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이시 나나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가며, 보는 사람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대범하다."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나에게 가지는 첫인상이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이내 그녀가 생각보다도 더 성실하며 책임감 있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된다. 이로 인해 나나는 곧 학우들에게 신뢰받는 학급 위원이 되었다. 운동 신경이 좋아 각종 스포츠 동아리에서 자주 용병 역할을 맡기도 하지만, 그녀는 학급 위원으로서의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에 어느 동아리에도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한다.
Profile
Skins
시라이시 나나의 기본 스킨.
시라이시 나나와 계약을 맺었을 때 획득 가능한 스킨. "X게임즈 경기 티켓이 벌써 매진됐다고?! 내가 일부러 5시간 일찍 왔는데… 에잇! 티켓은 어제부터 판매했다고?! 내가 시간을 잘못 기억하다니!"
해변의 파티 한정 스킨. "조만간 이곳에서 마음껏 수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아주 열심히 청소할 수 있을 거야. 힘내, 후배 군. 파이팅!"
향기 가득한 카페 한정 스킨. "카페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도 메이드의 임무 중 하나! 더군다나 지금 우리 후배 군이 손님으로 있으니까 더 열심히 청소해야 해! 이 순간을 즐기라구~ 내가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서비스니까!"
겨울의 위시리스트 한정 스킨. "크리스마스 아침에 기념일 한정 의상을 입은 미소녀 선배와 함께 운동하기. 이게 바로 청춘이야, 후배 군!"
너를 향한 응원! 한정 스킨. "시라이시 나나, 응원하러 왔어~! 선배인 내가 경기 전 연습 상대가 되어 줄게, 후배 군~! 뭐? 후배 군만 응원하는게 너무 부담된다고? 이게 당연한 거 아니야? 후배 군이 있는 경기장인데, 선배인 내가 당연히 돌봐줘야지~ 있다가 후배 군의 멋진 모습 기대할게!"
Emotes
Bond Requir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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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일반
감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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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기쁨
의외네! 후배 군이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걸 아는 거지? 사전 조사라도 했어? 기쁘네~ 착하다 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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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레벨업5
으응… 후배 군… 하~암. 아, 방금 전까진 그냥 자고 있었을 뿐이니까, 딱히 이상한 소리 낸 건 아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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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레벨업1
음음! 후배로서의 입장을 자각한 건가~ 대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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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레벨업2
나처럼 생활하고 싶다면, 체력이 많이 필요하다구. 그럼, 당장 오늘부터 함께 부 활동 순례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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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레벨업3
후배 군의 최근 성적… 좀 위험하지 않아? 그러면 안 되지! 내가 선배로서 후배 군을 지도해 주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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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레벨업4
앗! 이, 이거!? 그냥 어쩌다가 봤을 뿐이지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그냥 소녀 만화일 뿐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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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새해
후배 군, 새해 복 많이 받아! 무슨 소원 빌었어~? 나하고 계속 같이 지내고 싶다고? 이제 막 새해가 됐는데도, 벌써부터 선배의 사랑이 필요한 건가~ 하하하. 요 녀석, 기특하구만, 기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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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발렌타인데이
이거 줄게! 내 사랑이 듬뿍 담긴 특제 의리 초코야! 에에~ 왜 다른 남자애들처럼 울고 있는 거야? 진심이 아니라서 그렇게 슬픈 거야? 아~ 진짜, 알았어, 알았다구. 이건 진심! 진심!!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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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1
둥글고, 부드럽고~ 으음~~~ 몇 번 만져도 기분 좋아서 그만둘 수 없다니까~ …저기, 후배 군. 그 표정 뭔가 기분 나쁜데? 이상한 거 생각하고 있지~? 아하하, 배구공 얘기야 배구공! 이상한 걸 생각하고 있었다면, 반성하도록!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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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2
뭘 하고 있냐구? 공부야. 보면 알잖아? …그 눈은 뭐야? 나도 일단은 학급 위원이고, 부 활동에 빠져 있다 해도 낙제점을 받으면 안 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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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3
후우… 오늘은 부 활동을 몇 가지나 했었지…? 완전 지쳤어… 후배 군, 마사지 좀 해 줄래? 해 보고 싶지 않아? 저기요~ 미소녀와 함께할 기회가 왔다는 둥, 뭔가 이상한 상상을 하고 있는 게 뻔히 보이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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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4
하아… 마작장의 베테랑은 역시 뭔가 다르네. 나처럼 정직하게 두는 사람이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할 게 못 되는걸. 나는 직구로 승부하는 게 어울리기도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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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5
후배 군, 좀 들어 봐! 며칠 전에 우리 동생이 "누나 같은 선머슴한테 남자가 엮일 리 없어"라고 했지 뭐야! 그럴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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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6
정말로 신기해… 예전에는 소녀 만화를 읽어도 뭔가 묘한 기분만 들었는데… 지금은 그냥 평범하게 읽힌단 말이지. 내가 좀 바뀐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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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7
헤헤~엥. 최근 마작 베테랑을 상대로도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어. 나도 선배로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구! 후배 군도 뒤쳐지지 않게끔, 나를 잘 따라오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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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8
남자는 여자애의 마음을 알기 쉽게 밝히고 싶어 하는 바보들이긴 한데, 여자는 남자애가 머리를 굴려도 아무런 성과도 없는 상황을 즐기는 바보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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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일반
아, 후배 군 왔어? 늘 마시던 주스 부탁해! 덤으로 네가 좋아하는 주스도 사와도 돼. 왜 주스 셔틀을 시키는 거냐구? 뭘 모르네~ 귀여운 여자애를 도와주는 건, 청춘을 즐기고 있다는 증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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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최고 인연
자, 후배 군. 오늘 도시락이야. 평소 심부름해 준 답례! 빨리 맛보고 내 실력이 늘었는지 확인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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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졸업 후에는 어떡할 거냐고? 바보 같은 소리 마! 후배 군은 앞으로도 쭉 내 후배 군이고, …나는 쭉 후배 군의 선배인 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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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친선전 입장 시
실례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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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친선전 준비 시
자자, 다들 이미 준비됐지~? 얼른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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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득 음성
시라이시 나나, 등~장~. 잘 부탁해, 후배 군! 선배와 후배 사이를 멋대로 정하긴 했지만, 신경 쓰지 마. 내가 잘 돌봐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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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북 뽑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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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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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리치
더블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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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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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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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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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미안, 이 패는 내가 받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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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모
헤헷,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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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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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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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찬타
준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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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구련보등
순정구련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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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삼원
대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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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희
대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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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화
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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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리치
더블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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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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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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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10
도라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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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11
도라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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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12
도라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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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13이상
도라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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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2
도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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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3
도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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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4
도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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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5
도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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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6
도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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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7
도라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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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8
도라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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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9
도라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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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북
더블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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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동
더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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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남
더블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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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서
더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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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야오
탕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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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이또이
또이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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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페코
량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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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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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무쌍 13면 대기
국사무쌍 13면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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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무쌍
국사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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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로월
해저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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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저로어
하저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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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노두
혼노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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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타
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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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일색
혼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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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련보등
구련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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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개화
영상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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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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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국만관
유국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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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일색
녹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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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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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후
핑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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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깡
창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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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또이쯔
치또이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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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노두
청노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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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색
청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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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커
산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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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깡쯔
산깡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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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동각
삼색동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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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동순
삼색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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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안커
스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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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안커 단기
스안커 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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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깡쯔
스깡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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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
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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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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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삼원
소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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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희
소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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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페코
이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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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발
일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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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통관
일기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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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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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모
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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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색
자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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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인생 선배니까, 내가 이기는 것도 당연하지! 그치? 후배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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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높은 점수로 승리
좋~~~아! 나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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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론으로 승리
헹! 어때? 이 한 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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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만
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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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종구패
구종구패야. 아깝지만 흘려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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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만
헤아림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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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관
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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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텐
노텐인가… 충격~. 마지막까지 텐파이를 못하다니, 운이 좀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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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배만
삼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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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풍연타
아아~ 사풍연타인가… 좋은 패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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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깡유국
사깡유국, 아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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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리치
아, 진짜…… 사가리치는 너무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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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만
하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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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파이
텐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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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만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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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역만
더블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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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역만
트리플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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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배 역만
사배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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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배 역만
오배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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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배 역만
육배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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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도라를 버릴 때
체엣, 당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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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배만/삼배만 텐파이
으흐흐… 아, 안 되지 안 돼! 침착하자, 얼굴에 다 드러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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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연속으로 같은 패를 버릴 때
아! 또 왔어! 끈질긴 건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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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남은 패가 10장 이하일 때
거의 끝이잖아… 쏘이지 않도록 신경 쓰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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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 시작
하아~? 왜 다들 그렇게 뻣뻣하게 굳어있는데? 릴랙스 릴랙스!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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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역만 텐파이
오! 이, 이건… 엄청 쩌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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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요구
대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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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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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또이
장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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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구조
금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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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방총
영상방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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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치또이
용치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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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또이
청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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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금구조
청금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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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치또이
청룡치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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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치또이
청치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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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십팔라한
청십팔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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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요구
청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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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라한
십팔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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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은 어린 관객
인연 Lv.1 오픈
이한시 중심의 상가 건물 옥상에서는 정기적으로 히어로 쇼가 열린다. "힘들어 죽겠네……" 공연이 끝나자 악당을 연기한 K 씨는 홀가분하게 무대 뒤로 돌아왔다, 그는 오늘 무대에서 '커다란 트러블'을 만나게 될 거란 사실을 예상치 못했다. 바로 방금 전, "우리를 잡으려는 건 히어로를 속여서 나오게 만들기 위해서야! 악당의 뜻대로 되게 놔둘 수 없어!"라는 외침이 흘러나오자, 한 꼬마 소녀를 필두로 무대 위에 있던 아이들은 대본을 무시한 채 악당들과 눈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악당들이 어떤 위협을 하든, 아이들은 히어로를 무대 위로 불러내지 않았다. 때문에 K 씨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 쪽에 섞여들어 조용한 목소리로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끝나고 나면 사탕을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사탕발림' 역시도 아이들에게는 함정으로 여겨져 거절을 당하고 말았다. 수습이 되질 않자, 히어로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라는 대사를 크게 외치며 억지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악당들도 이에 맞춰 돌진하였고, 결국 히어로에게 공격당해 땅에 쓰러지며 단숨에 극을 끝냈다. 그렇게 다행히 오늘의 히어로 쇼를 망치지 않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답답한 열기가 가득한 탈을 벗으려 하던 K 씨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뒤돌아보니 활기 가득한 어느 노란색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눈앞에는 노란머리의 꼬마 소녀가 있었고, 그 소녀는 바로 방금 전 아이들을 이끌고 그에게 대항했던 바로 그 '커다란 트러블'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이 꼬마 소녀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그의 집 근처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짜리 학생, 시라이시 나나였다. 이 꼬마 소녀의 인사는 항상 기운이 넘치고 인상적이었다. "방금 전엔 엄청 불쌍했어, 그러니까 이거 줄게." 시라이시 나나는 그렇게 말하며 초콜릿 한 조각을 건넸다. "방금……" K 씨는 잠시 멍을 때리고 난 뒤에야, 이게 무슨 일인지 알아채고 반응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날 무렵, 장난기 많은 아이들은 잔뜩 신이 나 쓰러져 있는 악당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확인사살"을 가했다. K 씨와 그의 동료들은 이미 습관이 되어, 프로그램을 보존하기 위해 그러려니 하던 상황이었다. "멈춰!" 그때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바로 아이들을 이끌고 악당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던 시라이시 나나가 오히려 아이들 앞을 막아서며, "항복한 사람을 괴롭히는 건 비겁하지 않아?!"라고 외친 것이다. 아이들은 옆에서 지켜보던 히어로가 엄지를 치켜들자 주먹을 거둬들였다. K 씨와 일행들 역시도 엄지를 들어올렸다. 악당의 탈이 두껍긴 했지만 얻어맞는 게 즐거운 사람은 분명 없을 것이다. "히어로랑 사진을 안 찍고 악당을 위로하러 온다고? 특이한 아이네." K 씨는 투덜거리긴 했지만 내심 한 가닥의 따듯한 위로를 느꼈다. 악당을 연기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아이에게 위로를 받아 본 것은 처음이었다. "흐흥, 내가 배를 채우고 힘을 회복하면, 그 녀석은 끝장이다, 어때? 무섭지?" "무섭지 않거든? 너희들은 항상 지잖아." 시라이시 나나는 천진난만하게 비웃듯이 말했다. "어차피 계획은 실패할테니까 너희들은 역시 나쁜 짓을 안 하는 게 좋겠어." 하지만 당연히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 않으면 히어로 쇼는 어떻게 되겠는가. 하지만 직업 의식을 지키기 위해 K 씨는 이 모든 게 연출된 거라고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분명 꼬마 아이들의 꿈이 무너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생각 끝에, 그는 아이를 놀리려는 마음과 함께 비밀스러운 듯이 말했다. "순진한 녀석, 우리의 뒤에는 엄청나게 사악한 존재가 우릴 다스리고 있다……" 이후 긴장한 시라이시 나나의 안색을 보자, K 씨는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한발 더 나아가 목소리를 깔았다. "일…… 일은 우리가 악행을 벌이게 만들지! 일은 사람을 타락시켜! 일은 만악의 근원이야! 일은 우리 악당들의 존재 이유다!" "일……" 시라이시 나나는 혼자 중얼거리며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악당의 말이 그녀의 오랜 의혹을 풀어 주었던 것이다. 어째서 TV 속 슈퍼 히어로는 직업이 없을까, 그는 하루종일 악당들을 때려눕힐 만한 시간이 남아돈다, 결국 일은 사악한 것이었다! 히어로는 직업이 없기 때문에 정의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날, 시라이시 나나는 자신이 엄청난 깨우침을 얻었다고 느꼈다……
내 귀여운 공
인연 Lv.2 오픈
"오래 기다렸지 귀여운 녀석들, 여러분의 시라이시 나나가 왔다고." 매일 동아리 활동이 끝나고, 시라이시 나나는 체육 창고에 남아 각종의 공들을 정리했다. "유후, 깨끗해졌네, 착하지." 시라이시 나나는 마치 반려동물과 교감이라도 하는 것처럼 깨끗이 닦인 배구공을 볼에 부벼댔다. 처음에 그녀는 학생들이 사용한 후 구석에 쳐박혀지는 공들을 불쌍하게 생각했다. 그 공들을 보고 있자면, 길 위에서 마주친 사람이 잠깐 놀아주다가 결국 그 사람이 떠나면 결국 골목길로 자취를 감추는 작은 동물들을 바라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적극적으로 이 '동글이'를 관리하기로 했다. 처음의 동정심, 청소 후의 성취감, 구장에서 교차하는 '우정'. 이런 요소들이 혼합되며, 시라이시 나나의 마음속에 불필요한 감정을 싹틔웠다. 손에 들린 공은 시라이시 나나의 눈엔 더 이상 죽어 있는 사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구장의 활기 가득한 생명체였다. 그녀는 갖가지 공들의 특징을 기억하고, 그것들에게 서로 다른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마치 진짜 반려동물을 쓰다듬듯이 그것들을 어루만지며 그들의 구장에서의 활약을 칭찬했다. 시라이시 나나는 이런 행위가 타인에게 있어서는 기이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방과 후의 체육 창고다, 이 장소에서는 그녀의 즐거움을 방해할 사람이 없었다. 그랬기에, 그녀가 등 뒤에서 나타난 니노미야 하나를 발견했을 땐, 이미 모든 게 늦은 상황이었다. "…… 괜찮아, 나는 이해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대한 1차적인 이해를 끝마친 뒤, 니노미야 하나는 그렇게 말했다.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 니노미야 하나는 드디어 지금의 시라이시 나나가 얼마나 난처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평소의 활발했던 모습을 생각해 보자면, 니노미야 하나는 자신이 알아선 안 될 비밀을 알게 됐다고 느꼈다. 어쨌든 그녀는 지금 후회하고 있다. 인사하러 이곳에 온 것에 대해 매우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니노미야 하나는 바로 뒤돌아 도망치고자 하는 충동을 억누르고, 상황에 맞는 미소를 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동시에 어떻게 지금의 침묵을 깨뜨릴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었다. 시라이시 나나는 그녀와 같은 투명 인간에게 인사를 하러 오는 몇 안 되는 적극적인 사람 중 하나다, 그렇기에 난처한 그녀를 홀로 남겨둘 수는 없었다. "그, 그래, 잘됐다, 하나가 이해해 준다니……" "나도 자주 그래, 이상할 거 없어." 상대방이 주도적으로 침묵을 깨오자, 니노미야 하나는 안도하며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러나 배구공 하나가 곧바로 그녀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후…… 하나한테 이상한 사람처럼 보여질까 봐 걱정했는데, 하나도 공을 좋아할 줄이야. 이제 동료가 생겼네!" 아니 그게 아니라, 그건 오해야…… 바로 앞에 있는 흥분에 찬 빛나는 눈동자를 마주하며, 니노미야 하나는 변명을 도로 삼켰다. 시라이시 나나는 그녀에게 '폭신이'라는 이름의 공과 함께 놀 것을 요청했고, 그러다가 다시 바닥에 앉아 다른 '동글이'들을 닦기 시작했다. 니노미야 하나는 멍하니 배구공들을 쓰다듬다가, 똑같이 수건을 집어 들고선 다른 공들을 닦는 걸 돕기로 했다…… "작다 작다 공공공, 둥글다 둥글다, 구른다 구른다, 통통통, 점프, 점프, 귀여워 귀여워, 에헤헤." "꼬, 꼭 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 건가……" 니노미야 하나는 불안한 눈빛으로 창고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목격한 사람이 없기를 기도하며……
'해우함' 기록
인연 Lv.3 오픈
아사바 고등학교에서 가장 열정적인 사람으로서, 시라이시 나나는 학생들의 도움 요청을 거절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가끔은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려 할 때에도, 바빠서 모습조차 찾아볼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히어로는 부탁을 못 본 체 할 수 없어!"라는 마음가짐으로, 시라이시 나나는 교실 밖에 '해우함'이라는 나무 상자를 걸어 두었다. 학생들의 부탁을 더 쉽게 수집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한가할 때면, 시라이시 나나는 자신의 의뢰 기록을 찾아보며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체크하곤 했다. 대부분은 그녀 자신의 힘, 혹은 위상으로 인해 어떻게든 의뢰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의뢰가 그렇게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얼마 전 받은 의뢰처럼 말이다…… 의뢰 10: 약점 단련 의뢰인: 익명 의뢰 내용: 유즈는 뱀, 개구리, 거미를 매우 무서워하는 듯합니다. 그녀가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임무 과정: 유즈가 이런 것들을 만나면 겁먹고 도망까지 칠 정도라고? 처음 알았다. 난 원래 두려운 걸 무리해서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나도 개가 무서우니까 말이다. 하지만 의뢰인은 유즈가 불량한 단체들과 자주 마찰을 빚고 있기에, 누군가 그녀의 약점을 이용할까 봐 우려된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니 또 일리가 있어 보여 난 그녀를 도울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예상치 못했던 것은, 유즈가 그것들을 이렇게까지 과하게 무서워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유즈는 나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며 큰소리를 쳤다…… 난 그녀를 존중하기 위해, 이번 임무는 상세 기록을 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들키면 안 되니까 말이다. 어쨌든 이번 임무는 실패다. 아…… 최근에 유즈는 날 만나면 멀리 피해버린다, 레서판다즈도 나에게 계속 하악질을 하고. 아무래도 그들을 달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는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의뢰인 평가: 단순 용기 부족으로 인해 운명의 바퀴를 굴릴 수 없는 것입니다. 개의치 마시길 바랍니다. 어떨 땐, 해결 된 것 같으면서도 해결되지 않은 듯한 임무도 있는 법이다…… 의뢰 19: 근황 확인 의뢰인: 이시하라 우스미 의뢰 내용: 린이 오랫동안 등교하지 않았어, 전화도 안 받고 말이야. 린의 집에 가서 상황을 알아봐 줄 수 있을까? 최근 출석률이 너무 심각해, 가능한 빨리 학교에 와서 얼굴을 비추게 만드는 편이 좋을 것 같아. PS: 혹시 무슨 안 좋은 상황이라도 발생했다면, 구급차 부르는 걸 잊지 마. 의뢰 과정: 회장이 전달해 준 주소를 통해 린의 집을 방문했다, 그곳의 상황은…… 그저 참상이라 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컵라면 그릇을 보며, 그가 며칠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린은 지금 본인이 맡은 임무를 처리하고 나면 학교에 가겠다고 했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 내일도 그가 학교에 나타나지 않은 걸 부회장이 알게 된다면, 아마도 부회장이 직접 방문하게 될 것이라는 걸. 그는 방해만 없다면 하룻밤 안에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렇기에, 난 그가 집중할 수 있도록 대신 집안일을 해 주기로 했다. 그래도 우리는 '문제아 리스트'의 동료 아닌가. 하지만 이 녀석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줄은 몰랐다! 임무를 마치면 학교에 가겠다고 했는데, 내가 모든 걸 정리해 놓자 그는 곧바로 다음 임무에 착수해 버리고 말았다. 이제 모르겠다! 부회장이 직접 잡으러 오겠지! 의뢰인 평가: 전언: 시라이시 나나, 어쩌면 그녀는 나의 어머니가 될 수 있을지도…… By 린. "엄청난 실례! 현역 여고생한테 이게 무슨 말이야! 바로 네 인터넷 선을 끊어버리고 말겠어." 시라이시 나나는 가장 최근의 평가 기록을 보며 언짢은 표정으로 기록부를 덮었다. 그런데 때마침 알람이 울렸고, 그녀는 탁상등을 끄고선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열받지 말자, 열받지 말자, 일찍 자고 일어나서 정신 차려야지, 내일도 수많은 의뢰가 날 기다릴 거라고!" "아, 그러고 보니까 일전에 유즈의 공포증을 극복시키는 과정에서 레서판다즈가 물건을 부쉈었는데, 내일 부회장이 나랑 면담하겠다는 게 이것 때문은 아니겠지……"
친절의 마지노선
인연 Lv.4 오픈
Possible Endings
Scenario Script
Spots 1, Scenes 328, Choices 3, Endings 2
후우……
후배 군은 왜 패를 안 내? 좋은 패가 들어와서 뭘 내야 할지 고민 중이야?
