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미 레이나
삼촌과 함께 이한시에서 살고 있는 소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커피를 좋아하는데, 이에 대한 재능도 있어 자주 삼촌의 카페에서 일을 돕고는 한다. 자신의 생일날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다리의 상처가 완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걸을 수 없다. 누군가가 그녀의 닫힌 마음을 열어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Profile
Skins
나나미 레이나의 기본 스킨.
나나미 레이나와 계약을 맺었을 때 획득 가능한 스킨. "이제 어디로 산책 갈까? 작사 씨가 걸었던 길을 다 가보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
순백의 찬송가 한정 스킨. "올해도 산타 할아버지가 바빠서 만약 선물 못 받으면 레이나가 대신 줄게~ 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다크초콜릿 용암 모카, 설탕은 작사 씨가 제일 좋아하는 정도로. 오늘 밤 작사 씨의 웃음과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네~"
베개 위 속삭임 한정 스킨. "미, 미안. 이야기 나누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네…… 레이나가 자는 모습이 이상하지는 않았겠지?"
창문에 피어난 봄 한정 스킨. "종이학을 좀 준비했는데, 소원을 적어 넣으면 더 효과가 있대. 작사 씨는 어떤 소원이 있어? 난 새해에 작사 씨와 함께 바깥세상을 더 많이 보고 싶어."
환상의 시 한정 스킨. "어머…… 날이 밝았잖아? 꽃의 바다, 무지개…… 바깥 세계는 꿈에서 본 것보다도 아름다운게 이렇게나 많았구나! 나를 깨워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계속 나의 손을 잡아 줄래? 너만 곁에 있어 준다면, 나는 더 높이, 더 멀리 날 수 있을 것 같아."
Emotes
Bond Requirements
-
선물-일반
흠흠…… 나한테 선물을? 선물을 받게 된 게 조금 의외였을 뿐이야. 고마워.
-
선물-기쁨
와아…! 나, 전부터 이게 가지고 싶었어. 어떻게 안 거야? 응응! 정말 기뻐!
-
인연 레벨업5
에에? 나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고? 작사 씨라면…… 좋아. 궁금한 점, 뭐든지 알려 줄게.
-
인연 레벨업1
작사 씨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리 이제 친구 맞지?
-
인연 레벨업2
내 다리 말이야? 으음…… 의사 선생님께서는 신체적인 손상은 없다고 하셨지만, 어째서인지 일어설 수가 없단 말이지. ……그래도 동정하지는 않아도 돼. 이래 보여도, 휠체어 덕분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고마워.
-
인연 레벨업3
작사 씨에게 마작을 배우고 난 뒤부터, 열심히 마작을 연습하는 중이야. 다음번엔 안 질 거야.
-
인연 레벨업4
아름다운 밤하늘…… 아버지도, 어머니도, 저곳에서 나를 보고 계실까.
-
히든-새해
새해 복 많이 받아. 나, 새해 소원을 잔뜩 빌었어. 커피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기를, 커피를 재배하는 나라에 여행 가볼 수 있기를, 그리고 새로운 체육 선생님이 상냥한 사람이기를……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 작사 씨 곁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욕심쟁이가 되어 버리네. 헤헷.
-
히든-발렌타인데이
알바생들이랑 초콜릿을 만들었는데, 작사 씨가 어떤 맛을 좋아할지 몰라서 한번 이것저것 만들어 봤어! 조금 먹어 보지 않을래?
-
로비 상호작용1
오늘은…… 그렇지, 게이샤는 어떨까? 우리 가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원두야. 꽃처럼 달달한 향기가 나서, 오늘 같은 오후에 딱 어울리지.
-
로비 상호작용2
마작이란 거…… 재미있는 거야? 알바하는 애한테 얘기는 자주 들었는데, 어려울 것 같아…
-
로비 상호작용3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이 부럽다~ 레이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
로비 상호작용4
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부터 커피 콩을 고르는 게 특기가 되었어. ……아버지께 좀 더 커피에 대해 배울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
로비 상호작용5
작사 씨가 친절하게 대해 주니까, 나도 모르게 말이 많아지네. 너무 시끄럽다고 느껴지면 꼭 말해 줘.
-
로비 상호작용6
으음…… 오늘도 또 비인가. 요즘은 비가 오는 일이 잦네. 장마가 시작된 건가? 딱히 비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이런 날에도 나를 일부러 만나러 와 주다니, 작사 씨한테 민폐가 되는 게 아닌가 해서……
-
로비 상호작용7
삼촌이 전부터 가게에서 애완동물을 길러 보라고 했는데, 뭘 기를지 좀처럼 정하기가 힘들어서 말이야. 작사 씨는 어떻게 생각해? 토끼는 어때? 통통하고 귀여우니까, 우리 가게의 스타가 될 것 같지 않아?
-
로비 상호작용8
흠, 유원지라…… 다리 때문에도 그렇고, 별로 가 본 적은 없어. ……같이 가고 싶어? 그럼 나도 힘내 볼까. 호, 혹시 귀신의 집에 가게 되면 내가 어떻게든 작사 씨를 지켜줄 테니까 말이지!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그런 건 전부 가짜라구. 현실에 귀신 따윈 없어~!
-
로그인-일반
안녕. 오늘도 커피 괜찮아? 요즘은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작사 씨가 와 준 걸까?' 하고 생각하게 돼.
-
로그인-최고 인연
따뜻하다. 이런 날씨에 집에만 있으면 해님에게 미안할 따름인걸. 얼른 준비해서 공원으로 가자.
-
계약
내 마음의 상처가 나은 것도,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게 된 것도, 작사 씨가 언제나 곁에 있어 준 덕분이야.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앞으로도 힘낼 테니까, 부디 잘 부탁할게. 알았지?
-
특수-친선전 입장 시
오래 기다리셨어요!
-
특수-친선전 준비 시
곧 시작해요.
-
획득 음성
어서 오세요. 처음 오는 분이시네요. 저는 나나미 레이나라고 해요. 커피 괜찮으세요?
-
북
북.
-
치
치.
-
더블 리치
더블 리치.
-
깡
깡.
-
퐁
퐁.
-
리치
리치.
-
론
론.
-
쯔모
흠흠…… 쯔모.
-
백
백.
-
북
북.
-
준찬타
준찬타.
-
순정구련보등
순정구련보등.
-
대삼원
대삼원.
-
대사희
대사희.
-
지화
지화.
-
더블 리치
더블 리치.
-
동
동.
-
도라
도라.
-
도라10
도라10.
-
도라11
도라11.
-
도라12
도라12.
-
도라 13이상
도라 잔뜩.
-
도라2
도라2.
-
도라3
도라3.
-
도라4
도라4.
-
도라5
도라5.
-
도라6
도라6.
-
도라7
도라7.
-
도라8
도라8.
-
도라9
도라9.
-
더블 북
더블 북.
-
더블 동
더블 동.
-
더블 남
더블 남.
-
더블 서
더블 서.
-
탕야오
탕야오.
-
또이또이
또이또이.
-
량페코
량페코.
-
발
발.
-
국사무쌍 13면 대기
국사무쌍 13면 대기.
-
국사무쌍
국사무쌍.
-
해저로월
해저로월.
-
하저로어
하저로어.
-
혼노두
혼노두.
-
찬타
찬타.
-
혼일색
혼일색.
-
구련보등
구련보등.
-
영상개화
영상개화.
-
리치
리치.
-
유국만관
유국만관.
-
녹일색
녹일색.
-
남
남.
-
핑후
핑후.
-
창깡
창깡.
-
치또이쯔
치또이쯔.
-
청노두
청노두.
-
청일색
청일색.
-
산안커
산안커.
-
산깡쯔
산깡쯔.
-
삼색동각
삼색동각.
-
삼색동순
삼색동순.
-
스안커
스안커.
-
스안커 단기
스안커 단기.
-
스깡쯔
스깡쯔.
-
천화
천화.
-
서
서.
-
소삼원
소삼원.
-
소사희
소사희.
-
이페코
이페코.
-
일발
일발.
-
일기통관
일기통관.
-
중
중.
-
쯔모
쯔모.
-
자일색
자일색.
-
1위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뻐요.
-
1위-높은 점수로 승리
이거 화료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
1위-론으로 승리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 것 같네.
-
배만
배만.
-
구종구패
구종구패.
-
역만
헤아림 역만.
-
만관
만관.
-
노텐
노텐. 조금 아쉽네……
-
삼배만
삼배만.
-
사풍연타
사풍연타.
-
사깡유국
사깡유국.
-
사가리치
사가리치.
-
하네만
하네만.
-
텐파이
텐파이! 에헤헤.
-
역만
역만.
-
더블 역만
더블 역만.
-
트리플 역만
트리플 역만.
-
사배 역만
사배 역만.
-
오배 역만
오배 역만.
-
육배 역만
육배 역만.
-
특수-도라를 버릴 때
꺄아, 도라가……
-
특수-배만/삼배만 텐파이
와아! 이거 화료하면 점수 많이 딸 수 있는 거 아냐?
-
특수-연속으로 같은 패를 버릴 때
으으음…… 버리면 안 됐을지도……
-
특수-남은 패가 10장 이하일 때
으음…… 서둘러야겠는걸……
-
대국 시작
저, 열심히 할게요.
-
특수-역만 텐파이
내 운수가, 마치 향긋한 아라비카처럼 좋아진 것 같아!
-
대요구
대요구.
-
루트
루트.
-
장또이
장또이.
-
금구조
금구조.
-
영상방총
영상방총.
-
용치또이
용치또이.
-
청또이
청또이.
-
청금구조
청금구조.
-
청룡치또이
청룡치또이.
-
청치또이
청치또이.
-
청십팔라한
청십팔라한.
-
청요구
청요구.
-
십팔라한
십팔라한.
