던 '벨몬드'마저 패배했으니까요.
'아음속의 벨몬드'마저 졌다고?! …… 지금은 어떻게 지내?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벨몬드' 역시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졌어요…… 그 누구도 다시는 그를 보지 못했죠.
지금도 '실낙원'의 유저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이대로 가다간 어쩌면 서비스 종료까지도……
……'백야'. 그 세계를 구할 수 있는 건 당신뿐입니다.
저희와 함께 '무면'에 맞서 싸워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시노미야 나츠키는 맥주를 가득 따른 유리잔을 간절한 눈빛의 남자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상대의 시선을 피하며 곧장 칼로 얼음을 다듬기 시작했다.
……시노미야 나츠키답지 않은 태도였다.
……어떤 상황인지 알겠어. 그렇다면……
시노미야의 생각은 어때?
……자신 없어.
자신 없다고……?
입시에 전념한 뒤로, 내가 '실낙원'에 다시 돌아가는 일은 영원히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무면'이 제멋대로 날뛰게 두는 바람에 모두가 안식처를 잃게 된 건…… 다 내 잘못이야.
이 지경이 되었는데,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어.
게다가 '실낙원'을 안 한 지가 너무 오래됐어. 실력도 많이 무뎌져서 '무면' 같은 유저는 이길 수가 없을 거야.
늘 한없이 밝기만 했던 시노미야 나츠키가 괴로움을 드러낸 건 처음이었다.
지금, 시노미야 나츠키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그건 시노미야의 잘못이 아니야. 넌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우선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선택한 것뿐이니까.
누구나 각자 집중해야 할 일이 있는 법이고, 모두 네 선택을 이해해 줄 거야.
……응, 맞는 말이야.
{var:player_nickname}, 정말 고마워.
시노미야 나츠키가 억지로 웃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일까?
어쨌든, 다시 한번 생각해 주세요……!
그 남자는 단숨에 맥주를 비웠고, 그 말을 남긴 채 바를 나갔다.
……하하, 모두에게 창피한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네.
사각, 사각, 사각.
시노미야 나츠키는 다시 얼음을 다듬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사각.
쓸쓸함이 담긴 얼음 깎는 소리가 어둑어둑한 가게 안에 울려 퍼졌다.
……전혀 창피한 일이 아니야. 시노미야는 그 세계에서 최선을 다해 전투에 임했을 거야, 그렇지?
어떤 세계든 영원히 1등으로 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지금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대단한 거야.
그러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게다가 시노미야는 학업도, 마작부 일도, 바텐더 아르바이트도 성실하게 하잖아……
그런 성실한 삶이 가져다준 인연 덕분에 우리도 친구가 된 게 아니겠어?
……{var:player_nickname}.
맞아~ 그리고 시노미야가 이렇게 재밌는 행사에 우릴 데리고 와주기도 했잖아!
……음, 만남이 있어야 뭐든 가능해지는 거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게임도 결국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야.
……고마워, {var:player_nickname}. 그리고 너희들도 고마워.
음, 이제야 마음이 정리됐어……! 이렇게 계속 축 처져 있을 수는 없지.
맞다! 얘들아, 내가 새로 고안한 칵테일 한번 마셔볼래?
'태초의 열매 노바'라고 해.
이건 '실낙원'에 나오는 부활 아이템에서 이름을 따왔어. 칵테일의 의미는 '위대한 부활'이라는 뜻이지.
'실낙원'에 있는 유저들이 고비를 잘 넘겼으면 좋겠어…… 분명 해낼 수 있을 거야.
시노미야 나츠키가 만든 칵테일은 역시 맛있었다.
이토록 즐거운 밤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었다.
……그럼에도 시노미야 나츠키의 미소에는 미묘하게 죄책감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말이지, 시노미야가 그래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어……?
물론, '실낙원'이 그렇게 되고, 심지어 서비스를 종료할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온 건 시노미야의 책임이 아니야.
시노미야는 입시에 최선을 다하려고, 본인이 가장 좋아하던 게임까지 포기한 거잖아.
그 덕분에 우리가 만나고, 친구가 될 수 있었지.
……하지만.
지금 '실낙원'을 구할 수 있는 건 시노미야, 너뿐이잖아. 안 그래?
시노미야…… '백야', 네 진짜 마음은 뭐야?
……나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야……
하지만 지금 내 실력을 보면, 다들 실망할 거야……
지금 전설의 '백야'가 바로 내 앞에 있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지.
……!!!
시노미야, 네가 나한테 코스프레를 가르쳐 주기 전에 했던 말이잖아.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어려움이 닥쳐도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무면'따위가 '백야'의 상대가 될 수 있을 리 없잖아.
……내가, 다시 검을 휘두를 수 있을까?
응, 휘두를 수 있어.
이렇게 오래 쉬었는데, 내가 다시 전설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백야'는 틀에 얽매이지 않았기에 전설이 될 수 있었어. 그렇지 않아?
……맞아.
나는 전설이야…… 살아있는 신화고…… 전지전능한 슈퍼스타야……
아니, 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는데……
좋아! 도전을 받아들이겠어, '무면'!
그저 벌벌 떨면서 '백야'라는 전설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려라!
'백야'가 써 내려갈 전설의 제2장이 드디어 시작될 것이니……!
나이스! 이게 바로 내가 아는 '백야'지!
드디어 '실낙원'의 세계가 구원받았다! 감사해요, '백야'!
감사할 필요 없어…… 후후……
우하하하!!
……아.
완전 몰입한 순간에 방해해서 미안한데, 손님이 온 것 같은데……?
이봐, 시노미야?
크흠…… 손님, 오늘 밤은 어떤 걸로 드시겠습니까?