……난쟁이가 테이블 위에서 춤추는 걸 본 것 같은데.
어…… 너 뭐 잘못 먹은 건 아니지?
그게 아니라, 어제 저녁에 잠을 잘 못 자서 머리가 몽롱해요.
나는 만수패로 이루어진 혼일색을 보며, 피로가 가득한 머리로 어떤 패를 버려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작은 목소리로) 어떤 패를 버려야 좋을까…… 이걸 버릴까?
나나 선배. 여기 계신가요?!
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큰 소리에 놀란 나는, 손에 쥐고 있던 패를 테이블 위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탁'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나는 패를 잘못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됐다 됐어. 이미 버린 패를 물릴 수도 없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니까……
여기 계셨군요, 나나 선배!
아이!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야? 후배 군, 소개할게. 여기는 내 후배야.
안녕.
선배한테 '후배 군'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안녕하세요, 우리 친하게 지내요.
아이는 내 손을 잡고서는 팔이 아플 정도로 열정적으로 흔들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해서 나를 찾아왔으려나?
역시 선배님, 한 번에 알아 맞추시네요. 급한 일은 아니니까 대국 끝나면 얘기 할게요. 그럼 일단 저는 옆에 좀 앉아있을게요.
……후배가 선배를 많이 닮았네요.
헤헤, 나처럼 열정적이란 말이지?
그게……
직설적으로 말한다
확실히 엄청 열정적이죠. 선배처럼 어떤 사람과도 친하게 지내니까요.
꼭 나를 약간 비꼬는 것 처럼 들리긴 하는데, 뭐, 일단은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네가 날 칭찬하다고 해도 이 패는 내가 받아가겠어. 론! 핑후 한판이야.
1판을 내준 형태가 되었다. 시라이시 선배의 손패와 방금은 겨우 네 바퀴 째였다는 것을 고려해보니, 사실 선배는 내가 버린 3만은 무시하고, 456 대기의 삼색동순으로 더 큰 점수를 노릴 수도 있었다.
높은 판을 안 노리고 안전한 방식으로 가시다니, 나나 선배,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후, 알았으면 됐어.
덜렁대는 게 꼭 선배를 닮았네요.
덜렁댄다고?! 후배 군은 날이 갈수록 귀엽지 않은 말만 한다니까.
그렇다면 지금 네가 버린 3만으로 화료는 못하겠네, 난 꼼.꼼.하.지.못.하.니.까. 안 그래?
어? 투정을 듣고도 내가 잘못 버린 패로 론을 안하겠다? 그럼 저를 살려주실 나나 선배에게 미리 감사를 드리죠.
바로 이 패다! 쯔모, 타카메 하네만!
감사 인사가 너무 빨랐네…… 내가 버린 3만으로 론을 하지 않은 건 456 삼색동순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군……
게다가 일부러 머리를 요구패로 바꾸고, 탕야오 1판을 위해 한 바퀴를 돌리면서 점수를 최대한 키워 나에게 복수했다.
오야에 하네만, 속이 쓰리네……
반장전이 끝나고 나와 시라이시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때, 사장님이 미안한 표정으로 우리를 불러 세웠다.
미안한데, 지금 마작 칠 사람이 좀 부족해서 말이야, 원래라면 내가 작탁에 앉아야겠지만, 잠깐 일이 있어서 좀 나가봐야 하거든.
한 명은 계산대를 봐주고, 한 명은 나 대신 잠깐 마작을 좀 쳐주면 안 될까? 지금 가게에 너희들만큼 친한 사람이 없어서 말이야. 부탁 좀 할게.
문제없죠. 그럼…… 나나 선배는 후배랑 얘기 나누고 계세요. 제가 마작을 칠게요.
후배 군 괜찮겠어? 아까 남4국에서 계속 하품하던데.
그럭저럭 괜찮아요…… 사장님이 돌아올 때까지 방어만 하면서, 큰 판에서 방총만 안당하면 선방이죠.
아이는 선배한테 상담할 게 있어서 온 거잖아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도 실례죠.
아니면 선배가 치는 건 어때요? '후배 군'이 졸려서 눈도 못뜨는 것 같은데, 저는 조금 더 기다려도 상관 없어요.
아이의 말을 들은 시라이시 선배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아이가 저렇게까지 말하니, 후배 군도 가서 좀 쉬는 게 좋겠어. 미안해, 아이.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최대한 빨리 돌아올 테니까, 부탁 좀 할게.
사장님이 나가고, 계산대에 앉은 나는 몰려오는 잠을 쫓기 위해 아이와 잡담을 나누었다.
아이는 중학교 때 시라이시 선배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고, 그때 역시 선배는 지금처럼 매우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또 신임을 얻는 그런 나나 선배가 엄청 멋지지 않나요?!
어, 어어……
저도 나나 선배처럼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아사바 고등학교로 온 거예요! 아…… 죄, 죄송해요. 저 혼자 너무 흥분해 버렸네요.
괜찮아. 타인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건 아주 멋진 일인걸.
같은 나나 선배의 후배로서 얘기가 정말 잘 통할 것 같네요! 후배 군…… 아니, 이건 나나 선배 전용 호칭이죠. 저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var:player_nickname}.
{var:player_nickname}, 졸리면 같이 친선전이라도 할래요?
하하…… 잠을 깨려고 마작을 칠 거였으면, 내가 테이블로 갔을 거야.
아니면 네 등급전을 봐도 될까? 옆에서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잠에서 좀 깰 수 있을 거야.
화제를 찾지 못해 대화가 끊길 바에야, 차라리 등급전을 구경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매칭 버튼을 눌러 게임을 시작했다.
……응? 게임이 시작되었는데, 아이는 자신의 손패 먼저 확인하지 않고 상대방의 자료 화면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대국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는 거야?
아니요, 대국 스타일 같은 건 저는 잘 모르고, 그냥 점수를 좀 확인하려는 거예요…… 음, 이 사람은 포인트가 위험하네요……
포인트라면…… 등급이 떨어지기 직전인 사람은 좀 더 공격적으로 나올 수도 있겠지… 아이는 이런 점을 기반으로 전술을 만든 거일지도 모르겠다.
미안! 은행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늦어버렸어! 오래 기다렸지?
괜찮아요. 그럼 이제 계산대 교대할게요.
고마워, 다음 번에 오면 입장료를 무료로 해줄게.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이야……
아이를 불러 시라이시 선배의 테이블을 구경하러 가자고 하려 했지만, 곧 끝날 것 같아서 부르지 않았다.
아이는 현재 13000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동시에 4위인 상대방이 리치를 걸었고, 오야가 아닌 아이로서는 수비에만 전념한다면 안정적으로 Top을 거머쥘 수 있다.
내가 화면에서 잠시 눈을 뗀 그 순간, 아이가 갑자기 위험패를 버렸다! 화려한 화료 연출이 끝난 뒤 상대방은 패를 공개했고, 아이는 배만 방총을 당했다.
아…… 손이 미끄러졌네. 바로 옆에 있던 패를 버리려고 했는데.
아쉽다, 북가의 커쯔를 막았더라면 이런 실수가 없었을텐데… 아이는 어쩌면 다른 사람이 공격하는 걸 걱정해서 초반에 냈던 수패를 먼저 처리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 아까워라. 그래도 이러면 상대방은 등급이 떨어지진 않을 테니, 선행을 한 셈이 됐네.
나 왔어~ 우리 후배들은 재미있게 놀고 있었으려나?
꽤 재미있었어요. 그럼 전 먼저 가 볼 테니까, 천천히 얘기들 나누세요.
잠깐만, 얘기 같이 들어보지 않으실래요?
나도?
주말에 근처 상점가에서 이벤트 마작 대회가 열려요. 저는 반 친구들이랑 같이 팀을 짜서 참가하려고 하는데, 지금 두 사람이 부족하거든요.
그런 거였구나. 알았어. 나한테 도움을 청하는 김에 후배 군까지 같이 데려가려는 거지?
어? 나도 가는 건가?
맞아요! 나나 선배가 당신이 마작장에 자주 다닌다고 했거든요. 마작도 제법 잘 치겠죠?
내가 잘 치는지 못 치는지는 둘째 치고, 꼭 내가 하루종일 마작만 치는 백수처럼 얘기를……
……아니야?
진심으로 묻는 거예요?
이럴 때마다 쿠츠지가 날 부르던 호칭이 그리워진다. 뭐라고 했었더라? "혼천 신사 무녀의 보호자이자 아사바 고등학교 학생들의 친구, 극단 Soul 의 명예 핵심 멤버……" 이하 생략. 너무 길어!
사소한 것들은 너무 신경쓰지마. 그럼 후배 군은 주말에 시간 괜찮아? 선배랑 팀을 짜고 마작을 친다니, 청춘을 즐길 좋은 기회라구~
제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아 줘서 정말로 고맙네요. 안 그랬으면 정말로 하루종일 마작밖에 안 하는 백수로 보였을 테니까 말이죠. 주말에는 시간이 비어 있으니까, 아이, 네가 시간이랑 장소를 보내줘.
우리에게 구체적인 시간과 집합 장소를 알려 준 뒤, 아이는 친구들에게 팀원을 구했다는 좋은 소식을 알리며 마작장을 떠났다.
역시 선배랑 엄청 닮았네요. 쉴틈이 없는 친구예요.
하핫, 활기 넘쳐서 보기 좋잖아! 그럼 시합날에 보자고, 후배 군. 시합날에는 오늘처럼 흐리멍텅하면 안돼.
걱정 말고, 대회에서 만나요.
시라이시 선배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르는구나. 마작 대회라면 나는 그 누구보다 전력을 다할 자신이 있다.
대회 당일,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어젯밤에 내린 비 때문에 집앞에 주차된 공유 자전거가 흠뻑 젖은 상태라는 거다. 하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니만큼, 상점가까지 산책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느긋하게 상점가에 도착하자, 일찍 도착한 나나 선배가 보였다.
좋은 아침, 후배 군. 일찍 왔네.
안녕하세요. 선배도 일찍 오셨네요.
헤헤, 선배보다 일찍 오려면 후배 군은 아직 한참 멀었어.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소리람? 근데 선배는 걸어왔어요, 아니면 뛰어왔어요?
뛰어왔지. 오늘은 공기도 좋아서 운동하지 않으면 손해인 것 같아서 말이야.
저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그럼 걸어서 온 저도 진 건 아니네요.
승부욕이 강하네~ 하지만 대회에 있어서 그런 마음가짐은 아주 훌륭한 태도야! 좋아좋아, 정신이 아주 바짝 들어있는걸!
가자! 날씨가 이렇게 좋으니, 이제 우승하러 가보자고!
이렇게 자신만만하다고요?
후후~ 오는 길에 카비 씨한테 점을 봤는데, 오늘은 운이 좋아서 뭐든지 잘될 거라고 했거든.
으음…… 그렇게 좋은 말을 해주다니. 제가 점을 보러 갔다면 또 '이성문제로 어지러워질 상'이니 뭐니 하면서 수상쩍은 부적이나 팔아치우려고 했을 텐데 말이죠.
수상쩍은 부적? 카비 씨는 "운명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라고 다니는 사람인데 부적을 팔고 다닌다니?
지난달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단골 손님인 저한테 '운명의 지원'을 해 주겠다고 하던데요. 선배한테는 그런 말 안 했어요?
못 들었어. 최소한 최근 점을 7번 칠 때 동안은 한 번도 못 들었는데.
……나한테만 그런 거짓말을 한 거야?!
시간 거의 다 됐다, 이제 슬슬 들어가자. 아이를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네? 아이랑 친구도 벌써 와 있다구요?
맞아.
모처럼 일찍 나왔는데, 어째서 다들 이렇게나 빨리 나온 거냐고……
이날, 우리 팀의 활약은 카비가 친 점의 결과에 부응하듯 좋은 성과를 냈다. 모두의 운도 매우 좋았다. 첫 두 번의 대국이 끝난 후, 우리는 다른 팀의 점수를 크게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 주었다. 이 흐름대로라면 진짜 우승을 하게 될지도?!
대회는 준결승전을 맞이했다. 대장을 맡은 시라이시 선배는 시합이 시작되기 전에 후배를 데리고 도시락을 사러 나갔다. 부장인 나와 다른 후배는 대기실의 벽에 걸린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지켜 보았다.
경기를 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리고 말았다……
화료!
화면에는 아이의 하가인 남자아이가 싱글벙글하며 점수봉을 넘겨받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벌써 똑같은 사람에게 세 번이나 방총을 당했다.
첫 번째 방총은 스지패, 두 번째는 추격 리치 일발, 방금 전에는 안전패가 있는 상황에서 위험패를 버렸다.
남자아이의 팀은 꼴등이었는데, 화료를 세번 하면서 3위로 올라갔어. 이제 남1국이니까, 반장전이 끝나면 2위로 올라갈 수도 있어……
나는 각 팀의 점수를 확인했다. 나는 우리 팀의 점수가 많이 앞서기에, 방심한 아이가 실수를 연발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이가 일부러 남자아이에게 방총패를 내어주고, 다른 두 플레이어의 리치를 방어만 하는 것을 본 나는 나쁜 생각이 들었다…… 설마 아이는 '고의 패작'을 하고 있는 중인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자
……너무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지는 말자.
같은 테이블에서 2위를 차지한 팀의 멤버는 성정여고 마작 동아리의 부원이었다. 아이는 성정여고의 점수를 떨어뜨리려는 것처럼 보였다. 강팀을 먼저 떨어뜨리고, 약팀을 올려보내려는 작전이라고 한다면…… 그럭저럭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
아…… 나나 선배, 언제 왔어요?
방금 왔어. 눈썹까지 잔뜩 찌푸리면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오늘 대회에서 이기면 어디서 밥을 먹을까 하고 생각 중이었어요.
김칫국 마시다가 큰코 다친다.
선배야말로 오늘 아침에 운이 좋아서 뭐든 다 잘 될 거라고 했으면서……
아이를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악의적으로 추측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겠지.
이날 우리들의 운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고, 순조롭게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대회가 끝나고 아이는 친구와 함께 쇼핑하러 가고, 나와 시라이시 선배는 새로 나온 커피를 맛보러 Éternité로 향했다.