Spot Voices
-
Spot Voice 1
惊讶
-
Spot Voice 2
肯定
-
Spot Voice 3
否定
-
Spot Voice 4
打招呼-早晨
-
Spot Voice 5
打招呼-白天
-
Spot Voice 6
打招呼-夜晚
-
Spot Voice 7
告别
-
Spot Voice 8
承接
-
Spot Voice 9
叹气
-
Spot Voice 10
高兴
-
Spot Voice 11
生气
-
Spot Voice 12
递进
-
Spot Voice 13
转折
-
Spot Voice 14
疑惑
-
Spot Voice 15
语气1
-
Spot Voice 16
工作1
-
Spot Voice 17
工作2
-
Spot Voice 18
工作3
-
Spot Voice 19
开心1
-
Spot Voice 20
开心2
-
Spot Voice 21
打招呼1
-
Spot Voice 22
开心3
-
Spot Voice 23
疑问1
-
Spot Voice 24
犹豫1
-
Spot Voice 25
犹豫2
-
Spot Voice 26
语气2
-
Spot Voice 27
道谢1
-
Spot Voice 28
开心4
-
Spot Voice 29
肯定1
-
Spot Voice 30
开心5
-
Spot Voice 31
语气3
-
Spot Voice 32
转折1
-
Spot Voice 33
转折2
-
Spot Voice 34
道谢2
-
Spot Voice 35
惊讶1
-
Spot Voice 36
肯定2
-
Spot Voice 37
语气4
-
Spot Voice 38
语气5
-
Spot Voice 39
语气6
-
Spot Voice 40
语气7
-
Spot Voice 41
惊讶2
-
Spot Voice 42
语气8
-
Spot Voice 43
道歉1
-
Spot Voice 44
惊讶3
-
Spot Voice 45
语气9
-
Spot Voice 46
工作4
-
Spot Voice 47
工作5
-
Spot Voice 48
语气10
-
Spot Voice 49
惊讶4
-
Spot Voice 50
语气11
-
Spot Voice 51
语气12
-
Spot Voice 52
开心6
-
Spot Voice 53
承接1
-
Spot Voice 54
开心7
환자
인연 Lv.1 오픈
<이한시 중앙병원 진료 기록> 기록 번호: ****0321**** 환자 성명: 나나미 레이나 성별: 여 나이: 13세 Page (01) 기록 분류: 응급 입원 기록 기록 시간: ××××/03/20 23:45 증상: 환자는 교통사고로 인한 좌측 하지 외상 및 출혈, 의식 장애가 1시간 동안 지속됨. 신체검사: 심부 혼수상태. 좌측 대퇴부에 심각한 골절 징후와 함께, 뚜렷한 부종이 관찰됨. 대량의 활동성 출혈로 임시 처치한 붕대가 피로 젖음. 초기 진단: 1. 중증 출혈성 쇼크 2. 좌측 대퇴동맥 파열 3. 좌측 대퇴골 간부 골절 4. 전신 다발성 연부조직 타박상 결론: 환자는 미성년자*로 긴급 수술이 요구됨. 법정 보호자(부모)가 동일 사고로 사망하면서 수술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에 병원에서는 긴급 의료 절차를 진행함. * 환자 신원은 소지품 속 생일 축하 카드를 통해 일차적으로 확인됨. Page (02) 기록 분류: 수술 기록 개요 수술 시간: ××××/03/21 00:20 - 06:33 수술명: 1. 좌측 하지 신경 혈관 탐색술 2. 좌측 대퇴동맥 파열 봉합 및 문합술 3. 좌측 대퇴골 간부 골절 비관혈적 정복술 및 골수강내고정술 수술 결과 요약: 환자는 가장 위험한 시기를 넘겼음. 중점적으로 확인한 대퇴신경 및 좌골신경 주간 부위는 사고 당시 심한 압박을 받았으나, 영구적인 구조적 손상은 확인되지 않음. 향후 재활 경과는 환자의 회복 추이와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음. ... Page (22) 기록 분류: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서 진단일: 수술 5개월 후 진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및 전환 장애(Conversion Disorder) ... Page (27) 기록 분류: 경과 관찰 보고서 방문일: 수술 6개월 후 기록 내용: 환자는 6개월 전 사고로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4개월 전 퇴원함. 환자의 현재 신체 기능 지표는 양호하며, 하지 근력 및 골유합 상태는 퇴원 당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 그러나 심인성 보행 장애는 뚜렷한 개선이 없음. 환자는 모든 형태의 심리 치료, 특히 사고에 대한 심층 면담이나 회상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임. 후속 의견 및 결론: 기존의 물리 재활 훈련을 유지하며, 하지 근육 위축을 예방할 것을 권장함. 향후 경과에 따라 추적 관찰 및 진료를 병행하고, 정신건강의학과와 언제든 연계할 수 있도록 긴밀한 소통을 유지할 것.
Éternité
인연 Lv.2 오픈
Éternité' 카페가 문 닫은 지 반년, 이곳의 모든 것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휠체어에 앉은 나나미 레이나의 시선이 바 테이블 구석의, 먼지가 뽀얗게 쌓인 커피 그라인더에 머물렀다. 기억 속에서, 아빠는 항상 레이나에게 그라인더의 스위치를 함께 누르자고 했었다. 맑고 경쾌한 원두 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작은 요정들이 성대한 마법 파티를 위해 보석을 수집하기 시작하는 것만 같았다. 레이나는 늘 바 테이블에 엎드린 채, 자신도 춤추듯 날아다니는 작은 요정들 중 하나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가녀린 손으로 그 보석들을 지휘하며 마법이 탄생하기를 기대했다. 수집이 끝나면 이번에는 아빠와 엄마가 마법을 이어받아 펼칠 차례였다. 아빠가 원두 가루를 가지런하게 다지고, 커피 머신에 장착하고…… 그 향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우면,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오늘 첫 번째 사랑의 커피는 누구에게 줄까~" 레이나가 고개를 돌리면, 엄마는 마술이라도 부리듯 커피 위에 완벽한 하트 모양의 라테 아트를 그려 넣고는 의기양양하게 윙크했다. "레이나, 또 몰래 크림 먹었지!'' 아, 들켰다. 레이나는 재빨리 실수로 입가에 묻힌 크림을 핥아 먹었다. 단맛이 혀끝에서 녹아내릴 때면, 부모님은 익살스럽고 사랑스러운 그 모습을 보며 애정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 "레이나?" 멈춰 있던 현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자. 삼촌이 다 처리했어. 부동산 중개인이 제일 괜찮은 사람에게 이곳을 넘겨줄 거야.'' 삼촌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나미 레이나는 대답하지 않고, 눈앞의 바 테이블을 말없이 계속 바라보았다. 이전의 레이나는 까치발을 세우며 이곳을 마음껏 뛰어다녔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자신과 과거의 모든 것을 갈라놓고 있었다. 딸랑, 딸랑. 가게 문이 열리고 긴 여정에 지친 한 여인이 캐리어를 끌고 들어왔다. "아, 죄송해요…… 문이 열려 있길래…… 혹시 오늘 영업 안 하나요?" 삼촌이 앞으로 나서서 나나미 레이나 앞을 막고는 정중히 대답했다. ''네, 손님. 이곳은 폐업했습니다.'' "폐업이요?'' 여자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기대감이 사라졌다. ''어떡하죠…… 제가 유학갔다가 1년 만에 돌아오는 길인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곳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었거든요.'' 여자는 휠체어에 앉은 나나미 레이나를 발견하지 못한 듯, 그저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이 고요한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단순히 커피 때문만이 아니에요.'' 여자는 감상에 젖은 듯 통유리창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 제가 바로 여기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더 넓은 세상에 가보겠다고 결심했거든요. 저는 늘 이 가게가, 저에게 나아갈 용기를 주었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래서 늘 생각했어요, 다시 돌아오면 꼭 이곳에 다시 오겠다고요…… 너무 아쉽네요. 이곳은 제게 아주 특별한 장소였거든요.'' 말을 마치고 여자는 실망한 듯 삼촌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인 뒤, 돌아서서 나가려 했다. ……아주 특별한…… 장소…… 나나미 레이나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아빠, 엄마…… 들려? 엄마랑 아빠가 만든 'Éternité'……'영원'을 뜻하는 이 장소가, 정말로 우연히 스쳐 지나간 인연에 이렇게 따뜻한 격려를 건네고 있었어. 이 따뜻함이, 이렇게 사라지게 둘 수는 없어. "……저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여인과 삼촌이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만약…… 괜찮으시다면,'' 나나미 레이나는 상대방의 의아한 눈빛을 마주하자, 본인도 예상치 못한 충동이 내면에서 솟구쳤다. ''제가…… 손님께 커피 한 잔을 만들어 드려도 될까요?'' 레이나는 자신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손님이 그런 표정으로 나가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삼촌, 도와줘요." 레이나는 높은 선반 위에 놓인, 아직 개봉하지 않은 커피 원두통을 가리켰다. 삼촌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게이샤 원두가 담긴 통을 꺼내어 레이나의 손에 조심스레 쥐여 주었다. 원두통은 조금 무거웠다. 그렇지만 레이나는 여전히 이 촉감을 기억하고 있었다. 두 다리는 움직일 수 없지만, 두 손은 여전히 자유로웠다.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을 손끝이 기억하고 있었다. 모든 도구를 닦고,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이고, 뜸을 들이고, 커피를 내리기까지…… 앉아서 할 수밖에 없는 탓에, 나나미 레이나의 움직임은 다소 버거웠지만, 진하면서도 세월의 흔적이 밴 커피 향이 온 가게에 내려앉은 적막함을 남김없이 몰아낼 때까지 레이나는 끝내 손을 놓지 않았다. 한 잔의 핸드드립 커피가 만들어졌다. 레이나는 휠체어를 움직여 손님에게 직접 커피를 건넸고, 손님은 연신 고맙다고 말하며 커피를 받았다. "죄송해요. 가게에 오래된 원두밖에 없네요. 풍미가 온전하지 않을 텐데……'' 나나미 레이나가 미안해하며 말했다. "아뇨,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향이 너무 좋아요……!'' 여자는 조심스럽게 한 모금 들이켰고,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난 1년간 가장 간절히 바랐던 일이었어요. 모든 게 버거워 무너질 것 같던 날마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결심했던 그 아침을 떠올리곤 했어요……'' 여자는 붉게 물든 눈시울을 들어 올려, 나나미 레이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늘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조금만 더 버티자, 조금만 더 힘내자. 학업을 마치고 반드시 자랑스럽게 이곳으로 돌아와, 1년 전의 나와 건배하자고요. 그때의 나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거든요. '넌 정말 용감했어. 네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 정말 해냈어.'라고요.'' "고마워요, 꼬마 아가씨. 진짜 고마워요. 제 소원을 이룰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여자는 바 테이블 위에 커피값의 두 배를 정중히 내려놓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가게를 떠났다. "소원……이라고?" 나나미 레이나는 빈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이제 누구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레이나는 그렇게만 여겨왔다…… 그런데, 아직 할 수 있었다. "……삼촌'' 레이나가 뒤를 돌아보며, 처음으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결정했어요.'' "저는 여기에 남을 거예요.'' 다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마침내, 삼촌은 주머니에서 카페 열쇠를 꺼냈고, 레이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가늘게 떨리는 그녀의 손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열쇠를 놓았다. 소녀는 열쇠를 꼭 움켜쥐었다. 휠체어 바퀴가 발걸음을 대신했고, 앞으로의 길은 어쩌면 멀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나미 레이나에게, 미래는 어쩐지 새로운 기대를 품은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기적의 점장님