단 3초 만에 시노미야 나츠키는 우아한 바텐더 모드로 전환했다.
이런 것까지 해내는 걸 보면, '실낙원' 안에서는 정말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 없는 전설의 협객
인연 Lv.5 오픈
Possible Endings
Scenario Script
Spots 1, Scenes 235, Choices 11, Endings 2
시노미야 나츠키가 '실낙원'을 구하기로 결심한 지 며칠 후……
바 테이블에 뜬금없이 고사양 컴퓨터 두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야…… 사장님이 이렇게 말이 잘 통할 줄은 몰랐어~
바를 통째로 빌리고 싶단 이야기를 꺼낼 땐, 거절당하진 않을까 걱정했거든……
그야, 낮에는 원래 손님이 없어서 아닐까?
응, 전원도 잘 들어오고, 장비도 문제없어. 계정도 정상적으로 로그인돼.
이러면 장소 세팅은 끝났어! 전투 끝나고 나서 다 같이 기념사진 찍자~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네…… 오빠, 화이팅!
……결전이야.
확실히, 무슨 게임하는 분위기 같진 않아.
음, 이왕 하기로 했으니, 최선을 다하자!
……다들 고마워.
하아, 너무 흥분해서 떨리기 시작했어…… '백야'의 컨디션은 최고다!
그런데 '타나토스'는……?
원래는 '타나토스'도 같이 싸우려 했는데, 일이 바쁘다고 하더라고……
'타나토스'도 '백야'처럼 현실 생활을 소홀히 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네.
그래도 '타나토스'가 우리에게 전투 물자를 충분히 챙겨줬어. 어쨌든 예전부터 우리 길드의 후방 지원을 맡아 왔으니까.
{var:player_nickname}, 지금 바로 계정 만들고, 나와 함께 '실낙원'을 구하자.
어? 그냥 '타나토스' 캐릭터를 쓰면 안 돼?
아마…. 미끼 역할로는 초보자가 더 적합해서 그런 거 아닐까?
에엣? 그런 거야?! 그럼 {var:player_nickname}, 네가 위험해지는 건 아니지!
선배, 몸조심해.
크흠…… '전설'은 언제나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부터 쓰여지는 법이지. {var:player_nickname}, 네가 초보자부터 시작해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웅으로 성장하는 걸 보고 싶어……!
그럼 더 미루지 말고 바로 시작하자!
나는 능력치가 비교적 균형 잡혀 보이는 '검사' 클래스를 고르고, 게임 시작 버튼을 눌렀다.
한 줄기의 눈 부신 빛이 지나간 뒤……
이야….! 누가 왔나 봐봐!
……!!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해골 가면을 쓴 산적 네 명에게 우리는 포위되어 있었다.
초보자야? 부활 지점에서 '은신'을 안 쓰는 건, "저 초보자예요, 잡아가 주세요"라고 광고하는 거잖아.
조작법을 천천히 익히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엄청난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손에 무기를 든 산적들이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었다.
큰일이다! 나는 공격 키가 뭔지조차 모른다……
으하하하하! {var:player_nickname}, 오래 기다렸지!
천공에서 무수한 광휘의 화살이 쏟아졌다.
광휘의 화살이 산적들을 관통해 큰 피해를 줬다.
시노미야 나츠키의 캐릭터 '백야'는 어느새 지상에 내려와 있었다.
이게 바로 전설의 유저……
아아…… 나의 검 '루미너스'가 울고 있어……
참 다정한 아이라니까. 사실 너는 전투를 원하지 않는 거겠지……
아, 평소의 오빠다.
컨디션이 최고인 건 분명하네.
도, 도망쳐! 가서 '무면' 님한테 알려! '백야'! '백야'가 돌아왔다고!
{var:player_nickname}, 마우스 커서로 조준하고, F와 Q키를 동시에 눌러!
이, 이렇게?!
내가 캐릭터를 조작해 검을 들어 올린 순간, '백야'가 동시에 손을 올렸고, 한 줄기 빛이 '나'의 무기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뒤이어 무기를 휘두르자, 거대한 파동이 도망치는 산적들을 덮쳤다.
으아아아악!!
1레벨 계정에 이런 힘이 있다고?
나 '백야'가 뒤를 봐주고 있잖아, 그러니까 안심해!
앞으로 30분 동안, 게임 조작 방법을 모두 네 머릿속에 넣어줄게.
이 세계의 운명을 바꿀 준비는 됐겠지? 잘 따라오라고!
물론, 내 대답은 말 안 해도 뻔했다.
음…… '무면'을 상대하기 전에 충분히 대비를 해놓는 게 좋겠어.
잘 아네, {var:player_nickname}. 역시 '백야'의 파트너가 될 자격이 있어!
하지만, '무면'의 부하들이 초보자 마을까지 나타났다는 건…… 이 세계의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의미해.
내 생각도 그래. 신규 유저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저런 PK 유저를 만난다는 건, 접으라는 소리나 다름없잖아……
그러면 이렇게 하자…… 일단 기본 기능인 '은신'부터 켜는 건 어때? 그러면, 놈들이 너한테 접근하지 못 할 거야.
하지만…… 그러면 미끼 역할을 할 수가 없는데?
{var:player_nickname}…… 생각보다 훨씬 용감하잖아! 그래, 그럼 '백야'가 널 지켜줄게!
그보다 먼저…… '절대적으로 안전한' 장소를 찾아야 해.
정말 그런 곳이 있어?
흐흥, 날 따라와. 아, 여기선 주문이 필요해……
질풍의 정령이여…… 나의 뜻을 받들어라!