(흐느끼는 소리)너무 분해……
응? 저건……
상점가를 떠나기 전, 준결승전에서 봤던 상대방이 분수 옆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중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자가 바로 아이의 타겟이 되었던 상가쪽 작사였다.
비록 내가 참여한 대국도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이벤트 대회라고는 해도, 역시 지면 분하겠지. 우는 사람을 보니까 조금 괴롭네.
하지만 우리는 정정당당하게 승리를 거머쥐었어. 그러니 후배 군도 못 본 척 하지마. 패자의 눈물을 똑바로 보는 것도 승자의 책임 아니겠어?
정정당당……
시라이시 선배의 입에서 나온 네 글자를 듣자, 아까 든 아이의 '고의 패작'에 대한 의심이 다시금 고개를 치켜들며 날 심란하게 만들었다……
아, 또 눈썹을 찌푸린다. 후배 군, 무슨 생각 하는 거야?
이번에도 저녁밥으로 뭘 먹을지 고민 중이라는 말은 하지 마! 똑똑한 나나 선배한테는 안 통하니까 말이야!
아니, 뭐, 저도 그냥 추측일 뿐이에요.
나는 시라이시 선배에게 준결승에서 보았던 아이의 이상 행동에 대해 말했다. 물론, 아이가 전술상 합리적으로 그런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는 말도 함께 해주었다.
조용히 내 말을 들은 시라이시 선배는, "알겠어."라고 대답하며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 후, 우리는 원래 계획대로 카페로 향했다……
음, 역시 신제품은 훌륭했다. 강한 카페인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낸 나는…… 다음날 또다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며칠 후, 거리를 쏘다니던 나는 우연히 아이와 마주쳤다. 손을 들어 인사한 나에게, 아이는 언짢은 듯한 표정을 내비쳤다.
쓸데없는 참견이야……
아이가 내 옆을 지나가면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경이 쓰여 시라이시 선배에게 전화를 건 나는, 나나 선배가 대회 영상을 돌려 본 후 아이에게 고의 패작 행위에 대해 물어보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있었다고 한다.
역시 남자아이를 봐준 거군요. 그런 행동은 확실히 잘못된 행동이긴 한데……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두 사람 기분을 상하게 했네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무슨 이유든 간에, 시합은 공평하고 공정하게 임해야 해. 후배 군은 나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
그렇긴 해도 후배 군의 마음이 불편하다면 나한테 저녁밥을 산다고 해도 개의치는 않을게.
그렇게 하죠, 지금 어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의 손가락이 뒤에서 내 볼을 찔렀다.
고개를 돌려 보니, 웃고 있는 시라이시 나나가 보였다.
아이와 알고 지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섣부르게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아이와 친한 사람에게 먼저 물어보자.
저기, 혹시 아이가 마작을 칠 때 누군가를 타겟으로 삼아서 점수를 통제하려는 습관 같은 게 있어?
점수 통제? 하하하, 그럴 리가. 아이는 그럴 만한 수준이 안 돼.
아이는 평소에도 어리버리해서 잘 치다가도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이상하게 방총을 당할 때도 있어. 방금 전처럼 말이야. 어떻게 봐도 아니지 않아?
결정적인 순간이라……
순간 지난 남4국의 마지막에 했던 실수가 떠올랐다. 그건…… 정말로 우연의 일치였을까?
나 왔어! 응? 후배 군은 왜 그렇게 눈썹을 찌푸리고 있어?
시라이시 선배에게 상담한다
……아까 아이가 실수를 좀 해서요. 좀 이따 제가 점수를 많이 벌어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수? 아, 정말이네. 몇 번이나 총을 당한 거야……
사건의 전말을 알기 전까지는, 일단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행동할 것이다. 반장전이 끝나면 아이가 대기실로 돌아오기 전에 왜 그랬는지 물어봐야겠다.
단순한 오해였다면 내가 사과하면 될 일이다. 마음 속에 담아두면서 다음 판에 영향을 끼치는 것 보다는 낫다.
……찾았다.
대기실에서 나온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와 하가였던 남자아이가 웃으며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누나 엄청 잘하네! 나한테 점수를 이렇게나 많이 주다니, 돌아가면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아직 두 판이나 남았는데, 우리가 정말로 결승전에 올라갈 수 있을까, 누나?
물론이지! 너희들이 '장난감 세트'를 가져갈 수 있게 이 누나가 전부 다 해결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별로인 장면을 봐 버렸다. 아이가 남자아이를 봐주고 있었다는 게 확실해졌다.
아이와 남자아이가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난 후에야, 내가 있는 것을 보고는 아이가 얼굴에 웃음을 잔뜩 머금은 채로 손을 흔들었다.
{var:player_nickname}, 일부러 마중나와 준 거예요? 마침 상의할 일이 있었는데 잘됐네요.
나더러 일부러 봐주라는 소리면, 거절하겠어.
나의 안색이 점점 안 좋아지는 걸 알아차린 아이의 표정이 웃음에서 어색함으로 서서히 바뀌었다.
하, 하하…… 제가 말하는 걸 들었나 보네요. 그 아이들, 겨우겨우 8강에 오른 데다가 장난감 세트를 가지고 싶은 것 뿐이라구요. 점수는 우리가 크게 앞서고 있으니까 방총 몇 번으로 결승전에 올려 주면 애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8강에 오르는 건 누구에게든 어려운 일이야. 장난감을 받고 싶다면 본인의 실력으로 얻어야지.
그렇게나 진지할 필요 없잖아요? 그저 이벤트 대회인 데다가, 이 대형몰도 홍보를 위해 대회를 열은 것 뿐이에요. 꼬맹이들이 원하는 상품을 받지 못해서 울어버린다면, 직원들도 골머리를 앓게 되지 않을까요?
이벤트 대회도 대회야. 그리고 대회라면 진지하게 임해야지. 난 널 도와줄 수 없어.
쳇…… 쪼잔하시네요. 우리가 이만큼이나 앞서고 있는데 약한 애들을 조금씩 도와주면 좋잖아요.
그렇다면 난 기꺼이 진실한 쪼잔한 사람이 되어 주겠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게 약자의 전제 조건이라면, 난 그런 건 원치 않아.
그리고 외부인인 나는 둘째 치고서라도,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네 친구나 그렇게나 존경하는 시라이시 선배랑 말해 보기는 했어?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네요. 분명 저랑 같은 마음일걸요? 특히 나나 선배처럼 착한 사람은 백퍼센트 동의해 줄 거예요.
그러니까, 말 안 했다는 소리잖아……
됐어요, 됐어. 저는 선배랑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예요. 당신이 뭘 안다고 그러는 거죠?! 선배는 분명 제 편을 들어줄 거라고요!
어? 너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나누고 있어?
아. 오셨어요, 선배?
너희들이 안 돌아오길래 찾으러 와 봤지, 빨리 밥 먹으러 가자. 뜨끈뜨끈한 도시락이 식어버리면 아깝잖아.
시라이시 선배가 다가오자 우리는 말싸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태연하게 대기실로 돌아갔다. 시라이시 선배는 아이를 배웅하곤 내 등을 두들겼다.
후배 군이라면 점수를 만회하는 건 간단한 일이지. 방금 전에 아이가 했던 실수는 없던 일로 치자고.
글쎄요. 저도 운이 안 좋아질지도 모르는 일이죠.
이럴 때 불길한 말을 하다니, 귀엽지 않기는. 잘 들어! 선배가 괜찮다고 한다면 정말로 잘 하고 있는 거야! 자, 고민거리는 일단 밥부터 먹고 다시 작탁에서 싸워보자고!
시라이시 선배는 아이의 방총이 신경쓰여서 찾아간 걸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일단은 그렇다고 해 두는 편이 좋아 보였다. 뒤에서 험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 내가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시라이시 선배가 아이의 방법에 대해 보일 반응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말대로, 선배와 알고 지낸 시간은 내가 확실히 짧으니까……
부장전이 시작되었다. 결승전에 들어서자, 참가팀의 자리는 고정이 되었고, 내 상가에는 성정여고 마작 동아리의 멤버가, 하가는 아이에게 도움을 청한 남자아이의 동료가 자리잡고 있었다.
좋았어! 뒷도라 6장을 더하면……
계산할 필요도 없어. 배만이잖아……
상가는 눈을 질끈 감고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남풍전을 시작하기 직전, 그녀는 추격 리치로 크게 방총 당하고 말았다.
하가인 아이들은 크게 기뻐했다. 이제는 아이들이 2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아까 전에 아이가 일부러 다른 플레이어의 점수 차이를 좁히지 않았다면, 성정여고는 지금처럼 급하게 점수를 벌리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쯔모, 1본장, 1400, 2700.
계산 잘못했어. 양면 텐파이잖아. 40부는 어디서 온 거야?
똑바로 계산한 거야. 4, 5, 6, 6만은 4, 5, 6을 몸통으로 봐야 하니, 6만 단기 텐파이로 봐야지.
상가의 팀이 경기 외의 요소로 궁지에 몰린 것은 동정할 만한 요소지만, 점수는 확실하게 챙길 거다. 나는 애들을 저격하지는 않고, 모두를 공평하게 대할 것이다.
(작은 목소리로)나까지 편파적으로 행동한다면, 내가 무슨 낯으로 아이를 비판할 수 있겠어……
다들 고생했어! 이제 나한테 맡기라고!
시라이시 선배가 나가자, 아이는 날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방금 전에 나나 선배한테 말했어요! 후후, 역시 선배는 제 편이던걸요!
정말로 그랬다고?
선배가 "알겠어. 걱정하지 마. 전력을 다할 테니까 말이야!"라고 말했으니까, 안심하고 선배한테 맡기면 돼요.
전력을 다한다라……
……사실 아까 아이가 마작을 칠 때 조금 이상하게 치는 것 같아 보여서……
혼자서 끙끙대는 것도 좀 그래서, 나는 시라이시 선배에게 의심하고 있는 걸 말했다.
알겠어. 아이가 돌아오면 무슨 일인지 한번 물어볼게.
이렇게나 간단하게요? 제가 헛다리 짚었을지도 모르잖아요?
내가 아무리 인생 선배라고는 해도, 마작과 관련된 일은 후배 군한테 한 수 접어줘야 하는걸. 나는 네 판단을 믿어.
이번 판이 곧 끝날 것 같으니까 후배 군 먼저 밥 먹고 있어. 든든히 먹어야 힘도 나지 않겠어?
밥을 다 먹자,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라이시 선배가 아까 전의 일을 언제 아이에게 물어볼지 몰라서 뻘쭘해진 나는, 화장실에 가겠다는 핑계로 시합 시작 전까지 바깥을 돌아다녔다.
부장전 때 상가의 실수로 배만을 방총 당해 하가의 아이들이 2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이번 반장전으로 점수를 크게 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순위는 지킬 수 있었다.
마작실에서 나오자 시라이시 선배가 날 향해 다가오며 아까 전 질문에 대한 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 사실 어떻게 물어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아이가 먼저 나한테 애들 좀 봐주면 안되냐고, 애들을 결승전에 꼭 내보내고 싶다면서 부탁하더라고.
그럼 역시 '고의 패작'을 했다는 소리군요…… 이유는요?
질문을 꺼내자마자 바보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유 같은 건, 애초부터 중요하지 않다. 그 어떤 이유로도 '고의 패작'은 행해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이는 아이들이 원하는 결승전 상품인 '장난감 세트'를 주고 싶다고 했어. 우리 점수가 많이 앞서나가고 있으니까, 조금쯤은 양보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나 봐.
그러면…… 어떻게 하실 거죠?
아, 또 눈썹 찌푸린다.걱정하지 마, 전력을 다할 테니까 말이야.
귀여운 후배가 되려면 이런 문제는 전부 선배한테 맡겨야 하는 거야. 알아들었으면 대기실로 돌아가서 선배 응원이나 해.
말을 마친 시라이시 선배는 등 뒤로 손을 흔들며 멀어져 갔다.
나는 선배를 불러세워서 '전력을 다할 테니까 말이야'라는 게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고 했으나, 결국 물을 수 없었다. 순간, 내가 시라이시 선배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라이시 선배의 입에서 내가 듣고싶은 대답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돌아오셨네요, 마작 잘 치시던데요. 아까 전엔 너무 빠르게 나가는 바람에 도와달라고 부탁하지 못해서 아쉽네요. 자세한 건 아까 나나 선배가 말해 줬죠?
음.
내가 아이의 눈을 피해 스크린 앞에 앉음과 동시에, 시라이시 나나의 대국이 시작되었다.
(작은 목소리로)전력을 다한다라……
리치.
세 바퀴째에 양면 호형 리치…… 아직 단서가 너무 적어서, 다른 플레이어는 방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겠어.
다시 두 바퀴가 지났음에도 시라이시 선배는 단서가 될 만한 패를 버리지 않았다. 상가는 잔뜩 긴장한 채로 망설이다가, 결국 눈을 질끈 감고선 7삭을 버렸다.
상가는 자신이 오야일 때 성과를 내고 싶어 하기에, 과감하게 나가고 있음이 틀림없다. 시라이시 선배가 쯔모로 만관, 심지어 하네만을 하면, 상가는 지금까지 얻은 점수보다 잃는 점수가 더 많을 것이기에 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상가가 계속 중얼거리는 것은, 아마 자신의 패가 안전패이기를 바라는 기도일 것이다. 떨리는 손을 겨우 패에서 떼며 시라이시 선배를 힐끔 쳐다본 그녀는, 선배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자 아연실색하다가, 선배가 계속해서 패를 매만지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와…… 일부러 사람을 놀래키시다니 선배도 너무하시네요. 저 사람은 분명 자기가 쏘인 줄 알았을 거예요.
운이 정말 좋네요. 이제 남은 손패가 방총패는 아니지만, 안전패 형태를 만들어가며 수비 하려 하겠죠. 가장 좋은 건 방총패를 쯔모해서 공격을 하는 건데, 이러면 아이들이 확실하게 결승전으로 올라갈 수 있어요!
(작은 목소리로)꼭 하가는 방총을 하지 않을 것처럼 말하네……
하가의 어린애도 안전패 형태를 만들어가며 수비할 생각은 없는지, 시라이시 선배의 리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위험패를 던져대고 있었다. 마침 하가의 손패에 5만이라는 방총패가 있기는 했는데, 4, 5, 5, 6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5만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 후, 상가가 또다시 위험패를 두 번이나 버리며 손에 있는 다수의 패를 정리했다. 그녀의 눈빛엔 '까짓거 해 보자'라는 각오가 담겨 있는 듯했다. 하가는 시종일관 두려울 게 없는 것처럼 아무 패나 던지면서 화료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유일하게 혼자서 성실하게 방어하는 상대방은, 양옆의 사람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현물을 내며 방어했다. 지금 그 사람의 머릿속엔 물음표가 떠다니고 있을 게 분명했다.
……아, 텐파이다.
용감한 자에게는 달콤한 보상이 주어진다고 했던가. 상가에게 시라이시 선배와 똑같은 5, 8만 양면 텐파이가 나왔다. 하지만 리치를 외치지는 않는 걸 봐서는 들어오는 패를 보면서 점수를 높이려고 하는 것 같다.
곧이어, 하가도 텐파이가 됐다.
리치!
하가가 점수봉을 던지자, '퍽'하는 소리와 함께 5만이 쓰러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상가는 큰 소리로 '화료'를 외치며 패를 가져갔다.
아앗! 아까워라. 하지만 3판짜리니까, 아까의 배만을 따라잡기에는 한참 멀었어요.
화료.
엇……
하가는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시라이시 선배가 손패를 펼치는 모습을 바라보았고, 내 옆에 앉아 있는 아이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미안하지만, 동시 후파이야. 어디보자…… 어라? 뒷도라가 2장이니까 하네만이네.
오야의 3판에 자의 하네만을 더하고, 다시 본장의 수를 더하고 나니, 하가의 팀이 지난 판에 얻은 점수가 완전히 도루묵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시라이시 선배는 애초부터 아이들을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선배는 평소에 하던 것처럼 대장전을 치르고 있었다.
조력자를 잃은 하가는 일순간 당황한 듯, 몇 번의 실수를 하며 상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결국, 상가가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하, 전력을 다하겠다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평소의 시라이시 선배와 다를 게 없네.
어째서…… 이게 아닌데……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나나 선배, 저희한테 말한 거랑 완전히 틀리잖아요!
시라이시 선배가 대기실에 들어오자, 아이는 격분하며 달려들었다.
응? 내가 말하지 않았나?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이야.
제 말을 이해 못하셨나요. 저는……
시라이시 선배는 처음부터 널 도와줄 생각이 없었던 거야. 그걸 꼭 선배가 말로 해야 알아듣는 거야?
지금 선배랑 얘기하고 있잖아! 외부인은 빠져!
아니, 후배 군 말이 맞아. 이기고 싶으면 전력을 다해야지, 어떻게 봐줄 수 있겠어?
……이해가 안 돼요. 그냥 이벤트 대회잖아요? 왜 이렇게 진지하게 하는 거에요? ……이겨야 한다고 해도 점수는 우리가 훨씬 앞서나가고 있었잖아요! 하네만 같은 건 불필요했다고요!
그 어린애들은 그저 '장난감 세트'를 원했을 뿐인데, 나나 선배는 언제나 약자한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했으면서, 어째서……
잠깐만. 내가 사람들을 돕는 걸 좋아하는 건 맞지만, "약자한테 손을 내밀어야 한다."라고 말한 건 내가 아닌걸…… 나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야. 그런 멋진 대사는 진짜 영웅이나 하는 거지.
걔네들이 '장난감 세트'를 원한다면, 나는 결승전에서 이겨서 받은 선물을 줄 거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마작을 즐기는 게 흔한 일은 아닌데,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고 게임을 즐긴다면 너무 아쉬운 일이잖아.
……그런다고 그 아이들이 기뻐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결승전에 진출할 희망이 보였는데, 상품을 받는다고 정말로 기뻐할까요?
시합에서 진다면, 보통 즐거워하지는 않지.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분해할 수도 있지만, 그 분함은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드는 양분이 되어 줄 거야. 난 그 상품이 아이들에게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어. 물론 다음번에 더 잘할 수 있도록 만들면 더 좋고. 그 아이들이 약하다고 해서, 동정심 때문에 결승전에 진출할 기회를 주는 건 옳지 못해.