인연 Lv.3 오픈
"레이나, 잘 먹었어. 고마워! 우린 이만 가볼게!" "조심히 가세요, 다음에 또 오세요." 오늘의 마지막 손님들을 배웅한 뒤, 나나미 레이나는 미소를 지으며 카페 문 앞의 팻말을 'CLOSED'로 돌려놓았다. "딸랑……" 풍경 소리가 가볍게 울렸고, 온 세상이 조용해졌다. 레이나는 휠체어를 밀며 하루 중 오직 자신만을 위한 질서 정연한 마감 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사용한 커피잔들을 바 안으로 치우고, 이어서 가게 안의 테이블과 의자들이 깨끗하고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그중 한 테이블을 확인하던 중, 테이블 다리에 새로 붙은 양 캐릭터 테이프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레이나는 어느새 오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귓가에는 엘리사 씨가 안절부절못하고 쩔쩔매며 지르던 비명이 다시 들려오는 듯했다. "레이나 점장! 큰일이야, 큰일! 뽀요용이 테이블 다리를 갉아 먹었어!" 뽀요용은 엘리사가 키우는 양으로, 주인의 품에 안겨서도 계속 테이블 다리에 공격을 시도했다. "으으음, 당황하지 마세요." 레이나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휠체어를 돌려 바 안쪽에서 미네랄블럭을 찾아 건넸다. 뽀요용은 곧바로 테이블 다리 대신, 미네랄블럭을 껴안고 만족스럽게 핥았다. "엘리사 씨가 처음 오셨을 때, 뽀요용이 염분이 부족하면 나무를 갉는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가게에 하나 준비해 뒀어요." "어머?! 리사리사가 그런 말을 했었나…… 잠깐만. 근데 진짜 중요한 건, 점장이 그렇게 오래전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거잖아! 심지어 미리 준비까지 해 뒀다니! 우아, 너무 대단해!" 잔뜩 흥분해서 얼굴까지 빨개진 엘리사 씨의 표정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귀여웠다. 모든 잔과 접시 정리를 끝내고, 이어 커피머신을 청소할 차례였다. 레이나는 능숙하게 포타필러를 분리하고 구멍이 없는 블라인드 바스켓을 끼운 뒤, 전용 세정 파우더를 넣고 다시 포타필터를 장착해 추출 버튼을 눌렀다…… 이 행동은 다소 번거롭지만, 반드시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의식이었다. 거듭되는 가압과 역류, 압력 배출 과정을 통해 머신 내부를 깨끗하게 씻어내야, 내일 처음 추출하는 커피가 가장 순수하고 깔끔한 풍미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레이나는 커피머신 옆의 정갈한 글씨체의 메모를 힐끗 보았다. "얼어붙어 있던 제 신경세포에 따뜻한 불꽃을 피워줘서 고마워요." 그것은 오노데라 나나하가 그녀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오늘 오후, 여느 때처럼 문학의 세계에 몰두하던 오노데라 나나하의 펜을 쥔 손이 종이 위에서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온몸은 침울한 기운에 휩싸여 있었다. "……도무지 진전이 없어" 오노데라 나나하의 목소리는 모깃소리만큼 작았다.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질 않아. 내 글이 온기를 잃은 것 같아……" 걱정이 되어 다가간 나나미 레이나는, 아무 말 없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나몬 커피 한 잔을 건넸다. 그리고 커피 옆으로 따뜻한 물수건도 함께 놓았다. "가끔은 몸의 감각이 생각에 영향을 주기도 하더라고요. 우선 펜을 쥔 손부터 가볍게 풀어보는 건 어떨까요?" 오노데라 나나하는 말 없이 시키는 대로 했다. 오노데라 나나하가 두 손으로 뜨거운 커피잔을 감싸 쥐자, 잔뜩 긴장했던 몸이 스르르 풀어지는 것 같았다. 한참 시간이 흘렀고, 그녀는 다시 펜을 잡아 감사의 메모를 적어 레이나에게 건넨 뒤, 다시 자신의 창작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기뻤다. 나나미 레이나는 그 메모를 소중히 보관했다. 마지막 순서는, 가게 안의 문과 창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가게 입구 앞 매트 쪽으로 다가갔을 때, 오후에 란세이 씨가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갑자기 '대'자 자세로 벌러덩 엎어졌던 장면이 떠올랐다. "……닌자 기력 소진, 행동 불능이오." 란세이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말했다. 모두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구급차를 불러 그녀를 이송하려 할 때, 내 대책은……? '커피 + 소금 + 시럽 + 레몬즙 + 얼음'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레시피가 완성되었다. 맛과 효과는…… 아마 강렬할 것이다. "이거 한번 드셔보실래요? 당분과 전해질, 그리고 카페인을 보충할 수 있어서, 닌자의 기력을 끌어모으려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를 거에요?" 인상을 찌푸리며 특제 음료를 마시고 몇 분이 지나자, 란세이는 기적처럼 벌떡 일어나 "임무를 계속한다"라는 말을 남기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과연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닌자다웠다. 이제 매트 위치를 바로잡는 것까지 마치니, 모든 일이 끝났다. "후……" 레이나는 휠체어에 기대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오른팔이 좀 뻐근했다. 오늘 높은 곳에 놓인 미네랄블럭을 꺼내느라 무리했던 모양이다. 레이나는 어깨를 주무르며, 얇은 담요가 덮인 자신의 두 다리로 시선을 옮겼다. 두 다리는 늘 그렇듯 고요했다. 그렇다, 고요했다. ……마치 지금의 'Éternité' 같았다. 낮의 소란스러움이 지나간 지금, 고요함이 채워지고 있었다…… 고요함은 저녁의 밀물처럼 소리 없이 차올라 그녀의 발목을 감쌌고, 이내 무릎까지 차올랐다…… "……" "……" "……이러면 안 돼." 나나미 레이나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그대로 있었다. 그러고는 스스로에게 기운을 북돋워 주려는 듯 가볍게 뺨을 두드렸다. "오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정신 차리자, 나나미 레이나!" 레이나는 고개를 들고 다시 웃음을 지으며, 휠체어를 밀어 수납장 쪽으로 향했다. 자신의 목소리와 움직임으로 이곳을 다시 활기차게 채워보기로 마음먹었다. "레몬, 캐모마일, 작은 꿀 한 병……" "이제부터는 아까 오후에 급하게 만들었던 특제 음료를 좀 더 맛있는 버전으로 다시 만들어 볼까?" 'Éternité', 그리고 모두를 위해서. ……힘내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아주 많이 남아 있으니까.
마법 커피와 지휘관
인연 Lv.4 오픈
Possible Endings
Scenario Script
Spots 1, Scenes 226, Choices 16, Endings 2
와…… 엄마 아빠, 오빠랑 다 같이 먹던 아침 생각 난다~ 엄마가 구운 빵을 먹는 것 같기도 하고~
냐냥! 부드러운 식감이다냥! 주인이 사주는 최고급 참치 뱃살을 먹을 때만큼 감동적이다냥! 레이나, 세 번째 잔도 달라냥!
음~ 따뜻해! 어린 시절의 그 여름이 생각나…… 처음으로 마당 나팔꽃이 울타리를 온통 덮이게 했던 그때가……!
오오! 뜨거운 청춘의 맛이야! 작년 옆 반과의 배구 시합에서 마지막에 내가 스파이크로 승리했을 때, 다들 나를 헹가래 쳐줬던 장면이야!
'Éternité'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다들 모여 앉아 커피잔을 들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var:player_nickname} 왔구나. 어서 와~
흐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이건 '추억 라테'야. 며칠 전 레아 씨가 준 신비한 원두로 만들었어.
와, 레아 씨, 이걸 다 점장님한테 주는 거야?
응. 'Éternité'는 행복을 주는 카페니까. 올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거든. 그리고 레이나는 정말 재능이 있는 아이야. 나도 그 아이의 행복을 위해, 조그마한 마법을 살짝 더해주고 싶어.
마법?
맞아. 특별한 마법이 깃든 이 원두는, 마음속 행복한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거든.
와, 그렇구나~ 점장님한테 하나도 빠짐없이 전할게. 고마워, 레아 씨!
그렇게 된 거야. 레아 씨는 배려심이 참 깊다니까.
흐음……
모두가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나에게는 가장 큰 행복인걸.
아, 맞다. {var:player_nickname}도 마셔볼래? 모두 좋아하길래, 특별히 한 잔 남겨뒀거든. 내가 지금 바로……
음…… 후……
응……?
푸하하, 후유미가 잠들었다냥…… 커피 마시다 잠드는 사람이 어디 있냥!
근데, 말하고 보니……
이치히메도 좀 몽롱해지는 것 같다냥…… 냥? 천장, 빙글빙글 돈다냥……?
어……?
음, 나도…… 하루에 농구부, 배구부, 테니스부를 다 돈 느낌이야…… 하하하, 피곤하긴 한데 엄청 보람찬……
……마법 커피 진짜 장난 아니다. 우하하하……!
……다들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설마 내가 커피를 만들면서 뭘 잘못했나……
히나타, 원두 받았을 때 레아 씨가 따로 당부한 말은 없었어?
음…… 따로 당부한 말이요? 생각해 볼게요…… 음…… 작은 카드를 받았는데…… 거기에…… "점장의 특제 음료 덕분에 닌자 기력을 회복했소, 고맙소"라고…… 아닌데, 그건 지난번에 란세이가 쓴 거였는데……
아…… "마시기 전에 흔들어 주세요"라고……?
그건 우리 신메뉴 안내 쪽지 아니야……?
쪽지? 점장님, 내가 식물들에게 관리 쪽지 쓰고 있는 거 알고 있었어?
……히나타도 몽롱한 모양이야.
음, 찾았다. 이거야!
레아가 보낸 선물 주머니 안에 들어 있었구나.
……이 원두에는 강력한 마법이 깃들어 있으니까, 적당히 마셔줘. 안 그러면 일시적인 '환상'에 빠져…… 귀여운 행동을 할지도 몰라……
이봐…… 다들 괜찮아?!
……
냐하하하……! 이치히메는 완전 괜찮다냥! 지금 당장 에그타르트 백 개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냥!
평소 먹는 양의 10배 이상인 것 같은데??
냐냐냥! 천장에 엄청 큰 야생 에그타르트가 자랐다냥!
에그타르트가 어디 있다는 거야…… 그건 샹들리에라고!
주인! 너로 정했다냥! 어깨 좀 빌려달라냥, 이치히메의 날아차기를 받아라……!
이, 이치히메 씨, 잠깐만요! 이 '에그타르트'는 사실…… 아직 덜 구워졌어요!
……냥? 덜 구워졌냥?
네, 맞아요.