'백야'가 주문을 외우자, 몇 갈래의 기류가 우리의 몸을 감싸며 모여들었고, 귓가에는 희미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백야'는 '나'의 손을 잡고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시전한 가속 마법 덕분에, 우리는 달릴수록 속도가 붙었고, 눈앞의 풍경은 빠르게 바뀌었다.
계곡을 지나고, 도시와 시골을 가로질렀으며, 설원과 사막을 넘었다…… 그곳들은 시노미야 나츠키가 게임 속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싸웠던 장소들처럼 보였다.
눈부시도록 화려한 게임 화면이 사라지고…… 순백의 장소가 우리를 맞이했다.
……순백이라기보다는, 공허하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이곳엔 아무것도 없는 듯했다.
다 왔어!
여기는 어디야……?
'백야'의 비밀 아지트에 온 걸 환영해.
여긴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
맞아. 여긴 내가 우연히 발견한 구역으로, 게임맵에서도 찾을 수 없는 '공백 구역'이야.
그냥 아직 구현이 안 된 맵 같은데?
……버그.
어쨌든……! 이 구역을 통과하면 '백야'의 보물 창고로 갈 수 있어. 그곳엔 분명 우리가 이 상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보물이 있을 거야.
시노미야 나츠키는 마술사처럼 새하얀 공간에서 손을 가로로 휘둘렀고, 장막처럼 펼쳐진 공간에 길고 좁은 입구가 나타났다.
그 입구를 바라보자, 어두컴컴하고 좁은 복도가 보이는 듯했다.
걱정하지 마, {var:player_nickname}. 나만 따라오면 돼!
전지전능한 '백야'와 함께하는데, 걱정할 게 뭐가 있겠어?
하하! 너도 게임에 푹 빠진 것 같네…… 마음에 들어!
'백야'가 우아하게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초대에 응하려 마우스를 클릭하는 순간, 손바닥에 정말로 따스함이 전해지는 듯했다.
흠흠~~~ (노래를 흥얼거린다)
어두운 복도를 지날수록, 눈앞의 펼쳐진 광경이 점점 또렷해졌다. '백야'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조금 비좁지만 화려함을 잃지 않은 방에 도착했다.
선반 위, 벽, 심지어 바닥에도 화려하고 정교한 수많은 장비가 어지러이 놓여 있으면서도 질서정연하게 배치돼 있었다…… 어쩌면 이곳은 시노미야 나츠키 환상의 원천일지도 몰랐다.
'죄악의 마안'…… '암흑의 전갑', 그리고 '암야의 왕관'. 아아…… 들린다, 너희들의 부름이 들려!
이거 전부 시노미야의 컬렉션이야?
흐흥…… 의적 '백야'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컬렉션이 있는 건 당연하지!
하지만, 내 컬렉션들보다 더 중요한 건 이거야……
이…… 보물 상자? 엄청 화려해 보이는데……
맞아, 이건 예전에 '실낙원' 아레나에서 1위를 했을 때 받은 명예 보상이야…… 열면 한정판 전설급 무기가 나온다고 하더라고…… 음, 처음엔 그냥 기념으로 남겨 두려고 했었지.
이렇게 소중한걸……여기에 써도 정말 괜찮겠어?
그럼…… 예전에 나는 이 상자를 아마 평생 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어쨌든……이건 내 명예의 증표니까.
하지만, 그 명예와 추억이 담긴 세계가 사라지려 한다면, 이 보물 상자 역시 더는 존재할 수 없겠지. 그러니까…… 지금이야말로, 이걸 써야 할 때야.
상자를 여는 영광을,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var:player_nickname}, 어때?
잠깐만…… 상자 위의 봉인지에 뭐가 적혀 있는데?
응? 그래? 봐 보자……
……거짓된 가면이 하늘을 덮을 때, 오직 '가장 비천한 정화자'만이 허상을 쓸어낼 수 있다.
……재밌네, 아주 흥미로워! 무슨 소리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이게 바로 '실낙원'이지!
일단 이건 신경 쓰지 말자, 지금은 상자를 여는 게 급선무야.
'백야'의 지시에 따라 내가 봉인지를 떼어내자마자, 상자는 눈 부신 빛과 함께 열렸다. 그 안에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장비가 들어 있었다……
하나는 황금빛을 뿜어내는 큰 활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아무런 특색도 없는 철 빗자루였다.
빛 연출이 대단하네, 이게 신기구나……
……그런데 이건 뭐야, 보너스 아이템인가?
아하하…… 뭘 고를지 고민할 필요도 없겠네!
이 활은 딱 봐도 세보여…… 능력치도 엄청 좋고. 이 빗자루는……
……데이터상으로는 그냥 평범한 철 빗자루일 뿐이야. 밑에는 사용 횟수 제한이 쓰여 있네. 이상한 점은, 주변 데이터의 흐름이 이 빗자루를 피해 가는 것 같아…… 뭐랄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내 기억으로, 이 보물 상자는 반드시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해. 만약 하나의 신기를 선택했다면, 다른 신기는 사라지는 거지.
자, {var:player_nickname}! 네 운명을 선택해 봐!
뭐? 나보고 선택하라고? 나는 초보자인데…… 게다가, 이건 시노미야가 받은 보상이잖아?
후후, 그래서 선택하라고 한 거야, {var:player_nickname}! 네가 사용해야 적도 덜 경계할 테니까. 그리고…… 내가 어떻게 내 애검인 '루미너스'를 홀대할 수 있겠어!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알겠어.
두 무기의 명칭이 눈앞에 떠올랐다. '천계의 활 유성' 그리고 '흑철 빗자루'……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그러면 난……
역시, 아무리 봐도 이게 훨씬 나아!