저, 저는 그런 뜻이……
하하, 긴장할 거 없어. 그런 뜻으로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 뭐. 하지만 예전에 내가 널 도와준 게 널 불쌍히 여겨서라고 생각했다면, 그리고 날 자기만족에 빠진 나르시스트라고 생각했던 거라면 난 정말로 속상할 거야.
친절한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어? 자,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자. 이제 결승전을 준비하고 승리해서 '장난감 세트'를 아이들한테 선물해 주자고.
아, 아직 한가지 일이 더 남아 있구나. {var:player_nickname}한테 사과하도록 해, 아이.
네에?! 제가 왜 사과를 해야 하죠?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방금 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 벌써 까먹은 거야? {var:player_nickname} 이 친구는 우리의 팀원일 뿐만 아니라, 내가 인정한 후배 군이기도 해. 외부인이 아니라고.
감정이 격해진 건 이해하지만, 무례한 말을 했던 건 사과해야지.
선배 말이 맞아. 아이가 사과해야 해.
어렵게 팀을 꾸려서 참가한 대회잖아. 자, 악수하고 화해하자.
너희들, 둘 다 내편 안 들어 주는 거야?! 정말이지…… 아, 알겠다니까!
아이는 토라진 얼굴로 다가와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윽…… 사과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시라이시 선배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그냥 넘어가죠.
안돼.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하도록 해.
아, 알겠어요…… (소근소근)빨리 사과하고 끝내자……
후우…… (큰 소리로)미.안.해.요! 아.까.는.말.이.너.무.심.했.어.요!
그래, 바로 그거야! 아주 잘했어!
귀가 쩌렁쩌렁할 정도네…… 굳이 이렇게까지 안 해도 괜찮은데 말이야.
안 돼요. 나나 선배가 저한테 사과하라고 했으니까, 당연히 사과해야죠. 그리고 제가 심하게 말한 것도 사실이니까, 사과하는 건 당연한 거죠.
그럼 왜 그렇게 못마땅해 하는 건데?
그건…… 나나 선배가 당신을 내가 인정한 후배 군이라고 불렀으니까요. 제…… 제가 먼저였는데! 나나 선배를 안 것도, 나나 선배를 가장 존경하는 것도 저인데, '인정한 후배'라고 말한 건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어째 경기 때보다 더 진지한 것 같은 느낌이…… 아앗, 옷깃 잡아당기지 마! 시라이시 선배, 이 녀석은 선배가 만들어 낸 괴물이잖아요, 빨리 해결…… 응? 어디 갔지?
선배가 청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두 사람을 방해하고 싶지 않으니, 대회가 끝난 후에 아이들한테 어떻게 선물을 줄지 얘기를 나누고 온다고 했어요.
쳇…… 이 사태를 만들어 놓은 원흉이 도망치다니!
덕분에 결승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난 어쩔 수 없이 아이의 원망섞인 눈빛과 불만의 목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다……
정말로 우리 주는 거야?! 고마워, 누나!
헤헤, 다음에 또 같이 마작 치자.
응! 다음 번엔 우리가 꼭 이길 거야!
결승전이 끝난 후, 우리는 우승 상품과 3등 상품인 '장난감 세트'를 교환했다. 그 후 상품은 약속한 대로 꼬맹이들에게 선물했다.
다른 두 사람은 일이 있어서 먼저 돌아갔고, 나와 시라이시 선배, 그리고 아이만 남았다.
……애들이 엄청 좋아하네. 게다가 나나 선배를 보는 눈빛이 꼭 영웅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어.
결승전에 가지 못해서 우울해 하고, 마작을 싫어하게 될까 봐 걱정했는데 지나친 걱정이었나 봐……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시라이시 선배는 자신의 선택대로 상대방을 진지하게 대했을 거야.
흥…… 이번엔 당신이 이겼어요.
이겼다니? 내가 뭘 이겼다는 거야?
분하지만 지금의 저는 아직 나나 선배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요. 당신처럼 나나 선배랑 똑같은 선택을 할 수 없었으니, 당신이 이긴 거죠.
그 말을 들은 나는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 아까 시라이시 선배가 아이의 편을 들어 줄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과연 아이보다 시라이시 선배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이런 일은 생각해 봤자다. 오늘은 예전보다 시라이시 선배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으니 그걸로 된 거 아닐까.
하지만 언젠간! 저도 나나 선배한테 "아이는 내가 인정한 후배야."라는 소리를 듣고 말 거예요! 절대 안 질 테니까요! 그럼…… 저 먼저 가 볼게요.
우리랑 같이 안 갈 거야?
아뇨. 앞으론 어떤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지 생각해 보려구요……
시라이시 선배가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돌아왔을 때, 아이는 진작에 떠난 후였다. 아이가 먼저 떠난 이유를 들은 선배는 두 손을 뒤통수에 얹으며 허탈하다는 듯이 웃었다.
엄청 진지한가 보네. 그런 아이를 방해할 수는 없지. 그럼 이제 뭐 할까? 후배 군.
날도 어두워졌는데, 일단 밥부터 먹죠.
좋았어! 하루 종일 고생한 선배한테 밀크티를 사주는 후배가 있다면 더 좋겠는데 말이야.
하하하, 마침 그런 후배가 여기에 있네요.
그럼 빨리 안 가고, 뭘 그렇게 멀뚱멀뚱 서 있어?
펄이 가득 들어있는 달달한 밀크티는 확실히 피곤한 몸을 달래기 딱이었다.
아, 까먹고 못한 말이 있어요.
응?
선배는 오늘도 멋지시네요.
헤헤, 당연하지!
달려라, 시라이시 나나!
인연 Lv.5 오픈
Possible Endings
Scenario Script
Spots 1, Scenes 343, Choices 2, Endings 2
어떤 것은 항상 빠르게 또 갑자기 다가오곤 한다. 마치 토네이도같은 사랑처럼……
비켜 주세요! 좀 비켜 주세요~~~!!!! 아얏……{var:Shake}
혹은 해안가를 휩쓴 토네이도처럼 나에게 물리적인 충격을 주고 간 시라이시 선배처럼 말이다.
쓰읍…… 아프잖아요……
후배 군? 미안미안, 괜찮아? 내가 일으켜 줄게. 자, 천천히….
방금 전에 후배 군의 머리에 부딪힌 것 같은데, 많이 아파? 아 참, 이럴 땐 먼저 의식이 있는지 확인부터 하는 게 맞는 건가…… 봐봐, 이 손가락이 몇 개로 보여?
하나요. 그럴 것까진 없어요,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이렇게 부딪혔다고 뇌진탕까지는 안 걸리니까요.
머리 괜찮냐고 묻기보다는 제 엉덩이에 좀 신경 써 주시면 안 될까요? 엉덩방아를 찧은 땅이 선배의 머리보다 더 딱딱하니까 말이죠.
휴우…… 농담하는 거 보니까 괜찮은 모양이네. 헤헤, 엉덩이가 아프구나? 이 선배 님이 위로해 주겠어.
아아아 쫌! 그만그만! 진짜 더듬는 건 아니죠! 정말이지… '청순 여고생' 컨셉인 거 기억하시라구요, 그렇게 응큼하게 웃지 말구요.
그건 그렇고,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거예요?
아…… 맞다! 지금 빨리 도망쳐야 되거든! 나중에 얘기하자! 사과의 의미로 내가 내일 밀크티 사줄게.
도망? 그 말은 지금 시라이시 선배가 누군가를 피하는 중이라는 건가? 그녀의 말이 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시라이시 선배가 다급해 하는 모습을 보니, 일단 도망치게 내버려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일단 호기심은 접어두고, 나중에 사정을 듣는 것도 늦지 않는다.
계속해서 거리를 걷던 나는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유즈가 한마리… 말라뮤트를 끌고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만약 입에 무언가가 물려있지 않고, 맑은 눈동자에서 보이는 은근한 멍청함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난 그걸 늑대로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조, 좋은 아침이야, 유즈.
큐르르? {var:player_nickname}, 좋은 아침! 정의의 마녀는 지금 한참 바쁜 참이니까 먼저 실례하지!
어, 어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바쁜 사람이 많은 건지…… 응? 잠깐만……
시라이시 선배가 도망치고 있고, 그 뒤로 유즈가 개와 함께 나타났다. 이 모습은 꼭 경찰이 범인을 쫓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아닌가? 유즈가 시라이시 선배를 쫓고 있는 건가?
……쫓아가서 물어보는 게 좋겠네. 이렇게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면, 마음 편히 돌아다니지도 못하니까 말이다.
다행히 유즈는 시라이시 선배처럼 '슈웅'하고 사라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에서 커다란 꼬리 두 개가 왔다갔다 흔들리는 모습을 본 나는 발걸음을 서둘러 유즈에게 다가갔다.
유즈, 급한 일이란게 혹시 시라이시 선배를 쫓는 거야?
큐르?! 어떻게 알았지?
후후, 그건 내가 똑똑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나라도 네가 시라이시 선배를 쫓는 이유까지는 모르겠네. 선배가 정의의 마녀한테 쫓길 정도로 나쁜 짓을 벌이기라도 한 거야?
그런 건 아냐. 유즈는 나나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특훈을 도와주는 중이야.
약점이라니?
며칠 전에, 다같이 부회장을 도와 운동장 청소를 했는데……
도와줬다고? 벌받은 게 아니라?
큐, 큐르?! 절대 아니거든! 어쨌든 운동장을 청소하면서 각자 자기가 무서워하는 걸 얘기했거든, 그런데 하늘 아래 무서운 게 하나도 없을 것 같던 나나가 개를 무서워한다고 하지 뭐야.
전에, 유즈가 약점을 극복하려는 걸 나나가 도와준 적이 있어. 결국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나나의 노력은 이 정의의 마녀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지. 그래서 보답을 하려고 준비한거야.
그래서 이 개로…… 음… 보답을 하고 있다, 그 말이야?
큐르르……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이 아이는 최근에 친구가 유즈한테 맡긴 알래스칸 말라뮤트인데, 마침 나나의 약점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겠더라고. 그래서 같이 쇼핑을 한다는 핑계로 나나가 개에 익숙해질 수 있게 하는 중이었어.
그리고 나나 선배는 개를 보자마자 놀라서 도망쳤고…… 너는 개를 끌고 쫓아가는 중인 거고?
{var:player_nickname}의 설명에 조금 틀린 부분이 있긴 하지만, 뭐,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큐르르……
그렇게 된 거구나. 유즈에게 "충격 요법이 조금 지나친 거 아닌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해우함'의 기록에서 시라이시 선배가 유즈한테 똑같은 짓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렇기에, 오늘 일은 시라이시 선배의 자업자득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시라이시 선배가 개와 친해지게 만들 생각으로 말라뮤트를 데리고 왔다면 이건 조금 지나친걸. 나도 방금 전에 말라뮤트가 뛰어오는 모습을 보고 엄청 놀랐으니까 말이야.
몸집이 작고 온순한 개로 바꿔보는 건 어때? 그러면 충격 요법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 거야.
알래스칸 말라뮤트가 조금 큰 종이긴 하지만, {var:player_nickname}, 네가 오해하고 있는 게 있어. 말라뮤트는 엄청 순종적인 강아지야. 보기와는 다르게 아주 온순하다고.
온…… 순?
……
어?! 지금 얘가 날 노려본 거 같은데? 설마 내가 얘를 화나게 만든 건 아니겠지……
큐르르, 온순한 아이라고 했잖아. {var:player_nickname}도 의심이 많구나. 못 믿겠으면 입에다가 손을 한번 넣어보면 알 거야. 얘는 입을 열고 있기만 하지, 절대로 물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알겠어. 생각해 보면 힐리의 집에 있는 모히토도 무서워 보이긴 했지만 실제로는 엄청 온순했지. 보이는 모습으로만 의심하는 것도…… 참, 얘 이름이 뭐야?
오레오.
미안, 오레오. 겉모습으로만 네 성격을 판단해 버리는 실례를 저지르고 말았네.
오레오는 내 말을 알아들은 듯, 고개를 내쪽으로 돌리며 순진무구한 눈빛을 발사했다. 나는 오레오의 귀여운 면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물론 그걸 알면서도 섣불리 손을 입에 집어넣지 못했다. 사람이란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불쌍한 생물이다.
(소근소근)그러고 보니…… 오레오가 물고 있는 저거, 머리끈 아닌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큐르르,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발걸음이 느려져서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네.
오레오, 이 방향이 맞아?
오레오는 발걸음을 멈추고서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잠시 후, 오레오는 오른쪽을 향해 '우우'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이 빠르게 꼬리를 흔들었다.
유즈는 계속해서 나나를 쫓아갈 거야. {var:player_nickname}, 이제 볼일 없으면 이쯤에서 헤어지자.
잠깐만, 나도 너희들이랑 같이 가겠어.
큐르? 왜?
왜냐니? 이한시의 정의의 마녀가 다른 사람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이한시의 선량한 시민으로서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어?
물론 전부 다 핑계다. 난 평소에 선배 행세를 하는 시라이시 선배가 무서워하는 동물을 보면서 혼비백산 하는 모습을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이유는 내가 선배를 아끼기 때문이다. 시라이시 선배가 혼자서 이리저리 쫓기는 모습을 보니 참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만약 선배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 기절이라도 한다면, 누군가는 선배를 업고 집에 돌아가야 할 테니까 말이다.
나와 유즈는 오레오의 후각을 따라 골목길을 지나며 시라이시 선배를 쫓아갔다. 우리는 시라이시 선배의 행방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선배를 보았는지 물어보면서 나아갔다.
노란 머리에 포니테일을 한 언니 말이야? 봤었어! 엄청 좋은 사람이었는걸!
아까 나무 위에 풍선이 걸려서 울고 있었는데, 나를 본 언니가 단숨에 뛰어올라가 풍선을 내려줬어!
……단숨에 뛰어올랐다고?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지금 보이는 가장 가까운 곳의 나뭇가지는 지상에서 최소 3m에서 4m의 높이를 가지고 있었다.
큐르?! 이렇게나 높이 뛰었다니, 나나가 점프를 그렇게나 잘 해?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4m나 점프할 수 있다면 시라이시 선배는 '아사바 고등학교의 슈퍼맨'이었겠지. 우리 세계관에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
……아마도 없을 거야.
그럼 풍선을 내려 준 언니가 어디로 갔는지도 알고 있어?
너희는 내 말 안 믿으니까 안 알려줄 거야, 흥!
……미안해. 하지만 '아사바 고등학교의 슈퍼맨'의 진짜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선 모르는 척을 할 수밖에 없었어. 우리는 지금 그 언니를 찾아서 긴급 상황을 해결해야만 해. 이건 너만이 도울 수 있는 일이야!
어, 언니가 정말로 슈퍼맨이었어?! 언니는 저쪽으로 갔어. 빨리 쫓아가 봐!
정의에 보탬이 되어 줘서 고마워! 유즈, 가자.
큐르르…… {var:player_nickname},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어린애한테 거짓말을 하다니. 유즈 앞에서 나쁜 짓을 하는 아이는 전부 벌을 받아야해!
잠깐만! 일단은 빨리 시라이시 선배를 찾는 게 급선무 아니겠어?! 아야……
포니테일을 한 노란 머리 여자애? 아, 방금 전에 나를 도와주고 간 사람이야!
그 애, 진짜 대단하더라! 난간에 부딪히는 바람에 놓친 택배 상자가 다른 사람 위로 떨어질뻔했는데, 택배를 발로 차고 그걸 덩크슛으로 트렁크에 집어넣지 뭐야.
게다가 얼마나 정확하던지, 택배 상자가 귀퉁이 하나 구겨지지 않았더라니까. 이렇게나 힘조절을 잘하는 걸 보면 분명 격투기의 고수가 틀림없어! 격투 만화를 많이 봤으니까 확실해!
오오~ 대단하네요. 그럼 그 다음에는요? 어디로 갔는지 봤어요?
내가 감사 인사를 하려니까 이미 저 멀리 가 있더라고. 아마 저쪽이었을걸? 마치 바람처럼 말이야. 역시 고수는 다르다니까.
{var:player_nickname}, 어쩌면 '아사바 고등학교의 슈퍼맨'이 진짜로 존재하는 걸지도 몰라.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한 건데 그게 진짜로 존재할 리가 없잖아…… 가자, 사람을 돕느라고 잠깐씩 멈추고 있는 것 같으니까 곧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말 꼬랑지 머리…… 어떤 아가씨라고?
노란색 머리요. 혹시 보신 적 있나요, 할머니?
아~ 노란색 머리…… 노란색 머리에 어떤 아가씨라고?
……실례하겠습니다. 아까 전부터 여기에 계속 서 계시던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홀홀홀…… 신경 써 줘서 고맙지만,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이상한 걸 봐서 그래.
아까 전에 맞은편에 있는 표지판을 보고 있었는데, 노란색 회오리 바람이 불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여기로 와 있지 뭔가.
큐르? 노란색 바람이라면…… 설마 규칙을 지키지 않는 마법사인 걸까?!
누군가가, 이 할머니가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은데 말이야.
아, 그러고 보니 어떤 여자아이가 "할머니, 제가 도와드릴게요"라고 하는 걸 들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홀홀홀…… 젊은애가 어찌나 재빠르던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제대로 못 봤단 말이지……
알겠습니다…… 누가 할머니를 옮겨 드렸는지 대충 알 것 같아요. 그럼 저희가 표지판을 볼 수 있게 옮겨 드릴게요.
할머니를 바래다 드린 뒤, 우리는 계속해서 오레오와 함께 시라이시 선배의 흔적을 뒤쫓았다.
멍……
오레오도 지친 것 같고, 우리도 한동안 계속해서 쫓아다녔으니 일단 쉬도록 하자.
하긴, 큐르르…… 말라뮤트는 체력이 좋은 아이인데, 오레오가 지칠 때까지 찾지 못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
그러고 보니 엄청 열심히 도망치네……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도 우리를 따돌릴 수 있다니, 얼마나 빠른 거야?!
도망치면서도 다른 사람을 돕는 걸 잊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열심이니 만큼 칭찬해 주고 싶으면서도, 적당히 하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 시라이시 선배처럼 마음씨 좋은 사람은 앞으로 분명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다.
……충분히 쉰 것 같으니 계속 쫓아가도록 하자.