크흠, 진정한 미식가는 갓 구워진, 완벽한 상태의 음식만을 먹는다고 들었어요.
일단, 제가 방금 구운 김 쿠키부터 드셔보실래요? 지금이 먹기 제일 좋을 때거든요!
냥~ 역시 점장이 아는게 많다냥! 이치히메는 사양하지 않겠다냥!
아우! 냐냐냥…… 맛있다냥!!!
아니, 아니야. 정말 미안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다니……!
점장님, 걱정 마세요! {var:player_nickname}도 걱정할 거 없어……!
영차…… 영차…… 아르바이트생 1호 타카나시 히나타, 보고하러 왔어!
고마워, 타카나시. 마음만 받을게. 근데 잠든 후유미를 대체 어디로 데려가려고?
수련 상태가 엉망이거든, 잎도 축 처졌고. 그래서 밖에 데려가서 수분이랑 햇빛을 보충시켜 주려고.
아, 말하는 걸 깜빡했는데, 나 식물 되게 잘 돌보거든!
잘 돌보는 건 알고 있어, 그런데 먼저 후유미를 내려놔……!
히나타! 저기 봐, 새로 데려온 해바라기가 쓸쓸함을 느꼈는지, 슬퍼하며 시들시들해졌어!
뭐?? 편애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어떡하지……
흐음, 히나타. 이 '수련'은 나랑 {var:player_nickname}한테 맡겨줄래?
그래, 우리가 책임지고 햇볕을 맞게 할게!
우와,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그럼, 각자 할 일 하자! 난 해바라기를 보러 갈게……
후……
겨우 해결했네. 레이나, 전장의 지휘관 같았어.
정말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
별것도 아닌데 뭘. 일단 후유미가 잘 잘 수 있도록 자리에 데려갈게……
……그건 안 돼!!
??
내가 시노미야 후유미를 부축해 자리로 데려가려는 순간, 시라이시 나나가 벌떡 일어났다……
다들 긴장이 완전 풀렸잖아! 내가 다들 정신 차리게 해줘야겠어!
우선, 모두를 해롱거리게 만든 원흉부터 처리하겠다!!
시라이시, 지금 제대로 걷지도 못하잖아. 마시다 남은 커피는 놔둬, 내가 치울게.
아직 괜찮거든. 똑바로 걷고 있잖아……?
밭밑의 카펫 조심해!
……에?
으윽……
시라이시 나나가 균형을 잃는 순간, 나나미 레이나는 재빠르게 휠체어 방향을 틀고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
……살았나?
……아아, 미, 미안, 레이나……!
시라이시 나나는 다치지 않았지만, 손에 들고 있던 커피포트가 그만 엎어지고 말았다. 갈색의 액체가 모두 나나미 레이나의 치마에 쏟아졌다.
(……쿨쿨)
(……쿨쿨)
응…… 방금 레아 씨랑 연락했는데, 오늘 도시 밖에 나갔다고 하시네. 다들 한두 시간 푹 자고 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하셨어. 나중에 직접 와서 상황을 확인해 보겠대… 다행이야.
고생했어, 레이나.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수습하다니. 정말 대단해.
에이 무슨…… {var:player_nickname}, 네가 있어서 내가 침착할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레이나는 말하다가 갑자기 멈칫했고, 얼룩으로 엉망이 된 치마로 시선을 떨궜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얼룩을 가리려 했지만, 어느새 자신의 양손에도 커피 얼룩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롭던 '지휘관'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졌다. 대신 숨길 수 없는 당혹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
미, 미안……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네……
아까 시라이시를 붙잡다가 묻은 거지? 물티슈 가져다줄까……?
괜찮아, 커피 좀 묻은 거뿐이잖아. 내가 알아서 하면 돼.
정말이야. {var:player_nickname}, 저기에서 좀 쉬고 있어!
레이나는 웃고 있었지만, 휠체어를 움직이는 동작이 굳어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휠체어에서는 "덜컥, 덜컥" 소리가 났고, 평소보다 훨씬 힘겨워 보였다.
레이나는 끙끙대며 휠체어를 밀어 바 테이블 뒤 싱크대로 향하더니, 나에게서 등을 돌린 채 수도꼭지를 허둥지둥 틀었다.
……앗……!
수도꼭지를 너무 세게 틀어버린 탓에, 물줄기가 순식간에 레이나에게 튀었다.
레이나……?
흐음…… 이런 모습 보여서 민망하네, 닦으면 괜찮아……
앗?!
나나미 레이나는 서둘러 수도꼭지를 잠갔고, 손을 뻗다가 실수로 선반 위에서 꺼내려던 손수건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손수건은 싱크대와 벽 사이의 좁은 틈으로 빠졌다.
으윽……
레이나는 휠체어를 밀어 틈 가까이 다가갔고, 허리를 숙이고 손을 뻗어 어떻게든 집어보려 했다. 하지만 휠체어에 가로막혀, 아무리 각도를 바꾸고, 팔을 길게 뻗어도 눈앞에 있는 손수건에 손이 충분히 닿지 않았다.
레이나, 내가 주워줄까?
……아, 아냐, 시간을 조금만 주면…… 내가 할 수 있어.
저기…… 맞다. {var:player_nickname}, 오늘 폐를 너무 많이 끼쳤는데…… 혹시…… 먼저 돌아갈래?
어?
……부탁할게!
레이나가 고개를 숙이며 내 말을 끊었다.
늘 상냥하고 친절하던 나나미 레이나가 처음으로 뚜렷하게, 도움을 청하는 듯한 난처함을 보였다.
모두를 안전하게 하려는 지휘관이 되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하지만 지휘관도 전투가 끝나면 누군가에게 보살핌받아야 해. 난 레이나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var:player_nickname}……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응. 잠시만 기다려, 곧 끝나.
……!
오늘 이 '티타임 대소동'이 큰 사고 없이 끝났어. 돌이켜 보면, 꽤 재밌는 기억이 될 것 같아.
특히 나로서는, '지휘관 아가씨'와 함께 전투를 치를 수 있어서 아주 영광이었어.
……
정말이지…… {var:player_nickname}, 넌 말을 참 예쁘게 한다니까. 고마워.
결국 레이나는 고집을 꺾고, 거의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인정했다.
사실…… 조금 전 그 난리 때문에, 휠체어의 베어링이…… 낀 것 같아. 나 혼자서는…… 고치기가 힘들어.
휠체어를 꼼꼼히 살펴본 후……
대충 알겠어. 이 정도 고장이면 내가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레이나가 먼저 휠체어에서 내려와야 할 것 같은데. 괜찮아?
……응.
나는 두 팔을 벌려 조심스럽게 레이나를 휠체어에서 안아 올렸다.
정말 가벼웠다. 긴장한 탓인지 겁먹은 아기 고양이처럼 몸이 살짝 굳어 있었다.
레이나의 안내에 따라, 나는 그녀를 휴게실의 침대에 눕혀주었다. 그곳에는 비상용 생활용품들이 있었다.
갈아입을 옷, 수건, 따뜻한 물 한 대야…… 더 필요한 거 있어?
그거면 충분해…… 고마워, {var:player_nickname}.
레이나가 말해준 대로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해 그녀의 손이 닿는 곳에 두었다.
알겠어, 그러면 난 나가서 휠체어를 고칠게. 천천히 해, 다 되면 불러.
응, 알겠어……
{var:player_nickname}…… 나 다 갈아입었어.
내가 방에 들어갔을 땐, 레이나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다만…… 침대 끝에 앉아, 어설프게 발을 신발 속에 밀어 넣으려 하고 있었는데, 영 기운이 없어 보였다.
'Éternité'에서 나나미 레이나를 볼 때면, 그녀는 늘 "어서 오세요"라며 밝게 미소 지었다. 그 따뜻한 미소는, 늘 모든 상황을 능숙하게 해결하는 점장이 사실은 거동이 불편한 어린 소녀라는 것을 잊게 했다.
레이나, 괜찮다면 내가 도와줄까?
……그럼, 부탁할게.
……엇.
레이나의 발목을 잡는 순간, 발이 반사적으로 움찔하며 오그라드는 것이 느껴졌다.
레이나, 발이……?
……응. 감각은 느껴져. 아주 조금은 움직일 수도 있어.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일어서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아……
정말 최악이다…… {var:player_nickname}한테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var:player_nickname}, 그렇게 생각해?
당연하지.
……
……근데…… 사실, 난 아무것도 못 봤어.
레아 씨의 마법 커피…… 나도 마셨거든.
혹시나…… 부모님을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마음이 들어서.
하지만 따뜻한 추억도 행복한 기억도…… 난 아무것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잘 모르겠어…… 왜 이런 건지. 나만 이런 걸까……?
레이나……
……그래도 다행이야.
만약 나까지 '취해서 쓰러졌다면' 오늘 정말 엉망진창이 됐을 테니까, 하하.
……그렇지 않아. 레이나가 취했더라도, 내가 있잖아.
어, 그, 그건 안 돼. 내 몸도 이런데 정신까지 혼란스러워지면, {var:player_nickname}한테 얼마나 큰 짐이 되겠어……
단 한 번도 레이나가 내 짐이었던 적 없어.
어……?
레이나, 넌 항상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 해.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야.
하지만 어느 날, 네가 지치거나 가끔 게으름 피우고 싶을 때가 있어도, 걱정하지 마. 내가 늘 네 곁에 있으니까.
내가 지키고 싶은 건 유능한 점장만이 아니야. 지칠 때도 있고, 쉬어야 할 때도 있는 그런 레이나도 지키고 싶어.
……
……후.
{var:player_nickname}, 넌 정말 상냥하다니까.
너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걸 더 깊이 실감하게 돼.
다들 내가 상냥하다고 하지만, 진짜 상냥한 사람은 {var:player_nickname}, 너야.
그러니까…… 네가 이렇게 돌봐주는 거……내가 기대해도 돼, {var:player_nickname}?
마치…… 평범한 여자아이처럼?
!!
어……?
레이나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려 했지만 나는 그 손을 부드럽게 붙잡았다.
따뜻한 체온이 맞닿은 손바닥을 통해서 느리지만 확실하게 전달되었다.
레이나가 그 온기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긴장을 풀어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응, 알겠어.
마침내 익숙했던 그 상냥한 미소가 소녀의 얼굴에 다시 피어났다. 그 미소에는 평소와 다른 따스함이 담겨 있었다.
그 미소를 보며, 레이나의 마음의 문이 나를 향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레이나, 이제 나갈까?
……응.
그날 밤.
……
……음?
레이나, 오늘은 어떤 풍미의 커피를 마시고 싶어?
레이나, 엄마가 방금 구운 김 쿠키 먹어볼래?
……음……?!
……아빠? ……엄마……?!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나게 된다니! 마법 커피는 진짜였어!