흐흠…… 완벽한 판단이야, {var:player_nickname}! 네가 한 선택이 우리를 승리로 이끌 거야!
선택지는 이것 하나뿐이었던 거 아니야?
무난한 선택.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직감적으로 이걸 골라야 할 것 같아……
오……! 완전 예상 밖의 무기를 골랐네! 좋아, 역시 나 '백야'의 파트너야!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무기라고 하기도 애매해 보이는데?
선배는…… 봉인지 위에 있던 문구를 믿은 거야.
화면 좀 봐 봐, 뭐가 있는 것 같아……
정말이네, 게임 미니맵 쪽에 빨간 점이 늘어나고 있는데?
저건 적 표시야! 우리, 들킨 거야?!
흐흥! 여긴 게임맵 틈새에 있는 곳으로, 내가 '실낙원'을 샅샅이 뒤져서 겨우 찾아낸 비밀 아지트야. 들킬 리가 절대 없……
이야!! 찾았다! '백야'……!
벌써 찾아왔잖아!
너희들……
'은신' 기능을 켤 줄 모르는 애송이 덕분이야…… '백야'! 드디어 네 아지트를 찾았다!
네 시대는 끝이다! '무면' 님이야말로 '실낙원'의 No.1이라고! 이곳에서 형님의 원수를 갚…… 크윽……?!!!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야'는 손에 든 검을 휘둘렀다. 눈부신 흰 빛이 번쩍였고, 뒤이어 적의 몸 위로 수많은 베기 궤적이 연달아 번쩍였다. 적의 체력이 순식간에 0이 되었다.
'백야'의 공격 동작은 아주 우아하고 여유로웠지만, 컴퓨터 앞의 시노미야 나츠키의 표정에서는 분노를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화난 표정은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말이 너무 많아.
감히 내 비밀 아지트에서의 나와 {var:player_nickname}의 만남을 방해하다니…… 지옥에 떨어져 참회해라!
저기, '백야'……
아하하…… 미안 미안, {var:player_nickname}의 잘못이라고 떠드는 걸 보니, 입 좀 다물게 해주고 싶어져서 말이야. 좀 심했나……
그건 괜찮아…… 그런데 '백야'에게 패배한 유저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음…… 아마 지금 레벨에 맞는 페널티를 받게 되겠지? 장비 드롭이나 경험치 감소 같은 거 아니겠어?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 난 한 번도 진 적이 없으니까.
정말 욕먹기 딱 좋은 발언이야……
후후…… 어쨌든 지금의 나는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백야'야, 무슨 일이든…… 응? 개인 메시지가 온 것 같은데?
누가 보낸 거야?
……'무면'이야.
와, 최종 보스가 직접 나타났네.
도전장인가.
오랜만이야, '백야'. 내 부하를 아주 '예뻐해 줬다'고 들었어.
1:1로 결투하는 거 어때? 1시간 뒤에 '쿠엔의 탑' 꼭대기에서 널 기다리겠다.
……1:1 결투라. {var:player_nickname}, 네 생각은 어때?
솔직히 말하면…… '무면'과 1:1로 붙고 싶어. 기적을 등에 업은 '백야'로서 물러설 수는 없거든. 하지만,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어……
……도전을 받아들이자, '백야'.
너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거야.
{var:player_nickname}…… 고마워, 네 응원이 힘이 됐어.
함정일지도 모르지만, {var:player_nickname}의 판단을 믿고 싶어.
모두, 내게 맡겨 줘! 나는 '백야', '실낙원'의 희망이자, 유일하고 절대적인, 살아 있는 전설이니까!
세계를 구하고 돌아올게……!
그렇게, 시노미야 나츠키는 의기양양하게 홀로 적진으로 향했다.
하지만 '쿠엔의 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백 명이 넘는 유저들이었다.
이봐, 말한 것과 다르잖아……!
뜻밖이군, 정말 혼자서 오다니……
그렇다면…… '백야'의 전설은 오늘이 마지막이겠군!
'무면'이 손을 들자 '은신'을 해제한 PK 유저들이 갑자기 주변에 나타났다.
'백야'는 순식간에 적들에게 포위되었고, 지도상의 빨간 점은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사방에서 퍼붓는 공격에, '백야'의 체력은 순식간에 0이 되었다.
캐릭터 사망 화면이 뜨자, 시노미야 나츠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오빠……! 이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함정이었잖아……!
이건 분명 함정이야!
그, 그렇긴 하네…… 미안, 영웅심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
지금 내겐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있어! {var:player_nickname}, 내 조력자가 되어줘, 나와 함께 결전의 장소로 가자!
진정된 시노미야 나츠키와 나는 결전을 위한 전략을 세웠고, 장비 확인을 마친 뒤 약속의 장소로 향했다.
'쿠엔의 탑'…… 이곳은 '실낙원'의 중심지였다.
뜻밖이군, 정말 혼자서 오다니……
그렇다면…… '백야'의 전설은 오늘이 마지막이겠군!
'무면'이 손을 들자 '은신'을 해제한 PK 유저들이 갑자기 주변에 나타났다.
20, 30, 40…… 맵에 자그마치 50개에서 60개의 빨간 점이 나타났고, '백야'는 순식간에 적들에게 포위되었다.
네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적이 둘러쌌는데, 뭘 어쩔 수 있을까!
후후…… 그럴 줄 알았어. 사람을 보내 우릴 공격한 놈인데, 정정당당하게 결투할 리가 없지.
{var:player_nickname}! 네 차례야……!
방금 손에 넣은 신기로 장애물들을 치워줘!
저 녀석 레벨이…… 푸하하! '백야'…… 보잘것없는 놈 하나를 데려와 같이 싸우겠다고?