이제 슬슬 그만두는 건 어때? 시라이시 선배의 체력이라면 오레오가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따돌릴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 아직 포기하기엔 일러. 게다가 오레오도 나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하니까 말이야.
중요한 일? 뭐, 그럼 계속해서 쫓아가 볼까.
……그런데 이 길을 쭉 따라가면 아사바 고등학교로 가는 거 아냐? 설마 학교 안으로 피신한 건가?
내 추측이 맞았다. 오레오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 보니, 우리는 아사바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우리는 교문과 운동장을 지나 학교 건물에 들어섰고, 마침내 복도 끝에 있는 문 앞에 도착했다.
컹~
오레오가 흥분하며 도는 모습을 보니, 나나 선배는 아무래도 이 안에 있는 것 같네.
여기라면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겠다. 빨리 들어가 보자.
잠깐만 문 열지 말아 봐. 도망칠 곳도 없는 곳에 숨었을 거라고 생각해? 일단 먼저 여기가 어디인지 확인하는 게 좋을 거야.
큐르?! 하, 학생회 사무실이잖아……{var:Shake}
오늘이 주말이긴 해도 렌이 여기서 추가 근무 중일지도 몰라. 전에 원예 동아리를 도와주려고 주말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렌은 일하고 있었거든.
내 기억상으론…… 아사바 고등학교의 교칙에 의하면, 특수한 상황이 아닌 한 애완동물을 교내로 들여보낼 수 없다고 되어 있었지?
그, 그렇구나, 큐르르……
물론, 렌이 없을 수도 있지. 그럼 문을 열고 확인해 보는 건 어때?
여, 열지 마! 유즈는 학생으로서 학교 규칙을 준수해야 해. 방금 전엔 나나 때문에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유즈는 여기서 벗어나야겠어. 오레오, 가자!
유즈는 목줄을 끌어당겼지만, 오레오는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레오는 유즈의 발꿈치를 문지르며 물고 있던 머리끈을 흔들었다.
큐르르? 아, 아…… 그렇구나, 유즈는 이해했어.
오레오가 뭐래?
오레오가 자기 대신 이걸 나나한테 돌려 달래. 이게 바로 오레오가 계속 나나를 쫓던 이유였어……
유즈가 떠난 후 나는 학생회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기 전에 나는 렌에게 주말에 방문한 이유에 대한 변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안에는 테이블 뒤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시라이시 선배밖에 보이지 않았다.
선배, 추격전은 재미있으셨나요?
유즈는 없지…… 휴우…… 후배 군도 너무한 거 아냐?! 날 돕기는 커녕 유즈랑 같이 날 쫓아오다니!
저는 걱정이 돼서 따라간 건데, 선배가 너무 빨리 도망치는 바람에 못 쫓아간 거라구요. 그리고 방금 전에 제가 적당히 막지 않았다면, 유즈는 분명 말라뮤트랑 같이 여기로 뛰어들었을 거예요.
아…… 다 자업자득이야. 분명 전에 유즈의 약점을 극복시켜 준다고 고집을 부린 일 때문에 화가 난 걸 거야.
유즈는 단순히 선배의 약점을 극복하는 걸 돕고 싶었을 뿐인걸요. 선배가 했던 것처럼 말이죠. 자, 이거 선배 거죠?
어라? 이건 내가 예비용으로 들고 다니는 머리끈이잖아? 후배 군, 이거 어디서 주웠어?
오레오라고 하는 알래스칸 말라뮤트가 주워서 줬어요. 계속해서 쫓아오던 이유가 바로 이 머리끈을 돌려 주기 위해서였더라고요.
아…… 그랬구나. 일부러 날 놀리려고 쫓아오는 줄 알았는데. 전부 내 오해였네. 조금 미안한걸……
후배 군, 나 대신 유즈랑 오레오한테 감사 인사를 전해 줄 수 있을까? 마음 같아선 내가 직접 감사 인사를 하고 싶지만…… 하아, 나는 그럴 수가 없지……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개를 무서워하는 건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무서워하는 동물한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대단한 거예요.
게다가 지금 같은 시대에 꼭 만나서 감사를 전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죠. 이럴 땐 정말로 과학 기술의 발전에 감사하게 된다니까요.
나는 핸드폰을 들어 유즈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고 전화는 금세 연결되었다.
무슨 일이야? {var:player_nickname}.
시라이시 선배한테 머리끈을 돌려줬어. 선배가 너희들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는데, 옆에 오레오 있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놀고 있어. 유즈가 지금 부를 테니까 기다려. 오레오!!
컹!
화면 속에서 활기에 찬 오레오의 소리가 들려왔다. 시라이시 선배가 카메라로 가깝게 다가온 오레오를 봐도 전혀 무서워 하지 않는 걸 보니, 개를 무서워하는 약점을 극복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머리끈을 가져다 줘서 고마워, 오레오.
컹!
유즈, 오늘 하루종일 허탕만 치게 만들어서 미안해. 일부러 내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한 것도 고맙고. 하지만…… 지금은 아직 개랑 같이 어울릴 수는 없을 것 같아.
괜찮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는 거지. 하지만 유즈는 포기하지 않겠어! 계속해서 노력하다 보면 나나도 분명 약점을 극복할 날이 올 거야. 나나도 유즈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줬잖아? 큐르르! 같이 힘내자고!
아, 알겠어……
그런데 이렇게 화면 너머로 보니까 오레오도 엄청 귀여운 것 같아. 오늘 하루종일 날 쫓아다니느라 엄청 고생했겠지……
좋았어. 조금 더 노력해서, 다음에는 용기를 짜내서 오레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겠어.
컹컹!
한 말은 반드시 지켜야 된다는 거 알죠? 제가 옆에서 지켜볼 테니까 도망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예요. 후후…… 도망치면 전력을 다해서 막을 거라구요.
뭐? 지금이야말로 용감하게 나서서 선배를 지켜 주겠다고 말할 타이밍 아냐? 에잇, 정말이지 센스없는 후배 군이라니까……
무슨 일이에요? 긴장한 것 같은데, 도와드릴까요?
그게…… 조금 복잡한 일이라 짧게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냐.
큐르! 목표 발견!
뭐어?! 벌써 쫓아왔다고?!!!{var:Shake}
내 뒤에서 유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시라이시 선배는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눈치챈 나는, 속도를 높혀 선배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무슨 상황이에요? 유즈한테 쫓기다니,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한 건가요?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리고 난 유즈한테서 도망치고 있는 게 아니라, 유즈가 데리고 있는 개한테서 도망치고 있는 거라고!
고작 개 한 마리 때문에 도망친다고요?!
뒤를 돌아보니,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는 말라뮤트가 유즈를 끌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우리를 쫓아오는 게 보였다. 말라뮤트의 기세에 압도 당한 행인들은 알아서 길을 비켜주고 있었다.
……컹!
방금 전에 했던 말 취소! 저걸 보고 누가 안 도망치겠어?!
그렇다니까!
하아…… 하아…… 겨우 따돌린 것 같네요.
너까지 같이 뛰게 만들어서 미안해, 후배 군.
괜찮아요, 제가 궁금해서 따라온 거니까요. 하루 종일 같이 도망쳤으니까, 이제 무슨 일인지 말해 주시죠?
전에 유즈가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할 때 내가 개를 무서워한다는 말을 꺼냈었거든.
그런데 오늘 유즈가 갑자기 날 위해서 특별히 큰 개를 데리고 온 거야. 개랑 같이 노는 충격 요법을 쓴다면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면서 말이지.
충격 요법…… 이해는 하지만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한테 처음부터 알래스칸 말라뮤트와 친하게 지내라고 하는 건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
그게 아니야, 후배 군. 큰 개도, 작은 개도 무서워해야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야! 진짜로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나처럼 다 겁쟁이라니까!
자기가 겁쟁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나 당당할 수 있다니……
(작은 목소리) 으아앙……
응? 이 소리는…… 누가 울고 있나?
후배 군, 저 여자아이가 울고 있는 것 같아. 가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자.
괜찮니? 왜 여기서 혼자 울고 있는 거야?
풍선을…… 못 꺼내겠어…… 으아앙……
……아, 선배, 저거 보세요. 아마 저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풍선을 말하는 건가 봐요.
풍선의 위치는 알아냈지만, 나뭇가지의 높이는 족히 3m는 돼보였다. 풍선을 꺼내려고 해도 분명 쉽지 않아보였다.
잘했어, 후배 군. 어디 있는지 알기만 하면 금방 꺼낼 수 있지. 우리가 풍선을 내려 줄 테니까 너도 이제 그만 뚝 하는 거야.
후배 군, 좀 도와줘.
어떻게 하려고요? 나무를 타야 할 것 같은데, 유즈가 쫓아오면 어떡해요?
금방 끝낼 테니까 괜찮아. 후배 군은 두 손을 교차시켜서 내 다리를 받치도록 해. 내가 밟고 올라가면 힘껏 밀어 올리는 거야.
아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준비 됐지?! 그럼 간다!
시라이시 선배가 뒤로 물러나더니, 심호흡을 하며 내 앞으로 점프했다. 나는 배구공을 위로 올리듯이 선배를 밀어 올렸다. 그리고 힘을 받고 높게 뛰어오른 시라이시 선배는 빠르게 풍선을 낚아챘다.
잡았다!
이게 진짜로 되네?! 이 점프력…… 아사바 고등학교의 슈퍼맨인가……
여기 풍선이야. 이제 잃어버리면 안 된다?
고마워, 언니! 언니 진짜 대단하다! 방금 엄~청 높이 뛰었어!
헤헤, 별 거 아냐.
사건 해결이네. 그럼 계속해서 도망쳐 볼까, 후배 군.
일단 진정하는 게 어때요? 계속 도망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말라뮤트는 체력이 좋은 걸로 유명한데, 훨씬 더 잘 버틸 자신 있어요?
선배가 아무리 힘이 넘친다고 해도, 말라뮤트랑 지구력을 겨룰 필요는 없잖아요. 이겨봤자 얻는 것도 없고, 지면 벌칙밖에 없으니 결국엔 손해인거죠.
그렇기는 한데, 내일 학교에서 처리해야 할 부탁이 있단 말이야. 그건 어떻게 하고?
어디보자…… 어?
좌측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카페의 간판에는 '애완동물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일단 저기에 있는 카페에 숨어 볼래요? 애완동물 출입금지니까, 유즈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면 쉽게 따돌릴 수 있을 거예요.
굿 아이디어! 카페로 들어가자. 마시고 싶은 걸로 시켜, 내가 살게.
우리가 카페로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즈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카페 안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계획대로 순조롭게 유즈의 추적을 따돌린 후, 시라이시 선배는 동생으로부터 공부를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먼저 돌아갔다. 한가해진 나는 이치히메랑 시간을 때우려고 혼천 신사로 가는 길에 말라뮤트를 끌고 다니는 유즈와 다시 마주칠 수 있었다.
{var:player_nickname}~ 왜 혼자 있지? 나나는?
일이 있어서 먼저 집으로 돌아갔어. 시라이시 선배의 약점을 극복하는 일은 내일로 미뤄야 될 것 같은데.
큐르르…… 알겠어. 오레오, 그럼 그 물건은 내일 학교에서 돌려줘야 할 것 같네.
오레오라고 불린 알래스칸 말라뮤트는 유즈의 말을 알아들은 듯, 귀를 쫑긋 세우고선 '우우'라고 하면서 입에 물고 있던 머리끈을 유즈에게 건네 주었다.
설마 아까 전에 우리를 쫓아온 이유가, 그 물건을 선배한테 돌려 주려고 했던 거였어?
맞아. 나나가 도망칠 때 떨어뜨린 걸 오레오가 주워서, 돌려 주려고 쫓아가던 중이었어.
하하, 제법 영리한 녀석이네.
내가 오레오의 머리를 만지려고 하던 그 순간, 오레오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재빠른 반응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괜찮아. 오레오는 사람을 물지 않으니까 만지고 싶으면 마음껏 만져. 주먹을 오레오의 입 속에 넣어도 그냥 입만 벌린 채 아무 것도 안할 거야.
그, 그래? 그래도 주먹을 입에 넣어 볼 정도로 간이 크진 않아서 말이지……
컹……
음음…… 오레오는 의외로 온순한가봐, 보기와는 다르네.
맞아. 보기에만 이렇지 실제로는 엄청 얌전하고 살짝 바보 같은 면도 있어. 보이는 사람마다 달려들어서 인사를 한다니까.
다른 개들이 으르렁거려도 같이 놀자는 줄 아는 데다가, 큐르르…… 그래도 듬직하게 생겨서 천만다행이야. 아니었으면 금세 괴롭힘 당했을걸.
나나가 너무 빨라서 아쉬워. 오레오가 이렇게 순둥이인 걸 알았다면, 개를 무서워하는 나나라도 같이 놀 수 있었을 텐데.
글쎄, 선배는 작은 개도 무섭다고 하니까 말이야. 물론 오레오는 순둥이니까 한번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내 착각인가? 왠지 모르게 오레오가 뭔가 기분 나빠하는 것 같은데?
그르르……
예리하네. 오레오가 조금 실망했나봐, 아무래도 나나한테 특별한 호감이 있는 것 같아. 나나한테서 자신과 같은 냄새를 느낀 모양인데, 오늘 같이 놀지 못해서 아쉬워하는걸.
같은 냄새? 그게 무슨 뜻이야?
유즈도 잘 모르겠어. 오레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니까.
(작은 목소리)……어? 누구랑도 잘 지내고…… 열정적이고…… 다른 사람이 기분 나쁘게 대해도 화내지 않고…… 똑부러지고…… 달리기가 빠르고……
나는 오레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다가 순간 누군가의 모습과 겹쳐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푸하하하하……!!
왜 웃는 거야?
재미있는 일이 생각났어. 그렇네, 오레오가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네.
큐르르? 이런, {var:player_nickname}도 이해했는데, 유즈만 이해 못한 건가!
어째 날 욕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잘 생각해 봐. 오레오의 누구랑도 잘 지내는 이런 성격, 누구랑 엄청 닮은 것 같지 않아?
그렇게 말하니…… 아, 유즈도 이해했어. 오레오가 나나랑 놀고 싶어 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나. 같은 타입이라면 나나도 분명 오레오랑 같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거야! 좋았어! 나나의 약점을 극복할 희망이 보였어!
나도 어느정도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나중에 내가 오레오랑 같이 놀자고 시라이시 선배를 설득해 볼게. 오늘은 더 이상 선배를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어.
그럼 이제…… 오레오, 괜찮으면 나랑 같이 놀까?
컹?! 컹컹!
하하, 놀아 준다고 하니까 금세 신나하는구나. 그럼 공원으로 가서 놀아볼까.
원래 계획도 취소되었겠다, 나는 사교적이고 충실한 커다란 강아지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함께 놀았다. 시라이시 나나 선배와 함께 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컹!
천, 천천히! 유즈, 조금만 더 천천히 달릴 수는 없어?
그건 어려워. 오레오는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금방 잊어버려서 말이야.
다시 한번 미친듯이 달리면 내 체력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카페에 숨어서 유즈가 지나가기를 기다린 후,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거다. 이 방법으로 유즈의 추격을 피할 수 있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다시 마주치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아사바 고등학교로 대피하는 건 어때요?
괜찮을까? 학교 규칙상으론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애완동물을 데리고 오지 못하게 되어 있긴 하지만… 오늘은 휴일이라 유즈가 개를 데리고 학교에 간다고 해도 아무도 막지 않을 텐데.
다 생각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가시죠, 여기서 시간을 지체하면 유즈가 쫓아올지도 몰라요.
……할머니, 다리가 불편하시니 다음에 외출하실 땐 옆에서 같이 있어 줄 사람을 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안그러면 혼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너무 위험해요.
홀홀…… 고맙네. 정말로 친절한 아가씨구만.
내가 방금 전에 표지판을 제대로 못 봐서 그런데, 괜찮다면 다시 반대편으로 데려다 주지 않겠나? 괜히 고생시키는구만.
그, 그러세요? 죄송해요, 지금 당장 반대편으로 같이 가드릴게요!
홀홀홀…… 다른 사람의 등에 업혔던 건, 아마 젊었을 적 영감의 등이 마지막이었겠지……
후배 군, 오래 기다렸지? 이제 가자! 두 블럭만 더 가면 학교야.
도망치면서 다른 사람까지 돕다니, 그러다 잘못하면 잡히는 거 아니에요?
어쩔 수 없잖아. 곤란한 사람을 봤는데 가만히 내버려 둘 수도 없고 말이야.
중간중간 계속 멈춰대고 있는데도 아직 유즈가 우릴 쫓아오지 못했다니.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좋은 일을 한 것에 대한 보답이 따라온 건지 모르겠네요.
헤헤, 당연히 후자지!
가시죠, 이 블럭만 지나면 학교예요.
나나, 안에 있지? 빨리 나와.
미안하지만, 우리는 오늘 렌을 도와주려고 학교에 나와 있는 거야. 유즈, 너도 같이 렌을 도와주러 온 거야?
큐르?! 부, 부회장이 안에 있다니…… 이런, 쫓아다니는 것만 신경 쓰다가 여기가 학생회 사무실이라는 걸 잊었어……
컹!
쉿! 조용히 해, 오레오. 빨리 가자, 다른 곳에서 놀자.
렌이 네가 학교에 개를 데려온 거냐고 묻고 있어.
아니아니아니, 내가 학교에 개를 데려왔을 리가 없잖아! 유즈는 방해 그만하고 이제 가보도록 할게!
후후, 역시 부회장의 위엄이란.
학생회 사무실로 도망치고 부회장을 들먹어서 유즈를 도망치게 만든다. 꽤 하는데, 후배군? 좋은 아이디어였어.
그러니까 좋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잖아요.
급하게 나갈 거 없이, 유즈가 학교에서 나가는 걸 확인한 후에 나가도 늦지 않아요. 마침 창문으로 교문을 볼 수 있으니까……
우리는 잡담을 나누면서, 유즈가 학교에서 나가는 걸 확인한 후에야 학생회 사무실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선배는 왜 개를 무서워하는 건가요? 개한테 물린 적이라도 있어요?
후배 군은 독심술이라도 배웠어?! 정확하게 맞췄어. 어렸을 때 개한테 물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개가 무섭더라고.