허허…… 우리 꼬맹이, 우린 늘 여기 있었단다. 네 곁에 그렇게 상냥한 사람이 있는 걸 보니 아빠, 엄마도 마음이 놓여.
그래, 레이나. 앞으로는 너만의 새롭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가는 거야.
새로운, 추억……?
……
아니야…… 아빠…… 엄마…… 가지 마!…… 나를 떠나지 마! 꿈속에서라도……!
……레이나, 살려줘.
……?!
누구…… 거기 누구 있어요……?
음, 아, 잠깐만. {var:player_nickname}, 잠깐 뒤돌아 있어 줄래? 나, 잠깐 정리 좀 할게.
그녀의 뜻을 존중해 나는 몸을 뒤로 돌렸다.
등 뒤로 미세하게 부스럭거리는 소리, 손 씻는 물소리, 그리고 애써 억누르는 듯한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무척 힘겨워 보였다.
그냥 이대로 기다려도…… 정말 괜찮을까?
……레이나, 정말 안 도와줘도 돼?
……응, 이제 괜찮아.
나나미 레이나의 허리에는 깨끗한 앞치마가 둘러져 있었다. 치마의 얼룩을 완벽히 가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완벽하게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정말 미안해. 이거, 꼭 받아 줘. 내 작은 성의야~
아, 레이나가 직접 만든 쿠키야? 고마워.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레이나는 여전히 완벽한 점장이었고, 나는 여전히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받는 단골손님이었다.
조심히 가, 또 오고. 다음엔 꼭 제대로 대접할게.
오늘의 우연한 작은 사고는, 없었던 일로 치는 게 그녀에겐 더 편안한 방식이겠지?
하지만……
나나미 레이나는 왜 추억 라테의 후유증을 겪지 않은 걸까?
이 의문에 대해 언제쯤 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몽중인
인연 Lv.5 오픈
Possible Endings
Scenario Script
Spots 1, Scenes 256, Choices 12, Endings 2
살, 살려줘.
살려줘……!
그 목소리…… 울고 있었어…… 내, 내가 뒤돌았을 땐……
뭘 봤는데?
……괴물. 얼굴도 없이, 온몸이 뒤틀려 있는……
{var:player_nickname}…… 나…… 너무 무서워!
……후……
요 며칠, 나나미 레이나의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여러 차례 묻고 나서야, 레이나는 그제야 매일 밤 똑같은 기괴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나의 강력한 권유로 레이나는 나와 함께 레아의 약초 가게에 도움을 청하러 가는 데 동의했다.
힘들었겠는걸, 레이나. 앞으로는 무슨 일 있으면 빨리 날 찾아와야 해?
레아는 오묘한 향이 감도는 꽃차 두 잔을 우리 앞에 내어줬다.
우선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차부터 마셔. 긴장을 풀어 줄 거야. 넌 너무 지쳤어, 마음 편히 좀 쉬어.
감사해요, 레아 씨.
흐음…… 레아 씨, 차 맛이 정말 특별하네요……
콜드브루 방식으로 우려낸 다음, 시트러스 시럽을 아주 살짝 첨가하면, 정말 멋진 여름 특별 메뉴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또…… 일 생각을 해버렸네요……
후훗, 레이나, 그게 바로 네가 가진 재능이야.
네…… 고맙습니다……
안정을 주는 차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소파에 앉아 있던 나나미 레이나의 호흡이 점차 안정되더니 이내 얕은 잠에 빠져들었다.
(작은 목소리로) 레아, 레이나의 상태는 어때……?
흐음…… 이 아이는 마음속에 응어리가 너무 많아.
짐작건대, 그날 추억을 보여주는 '마법 커피'가 처음에는 레이나에게 전혀 효과가 없었을 거야. 그렇지?
맞아. 그런데 나중에 레이나가 그러더라고, 그날 밤에 꿈속에서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행복한 기억을 마침내 보았다고 말이야.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꿈속의 괴물'도 보이기 시작했지.
역시 그랬구나. 대충 알 것 같아.
레이나의 마음은 문과 창문이 굳게 잠긴 방과 같아. 평범한 마법으로는 도저히 스며들 수가 없지. 그런데 네 덕분에, 레이나가 살짝이나마 마음의 문을 열었고, 그래서 추억의 마법이 작용할 틈이 비로소 생긴 거야.
그리고 갑자기 꾸게 된 악몽도 같은 이치야. 가슴속에 억눌려 있던 무언가가, 마음의 문이 아주 살짝 열린 틈을 타서 꿈틀거리기 시작한 거지.
내 생각은 그래. 하지만 그 괴물이 대체 무엇인지…… 깃들어 있던 영혼인지, 어릴 적의 집착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인지…… 제삼자인 나로서는 명확히 알 수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레이나의 정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고, 앞으로 스스로 맞설 힘을 기르도록 해 주는 것뿐이야.
{var:player_nickname}, 레이나에게 행복한 추억을 다시 보게 해준 게 너라면, 악몽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사람도 너뿐이야.
알겠어. 고마워, 레아.
그 후 나는 휴대폰으로 나나미 레이나가 겪었던 당시의 교통사고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특별한 단서를 바로 찾아내지는 못했다.
……흐음……
레이나, 깼어?
앗, {var:player_nickname}, 또 칠칠치 못한 모습을 보였네.
나랑 있을 때는 편하게 있어도 돼. 기운을 좀 차린 모양이네. 준비 다 하고 나면, 우리 다음 장소로 갈까?
어? 다음 장소?
레아 말로는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꽃차의 효과는 일시적이래, 자신의 마법으로 네 악몽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
난 레이나가 앞으로 매일 밤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그렇게 해줄게. 날 믿어줄래?
……
……응, 믿을게. {var:player_nickname}.
그렇게 '숙면하는 방법 찾기'라는 특별한 외출은 다음 행선지로 이어졌다.
주인님, 안심하셔도 돼요. 방금 살펴봤는데, 레이나 씨의 몸에 나쁜 것이 깃들어 있지는 않아요. 다만…… 레이나 씨의 마음속에 감돌고 있는…… 아주 깊은 슬픔이 느껴져요…… 악몽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슬픔……? 그 슬픔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레이나도 한결 편해질 거야.
고마워, 마이.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나나미 레이나를 데리고 천월 신사의 울창한 고목 아래로 걸어갔다. 바람이 나무의 윗부분을 부드럽게 스치자, 알록달록한 글씨가 적힌 소원 종이들이 활짝 피어난 꽃처럼 살랑살랑 흔들렸다.
……우와, 정말 예뻐. 예전에 'Éternité' 손님들이 말한 적 있어, 천월 신사에 이런 곳이 있다고. 사람들의 소중한 소원들을 이렇게 모아두다니, 너무 멋지다.
레이나도 한번 해볼래? 소원을 적은 종이를 이 소원 나무에 직접 걸어두면 신이 꼭 봐주실 거니까.
아…… 내가?
나나미 레이나는 내가 건넨 종이와 펜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설렘이 스쳤으나, 이내 다시 어두워졌다.
괜찮아. 소원 나무가 너무 높잖아. 난…… 어차피 직접 걸 수 없는걸. 네 덕분에 오늘 여기 와서 직접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
어……? 안 돼. 그, 그건 너무 민폐잖아……
레이나, 내가 했던 말 기억해? 레이나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던 말.
가끔 주변 사람에게 기대는 건, 결코 '민폐'가 아니야.
게다가 신께서 소원 나무를 이렇게 높게 만드신 건, 우리가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으셔서가 아닐까.
나나미 레이나는 나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더니, 마침내 결심을 굳힌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var:player_nickname}, 부탁할게.
이윽고 나나미 레이나는 진지하게 소원을 적어 내려갔다.
신이시여, 부디…… 모두가 언제나 평안하고 즐거우며, 행복이 가득하게 해주세요.
후우…… 응, 다 걸었어!
내 손으로 소원을 직접 걸고 나니까, 왠지…… 마음이 정말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아.
……오, 레이나 씨의 마음을 짓누르던 슬픔이 정말 조금 옅어졌어요……!
앞으로도 레이나 씨의 기분을 좋게 해줄 방법들을 주인님이 많이 찾아주세요~ 전 레이나 씨가 좋아질 거라고 믿어요.
……즐거운 기억으로 슬픈 꿈을 덮는다……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지 알겠네.
어? 'W·I·N'의 콘서트?! 우, 우리 정말 보러 가는 거야?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은…… 내 휠체어가 거치적거릴 거고, 다른 사람들한테 분명 방해가 될 텐데.
걱정 마. 공연장 안에는 배리어프리 통로랑 넓은 전용 관람석이 마련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들한테 전혀 방해 안 돼.
게다가 카나가 네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특별히 잘 보이는 좋은 좌석으로 표를 챙겨줬거든. 이따가 마음 편하게 공연장에 가면 돼.
음, 알겠어……
알겠어…… 이제 다시는 {var:player_nickname}한테 민폐 끼칠까 걱정된다는 소리는 하지 않을게……
그, 있잖아…… 나, 너랑 같이 가고 싶어!
좋아, 그러면 가자!
셋, 둘, 하나.
……안녕하세요! 'W·I·N'입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저희가 준비한 무대와 함께, 이 아름다운 밤을 신나게 즐겨 봐요!
와아……
거대한 함성이 파도처럼 밀려왔고, 화려한 조명이 어둠을 갈랐다. 그리고 수천 명의 관객들이 동시에 흔드는 야광봉까지…… 이 모든 것은 화면 너머로는 느낄 수 없는, 오직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마법이었다.
나나미 레이나는 무대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다친 이후, 이처럼 크고 열정적인 인파 속에 제대로 녹아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순간 레이나는 주변 환경도, 자신의 거동이 불편하다는 사실도 잊은 채 그저 기쁨과 설렘으로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노래 한 곡이 끝나고 나서야, 레이나는 어느새 자신이 손을 높이 치켜들고 주변 팬들과 어우러져 리듬을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내가 방금……
잘했어. 콘서트에 왔으면 이렇게 마음껏 즐겨야지.
사람들과 가장 순수하고 즐거운 밤을 만끽하는 건, 레이나,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응!
와아, {var:player_nickname}, 저기 무대 좀 봐, 다음 곡이 시작되려나 봐!
그제야 레이나는 공연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와아…… 아이돌로 무대에 선 카나 씨는 카페에서의 모습과 정말 다르네~ 반짝반짝 빛이 나~
히나타가 왜 카나 씨의 팬이 되었는지 완전히 이해했어~ 이제 나도 카나 씨의 팬이야~!
나는 나나미 레이나의 휠체어를 밀며 강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레이나는 모처럼 편안해 보였다.
네가 즐거운 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해.