소용없다, 네 시대는 이미 끝났어!
나는 옆에 앉은 시노미야 나츠키와 눈을 마주쳤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용기가 솟구쳤다.
'천계의 활 유성'을 장착했다.
나는 활시위를 끝까지 끌어당겼고, 동시에 '백야'는 전에 사용했던 보조 마법을 발동했다. 그러자 강력한 힘이 내 검사 캐릭터에 곧바로 흘러 들어왔다.
레이저를 쏘는 것 같은 궤적을 그리며 화살이 날아갔다. 연속된 굉음과 함께, 적들이 하나둘씩 처치됐다.
이럴 수가! '벨몬드'?! 설마, '벨몬드'가 돌아온 건가?!
'벨몬드'가 아니라…… {var:player_nickname}. 내가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다!
네 악행은 여기까지다. '무면', '백야'의 심판을 받아라!
으악……!!! 이럴 수가……내가 지다니……?!
젠장…… 이런 젠장! 이렇게 끝낼 순 없어……!
난 다시 돌아올 거다……! 두고 보자! '백야'!
……끝난 건가?
응……! 우리가 이겼어! {var:player_nickname}!
네가 도와준 덕분에…… 내가 '무면'과 그의 부하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어.
응! 당연히 큰 도움이 됐어, 고마워! {var:player_nickname}!
그렇지~ 정말 재밌는 게임이야!
앞으로는 '실낙원'에서도 잘 부탁할게. '무면'과 그 부하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도록 해야 하거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을 거야, '백야'와 함께 전설이 될 준비를 단단히 해 두라고!
'흑철 빗자루'를 장착했다.
모든 걸 걸겠다는 각오로, 빗자루를 높이 들어 올린 채 적들의 본거지로 돌진했다.
푸하하하! 그건 무슨 장난감이냐! '백야', 미쳤구나! 저런 애송이랑 같이 싸우겠다니!
너희들! 저놈을 해치워라! 응? 어, 어디 갔어?!
내가 빗자루를 휘두르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평범해 보이던 빗자루에는 빛나는 문자와 숫자들이 수없이 축적돼 있었고, 그것을 휘두를 때마다 '무면'의 부하들은 마치 데이터가 삭제된 것처럼 형체가 지워져 갔다.
설, 설마! 저건 전설 속 아이템……?! 경험치와 능력치를 모두 초기화한다는 신기?!
대단해! {var:player_nickname}! 이걸로 다음은 '무면'을 노려!
알겠어……!
으악……! 젠장…… 왜! '백야'…… 왜 매번 네가 이기는 것이냐!
분하다……! 이렇게 끝낼 순 없어, 내 랭킹! 내 장비! 내……
'무면'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한 채, '흑철 빗자루'의 힘에 휩쓸려 분해되어 사라졌다. 악행을 일삼던 그의 부하들 역시 모두 소멸했다.
'흑철 빗자루'에 공격당한 유저들은 경험치가 초기화되고, 장비도 모두 사라졌다. 버그를 악용해 그 자리까지 오른 '무면'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그 이후, 힘을 잃은 '무면'과 그의 부하들은 더 이상 초보 유저들을 괴롭히지 못했고, 초라한 모습으로 게임을 떠났다.
그렇게, '실낙원'에 평화가 찾아왔다.
와아아아아아아!
바의 분위기는 평소보다 훨씬 더 뜨거웠고, 모두가 오늘의 활약에 축배를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만면에 미소를 띤 시노미야 나츠키와 서로 끌어안고 있었다.
고마워, {var:player_nickname}! 다 네 덕분이야……!
그는 기쁜 얼굴로 나를 끌어안았고, 눈빛은 반짝이고 있었다.
이렇게 활기차고 즐거운 나날이, 어쩌면 계속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이세계의 초대장
계약 오픈
Possible Endings
Scenario Script
Spots 1, Scenes 262, Choices 7, Endings 2
'무면'과의 결투가 끝나고 사흘이 지났다.
온라인 게임 '실낙원'을 구한 전투는 막을 내렸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 다시 찾아왔다.
{var:player_nickname}…… 어떤 기운의 부름이 느껴졌어! 늘 보던 곳에서 만나자!
……음,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시노미야 나츠키의 초대에 응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국립 후우치 대학 인근의 마작 도장으로 향했다.
어라, 이런 우연이. {var:player_nickname}…… 후후, 우리가 이곳에서 만난 걸 보면, 필연이 우리를 여기로 데려온 게 분명해.
그렇긴 하지……
그래도, 너를 좀 더 빨리 보고 싶어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흐흥, 그야 당연히……
너를 좀 더 빨리 보고 싶어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참, 우리는 같이 세계를 구한 파트너잖아! 앞으로 날 '나츠키'라고 불러줄래?
그럼…… 나츠키, 밖인데 왜 그렇게 입고 있어?
내 기억엔…… 바에 일하러 가는 날에도, 퇴근하고 나면 늘 사복으로 갈아입었잖아.
역시 {var:player_nickname}! 눈썰미가 좋다니까! '백야'의 파트너가 이 정도는 돼야지!
{var:player_nickname}, 잠깐 눈 좀 감아 볼래?
응?
당혹스러웠지만, 나는 그의 말에 따라 눈을 감았다.
시노미야 나츠키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거의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거리까지 다다랐다.
어? 으응?
시노미야 나츠키는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오른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편지봉투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내 손에 쑥 밀어 넣었다.
됐어, 이제 눈 떠도 돼.
나는 그의 말대로 두 눈을 떴다.
손에는 봉랍 인장이 찍힌 흰 편지 한 통이 들려 있었다.