물론 모든 개가 사람을 무는 것도 아니고, 나도 그걸 알고는 있지만 말이야……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도 있잖아요. 더군다나 선배는 어렸을 때 개에 물린 거니까요. 더군다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더욱 오래 가죠.
개에 물렸을 때의 그 흉악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 게다가 그 개는 날 물기 전까지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았단 말이야……
그래서 지금도 눈앞에 있는 개가 아무리 온순하게 굴어도 섣불리 손을 대진 못하겠어. 에이, 나는 정말 별로라니까……
그런 식으로 자신을 비하하지 말아 주세요. 머리로는 알면서도 두려워하는 게 사람이라는 성가신 생물이에요. 그리고 굳이 약점을 극복하려고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헤헤, 후배 군이 그렇게 말해 주니까 안심이 되는걸.
멍!
어, 어디서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설마 유즈가 돌아온 건가?!
긴장할 거 없어요, 유즈가 데리고 있던 말라뮤트는 더 크게 짖으니까요. 보세요, 이건 개들이 싸우고 있어서 나는 소리예요.
놀래라……
사람이 싸우든, 개가 싸우든 멀찍이 떨어져서 상관하지 않는 게 최고야…… 그런데 이상하네, 저 두 아이는 개 옆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을 보니, 아마 개들이 싸우는 소리 때문에 겁에 질려서 몸이 굳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작은 목소리)시간이 지나면 선배가 이전에 무서웠던 기억을 떠올릴지도 몰라. 하지만 아이들을 저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멍?
아…… 선배, 혹시 돌맹이를 던진 거예요?
어, 응……
멍! 멍멍멍!!!
도, 도망치자! 개들이 쫓아오고 있어! 너희들도 빨리 도망쳐!
감사합니다!!
말라뮤트한테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더니, 이번에는 들개 무리한테 쫓기고 있다.
개를 무서워하는 거 아니었어요?! 개들을 화나게 해서 어쩌자는 거예요!
애들이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니까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말았어! 말할 시간에 너도 빨리 도망치기나 해!
멍멍멍!!!!!
누가 들어도 적의를 가지고 있는 소리잖아요. 으…… 차라리 말라뮤트한테 쫓기는 게 낫겠네요!
하아…… 하아…… 하아…… 도대체 언제까지…… 쫓아오는 거야……
시라이시 선배의 숨이 점차 가빠져 왔다. 아무래도 긴장한 만큼 체력이 평소보다 더 빠르게 소모되는 것 같다. 안 그래도 오늘은 하루종일 쫓겨 다닌 만큼,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할지도 모른다.
선배, 나무에 올라갈 수 있어요? 선배가 나무에 올라가면 제가 개들을 유인할게요!
안돼…… 나, 힘이 안 들어가. 더 이상은 못 뛰겠어!
머, 멈추지 마세요! 이런, 빨리 방법을 생각을 해야 해……
컹!!
절체절명의 순간, 시라이시 선배와 들개 무리 사이에 유즈와 같이 다니던 알래스칸 말라뮤트가 나타났다! 갑자기 커다란 덩치가 나타나자 들개들은 그 자리에 멈춰서며, 말라뮤트를 향해 불안한 것처럼 낮게 짖기 시작했다.
멍…… 멍……
……컹! 컹컹!
깨개갱……
줄줄이 꼬리를 말고 도망쳤네…… 휴우, 들개들이 독하게 나왔으면 제아무리 말라뮤트라고 해도 힘들었을 텐데, 다행이야.
오레오~ 큐르? {var:player_nickname}, 그리고 나나잖아. 왜 여기에 있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실수로 들개 무리랑 마주쳤는데, 말라뮤트가 나서서 우리를 도와줬어. 안 그랬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하기 싫네.
어쩐지 방금 전에 공원을 지나가던 오레오가 갑자기 흥분하면서 뛰어가더라니, 너희들의 냄새를 맡아서 그런 거였구나.
이 말라뮤트 이름이 오레오야? 고마워, 오레오. 네 예민한 후각 덕분에 살았어.
컹……
들개 무리가 멀리 도망치자, 말라뮤트는 왠지 모르게 실망한 듯 땅에 떨어진 물건을 입에 물고선 시라이시 선배를 향해 다가갔다.
개, 개가 오고 있어! 후배 군, 빨리 쫓아내 줘!!!
오레오는 시라이시 선배의 앞에 멈춰서더니, 더 이상 가까이 가지 않고 계속해서 머리를 흔들어댔다.
……유즈, 오레오가 나나한테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았어? 맞아. 오레오가 나나를 계속해서 쫓아간 이유는, 바로 입에 물고 있는 물건을 돌려주기 위해서였어.
입에 물고 있는 물건…… 어? 저건 내 예비용 머리끈이잖아?
아까 도망쳤을 때 땅에 떨어뜨렸어. 그걸 오레오가 주워서 돌려 주려고 계속 쫓아갔던 거고.
그랬……구나……
오레오는 시라이시 선배가 자신이 무서워서 다가오지 못하는 걸 눈치챘는지, 조심스럽게 머리끈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머리끈을 주운 선배는 얼굴을 붉히며 오레오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난 네가 쫓아오는 게 날 놀리려고 그러는 줄로만 알았어. 물건을 돌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날 지켜줘서 고마워.
후배 군, 나 대신 오레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있겠어? 내가 직접 쓰다듬고 싶지만 아직 겁이 나서……
물론이죠, 저한테 맡겨 주세요. 도망치지 않고 감사 인사를 하려던 것만으로도 이미 큰 발전인걸요.
잘했어. 오늘 하루 종일 고생했어, 오레오.
컹컹.
고맙다는 말은 유즈가 대신 전해 주겠어……
……컹.
큐르르? 오해라고?
오레오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까 나나는 오레오가 자기를 지켜줬다고 했잖아, 그런데 오레오는 나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하겠대.
어…… 내가 표현을 제대로 못 했나?
그렇게 하루종일 얘기해 봤자 이해 못할걸? 이 몸이 번역해 주지멍.
멍지로, 어쩐 일이야?
산책 중에 젊은 개 몇 마리가 "공원에 키메라가 있어"라고 떠드는 걸 들어서, 도저히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와봤다멍.
키메라는 무슨, 알래스칸 말라뮤트 친구잖아. 젊은 개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니까멍.
개들이 '키메라'는 알면서 왜 알래스칸 말라뮤트를 모르는 건지에 대해선 태클 걸지 않을 테니까, 일단 오레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얘기해 주면 안 될까?
좋다멍. 형제, 방금 전에 오해라고 한 건 무슨 뜻이냐멍?
컹, 컹컹컹…… 컹!
멍멍, 그렇게 된 거구나. 내가 말라뮤트 친구의 말을 전해 주겠다멍.
"들개들이 너희들을 괴롭히고 있었던 거야? 깜짝 놀랐네, 나는 너희들이 놀고 있는 줄 알고 일부러 빨리 왔던 건데, 들개들이 왜 그렇게 빨리 사라진 거야?" 라고 말했던 거라고 한다멍.
그래서 아까 시라이시 선배가 자기를 지켜줬다고 했을 때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했던 거구나…… 아니, 고작 몇 번 컹컹거렸을 뿐인데 이렇게 길게 말했다고?!
개의 언어를 인간이 이해할 필요는 없지. 어쨌든 간에 이런 상황이다멍.
……하하하, 생긴 건 박력있어 보이는데, 보기보다 천진난만한 녀석이었네?
큐르르, 말라뮤트는 반전매력이 있는 편이지. 오레오는 다른 개들보다 더 무신경한 편이야. 다른 사람이 욕을 해도 그냥 놀자는 줄 안다니까. 강하게 생겨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이리저리 치이는 신세였을 거야.
걱정할 거 없어, 나나. 오레오는 비교적 친근하게 구는 데다가, 뛰어노는 걸 좋아해서 평소엔 엄청나게 온순하거든. 오레오랑 자주 놀다 보면 분명 개를 무서워하는 약점도 극복할 수 있을 거야.
동감이야. 아직은 좀 어렵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다 보면 이 커다란 친구랑도 친하게 지낼 수 있겠지.
컹컹!
이 녀석이 네 몸에서 자기랑 같은 냄새가 난다고, 앞으로 친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멍.
같은 냄새…… 그게 무슨 뜻이야?
같은 냄새…… 풉!!
열정적이고, 누구와도 잘 지내고, 달리기를 좋아하고…… 척 보자마자 서로 닮은 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다니, 오레오는 후각 뿐만이 아니라 직감도 굉장히 예리한걸.
시라이시 선배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우리가 웃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선 눈을 감았다 떼더니 '알았다'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내 팔에 고통이 전해져 왔다.
자, 잠깐만요! 다들 웃고 있는데 왜 내 팔만 꼬집는 건데요?!
그거야 당연히 네가 제일 크게 웃고 있으니까지! 웃지 마! 으아아아아!! 웃지 말랬지……!
가짜 연애
계약 오픈
Possible Endings
Scenario Script
Spots 1, Scenes 406, Choices 4, Endings 2
……아! 후배 군 왔구나!
이날, 꿀 같은 낮잠을 청하려던 찰나, 시라이시 나나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 나와 함께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는데,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졸음을 참고 약속한 커피숍으로 가 그녀와 만났다.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그게…… 후배 군 네가 생각하기에 나란 사람, 어떤 것 같아?
갑자기 그런 걸 왜 물어요? 학교 게시판 설문조사에요?
그건 아닌데, 일단 내 질문에 대답해 줘.
잠깐 생각 좀…… 털털하고, 붙임성 좋고, 남을 돕는 걸 좋아하고, 전반적으로 말해 좋은 사람이고, 그냥 가끔씩 몸이 머리보다 앞서 나가서 실수를 저지르는 타입이죠.
아, 맞다, 개를 무서워하고.
으음…… 약점은 됐다고. 성격 이외에 평가할 만한 부분은? 예를 들면 외모가 어떻다던가.
외모는 당연히 귀엽죠.
오!! 대, 대략 어느 정도로 귀여운 건데?!
사,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정도일까?!
진정해요. 선배의 외모로 보면… 남자친구를 사귀는 게 확실히 어렵지는 않겠죠.
흐흥! 역시 후배 군도 그렇게 생각하는군.
표정도 좀 진정시켜야겠는데요, 몇 마디 칭찬에 콧대가 하늘을 찌르겠네 이 친구.
그 정도는 아니잖아, 아, 다시 돌아와서…… 그럼, 후배 군은 이런 나하고 데이트할 생각이 있을까?
아, 나를 불러내서 같이 놀고 싶은 거였구나. 빙빙 돌리지 말고 그냥 말하지 그랬어요.
같이 놀러 가자는 게 아니라, 데이트, 그러니까…… 연인처럼 하는 그런 데이트!
연인처럼 하는…… 데이트?
이 당돌한 초대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것은 시라이시 선배가 준비한 몰래카메라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몰래카메라를 찍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시라이시 선배의 얼굴이 점차 수줍게 빨개지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그녀는 진심인 듯하다.
그렇다면, 나의 대답은 당연히……
괜찮긴 한데……
왜 그렇게 머뭇거리는 거야…… 하지만 좋아! 후배 군이라면 분명 받아 줄 줄 알았어.
일단 너무 그렇게 기뻐하진 마세요, 갑자기 데이트라니, 무슨 일 있는 거죠? 아무 생각 없이 그랬다고는 하지 말아 줘요.
음…… 후배 군. 평소에는 둔하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예리하지.
빨리 제대로 설명 안 해 주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답니다~
아, 아, 아니야, 지금 설명해 줄게! 어떻게 된 거냐면, 며칠 전에 친구랑 수다를 떠는데……
무슨 뜻인지 알았어요, 하지만 전 거절할게요!
에…… 에?!!! 후배 군, 설마 이 귀엽고 섹시하고 사람을 홀리는 매력적인 선배랑 데이트하고 싶지 않은 거야?!
섹시하고 사람을 홀린다는 얘기는 어디서 나온 거야…… 아무리 귀엽고 섹시하고 매력적인 선배가 데이트 신청을 했다고 쳐도, 이건 너무 갑작스러워요. 어떻게 바로 대답할 수 있겠냐구요.
그, 그럼 어떻게 해야 받아 줄 거야?
적어도 무슨 일인진 알려 줘야죠. 설마 아무 생각 없이 그랬다고 하지는 않겠죠.
알았어…… 사실은, 며칠 전에 친구랑 수다를 떨다가……
나나쨩, 진짜 다음주에 우리랑 노래방 안 갈 거야? 농구부에 새로 온 잘생긴 애도 어렵게 꼬셨는데, 듣기론 활발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타입이 이상형이래. 이런 기회를 놓치면 너무 아깝잖아!
여, 역시 관두자. 다음 주엔 바쁜 일정이 있으니까, 너희끼리 재밌게 놀아.
에휴, 매번 남자를 소개해 주려고 할 때마다 핑계 대면서 도망 친다니까. 청춘은 짧다구. 나나쨩의 봄에는 어째서 새싹이 움트는 기미도 안 보이는 걸까?
내 스케줄은 항상 가득 차 있잖아, 주말에도 자주 운동부에 지원을 나가야 하고,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어. 차라리 "내 애인은 바로 이 학교야!" 라고 말하는 게 나을 수도.
말 돌리지 마, 난 진지하다고. 왜 그런 말도 있잖아. 연애할 시간은 스펀지 속에 물과도 같다, 짜내면 결국엔 나온다는 거지. 꼭 지금 누군가와 사귀지 않더라도 다른 이성을 알아가면서 나중을 준비할 수 있잖아. 근데 어째서 아예 생각조차 안 하려는 걸까, 설마……
너 몰래 연애하고 있는 거 아냐? 남자친구가 허락을 안 해 줘서 친목 모임에도 안 나오는 거고?
무슨 헛소리야, 정말 바빠서 그런 것 뿐이야.
음…… 그렇겠지, 네가 정말로 연애를 하고 있었다면, 연애 위원회의 위원장인 내가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지.
그런 조직은 언제 생긴 거야, 부회장한테 신고는 한 거냐고……
후훗, 어쩌면 히쨩이 눈치채지 못한 걸지도. 난 최근에 나나가 나도 모르는 사람이랑 자주 노는 모습을 봤어. 근데 그 사람, 우리 학교 사람은 아닌 것 같던데.
그러고 보니…… 나도 며칠 전에 나나가 누군가랑 손을 잡고, 유즈가 데리고 있던 말라뮤트한테 쫓기면서 뛰어다니는 걸 봤어. 혹시 우리가 본 게 동일 인물은 아니겠지?
자, 잘못 본 거겠지, 손은 잡지 않았다고……
아! 설마, 나나쨩이 항상 입에 달고 다니던 그 '후배 군'?
하아?! 나랑 후배 군은 그런 게 아니──
호오…… 나의 연애 레이더에 오류가 날 때도 있다니. 대단해! 나나 학생, 흔적도 없이 감추다니. 이제 제대로 말해 주실까! 누구야?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언제부터 사귀게 된 거야?!
너,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
해명을 하려 든다는 건 무언가를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 그리고 이건 곧 인정을 뜻하지. 모두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는데, 만약 궤변을 늘어놓는다면 보기 좋지 않을거야, 나나.
나는 이번 주말에 남자친구랑 데이트하기로 했으니까 너도 그 사람 데리고 와서 같이 놀자.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한번 봐야겠어. 내가 소개해 준 산더미 같은 미남들을 제쳐두고 너의 마음을 사로잡다니 말이야. 그럼 주말에 만나기다!
자, 잠깐, 히쨩. 내 말을 들어봐!
좋아요, 모든 게 이해됐어요. 근데 그냥 오해였다면 왜 바로 해명하지 않고, 사람까지 찾아가면서 가짜 연인 행세를 하기로 한 거예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가 이러는 건 다 고충이 있어서야.
히쨩은 나한테 남자들을 많이 소개해 줬어, 엄청 적극적으로 말이지. 그래서 계속 거절하는 것도 뭔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이왕 이렇게 오해하게 된 거, 이것도 기회라고 생각했어. 아예 내가 진짜로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면 더 이상 남자친구를 소개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단 말이지.
그렇군, 일리가 있네요.
그러고니 예전에 뉴스에서 결혼 독촉을 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가짜 연인을 고용해 집으로 데려가니 한동안 잠잠해졌다는 그런 얘기를 본적이 있다. 시라이시 선배도 비슷한 방법으로 그 열정적인 친구를 상대하려나보다.
부탁해, 후배 군! 이 일은 가장 믿음직스러운 후배 군한테 부탁할 수밖에 없어, 꼭 도와줘!
……알았어요, 최대한 협조해 줄게요. 하지만 들통나면 선배가 알아서 해결해야 돼요.
도와주기만 한다면, 뭐든 좋아! 고마워 후배 군! 오늘은 내가 쏠게,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아, 아, 아니면 좀 적당하게 시켜도 좋고, 용돈이 좀 빠듯해서……
별것도 아닌 일인데, 너무 그럴 필요 없어요. 그럼 데이트 전에 우선 그날 뭘 할지 생각해 보죠, 만나자마자 들통나 버리면 너무 민망하니까요.
시라이시 선배가 불쌍한 태도로 내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후배 군'으로서 이런 때에 손을 뿌리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그런 스캔들로 오해를 사게 된 것에는 나도 관계가 없다고 할 순 없으니……
데이트 당일. 나는 특별히 일찍 일어나 외모를 좀 꾸민 다음 미리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다. 길가의 고양이와 잠시 놀고 있으니 시라이시 선배가 가방을 메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에? 웬일이야, 후배 군이 먼저 와 있다니.
오늘은 데이트 날이잖아요? 선배가 절 기다리게 할 수는 없죠.
헤헤, 아주 좋아. 오래 기다린 건 아니지? 혹시…… 사실 오늘의 데이트가 너무 기대돼서 길에서 텐트 치고 밤새 기다린 건 아니지?
무슨 말이에요 그게, 한 삼십 분 정도 일찍 와 있었어요. 어때요? 오늘 데이트 자신 있어요?
걱정 마! 오늘을 위해서 준비를 많이 해 뒀다고, 연극은 끝까지 제대로 진행될 거야!
무슨 연극?
엣…… 조, 좋은 아침이야 히쨩, 언제 온 거야?
나나의 기운 넘치게 "연극은 끝까지 제대로 진행될 거야"라고 할 때부터.