아……
그러고 보니…… 이렇게 하루 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낸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 평소에는 고작해야 'Éternité' 근처에서 잠깐 햇볕을 쬐는 게 전부였는데……
오늘은…… 악몽을 해결할 방법을 찾으러 왔다기보다는…… 네가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녀준 셈이네.
처음에는 널 귀찮게 하는 것 같아 계속 미안했는데, 나도 모르게…… 푹 빠져서 놀았어.
나 정말 즐거웠어!
나나미 레이나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순간적으로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
……아무튼, 이젠 괜찮아. 온종일 함께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만족해, {var:player_nickname}. {var:player_nickname}도 오늘 너무 고생 많았어. 우리 이만 돌아갈까?
아직 끝낼 수 없어.
응?
웃고 있지만, 오늘 밤에도 악몽을 꾸게 될까 봐 걱정되지?
흐음…… {var:player_nickname}한테는 아무것도 숨길 수가 없네.
꿈속의 괴물이 귀신이나 악령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이제 무서워할 필요 없어.
한 번만 더 용기를 내서 나에게 그 괴물에 대해 이야기해 줄래? 우리 같이 그 괴물의 정체를 밝혀내 보자.
……좋아. {var:player_nickname}, 또 어떤 게 알고 싶어?
전에 네가 그랬었잖아……
음…… 맞아…… 너무 무서워서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어. 그건 마치…… 라테 아트의 우유 거품이 실수로 흐트러져서 커피랑 우유의 색깔이 마구 뒤섞여 버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
음…… 맞아…… 난 매번 괴물의 부르짖음을 먼저 들었어.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괴물을 보기 전에…… 무서워져서 제대로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건 마치…… 라테 아트의 우유 거품이 실수로 흐트러져서 커피랑 우유의 색깔이 마구 뒤섞여 버린 것 같은…… 딱 그런 느낌이었어.
……색이 뒤섞였다고?
나는 문득 한 사람을 떠올렸다. 다양한 색을 활용해 감정과 직감을 표현하는 데 아주 탁월한 친구였다.
레이나, 마지막으로 친구 한 명 만나러 갈래?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가진 화가인데, 어쩌면 흐트러진 라테의 그림을 복원해서 원래 모양을 알아낼 수 있게 도와줄지 몰라.
{var:player_nickname} 말은…… 악몽을 그림으로 그리겠다는 거야……?
그, 그렇게 무서운 걸 그림으로 그려도…… 정말 괜찮을까……
난 레이나의 꿈속에 무서운 것만 가득하진 않을 거라고 믿어.
……응.
응. 믿을게, {var:player_nickname}. 가자.
아…… 마감 독촉하러 온 게 아니구나. 난 너희처럼 시작부터 용건을 확실히 말하는 친구들이 좋다니까. 들어와.
화실 안은 물감 냄새로 가득했다. 이곳은 만화가 머피의 작업실이었다.
나나미 레이나는 악몽에 관한 이야기를 띄엄띄엄 털어놓았다.
……흠. 꿈속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괴물'이 나타났다고, 설마, 너도 영감을 주는 신에게 간택이라도 받은 거야? 뭐, 같은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너한테 들은 설명이 있는데, 만화가로서 그 장면을 재현하는 건 식은 죽 먹기지.
……흐음…… 괴물의 모습이…… 네 설명대로라면…… 아마도…… 이렇게…… 요렇게……
와. 생각했던 이미지랑은 다른데.
어? 벌써? 어떤 모습인데?
어떻게 복구할지 스케치는 이미 머릿속에 정리됐어. 근데…… 채색하기 전에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var:player_nickname}, 네가 보기에 레이나는 어떤 사람이야?
레이나는…… 겨울날의 따스한 햇살처럼,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상냥하고, 강인한 아이야.
나, 나는 {var:player_nickname}의 말처럼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야……!
나나미 레이나가 내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흠…… 그렇다면 틀림없겠어.
알겠어.
……
머피는 붓을 들고 캔버스 위에 색을 칠해 나가기 시작했다. 뒤틀린 색 얼룩들, 끊어진 선들…… 나나미 레이나가 묘사했던 어지러웠던 퍼즐들이, 서서히 머피의 직감을 통해 재조합되고 맞춰져 갔다.
됐다.
이건……
……이건 괴물이 아니야. 이건…… 속박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꽃의 정령인데?
그 정령은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웠고, 마법 같은 빛을 내뿜는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김새는……
……에!!?
응, 네가 꿈에서 본 건 괴물이 아니라 이 정령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너 자신이지.
그걸 무서운 괴물이라고 생각한 건, 아마 네 마음과 관련이 있을 거야.
진정한 자신을 가둬두는 거였다니…… 깨어있을 때는 억누를 힘이 있었겠지만, 잠들어 있을 때는 막을 방도가 없었을 테고.
흠, 겨우 마음속으로만 "살려줘"라고 외치고 있었다니… 레이나는 자기에게 너무 엄격하네.
아냐…… 그렇지 않아……
나나미 레이나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마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간 듯했다.
……그게 나일 리 없어.
……난 이런 모습이 아니야!
레이나는 거칠게 휠체어 방향을 돌려 문밖으로 나갔다.
하아…… 하아……
레이나, 진정해! 윽!
레이나는 흥분했고, 휠체어를 몰아 그대로 직진했다. 나는 앞을 가로막아 서려다 휠체어에 부딪히고 말았다.
아…… 미안해! {var:player_nickname}, 나…… 일부로 그런 게 아니었어…… 미안해……
레이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고, 어깨가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난 괜찮아, 레이나.
단지 네가 너무 걱정돼서 그래. 꿈속의 인물이 너 자신이라는 걸 알았을 뿐이잖아,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
……
……그건……
……나한테 그런 예쁜 날개는 가당치도 않으니까……
난…… 다시 날아오를 자격이 없어……!
자격?…… 그게 무슨 뜻이야?
내 인생은 예전의 그 사고 때…… 엄마 아빠와 함께 끝났어야 했어……
살아남은 사람이…… 왜…… 하필 나일까……?
……레이나, 그 사고는 네 잘못이 아니야.
……
……내 잘못이 맞아.
넌 아무것도 모르잖아…… {var:player_nickname}.
내가 생일날 놀러 나가자고 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그렇게 무력하지만 않았어도, 엄마 아빠가 그렇게……!
그때, 난 부모님과 정말 가까이 있었어.
하지만 내 다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난 그저…… 불길 속의 두 사람을 바라볼 수밖에……
난 엄마랑 아빠를 구해내지 못했어……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단 말이야……!!
……불길?
(아니야, 뭔가 이상해.)
(과거의 사고 기사를 검색하는 중)
(……하아…… 불행 중 다행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어. 만약 차에 불이 났다면, 뒷좌석에 탔던 레이나도 아마 구조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겠지……)
(설마……?!)
……레이나, 방금…… 불길을 봤다고 했지?
……그렇게 큰 불길이……
엄마랑 아빠…… 분명 많이 아프고, 고통스러우셨을 거야……
난 영원히, 영원히 날 용서할 수 없어……!
……이제 이해했어. 네가 의사 선생님께도, 친척이나 친구들한테도 사고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털어놓고 싶지 않아 했던 이유.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레이나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을지 어떨지는, 이번 한 번의 시도에 달려 있을지도 몰랐다.
……레이나, 이제부터 차분하게 내가 하는 말을 들어줘.
나는 휴대폰을 꺼내 이미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 그건 이한시의 교통신문 기사였다.
네게 먼저 양해를 구하고 싶어.
네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오늘 네가 레아의 가게에서 잠들었을 때, 내 맘대로 그때 그 사고에 관해 좀 찾아봤어.
……응?
너와 네 부모님이 당한 그 교통사고와 관련된 공개 자료들을 확인해 봤어. 네 '마음속 응어리'에 대한 단서를 찾고 싶었거든…… 그리고 이 기사를 발견했어. 이한시의 정식 언론사에서 보도한 내용이야.
!!
너에게는 잔인한 일이라는 걸 알아. 몇 년 동안 넌 계속 관련 소식을 피해 왔을 테니까…… 하지만 오늘만큼은 나와 함께 제대로 마주 봤으면 해.
……보도에는 이렇게 나와 있어, "사고 차량은 심각하게 파손되었으나, 다행히 화재 및 폭발로는 이어지지 않아 구조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레이나, 기사에 아주 명확하게 나와 있어……
사고가 난 직후 행인들이 함께 널 차량에서 구조했다고.
그러니까, 사고가 발생한 그 당시 넌 이미 부상을 입고 기절한 상태였던 거야.
그러니까 레이나, 조금 전 네 말처럼 사고 차량 근처에서 네가 부모님이 불길에 휩싸인 모습을 바라봤다는 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
……그, 그럴 리가……
난 그때 분명히……!
난 분명히 바로 옆에 있었어. 그리고 내가 본 건…… 본 건……?
나, 나도 모르겠어…… 그냥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던 것만 기억나…… 그러고 나서…… 그러고 나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나나미 레이나의 눈빛에 어린 고통과 집착이, 서서히 동요와 혼란으로 번져갔다. 레이나는 수없이 많은 날 동안 자신을 괴롭혀왔던 그 기억을, 처음으로 제대로 들여다보는 듯했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추측을 더욱 확고하게 증명해 주었다.
레이나, 그거 알아? 심리학에는 '거짓 기억'이라는 현상이 있어.
사람이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고, 무언가를 되돌리고 싶다는 강력한 염원을 품고 있을 때, 뇌는 때때로 그 염원을 이루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기억을 만들어 낸대.
넌 부모님을 잃은,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겪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을 뼈저리게 자책했어. 그래서 네 기억이 커다란 불길을 만들어 낸 거야…… 그런 방식으로, 너 자신에게 스스로를 벌할 이유를 준 거지.
그건 사실을 왜곡하는 거야. 그 '거짓 기억'은 단지 네가 부모님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사고가 났을 때 얼마나 그들을 지키고 싶어 했는지를 증명할 뿐인 거야.
……
레이나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충격을 받았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내 눈빛과 손바닥의 온기를 통해 그녀에게 용기를 전하려 애썼다.
아주 오래,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나나미 레이나의 시선이 천천히 내 손에 들린 기사로 향했다.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 줄 한 줄 기사를 읽어 내려갈 때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레이나 잘못이 아니야. 넌 그 사고를 너무나도 되돌리고 싶었던 나머지, 네 마음에 무시무시한 감옥을 만들어 버린 것뿐이야.
줄곧 과거에 갇혀 자신을 괴롭히며 살았다니……
그동안 레이나가 홀로 이런 '악몽'을 견뎌내면서도, 겉으로는 늘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너무 아파.