앞뒤를 살펴봤지만, 편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저기…… 이게 뭐야?
크흠…… 초대장이야.
나와 함께 '실낙원'을 구해 준 것에 대한 감사로…… 점심을 대접하고 싶어서.
……올래?
지금의 시노미야 나츠키는 조금 수줍어 보였다. 늘 자신감 넘치던 그에게는 꽤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걱정하지 마, 거긴 내가 일찍부터 생각해 둔 '약속의 땅'이거든.
되게 비밀스럽네…… 그래서 어디로 가는 건데?
가 보면 알아…… 서프라이즈가 펼쳐질지도?
자, 다 왔어. {var:player_nickname}.
어서 와…… '백야'의 자택에!
여긴 나츠키 집이잖아!
바텐더 복장이길래, 나는 그가 일하는 바에서 식사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를 집에 데려왔다는 건, 우리가 보통 관계는 아니라는 뜻 아닌가?
나 때문에 바텐더 차림을 하고 있었던 거야……?
맞아. ……자, 들어와.
{var:player_nickname}, 우리 집에 놀러 온 걸 환영해!
우리 오빠 챙기느라 힘들지? 진짜 미안……
후유미, 왜 오자마자 사과하는 거야?
오빠라면 분명 이상한 방법으로…… 작사를 우리 집으로 데려왔을 게 뻔하니까?
아…… 오빠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프라이즈'라고 해야겠지?
역시 친여동생이다. 바로 맞췄다.
서프라이즈 같은 건 안 했어. 왜냐면, 난 언제나 세상에 놀라움을 주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서프라이즈는 내게 일상 같은 거고, 방금 것도 그냥 평소에 하던 거에 불과하지.
또 시작이네…… 오빠!
아직도 현관에 있으면 어떡해! 이 페이스라면 거실에도 못 가겠어!
진짜, 오빠가 괜히 귀찮게 해서 미안해……
오, 주인공이 도착한 모양이군. 어서 오렴.
주방에서는 시노미야 나츠키의 부모님께서 음식을 준비 중이었다.
그의 부모님을 뵙는 건 처음이라, 나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var:player_nickname}, 편하게 앉아 있어. 나도 가서 요리해야 하거든!
저기, 저도 도와드릴까요……
아니야, 괜찮아. 손님한테 일을 시킬 순 없지.
……너에게서 응축된 '요기'가 느껴지는구나.
어디 보자…… 맨 오른쪽 자리에 앉으면 되겠다.
그 자리라면, '빛의 역장'이 집의 결계와 공명할 수 있을 테니 폭주하지 않을 거야.
네, 아, 알겠습니다……
이 말을 남기고 시노미야의 어머니는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나츠키 역시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어…… 방금 무슨 뜻이야?
푸하하…… 미안해, {var:player_nickname}. 우리 엄마도…… 우리 오빠랑 똑같거든.
그렇단 건, 그 전설 속의……!
설마, 나츠키의 중2병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거였나?
잘 먹겠습니다!
모든 음식이 차려졌고, 점심 식사가 시작됐다.
소고기 스테이크, 프랑스식 비프스튜, 그리고 시저 샐러드.
일류 호텔의 호화로운 만찬처럼 음식이 풍성했고, 하나같이 다 맛있었다.
나츠키, 짧은 시간 안에 많이 성장했구나?
내 옆에 앉은 시노미야 나츠키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후후후, 알아보셨군요? 저도 아수라장을 수도 없이 겪은 몸이니까요.
그렇다면, 시노미야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오의를 너에게 전수해도 되겠구나.
아직 일러요, '백야'와의 동기화율을 조금 더 높여야 해요……
……나츠키,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오의가 뭐야?
나도 지금 처음 들어.
어?
이 두 모자, 생각나는 대로 막 던지면서 대화하는 건가……!
……그런데 말이야, {var:player_nickname}.
만약 먼 길을 떠나야 한다면 '순백 설원'과 '작열 황야' 둘 중에서 어느 곳을 고를 거니?
어머니…… {var:player_nickname}에게 '시험'을 내리시는 건가요?
{var:player_nickname}! 그냥 아무렇게나 말하면 돼……!
하하하, 오늘 식사는 유난히 활기차구나~
시노미야 가족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됐다.
조금의 힌트도 없다. 나보고 어떻게 고르라는 걸까……!
그렇군……
그 말은, 대의를 이루려면 티끌 한 점 없는 순수함이 필요하다는 뜻이겠구나. 그렇지?
어,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그러네! 역시 {var:player_nickname}!
다음에, 우리 같이 설원에 가자.
순결하고 거짓 없는 대지의 끝에, 어쩌면 세계의 진실이 잠들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런 뜬금없는 대모험이라니, 딱 봐도 수상하잖아!
……나츠키와 함께라면, 나도 가고 싶네.
좋아, 그럼 가기로 정한 거야.
어디를 가면 좋냐고 했더니, 내 안의 '백야'는…… "북쪽으로 가"라고 하네.
오빠, 설원이라고 했으니 당연히 북쪽 아니겠어?
순식간에, 그렇게 여행 약속이 정해졌다.
……그래도 시노미야 나츠키와 함께라면 어디를 가든 즐거울 것이다.
……?!
……?!
둘 다 반응이 왜……
무서운 아이구나…… 아니, 전사네. 아니지, 이미 '수라'의 경지에 다다랐어.
너에게는 지옥도 하나의 여행지일 뿐이니?
아니요,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이미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고른 거예요"라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var:player_nickname}, 스스로가 부끄러워졌어.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
'수라'에게 평범한 자극은 부족한 거였나…… 하하, 그렇군…… 이제 알겠어!