망했다…… 이 데이트는 '시작'도 전에 '파멸'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나나, 너희들 설마……
무, 무슨 말을 하려고……
데이트 이외에 다른 일정이 있는 거야? 예를 들면, 밤에 혼자 비밀 스케줄이 있다라던지? 에헤헤, 딱걸렸지?
아, 아하하하…… 난 또 무슨 말이라고. 난 그냥 오늘 데이트를 제대로 즐기자고 말한 것 뿐이야, 다른 뜻은 정말로 없었어, 히쨩 마음대로 추측하지 말라고. 그렇게 음침하게 웃는 것도 금지.
그래그래, 장난 안 칠게. 그러니까, 네 옆에 있는 게 바로 '그분'?
처음 뵙겠습니다, 전 {var:player_nickname}입니다.
우와, 엄청 정식적인 인사네. 그러지 말고, 너도 나나처럼 날 히쨩이라고 불러 줘, 내 옆에 있는 건 당연하겠지만, 내 남자친구야.
뭐라고 불러야 하죠? 이쪽은 히쨩, 남자친구분은 혹시 미남 씨?
엥? 점쟁이 아냐? 어떻게 내 이름이 미남인 걸 알았지?
……이게 진짜 이름이라고?!
자자, 소개는 이쯤하고, 그럼 계획대로 영화관으로 갑시다.
가자, {var:player_nickname}.
…… 아, 그래요.
방금 그 넋 나간 표정은 뭐야?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소곤) 평소에 후배 군이라고 불리는 게 습관이 돼 버려서, 선배가 이름을 부를 때 제대로 반응을 못했어요.
(소곤) 그렇군, 그렇다면 더 명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호칭을 쓸까? 예를 들면 '달링' 같은?
(소곤) 쓰읍, 제 손등의 털까지 일어섰어요.
(소곤) 헤헤, 정말? 못 믿겠는걸. 달링~
(소곤) 그렇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에?!
내가 그녀의 손을 잡자, 그녀는 놀란 고양이처럼 내 곁에서 튕겨져 나갔다. 앞에서 걷고 있던 히쨩이 그 기척을 느꼈고,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선 의심의 눈초리로 시라이시 선배를 뒤돌아 봤다.
응? 무슨 일이야 나나쨩?
아니에요, 지금 제 손이 좀 찬데, 차가운 손으로 손을 잡았더니 놀란 모양이에요.
그, 그래,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 최근에 제대로 운동 잘 안했구나, 손 줘봐, 내가 손 따뜻하게 해줄게.
그래요…… (소곤) 진정해요, 연인끼리 손잡는 게 뭐 어때서요? 일일히 놀라지 말라구요.
하아 (소곤) 네 말이 맞아…… 근데 나한테만 뭐라 그러진 말라구, 너도 지금 얼굴이 빨갛잖아?
(소곤) 이건 다른 이유 때문이에요……
내 손을 따뜻하게 해준다는게 지금처럼 내 손을 잡고 입김을 불어 준다는 것일 줄이야!
나나쨩은 다른 거 보고 싶은 거 있어? 다른 게 없으면 계획대로 <로맨틱한 휴일>로 할게?
그걸로 하자. 영화관 할인권 있으니가, 내가 살게.
(소곤) 제가 알아보니까 이건 예술 로맨스 영화 같은데, 선배 원래 이런 거 좋아하는 타입이에요?
(소곤) 사실 별로 흥미 없어, 하지만 데이트에선 이런 영화를 보는 게 올바른 선택이잖아.
……에? 여기에 어째서 가면 히어로 신작이 있지?! 아, 테스트 상영이구나, 어쩐지.
선배는 가면 히어로를 좋아했었죠, 어릴 때 히어로 쇼에서 큰 활약을 한 적도 있었잖아요?
흐흥, 그건 내가 처음으로 괴물들이랑 정면으로 맞섰을 때였지. 아쉽게도 지금은 히어로 쇼를 보러 간다 해도 무대에 오를 기회는 없겠지만.
나나, 표는 다 샀어?
아, 미안. 잠깐만 기다려 줘, 바로 구매할게.
가면 히어로 영화를 보고 싶은 거 아니었어요?
나중에 동생이랑 볼게, 걔도 가면 히어로 좋아하니까. 그래도 오늘 보면 특전으로 주는 포스터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조금 아쉽긴 하네.
그렇구나……
데이트를 하는 데 가면 히어로는 조금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시라이시 선배가 말했던 것처럼, 예술 로맨스 영화가 여기서는 올바른 선택이다. 원래 계획대로 <로맨틱한 휴일>을 보자……
하…… 음……
위험, 하품이 나올 뻔했다. 영화 전개 속도가 너무 느려서 잠에 들 정도다.
후우…… 후우……
…… 대단하군, 시라이시 선배는 나보다 한발 앞서 잠에 들었고 얕게 쿨쿨거리는 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난 선배가 달콤히 자는 걸 보고 나는 가볍게 그녀의 손등을 꼬집었다.
쓰읍, 아파……
시라이시 선배가 입을 열려 하자, 나는 재빨리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밝기를 최대한 낮추곤, 그녀에게 메시지를 써서 보여 주었다.
(메시지) 영화가 아무리 재미없어도, 진짜로 잠들면 안 되죠! 연인끼리 로맨스 영화를 보는 건데, 낭만적인 분위기는 없다고 해도 잠들어 버리면 우리 사이가 들통날 수도 있잖아요.
시라이시 선배는 나의 뜻을 이해했는지 몸을 돌려 히쨩을 등지고선, 핸드폰을 꺼내 밝기를 낮추었다.
(메시지) 큰일이야! 나 방금 잠들었는데 어쩌지?!
(메시지) 히쨩은 영화에 푹 빠진 모양이라 선배가 잠든 줄은 몰랐을 거예요. 아무튼 이제 잠들지 말아요!
(메시지) 알았어! 설산에서 조난 당하는 거랑 똑같네. 잠들면 끝장이야!
(메시지) 그렇게 생사를 논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메시지) 쯧쯧쯧, 뭘 모르네 후배 군. 이 정도의 각오가 있어야, 오늘 가짜 연인 챌린지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메시지) 먼저 잠든 당신에게 부디 그 각오가 남아있길.
(메시지) 잠깐 방심한 것 뿐이야! 걱정 마, 이제 방심하지 않을게.
(메시지) ……하지만 만일, 혹시라도 내가 또 방심해서 잠들어도, 날 버리고 가면 안 돼. 후배 군.
(메시지) 그렇다면 제가 말짱한 정신으로 깨어 있길 기도하는 편이 좋을 거예요.
하지만 곧바로 이 '만일'의 상황은 실현되었다. 5분만에, 나는 곁에서 익숙한 호흡소리를 듣게 되었다……
…… (소곤) 꼬집.
으으!
이렇게 5분마다 그녀를 꼬집어 깨워야만 하는 상황이 되니 아무래도 내가 잠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어이, 어떻게 매번 로맨스 영화만 보면 침까지 흘려가면서 자는 거야. 휴지 한 장 달라니까 대답도 없고.
하…… 암, 하지만 이 영화 너무 지루하단 말이야. 오 분만 넘겨도 대단한 거지.
{var:player_nickname}, 너희들은 정말 대단한걸. 이걸 맨정신으로 끝까지 다 보다니, 대단해.
괘, 괜찮았어요, 영화 전개가 느리긴 했지만, 스토리가 나쁘지 않아서.
근데 나나가 졸지 않았다니 의외네, 전에 다 같이 로맨스 영화 보러 갔을 땐 누구보다 빠르게 잠들더니.
오늘은 특별한 사람이랑 함께 왔잖아, 그렇지? {var:player_nickname}.
쓰읍…… 그, 그래요, 맞아 맞아……
내가 영화관에서 시라이시 선배를 꼬집었던 걸 전부 합쳐도, 지금 그녀가 날 한 번 꼬집은 것만 못할 것이다. 그래도 참을 수밖에 없다. 미남 씨가 자고 있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그녀 역시 고통을 참아가며 긴장하지 않고 편히 잘 수 있었을텐데.
……미안해요, 히쨩.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각자 보고 싶은 걸 보면 안 될까요?
에? 이, 이래도 되는 거야? 같은 영화 보기로 계획했었잖아.
괜찮아, {var:player_nickname}. 뭐 볼 건데?
가면 히어로 신작이요, 제가 이 시리즈의 팬이거든요.
나나도 가면 히어로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역시 모두가 같은 순 없겠지. 그럼 각자 좋아하는 영화를 보자.
나도 가면 히어로 보고 싶은데.
이리 와! 오늘은 끝까지 깨어 있어야 해! 내가 울어서 훌쩍거릴 때 휴지 한 장 안 주면 죽을 줄 알아!
그렇게 우리들은 표를 내고 각자의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후배 군. 우리가 가면 히어로를 좋아한다고 해도, 연인끼리 이런 영화를 보는 건 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히쨩한테 의심을 살 것 같은데?
걱정할 거 없어요, 데이트는 결국 서로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 거잖아요? 생각해 봐요, 만약 우리가 그 영화에 흥미도 안 보이고, 게다가 잠들어 버리기까지 한다면 더더욱 히쨩한테 의심을 사겠죠.
그건 그렇네.
그리고, 지금은 역시 절 이름으로 부르는 게 좋겠어요. 이따 나가서 또 무의식적으로 후배 군이라고 부를까 봐 겁나네요.
아, 응……
비록 시라이시 선배에겐 걱정 말라고 했지만, 그녀는 아무래도 안심되지 않는 모양이다. 앉고 나서도 계속 상영관 입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행인 건, 그녀의 불안한 상태가 오래 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스크린이 열리자 그녀는 곧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후퇴? 웃기는군! 내 뒤에는 아이들의 꿈이 있다! Final Judgement Form!
{var:player_nickname}, 빨리 봐봐! 이게 극장판에서만 볼 수 있는 최종 형태야! 진짜 멋있지?!
멋지다 멋져. 이 의자 굉장히 흔들리는데,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영화가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며 시라이시 선배와 주변의 아이들은 점점 흥분에 휩싸였다. 환호를 내지르며 스크린의 가면 히어로를 위해 응원했고, 상영관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4D 영화를 위해 특별히 설치된 의자는 격렬한 전투와 함께 흔들렸고, 그 강도는 점점 더 거세졌다. 심지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마저 들었다.
아이고…… 등 아파……
정정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며 주먹으로 전신 마사지처럼 두들겨 맞은 느낌이다. 이 의자는 흔들리는 것 뿐만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진동했다. 덕분에 내가 저 영상 속에서 두들겨 맞고 있는 악당인 것 같은 의심까지 들었다……
영화도 재밌었고, 특별 포스터도 손에 넣었고, 대만족!
하하하, 즐거웠으면 됐죠.
우리도 끝났어, 응? {var:player_nickname}, 왜 그렇게 힘들어해?
괜찮아요, 전신 마사지를 체험했을 뿐이니까요. 지금은 뭔가 나른하네요.
그쪽은 마사지 의자도 있어? 너무 좋다, 그런 줄 알았으면 우리도 가면 히어로 볼걸. 우리가 본 영화는 너무 지루해서 난 그냥 잠들어 버렸어. 마사지 의자가 있었다면 좀 더 편하게 잤을 텐데.
잘도 그런 말을!
윽…… 팔꿈치가 몇 센치만 더 빗나갔으면 급소였다고……
이제 슬슬 점심시간인데, 먹고 싶은 거 있어?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는지 찾아볼게.
그럴 필요 없어, 점심은 이미 생각해 뒀지. 쨔잔! 도시락을 싸왔다고.
엥? 도시락을 싸왔다고?
데이트엔 빠질 수 없지, 순정만화의 철칙이라고!
와아, 도시락을 싸들고 데이트라니, 진짜 정석대로네. 요즘 순정만화에서도 이런 전개는 별로 없는데.
에, 그, 그런가?
그렇다니까. 그래도 잘 됐다, 오늘 더블 데이트는 정말 사람을 제대로 찾았어. 짜잔, 나도 도시락이야. 데이트의 정석에 참여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나 학생.
……흑 ……정통파 만세! 히쨩!
아…… 그냥 동지를 만났을 뿐인데, 그렇게 기뻐서 울 정도까진 아니잖아.
아, 배고프다. 보기만 하지 말고 어디 앉아서 나한테 먹여 줘야 스토리 완성이지.
이 근처에 괜찮은 공원이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다들 그쪽으로 가서 먹을까요?
공원에 자리를 잡은 뒤, 나는 시라이시 선배가 날 위해 만들어 준 도시락을 열었다. 내용을 보자 나는 눈이 빛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오?! 음식들이 전부 정상이야,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네.
{var:player_nickname}, 나나쨩이 만든 도시락 처음 봐? 평소에는 안 해 주는 거야? 나나쨩은 동생 도시락도 만들어 주던데.
그…… 그건 평소엔 바빠 보이니까 부담 주기 싫어서 부탁 안 했던 거예요. 그리고 데이트에서만 먹을 수 있다면 좀 신선한 느낌도 들고, 먹었을 때 더 만족감이 있으니까요.
어? 그럼 많이 먹게 되면 질려서 맛이 없어진다는 거야?
그럴리가. 일단 좀 먹어볼게.
잠깐, 급할 거 없잖아.
에…… 나나야 왜…
어렵게 도시락을 싸왔는데, 첫 입은 당연히 내가 넣어 줘야지. 자, 입 벌려봐, 아~
오호호, 도시락을 싸온 이유가 애정을 뽐내기 위해서였구나. 그럼 방해하지 않을게, 미남이랑 나는 저쪽으로 갈 테니까, 천천히 러브러브 하라고.
……(소곤) 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건가……?
(소곤) 당연하지, 이게 바로 순정만화의 정석 전개 아니겠어? 빨리, 손 저려.
그, 그래…… 아~
착하지. 근데 방금 전에 한참 동안 머뭇거린 건, 사람들 앞에서 나한테 밥 떠먹여지는 게 부끄러워서 그런 거야?
뭐, 조금은……
헤헤, 드디어 네가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게 됐네. {var:player_nickname}, 넌 오늘 계속 평소랑 같아 보였다고. 나 혼자만 데이트 때문에 긴장한 것처럼 보여서 뭔가 지고 있는 느낌이었어.
그런 곳에 승부욕을 불태울 필요가 있나요…… 일단 계속 먹여 줘요, 더 이상 입 벌리고 있다간 선배 손처럼 턱이 저려올 것 같으니까. 아~
그래 그래, 자아~ 히이익…!
……
미트볼이 미끄러지면서 내 왼쪽 얼굴에 소스 자국을 남겼다.
미, 미안해, 손이 미끄러졌네, 다시 한번… 으아앗…!
……오른쪽 얼굴에 묻은 소스 자국이 왼쪽과 대칭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소원이 생겼다.
이, 이상하네, 다시 한번……
잠깐잠깐잠깐, 더이상 했다간 밥을 먹기도 전에 얼굴이 도화지가 되겠어요. 손은 왜 그렇게 떠는 거예요? 혹시…… 선배도 떠먹여 주는 게 부끄러운 거예요?
하하하, 그럴 리가! 그냥 밥을 떠먹여 본 적이 없어서, 아주 약간 긴장했을 뿐이라고.
이 친구 땀 흘리는 것 좀 봐.
조용히 해, 집중하게 해 달라고. 후우…… (소곤) 침착하자 시라이시 나나, 밥을 떠먹여 주는 간단한 일일 뿐이야. 긴장이라니, 부끄러움이라니, 말도 안 되지……
아~ (소곤) 턱에 쥐 나기 시작했어요.
……바로 지금이야!
으음?!
드디어 한입 성공이다, 쉽지 않다.
여, 역시 그만두죠, 저 혼자 먹을게요.
에이, 내가 먹여 주면 어때서, 귀염성이 없네. 한참을 머뭇거리다니, 떠먹여지는 게 부끄러워서 그렇구나?
뭐, 조금은……
헤헤, 드디어 네가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게 됐네. {var:player_nickname}, 넌 오늘 계속 평소랑 같아 보였다고. 나 혼자만 데이트 때문에 긴장한 것처럼 보여서 뭔가 지고 있는 느낌이었어.
또 이상한 승부욕이 튀어나왔네…… 하지만 확실히 누가 떠먹여 주는 건 좀 그래요, 항복. 이제 제대로 선배의 솜씨를 맛보도록 하죠.
어떤 것부터 먹어 볼까…… 우선 이 미트볼.
하압…… 으음?!!! 무, 물……
{var:player_nickname}, 목에 걸린 건 아니지?! 자자 자, 물 마셔.
꿀꺽…… 걱정 마,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이 미트볼이 너무 매워서 놀랐어.
아, 미안, 내가 음식을 조금 맵게 한다는 걸 말 안해줬네.
조금 맵다고?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 다르다지만, 나와 시라이시 선배의 '조금 맵다'에 대한 이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듯하다. 난 여전히 얼얼한 혓바닥에 손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미트볼에는 손을 대기가 겁나, 옆에 있는 야채로 젓가락을 돌렸다.
하압…… 끄윽, 이 익숙한 코를 찌르는 느낌, 겨자?
맞아, 엄마가 브로콜리는 간장 겨자를 뿌려야 맛있다고 했어.
저 돈까스 위에 노란색이 설마…… 역시, 겨자구나. 콜록콜록, 미안한데, 다시 물 좀……
디저트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반찬들이 각기 다른 스타일의 매운맛을 자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심지어 흰쌀밥마저 어딘가 은은한 고추 향이 맴도는 것을 느끼고는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저 디저트들은 과연 '디저트'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선배, 혹시 매운 걸 좋아하는 거예요?
맞아, 우리 집은 다들 매운 걸 좋아해. 하지만 네가 매운 걸 잘 못 먹을까 봐, 오늘은 특별히 좀 싱겁게 했어.
싱겁게라…… 선배가 먹고 있는 그것 좀 줘 볼래요?
나는 다시 한번 내가 먹고 있던 도시락을 의심했다. 하지만 시라이시 선배의 도시락을 맛본 후, 나같은 약자는 '싱거운 도시락'을 즐길 수 없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휴, 네 요리는 항상 너무 맛있어. 네 요리에 내 입맛이 길들여질까 봐 걱정된다.
물을 마시며 매운 걸 가라앉히던 중 뒤에서 미남 씨의 감탄이 들려왔다. 나는 부러워하며 뒤돌아서 그가 어떤 음식을 즐기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그리고 난 곧 더없이 진귀한 장면을 목격했다.