레이나, 진짜 네 모습, 그리고 내 마음속의 너는, 저 그림 속 작은 꽃의 정령과 같아. 넌 마땅히 예쁜 날개를 갖고 있어야 했고, 벌써 오래전에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날아가야 했어.
이건 내 바람일 뿐만이 아니야. 네 부모님 역시 네가 더 아름다운 미래를 그려가길 간절히 바라실 거라 믿어.
그러니까 나를 온전히 믿어줘. 이번만큼은 네가 원하든 원치 않든……
……흑.
……흐아……
……흐아아앙……!!!
마침내 레이나는 내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
소녀의 마음이 이토록 무거워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 짙은 슬픔이 눈물과 포옹, 그리고 밤하늘의 수많은 별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음으로 온전히 터져 나왔다……
……여기까지 데려다줘, 응?
오늘…… 정말 고마웠어, {var:player_nickname}.
이제부터는…… 나 혼자서 '오늘의 나', 그리고 '과거의 나'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그래도 되지?
당연하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응!
꿈속의 여정은 잠시 막을 내렸지만,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현실에서의 여정은 이제 막 막을 올린 참이었다.
이것은 나나미 레이나가 새롭게 자신을 마주하기 시작한 첫걸음이자, 나와 그녀 사이에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의 서막이기도 했다.
그럼, 이제 가볼게. 푹 쉬어. 이것저것 많은 일을 했으니, 오늘 밤은 분명 푹 잘 수 있을 거야.
응응, 같이 있어 줘서 고마워~ {var:player_nickname}. 오늘 정말 즐거웠어.
그날 밤, 나나미 레이나는 아주 오랜만에 악몽을 꾸지 않았다.
나는 그 즐거웠던 하루 덕분에 문제가 말끔히 사라진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 후……
흐음……
레이나, 괜찮아?! 또 악몽을 꾼 거야!
하하…… 미안해…… 들켜버렸네. 나 지금 꼭 아기 판다 같지 않아?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잖아, 이대로는 안 되겠어……
괜찮아, 이제 꿈에 나오는 괴물이 뭔지 알아……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var:player_nickname},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어?? 알았다고? 그래서 그게 뭔데?
……아 참, 맞다. 레아 씨가 또 새로운 원두를 보내주셨어~ 이번에는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꽃차랑 블렌딩 한 거래~ 수면을 도와주는 '굿나잇 커피'~
{var:player_nickname}, 한 잔 내려줄까? 마셔봤는데 정말 맛있더라고!
화제 전환이 너무 노골적이잖아, 레이나……
레이나는 도대체 무슨 꿈을 꾼 걸까? 그 비밀은 또다시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 봉인되어 버렸다.
꽃의 날개
계약 오픈
Possible Endings
Scenario Script
Spots 1, Scenes 246, Choices 20, Endings 2
……관객 여러분, 결승에 진출한 이 선수는 오늘 선보일 이 커피에 집안 대대로 전해지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른 봄 내음 사이로 커피 향이 은은하게 감돌았다. 관람석에 앉은 나의 시선은 조명 아래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나나미 레이나는 진지하게 구스넥 포트를 닦고 있었다. 조명 아래 긴 속눈썹은 작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마치 바깥의 소란스러움은 그녀와 상관이 없는 듯했다.
오늘을 위해 그녀가 얼마나 많은 가시밭길을 걸어왔는지는 오직 나만이 알고 있었다……
시간은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고의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후, 나나미 레이나는 두 가지를 결심했다. 첫 번째는 미뤄두었던 재활 치료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나미 씨, 솔직히 말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오늘 직접 찾아와서 정밀 재검사를 받겠다니, 눈빛이 예전이랑 완전히 달라졌군요. 진심으로 기쁩니다.
흐음……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최근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거든요.
저, 제가 이번에 온 건 제 상태를 명확히 알고 싶어서예요.
제 다리…… 정말 다시 일어설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어떤 답이든, 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이전 검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신경과 근육 기능은 모두 정상 수준입니다. 생리학적으로 봤을 때, 나나미 씨는 틀림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그저 훈련을 강화해 마음의 족쇄를 깨야만 하죠.
……족쇄요?
네, 나나미 씨의 잠재의식은 이미 휠체어에 익숙해져 의존하는 상태입니다. 제 이전 임상 경험으로 볼 때, 그런 의존성을 깨부수려면 강렬한 심리적 계기가 필요하더군요.
음,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마음 깊은 곳에서 '나 정말 일어서고 싶어'라고 온 힘을 다해 외치게 되는 그런 순간이요…… 또 확실히 약간의 운도 따라주어야 하죠.
물론, 그 순간을 앉아서만 기다릴 순 없겠죠. 오늘부터 시작할 적극적인 물리 재활은 그 순간이 찾아왔을 때를 위해 힘을 비축해 두는 과정이 될 겁니다.
잘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의사 선생님. 아무리 힘든 훈련이라도 꼭 버틸게요.
그리고 두 번째는…… 이한시 바리스타 브루잉 커피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하는 것이었다.
어?! 'Éternité'의 나나미 점장님 아니세요! 점장님도 이번 대회에 참가하시는 거예요!
아아, 흥분해서 죄송해요. 실은 제가 카페 단골손님이거든요, 점장님 카페의 커피를 정말 좋아해요.
와, 좋아해 주셔서 고마워요~
하지만……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객관적인 조건 면에서 조금 불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정말 참가하실 건가요?
흐음, 확실히 제가 불리하기는 하죠.
아, 드립 커피에선 물을 부을 때 바리스타의 신체 안정성이 정말 중요하거든.
보통은 바리스타가 서서 커피를 내리면 전신의 코어 근육을 활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물줄기를 유지하고, 맛을 균일하게 낼 수가 있어. 하지만 앉아서 내리면…… 팔 힘에만 의지해야 해서 흔들림이 생기기 쉬워. 손이 흔들리면 커피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맞아요…… 그렇게 훌륭한 퀄리티의 커피를 점장님이 평소에 앉은 채로 만들어내는 것부터가 정말 대단한 일이죠. 하지만 대회다 보니……
흐음, 어떤 말씀인지 잘 알겠어요.
하지만…… 불리하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예전의 저와 뭐가 다르겠어요?
어려운 만큼 이번 대회에서 아주 작은 성과라도 얻는다면 제게는 의미가 더욱 클 거예요~
……분명 그럴 거예요. 참가 접수해 주세요!
'운이 필요하다.', '이길 확률이 높지 않다.'…… 상황이 그리 좋진 않았지만, 그녀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지옥 같은 특훈이 시작되었다.
나나미 레이나는 한창 브루잉 연습을 하던 중이었다. 내 말을 들은 그녀의 손길이 잠시 멈칫했으나 멈추진 않았다.
안정적인 물줄기가 필터 안으로 흘러 들어가며 깊은 향을 풍겼다. 모든 것을 다 끝내고 나서야, 그녀는 천천히 구스넥 포트를 내려놓았다.
{var:player_nickname}, 걱정해 줘서 고마워.
예전의 나였다면 아마 벌써 어딘가에 숨어서 울고 있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달라.
……
{var:player_nickname}, 이것 봐봐.
그녀는 바 테이블 서랍 깊숙한 곳에서 정성스레 보관해 둔 종이 한 장을 꺼내 내게 건넸다.
그것은 축하 카드였고, 카드에 적힌 수려한 필체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레이나의 행복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부모님이 네게 주신 카드야?
응. 'Éternité'를 오픈했던 그해, 내가 네 살 때 부모님이 써주신 거야.
네가 내게 진실을 찾아준 후…… 용기를 내서 부모님의 유품을 열어봤어. 이 카드가 사진첩 사이에 끼어 있더라고.
응, 'Éternité'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으면서 이제야 이 이름에 담긴 진짜 뜻을 이해하게 됐어.
부모님은 내게 '영원한 행복'을 빌어주셨고, 그리고 {var:player_nickname}, 너는…… 내게 다시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용기를 줬어.
난 더 이상 그 '영원'을 저버리고 싶지 않아. 그리고…… 너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도 않아.
일어서고 싶고, 대회에 나가고 싶어. 이건 하늘에 계신 부모님만을 위해서가 아니야.
나 자신에게……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기도 해.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같이 하는 게 너무 지치지 않겠냐고 묻는다면……
커피를 내리는 건 원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인걸. 재활 훈련의 스트레스를 풀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게 없지~ 게다가 재활 훈련도 내 신체의 코어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거야~
흐음, 그러니까 이 정도 훈련으로 난 절대 안 무너져!
그녀는 나를 향해 투지가 가득 담긴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var:player_nickname}, 나와 함께 마지막까지 노력해 줄래?
고마워~!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날부터 영업이 끝난 후의 'Éternité'는 나와 그녀의 비밀 훈련장이 되었다.
일주일 전 훈련 영상이랑 비교하면 발전 속도가 장난이 아닌데. 완전 천재잖아.
응?! {var:player_nickname}, 그거 언제 찍은 거야? 부끄럽게!
(작은 목소리로) 천재 같은 게 아니야. 그냥…… 너랑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을 뿐이야.
네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헤헤, 고마워. 잘 받았어~
어? 무슨 선물?
지금은 말해줄 수 없어, 대회가 끝나면 알게 될 거야.
우선은 마음을 달래주고 영양도 보충해 줄 따뜻한 우유부터 한 잔 마시는 게 어때?
흐음…… 너무해! {var:player_nickname}, 사람 애태우게 하는 걸 진짜 좋아하네!
헤헤, 그래도~ 나 열심히 할게!
나나미 씨, 너무 힘들면 오늘 기립 훈련은 쉴까요?
할, 할 수 있어요……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마음의 준비를 좀 하고……
응? {var:player_nickname}, 이, 이건 춤추는 게 아니잖아……!
하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의지하면 몸의 긴장이 한결 풀리죠.
나나미 레이나는 붉어진 얼굴로 내게 손을 건넸다. 나는 그대로 힘을 주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서 있기는 했지만, 사실 그녀는 온몸을 내게 기대고 있었다.
흐음……
그래도…… 이렇게 하니까 정말 힘이 두 배로 생기는 것 같아.
……이 춤, 조금만 더…… 오래 춰도 괜찮을까?
후우…… 조금만 더 일정하게……
마지막으로…… 황금빛 강황 가루를……
짜잔~~ 드디어 완성했어!
이제 {var:player_nickname} 심사위원님의 냉정한 평가를 들을 차례야!
{var:player_nickname}, 네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자, 이거 네 거야~
그녀는 정성스레 만든 음료와 케이크 한 조각을 내왔다.
헤헤, 이 음료는 오직 {var:player_nickname}만을 위해 특별히 만든 겨울 음료야. 커피가 아니라고!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곁에 있어 줬는데, 많이 배고프지? 이 초콜릿 케이크랑 같이 맛있게 먹어~
……그, 그래……?