나도 함께할게! 작열 황야에서 극한의 수련을 해 보자!
그렇게 하면, 나도 '백야'의 제2형태를 각성할 수 있을지도 몰라……
우리 그냥 평범한 여행을 가자! 평범한 곳으로!
저 둘, 지금 상태면 말을 안 들어. 그냥 포기해……
나는 시노미야 나츠키와 작열 황야에서 극한으로 수련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도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설마 화산 꼭대기 같은 곳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
엉뚱한 질문이 끝나고 나서도, 시노미야 가족의 식탁 분위기는 여전히 떠들썩했다.
어머니와 아들은 중2병다운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여동생은 그들에게 정신없이 휘둘리면서도, 날카롭게 한마디씩 지적했다.
아버지는 온화한 미소를 띤 채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 이상한 구석은 있지만 따뜻한 가족이었다. 난 이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이야, 정말 행복한 오후였어.
{var:player_nickname}, 다음에도 우리 집에 점심 먹으러 와. 초대장 또 만들어 줄게.
아, 초대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var:player_nickname}, 내가 줬던 초대장 자세히 살펴볼래?
자세히 살펴보라고……?
시노미야 나츠키의 말대로, 나는 그 초대장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초대장 안에 숨겨진 속지가 있었다.
정말 중2병다운 설계였다.
종이 사이에서 더 작은 금빛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 위에는 손 글씨로 적힌 문장이 있었다……
진정한 약속의 땅은, 저택 깊숙한 곳에 있다.
축하해! 최종 단서를 찾았구나!
저택 깊숙한 곳이라는 건, 설마……
맞아, 이제 이 차원에 있는 '백야'의 보물창고를 보여줄 때가 왔어……!
나와 시노미야 나츠키는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 나츠키가 방문을 열자, 과일과 꽃 향을 머금은 주향이 풍겼다.
어서 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손님.
역시나, 시노미야 나츠키의 침실이었다. 딱 봐도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놀라운 건, 방 안에 전문적으로 보이는 바가 있다는 점이었다.
테이블 위로 예쁜 유리컵, 셰이커, 계량컵, 그리고 다양한 술병들이 놓여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칵테일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와 재료들이었다. 방 한쪽에는 작은 냉장고도 있었다.
나츠키, 진짜 노력하는구나…… 집에서도 술 만드는 연습을 하는 거야?
응. 처음에는 선배 바텐더들을 따라잡고 싶었거든. 그래서 필사적으로 연습했지.
그런데 요즘에는 주로 새로운 칵테일을 개발하고 있어.
그러고 보니, 시노미야 나츠키는 CatChat에 새로운 칵테일 사진을 자주 올렸었다.
그 칵테일, 대부분 집에서 만든 거였구나……
어디 뒀더라……
시노미야 나츠키는 중얼거리며, 다양한 책들이 가득 찬 높은 책장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나츠키가 책을 좋아했구나. 시노미야 나츠키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았다.
아, 찾았다!
시노미야 나츠키는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그림책 한 권을 꺼냈다.
책의 가장자리는 조금 누렇게 변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상당히 양호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표지에는 망토를 두르고, 검은 가면을 쓴 SD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는데, 이전에 봤던 '백야'와 어딘가 비슷했다.
이건……
이건 '괴도 나이트의 모험'이야.
이 그림책은 내가 어릴 때, 아버지가 해외 출장 다녀오시면서 선물로 사다 주신 거야.
망토를 두른 괴도가, 악랄한 부자들을 벌한다는 내용이지……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이 책이 내 출발점이야.
정의를 위해, 소중한 사람을 위해.
바람에 망토를 휘날리며, 하늘을 누빈다……
그때 난 어렸지만, 그 모습을 매우 동경했어.
그랬구나……
그래서 '백야'를 만든 거야, 그렇지?
후후…… 맞아. '실낙원'에서 캐릭터를 만들 때, 정말 오래 고민했어.
이렇게 웃는 시노미야 나츠키에게서는 평소의 중2병스러운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
나츠키는 정말 진지하게 지금의 자신을 만든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나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조금 더 가까워졌을까?
그림책 속의 괴도에 말이야……
나츠키는 '실낙원'을 구하고, 모두의 추억이 담긴 세계를 지켜냈어.
게다가,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고 좋은 대학도 붙었지.
수업 끝나고 하는 바텐더 아르바이트도 제대로 해내고 있고 말이야.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래……?
그건 그냥 내 일상일 뿐인데…… 그런 내 모습을…… 눈여겨봐 준 거야……?
시노미야 나츠키는 수줍게 웃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왠지 겸손한 것 같았다……?
이럴 때…… 나츠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당연히 봤지.
나는 '백야'가 '실낙원'을 구해내는 걸 직접 봤잖아.
네 진짜 실력이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아주 잘 알아. 이렇게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건, 더 원대한 꿈이 있기 때문이겠지?
앞으로도 나는 바로 곁에서 '백야', 아니, 나츠키의 활약을 지켜보고 싶어.
널 믿어. 넌 분명 훨씬 더 대단한 전설을 쓸 거야……!
{var:player_nickname}, 넌……
역시 내 최고의 파트너야!
시노미야 나츠키의 목소리가 갑자기 한층 높아졌고, 눈동자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찬 빛이 반짝였다.
나, 나츠키……?
그러니까, 꼭 마셔봐 줘, {var:player_nickname}. 널 위해 특별히 만든…… 칵테일이야!
근사한 도전을 앞둔 괴도처럼, 시노미야 나츠키는 나를 향해 우아하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멋스럽게 바 테이블로 향했고, 물 흐르듯 능숙한 동작으로 필요한 재료와 시럽을 골랐다.