맛있다…… 멈출 수 없어, 다음엔 조금 적게 만들어. 살찌면 미남이 아니니까.
할 말 있으면 하고, 맛있으면 계속 먹어.
우선은 그의 도시락에 눈에 띄는 보라색 거품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몰랐고,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이 뒤집힐 수 있는지는 더더욱 몰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 미남 씨의 얼굴에 표출된 행복한 미소는 진짜였다. 아마도…… 이건 사랑이다.
나는 혼란과 달콤함이 뒤섞은 화면에서 시선을 돌려 나의 도시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머릿 속에 시라이시 선배가 도시락을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떠올랐다. 햇빛에 녹아든 그녀의 미소를 떠올리니 나는 방금 전의 나의 나약함이 굴욕적으로 느껴졌다.
(소곤) 조금 매울 뿐이지, 별 거 없어. 선배가 힘들게 준비한 도시락인데, 반드시 클리어해야지……
……응? {var:player_nickname}, 땀이 한가득이네, 너무 매운 거 아냐?
그럴 리가요! 싱거워요, 전혀 안 매워요. 걱정 마세요, 땀 좀 흘린다고 몸이 어떻게 되진 않으니까.
으음, 맛있다! 역시 선배밖에 없어요. 요즘 날씨도 추운데, 매운 거 먹기 딱 좋죠, 콜록콜록콜록!
괘, 괜찮은 거지?
괜찮아요…… 너무 맛있어서 그래요, 후후…… 너무 급하게 먹었나, 물 좀 마시면 괜찮겠죠.
정말 괜찮아? 얼굴이 새빨개졌는데? 너무 매우면 억지로 먹지 마.
안 돼요!
계속 먹자, 멈추지 말자. 먹으면서 흘리는 땀은 행복의 증거다! 내 손에 있는 도시락은 절대 간단한 도시락이 아니다, 이것은 사랑이다! 사랑!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는…… 호랑이 굴에 들어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소곤) 걱정 마요, 아무리 매워도, 적어도…… 적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테니까!
부어오른 입술로 도시락을 씻으러 가려 하자, 마침 미남 씨역시도 창백한 얼굴로 일어섰다. 그는 어딘가 혼이 빠진 눈빛이었지만, 행복한 미소는 여전했다.
여어…… 친구, 도시락은 다 먹었나……
당연하지…… 깨끗하게 클리어……
친구여, 자네는 이거라네.
미남 씨는 엄지를 치켜들었고, 나는 미소로 회답했다. 삶은 어찌나 기묘한가. 단지 밥 한 끼 먹었을 뿐인데, 나는 눈앞의 사내를 마치 오랜 친구처럼 대하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그의 몸을 부축하며, 그저 응급차가 필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생사가 오가는 점심 식사가 끝났다. 우리 네 명은 길거리 쇼핑을 하며, 다음은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소곤) 선배, 노래방 같은 곳을 찾아보죠. 길거리에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걸려버릴 거예요.
(소곤) 그렇네, 그렇게 하자.
히쨩, 우리 노래방 갈까?
좋아. 근데 방금 점집을 하나 봤는데, 우선 거길 가 보고 싶어.
…… 안 좋은 예감이 드네.
어서 오세요.
이한시의 점집은 여기밖에 없는 거냐?!
(소곤) 어, 어쩌지?! 카비 씨가 우리 얘기를 하진 않았겠지?
(소곤) 다, 당황하지 마세요, 우리가 이러고 있는 것도 모를 테고, 그냥 우리는 점을 안 보면 되죠……
안녕하세요. 애정운을 좀 보려고 하는데요, 나나쨩, 너네도 한번 볼래?
나, 나는 됐어……
그럼 안 되지, 미래엔 변수가 많다고. 미리 알아 두는 게 사랑을 지키는 데도 좋아! 이왕 왔으니까 같이 보자.
연인……
……
……
카비는 고개를 들고선 나와 시라이시 선배를 훑어보았고, 우리의 심장은 폭발할 것만 같았다. 다행히 그녀는 별말을 하지 않았고, 고개를 숙이곤 테이블에 타로 카드를 늘어놓으며 히쨩을 위해 점을 봤다.
……올바른 위치의 연인, 앞으로 더 친밀해지겠네요. 결과가 나쁘지 않습니다.
바로 연인이 뽑히다니, 히쨩 운빨이 괜찮네.
운명이지, 그게 왜 운이야. 너희들 차례야, 나나쨩.
그래……
나와 시라이시 선배가 앉자, 카비 씨는 타로 카드를 치우고선 수정 구슬을 테이블 중앙에 놓았다.
왜 타로 카드를 사용 안 하죠?
점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정확한 방법으로 해야 운명의 답을 이끌어 낼 수 있죠. 조용히 미래를 기다려 보세요.
……호오, 흥미롭군.
무, 무엇을 봤는데요?
손을 잡고 같이 가는 모습, 호흡이 잘 맞고, 친밀하고…… 당신들의 현재가 보이는군요. 하지만 일말의 미래도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안개가 제 눈을 가리듯이, 이렇게 운명의 꼬리를 만질 수 없는 건 오랜만이군요.
나나쨩의 미래 애정운이 안 좋다는 거 아냐? 점술사님, 한 번 더 점을 쳐보는 게 어때요?
강제로 운명의 커튼을 젖히는 행위는 실례랍니다, 하지만…… 주동적으로 미래에 다가가는 것은 괜찮겠죠.
……점술사 씨는 그래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것은 스승님이 제게 주신 부적입니다, 집에 놔둔 지 좀 됐죠. 하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이걸 들고 나오고 싶더군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것이 주인을 바꾸고자 하는 게 아니었나 싶네요.
네, 살게요. 얼마죠?
미래의 가격은 목마른 자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죠.
결국 돈에 눈이 먼 것인가…… 카비 씨가 우리 관계를 폭로하지 않은 걸 봐서, 난 이걸 우리 두사람을 위한 입막음 비용이라 생각하고 두 배 가격으로 부적을 사기로 했다.
훗…… 감사합니다.
응? 미안, 전화 좀 받을게.
여보세요…… 에? 지금? 미안한데, 지금은 좀……
왜 그래?
잠깐만…… 수영부에서 사람이 부족하다고 해서 나한테 대타를 뛰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네…… 괜찮아, 다른 사람 찾아보라고 해야지.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냥 가 봐.
우린 지금 데이트 중인데, 너만 혼자 남겨두고 가는 건 좀 그렇지 않아?
그냥 가도 괜찮아, 어차피 사람은 제대로 구했는지 계속 걱정할 거잖아. 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놀면 재미없으니까. 어차피 데이트는 다른 날 또 해도 되고.
그렇긴 하네…… 그럼 네 말대로 할게. 미안, 히쨩! 나 학교에 가 봐야 할 것 같아, 다음에 한턱 낼게.
그래, 가 봐.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다른 사람을 도와주러 간다고는 하지만, 데이트 도중에 가 버리는 건데 화나진 않아?
괜찮아요, 이미 습관이 돼 버렸으니까요. 나나가 그런 성격인 걸 어쩌겠어요, 또 그게 인기 있는 이유기도 하고.
와아, 너무 다정하다. {var:player_nickname}, 이렇게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투정 좀 부려도 괜찮아.
하하, 역시 질투하는 반응을 보이는 게 맞으려나?
질투하는 모습이 더 귀엽잖아, 더 늦기 전에 응원하러 안 가면 하루 종일 연인 흉내 냈던 게 물거품이 될 거야.
……
들켰나? 좋지 않다, 어떻게 걸린 거지? 이제 어쩌지……
……어떻게 알게 된 거죠?
응? 뭐라고 해명 안 하는 거야?
그렇게 말했다는 건, 저희한테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는 거잖아요, 게다가 여기서 변명을 해도 의미는 없을 테니까 말이죠.
내가 꿰뚫어 봤다기 보다는, 나나쨩이 연기를 너무 못했다고 해야겠지. 처음 너희가 손을 잡았을 때, 나나쨩의 귀가 너무 빨개지더라고. 만약 진짜 연인이었다면 손 잡은 것만으로 그 정도가 되지는 않았겠지?
그렇구나…… 그거 하나 뿐인가요?
{var:player_nickname}, 너는 꽤 자연스러웠어. 하지만 밥을 먹을 때 알아봤지. 우리들도 나나쨩의 입맛이 굉장히 매운 편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넌 연인인데도 매운 음식에 대비도 못하고 있었잖아.
그래도 오늘 나나쨩이 널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면 이 연극도 진작에 끝났겠지. 사실 네 연기는 굉장히 훌륭했어, 만약 방금 네가 나나쨩이랑 같이 학교로 갔다면, 나도 그런 사소한 부분은 무시하고 너희들이 사귄 지 얼마 안 된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연인끼리 꼭 그림자처럼 붙어 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쫓아가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어? 설마 여기 남아서 우리 곁다리가 되려고 한 거야?
……후우, 방심했네. 여자친구를 홀로 보내고 혼자서 다른 커플이랑 남다니, 확실히 자연스럽지 않았네요. 게다가 여러분이랑은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니 혼자 남은 게 더 이상하게 보였겠죠.
이미 알고 있었다면 좀 더 빨리 얘기해 주지 그랬어요.
재밌잖아, 하하하. 너랑 나나쨩이 우릴 속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너무 재밌었어.
아…… 그러고 보니 너희들한테 비싼 부적까지 사게 만들었구나, 그 돈은 내가 절반 내 줄게.
괜찮아요, 여러분을 속인 업보라고 생각하죠.
그럼 좀 더 둘러보다가 같이 학교로 가서 나나쨩을 마중해 주자. 비록 가짜 연인이었지만 데이트를 했다는 건 사실이니까. 이럴 때 '여자친구' 혼자서 외롭게 집으로 보내는 건 너무 불쌍하잖아.
그렇긴 하네요, 제대로 된 연애 강사님의 말이니까 가슴속에 새겨 둘게요.
가자. 그러고 보니 미남 씨는 방금 전부터 말이 없네요? 왜 멍 때려요?
……{var:player_nickname}, 나나쨩이랑 사귀는 게 아니었던 거야?!
……
……이렇게 둔한 바보라니까, 신경 쓰지 말자.
이렇게 속아 넘어간 사람도 있으니, 역시 반나절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젠장할.
친구, 넌 이거야!
…… 응? 히쨩,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특별히 네 사람을 데리고 널 마중 나왔지. 애인이 마중을 나왔는데, 기쁘게 안겨야 하는 거 아냐?
당, 당연히 기쁘지, 그래도 안길 필요까지는……
히쨩, 이제 그만 놀려요. 선배도 이제 그만 해도 돼요.
에고…… 미안해 히쨩! 속이려던 건 아니었어, 단지……
사과 안 해도 돼, 오늘 즐거웠잖아? 자초지종은 {var:player_nickname}한테 들었어.
미안해 나나쨩, 앞으로 나도 남자친구 사귀라고 밀어붙이지 않을게.
진짜로?
진짜야, 곤란하면 얘기를 했어야지. 내가 그런 걸로 화낼 것 같았어? 게다가 네 주변에 좋은 상대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나도 이렇게까지 안 했을 거야.
지금 {var:player_nickname} 말하는 거야?
하아?!
아니면? 나나쨩도 생각해 봐, 보통은 이렇게 데이트 도중에 가 버리면 벌써 화가 났겠지, 너의 '제멋대로' 사람 돕기는 둘째 치더라도 말이야.
내가 보기엔 {var:player_nickname}, 상당히 괜찮아. 이참에 그냥 사귀어 버려.
후, 후배 군, 히쨩의 헛소리는 무시해, 그냥 장난치는 거야!
장난인지 아닌지는 너희들한테 달렸지. 그럼 우린 먼저 갈게, 둘이 천천히 얘기 나눠 봐.
……아 맞다. 나나쨩, 뭐라고 해명할지는 생각해 뒀어?
해명? 이미 사실을 알았잖아?
나는 알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한시는 그렇게 크진 않지만 작지도 않지. 정말 오늘밤 돌아가는 길에…… 아는 사람을 안 만날 자신이라도 있는 거야?
어떡하지 후배 군?! 우리 데이트할 때, 하나쨩, 란세이, 엘리사, 그리고……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손잡고 있는 걸 봤어. 오늘 운동장 청소를 하고 있을 때도 날 둘러싸고 질문 공세를 해 왔는데, 어떻게 말해야 하지?!{var:Shake}
하하하…… 마침 저도 내 핸드폰에 산더미처럼 날아온 물음표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그렇게 말하던 중, 테이블 위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발신자는 '키사라기 렌'. 답장하기가 더 두려워졌다……
연인 흉내……? 나랑 선배를 말하는 건가요? 죄송하지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네요.
게다가, 응원하러 안 가겠다곤 말 안 했어요, 지금 갈 거예요.
그래? 근데 왜 방금은 같이 안 갔어?
당연히 스포츠음료 같은 걸 준비해서 가려고 했으니까요.
그렇게 다정할 줄이야. 그럼, 나나쨩한테 안부 전해 줘.
난 아무래도 들통이 날까 봐 그 자리에 더 오래 있을 용기는 없었다. 그리고 뒤에 히쨩과 미남 씨가 완전히 떠난 걸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방금 전 히쨩의 기습 공격에 식은땀이 흘렀다.
어떻게 알아챈 거지? 선배랑 같이 가지 않아서 그런가…… 그것도 그렇다. 내가 시라이시 선배랑 정말 사귀는 사이라면, 선배를 혼자 학교로 보내고 친하지도 않은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
어? 찾았다.
내가 물과 단백질 바를 가지고 학교에 도착했을 땐, 마침 시합 중간 휴식 시간이었다. 이때 시라이시 선배는 수영장 옆에서 몸을 닦고 있었다.
오늘 경기 성적은 좀 어때요?
엥?! 후, 후배 군, 어째서 여기에?
응원하러 왔죠.
나나, 이분은?
특별히 물하고 먹을 걸 가져오고, 이렇게 열정적이라니…… 단순히 응원만 하러 온 건 아닌 듯한걸?
후배 군…… 아! 알겠다, 나나가 종일 입에 달고 있던 그 사람이지?
후배 군, 쟤네들 헛소리 듣지 마! 내가 언제 그랬다고…… 읍?! 으으읍……
나나 학생은 일단 조용히 있으시죠, 일단 우리 질문부터 먼저 끝내고. 자, 내가 제압했으니까 빨리 물어봐!
후배 군 안녕, 나나쨩이랑은 어떻게 알게 됐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 너랑 나나쨩은 무슨 사이야?
무슨 사이냐구요? 말 그대로 선배와 후배의 관계죠.
겨우 그거라고?
너…… 너희들 그만…… 쓸데없는 질문은 그만!
……선배는 의리가 넘치잖아요, 그러니까 도움을 받았던 후배들도 엄청 많죠. 저도 그중 하나고.
하지만 저는 좀 더 특별할지도 모르겠지만. 선배가 전에 말하길, 제가 선배의 '가장 믿음직한 후배'라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선배는 제게 있어어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배라고 할 수 있죠.
후, 후배 군……
이 정도 답이면, 다들 만족했으려나요?
가장 중요한 선배라……
으음, 정말 생각할 여지가 많은 답변이었어, 인정!
그럼 두 사람 방해 안 할게요~
어이! 그렇게 급하게 가지 말라고! 돌아와!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
그만 불러요, 이미 다 갔어요. 배고프죠? 일단 뭐 좀 먹지 그래요?
고마워…… 후배 군, 쟤네들이랑 어울려 줄 필요 없어, 그냥 대답 안 해도 된다고.
대답을 안 해도 어차피 멋대로 추측할 텐데요?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답을 주는 편이 차라리 편하죠, 그래야 선배도 쉴 수 있고.
우리 관계는 우리끼리만 알고 있으면 되지 않겠어요? 게다가 방금 제가 했던 말은 나름 진지했어요. 부원들이 어떻게 해석하든, 그냥 맘대로 하라고 해요.
말은 그래도…… 후배 군이 갑자기 여기로 온 건, 단순히 응원 때문만은 아니지? 히쨩이 뭐라고 했어?
제가 선배를 혼자 보낸 것 때문에, 히쨩이 우리 사이를 의심했어요. 그래서 바로 달려왔죠.
하지만 의심한 이유가 이것 뿐만은 아니겠죠. 앞으로 어떻게 얘기할지는 생각해 두는 편이 좋을 거 같아요.
응…… 도저히 안 되면 사과해야지, 내가 속였다고……
미안해 후배 군, 방금 생각을 깊게 못하고 학교로 와 버려서, 혼자서 뒷감당을 하게 했네.
처음도 아닌 걸요 뭐, 이미 습관 됐어요.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건 없잖아…… 에고, 생각해 보니까 난 확실히 연애랑은 안 어울려. 이렇게 애인을 버려두고 다른 사람을 도우러 가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어.
우리가 진짜로 사귀는 게 아니라서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후배 군의 성격이 아무리 좋았더라도 화가 났을걸?
그건 모르는 일이에요.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대부분 상대방의 장점에 끌려서겠죠. 사람을 돕는 게 선배의 매력 아니겠어요? 그런 선배를 좋아하게 된다면, 분명 그런 '제멋대로'인 점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겠죠.
후배 군…… 그럼, 너도 내가 덤벙대는 걸 알잖아, 나 같은 사람한테 이끌려서 이상한 일에 휘말리거나 하면, 귀찮다고 생각할 거야?
당연히 귀찮겠죠, 전에 선배가 오레오한테 쫓길 때처럼요. 근육통이 며칠이나 지나서야 나았다고요.
미, 미안…… 그런 줄 알았다면 내가 마사지라도 해줬을 텐데……
조금 번거로울 수 있지만 재미는 있어요. 이런 일들이 보람차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제가 선배랑 같이 막무가내로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울상 짓지 말아요.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선배답지 않아요.
응…… 헤헤,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예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같네……
무슨 희망?
아, 아니야, 내 말은…… 그러니까…… 내 말은, 히쨩이 다음에도 더블 데이트를 요청하면, 그때도 네가 도와줄 거지?
또냐고요…… 에휴, 알았어요.
그래도 이 덜렁대는 선배가 나의 가장 소중한 선배인 것을 어쩌겠는가. 말을 뱉었으면 책임을 져야겠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