흐음…… 네가 좋아해 주면 그걸로 충분해, {var:player_nickname}.
헤헤…… 있잖아, {var:player_nickname}. 내 마음속에서 넌…… 겨울날에 내리쬐는 햇살처럼 찬란하고 따스해~
그렇게 함께 지내다 보니 어느덧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대회날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앉은 자세로 브루잉을 진행하면 코어 힘이 부족해 물줄기 컨트롤이 불안정해지고 제대로 추출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나나미 레이나 선수는 신체적 한계를 멋지게 극복해 냈습니다! 그녀는 놀라운 집중력과 숙련된 팔의 근육을 이용하여, 눈을 뗄 수 없는 완벽한 브루잉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분명 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해, 뒤에서는 피나는 노력이 수없이 반복되었을 테죠!
나나미 레이나 선수가 선택한 고지대 천연 원두는 특유의 강렬한 꽃과 과일의 향미를 지니고 있지만 그만큼 다루기 까다로운 원두죠.
그러나 이 선수는 정밀한 푸어오버 분할 주입을 통해 초반에는 산미와 꽃 향을 극대화하고 후반에는 천천히 추출하여 단맛과 바디감을 끌어올렸습니다…… 우아해요, 아주 우아합니다!
……이번 대회 '최우수 유망주상'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바로 'Éternité'의 나나미 레이나입니다! 어리지만 나이를 뛰어넘는 실력과 미적 감각을 보여주어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녀는 해냈다. 비록 우승은 아니었지만, 이 상은 그녀의 노력을 인정하는 최고의 인정이었다.
어……?
하하, 믿기지 않으신가 보군요. 바로 당신입니다! 나나미 레이나 씨, 수상 소감 한마디 부탁드려요.
모두 감사합니다…… 심사위원분들께도 감사드려요.
제가 정말 감사한 분은 절 언제나 믿어주셨던 부모님……
그리고…… 제게 너무, 너무나도 소중한 한 사람……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제 곁에서 함께 지켜주며,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에요.
그러니 이 상은 내가 받았지만 네 것이기도 해. 고마워, {var:player_nickname}.
오래 기다렸지~
헤헤, 실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털어놓을 기회가 생긴 게 상을 받은 것 자체보다 훨씬 더 기뻐.
{var:player_nickname}, 나…… 소원이 하나 있어.
나랑……
……같이 부모님을 보러 가줄 수 있어?
이 상장을 내 손으로 직접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어. 그리고 마음속 이야기도 전해드리고 싶고.
……조금만 더 가면 도착이야.
그래.
초봄의 흐린 날씨, 축축하고 서늘한 추모공원의 나무들이 바람에 따라 흔들리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나나미 레이나의 휠체어를 밀며 그녀의 부모님이 잠들어 계신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잠깐만.
왜 그래?
{var:player_nickname}, 나 조금 긴장되네. 나, 나 지금 어때? 엄마, 아빠가 지금의 날 보면…… 기뻐하시겠지?
응……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품에 소중히 안고 있던 상장을 손으로 살포시 쓰다듬었다.
흐음, 원래는 대회가 끝나고 완쾌된 모습으로 엄마, 아빠를 찾아오고 싶었어.
비록 지금 목표를 완전히 이루지는 못했지만……
의사 선생님도 내가 많이 나아졌다고 하셨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힘낼 거야!
나도 네 곁에서 계속 같이 힘내 줄게.
흐음, 비가 올 것 같네……
이제 긴장 안 해. 얼른 가자.
앗……!
빗물을 가득 머금은 거센 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왔다.
……아!
순식간에 상장이 바람에 날아갔고, 옆에 있던 계단 언덕 아래로 떨어지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여기서 기다려!
나는 주저 없이 상장을 쫓아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var:player_nickname}…… 조심해야 해……!
빗방울이 떨어지며 나뭇잎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꼭 나나미 레이나의 초조한 심장 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기다리던 순간이, 매초가 그녀에게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나나미 레이나는 휠체어 팔걸이를 꽉 움켜쥐었다. 힘을 너무 준 탓에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할 정도였다. 그녀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은 채 내가 사라진 방향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 순간……
으악!
……?!
{var:player_nickname}의 짧은 비명과 함께 허둥지둥 넘어지는 듯한 소리가 언덕 아래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 크지 않은 소리였음에도 나나미 레이나의 귀에는 천둥소리처럼 크게 내리치는 것 같았다.
……{var:player_nickname}? 무슨 일이야!
……
…………{var:player_nickname}?!
대답은 없었고, 오직 거친 바람 소리와 차가운 빗소리만이 귓가에 맴돌 뿐이었다.
……안 돼.
……그럴 리 없어.
굳게 닫혀 있던 기억의 문이 강제로 열렸다.
과거가 남긴 짙은 그늘이 다시금 그녀를 집어삼켰다.
(내 잘못이야. 또 나 때문에.)
(내가 여기 오자고 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내가 직접 일어나서 쫓아갈 수만 있었어도……)
(……내가, 일어설 수 있다면?)
(내가…… 일어선다면……)
(모든 게 달라지지 않을까……?)
……아니야, 레이나…… 침착해…… 넌 이제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그 어린아이가 아니잖아.
도망쳐선 안 돼, 지켜야만 해……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야만 해……!
그래……
이번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너를 다치게 두지 않을 거야!!!
두려워하지 말고, 내 손을 잡아.
레이나 양, 저와 춤 한 곡 추시겠습니까?
끝없는 격려와 사랑이 담긴 목소리가 기억 저편에서 떠올랐다.
함께 했던 따스한 추억들이 햇살처럼 비추며, 내면에 밀려오던 공포를 순식간에 태워버렸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뜨거운 힘이 그녀의 몸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올랐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뻗어, 오랜 세월 자신을 지탱해 주던 휠체어 팔걸이를 밀쳐냈다.
그녀는 지면에 세게 고꾸라졌다. 힘없는 두 다리가 진흙탕이 된 차가운 땅바닥에 거칠게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고, 심지어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다.
두려움, 공포, 자책, 사랑과 용기…… 이 모든 감정이 지금 이 순간, 오직 하나의 신념이 되었다.
아으……
(마음이 급해서 미끄러지고 말았네. 다행히 다치진 않았어.)
(……다행이다, 레이나의 상장을 주웠어.)
……{var:player_nickname}!
나는 전력질주해 언덕 위로 빠르게 되돌아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것은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나나미 레이나의 가냘픈 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으나, 고집스럽게 한 걸음씩 내가 있는 방향을 향해 발을 내딛고 있었다.
레이나가 나를 발견했다.
{var:player_nickname}!!
레이나!
그녀가 바닥으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 나는 앞으로 뛰어가 온 힘을 다해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무사해서…… 정말로…… 다행이야……!
품에 안긴 그녀가 격렬하게 몸을 떨더니, 자신의 두 다리로 조금씩 무게를 지탱하려 애를 쓰는 게 느껴졌다.
으윽…… 내, 내가…… 일어섰어……?
세상의 모든 먼지를 다 씻어내릴 것처럼 내리던 비가 어느새 거짓말처럼 멎어 있었다.
두꺼운 구름을 뚫고 쏟아진 햇살은 대지를 부드러운 금빛으로 물들였고, 무지개가 하늘을 가로질러 다리를 놓았다.
마음을 가다듬은 후, 나는 나나미 레이나를 부축하여 한 걸음씩, 느리지만 단호한 발걸음으로 부모님의 묘비를 향한 마지막 남은 길을 걸어갔다.
그녀는 약간 젖긴 했어도 멀쩡한 상장을 조심스레 묘비 앞에 내려놓았다.
아빠, 엄마, 레이나가 보러 왔어요. 이건 제가 처음으로 받은 바리스타 상이에요, 대단하죠?
그리고…… 이 사람은 {var:player_nickname}인데, 지금 제 곁에 있는 사람이에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흘끗 바라보았고, 뺨을 붉히며 눈물을 머금은 미소를 지었다.
저 지금…… 아주 잘 지내고 있고, 정말 행복해요. 그러니까 이제 제 걱정은 더 안 하셔도 돼요.
어디선가 아름다운 나비 한 마리가 사뿐히 날아와 묘비 위에 잠시 머물렀다가, 날개를 펼치고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녀는 눈물을 거두고 환하게 웃었다.
……응. 알겠어요. 축복해 주셔서 고마워요, 아빠, 엄마.
떠날 때쯤에, 그녀는 이제 나의 부축을 받아 훨씬 안정적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나의 도움이 필요하긴 했지만, 레이나가 내딛는 모든 걸음은 스스로가 온 힘을 다한 것이었다.
레이나, 전에 말했던 깜짝선물 기억해?
나는 배낭에서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선물을 꺼냈다.
이 그림은 원래 대회가 끝나는 순간 전해주려던 것이었다.
아……!
그것은 '꽃의 정령' 그림이었다. 다른 점은 정령을 속박하던 족쇄는 완전히 사라졌고, 정령이 마침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이었다.
친구한테 부탁해서 너를 위해 다시 그려달라 했어. 오직 너만을 위한 새로운 초상화야.
레이나, 이제 넌 너의 힘으로 네가 가고 싶은 그 어떤 곳이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어.
그리고 난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나나미 레이나는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며 미소 지었고, 이윽고 손을 뻗어 나의 마음에 답해 주었다.
응, 우리, 함께하자!
레이나, 상장이 언덕 아래로 날아간 것 같아. 여기서는 어디에 떨어졌는지 안 보이네.
내가 가서 좀 찾아볼까?
아, 괜찮아, 안 주워도 돼…… 어차피 종이 한 장일 뿐인걸. 부모님도 분명 내 진심을 아실 거야.
난 상장을 찾는 것보다 네가 다치는 게 더 싫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나나미 레이나의 얼굴에 서린 짙은 아쉬움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녀를 안심시킨 후, 나는 조금 더 안전한 길로 돌아서 갔다. 한참을 헤맨 끝에 상장을 마침내 찾았다.
후…… 고마워, {var:player_nickname}.
휠체어 팔걸이를 꽉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손이 이제야 풀렸다.
그 후 나는 그녀가 부모님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 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녀는 별말을 하진 않았으나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var:player_nickname}, 나 결정했어. 내일부터 재활 훈련을 배로 더 열심히 할 거야.
응?
네가 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지 않게 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야, 나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해.
난 더 이상 그 어떤 '만약'도 마주하고 싶지 않아. 내 두 발로 당당하게, 소중한 사람의 곁에 서고 싶어.
그날이 오면, 꼭 네게 제일 먼저 알려줄게!
좋아, 너에게서 기쁜 소식이 들려오길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게.
두 다리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미래를 향한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