그런 다음, 작은 냉장고에서 오렌지 주스와 얼음 한 봉지를 꺼냈다. 이 모든 준비 동작은 마치 게임 속에서 '백야'가 최적의 무기를 고르는 것처럼 막힘이 없었다.
사실은 이 자리에서 얼음을 다듬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널 초대하려고 준비하던 전날 밤에……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아서 미리 이것저것 준비해 버렸거든.
어쨌든, 너만을 위한 칵테일이잖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얼음 하나의 모양까지도 완벽했으면 좋겠더라고.
그래서, 지금 이 봉지에 든 건 내가 여러 번 연습한 후 엄선한 '컬렉션'이라고 할 수 있지.
시노미야 나츠키는 그렇게 말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푹신하고 넓은 책상 의자에 앉았다. 그 특등석에서 나츠키의 동작을 하나하나 감상했다.
시노미야 나츠키는 얼음과 재료를 셰이커에 넣고, 춤을 추듯 경쾌하게 흔들었다. 그의 이마 앞 잔머리가 움직임에 따라 길고 가느다란 속눈썹에 가볍게 닿았고, 눈동자에는 들뜬 웃음이 깃들어 있었다.
나츠키의 움직임은 언제나처럼 우아하고 깔끔했다. 마치 봄날의 전장에서 거침없이 말을 몰며 질주하는 기사처럼, 곧 거머쥘 전쟁의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것 같았다.
어쩌면 몇몇 단골들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 바에 오는 것일 수도 있었다.
경쾌한 셰이커 소리가 멈췄다. 방 안에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고요함이 흘렀다.
시노미야 나츠키가 스템 글라스에 칵테일을 천천히 따라 부었다.
오래 기다렸지. 이건 '낙원'이야.
이 칵테일은 '꿈을 좇는 길'이란 의미가 있어.
……다만, 내 생각에는 알코올 없는 쪽이 너한테 더 어울릴 것 같아서 무알코올 칵테일로 바꿔 봤어.
일단은 '새로운 낙원'이라고 부를까?
나는 조심스럽게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칵테일은 마치 낙원을 비추는 태양과 같은 색을 띠었다.
목 넘김은 부드러웠다. 얼음이 가진 차가움이 있었지만, 거슬리는 날카로움은 전혀 없었다.
첫맛에서는 오렌지의 상큼함이, 끝맛에는 살구의 진한 달큼함이 느껴졌다. 두 맛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맛은 더할 나위 없었다.
분명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았지만, 마치 나는 살짝 취해 환상의 낙원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정말 맛있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화려한 느낌과는 달리, 입 밖으로 나온 감상평은 너무 평범했다.
바텐더에게 칵테일의 훌륭함을 전하는데, 과장되고 화려하고 수사적인 표현을 쓸 필요는 없었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내가 바텐더 일을 계속했던 건, 이 순간을 위해서였을지도 모르겠어.
고마워, {var:player_nickname}.
내가 계속해서 나아갈 힘을 얻은 느낌이야.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하하, 맞아.
시노미야 나츠키는 자기 몫의 칵테일을 잔에 따르고, 진지하게 날 바라봤다.
앞으로, 우리 둘이 함께 꿈을 좇자.
{var:player_nickname}, 영원히 내 곁에 있어 줄래?
……물론이지.
우리는 마치 눈이 마주친 순간의 수줍음을 털어내려는 듯 잔을 부딪쳤다.
맑고 경쾌한 이 소리는, 망토를 두른 괴도가 우리에게 보낸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넌 새로운 칭호를 받을 만해!
지금의 나츠키는…… '순백의 섬광'이라고 불러도 되겠어!
나는 평소 시노미야 나츠키가 쓸 법한 말을 써서 말했으나,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
시노미야 나츠키는 눈을 크게 뜬 채, 비틀비틀 뒷걸음질 쳤다.
어떻게 그래, 그 칭호는 아직 내게 과분해……
내 지금 레벨로는 '정의의 순백' 정도가 적당한걸……
세계관이 미묘하게 어긋난 것 같았다. 게다가, 나츠키가 말한 '정의의 순백'이라는 칭호가 훨씬 대단해 보였다!
그래도, 그냥 이 느낌으로 계속 말해도 괜찮을지도?
겸손해할 거 없어. '백야'는 전설이잖아……!
전 세계 골목에서 '백야'를 찬양하는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어……
선율이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공기 중 마력과 하나가 되어 세계의 거대한 흐름 속으로 스며들다……
오, 오오……!
그 거대한 흐름은 결국 단검 '휘광'으로 모이지.
그게 바로 '백야'의 각성 조건이야.
제, 제2형태……
맞아! 각성이 눈앞에 있어……!
순간, 등 뒤로 날카로운 시선들이 느껴졌다.
나는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내가 중2병 멘트를 하는 사이, 두 사람이 어느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시노미야 후유미는 커피잔이 놓인 쟁반을 든 채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 옆의 시노미야 어머니는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끝났어…… 내 인생은 여기까지인가……
……나, 나는 아무것도 못 본 걸로 할게!
……같은 부류였군.
시노미야 후유미는 창피함에 두 눈을 질끈 감았고, 시노미야의 어머니는 '난 다 이해해'라는 표정으로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인생은 끝났어!!!
그럼 이따 보자, '백야'.
그리고, {var:player_nickname}. 네 빗자루질은 정말 훌륭했어. 아니지…… 세계의 '정화자'라고 불러야 하나?
엥……?
그, 그 칭호는 상자 봉인지에 적혀 있던 건데……
설, 설마! 어머니…… 잠깐만요……!
{var:player_nickname}, 빨리 가보자!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지만, 어쩌면 재미있을지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