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미 치오리
도쿄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가씨. 아버지는 대학 교수, 어머니는 외과의사이다. 부모님이 집을 자주 비우기 때문에, 메이드가 늘상 그녀의 시중을 들고 있다. 부모님께 선물로 받은 곰돌이 가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손에서 떼어놓은 적이 없다. 현재 티비 프로그램에서 마작을 알게 되어 푹 빠진 상태다. "다른 사람의 고통 위에서 피어나는 즐거움이 있다는 게, 마작의 재미이지."
Profile
Skins
미카미 치오리의 기본 스킨.
미카미 치오리와 계약을 맺었을 때 획득 가능한 스킨. 말은 까칠하게 하면서 자신의 소장품을 성실하게 하나씩 꺼내는 치오리가 너무 귀엽다.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한정 스킨. "거기! 너 말이야, 빨리 와서 선물 좀 같이 뜯어주지 않을래! 흥! 너 주려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니고, 선물 포장 뜯어준 알바비일 뿐이야!"
해변의 파티 한정 스킨. "서민 주제에 보는 눈은 있네, 치오리의 귀여움을 돋보여줄 이런 수영복을 고르다니. 그럼…… 그럼 내키진 않지만 사진 한 장 찍게 해주지, 흥!"
스위트한 티타임 한정 스킨. "10분째 우물쭈물하느라 뭘 먹을지 못 정한 거야? 흥, 치오리의 새 치마를 좀 더 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 기왕 이렇게 된 거, 모든 메뉴 다 주문하자."
다크나이트 레이드 한정 스킨. "거기! 그냥 거기에 서서 바라만 보고 있을 건 아니지? 얼른 와서 치오리가 옷 입는 것 좀 도와줘…… 내, 내가 못 해서 그런 게 아니야! 너는 내 메이드인데 메이드다운 모습이 하나도 없으니 치오리가 한번 일깨워주는 거지. 흥, 마음을 놓을 수가 없네!"
축복의 메아리 한정 스킨 "재운 가득! 좋은 패 가득! 국사무쌍 13면 대기! 흐흥, 이 치오리 님의 새해 인사가 마음에 들지? 빨리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황송하게 받아. 그리고 치오리 님이랑 같이 마작하러 가는 거야. 이건 치오리 님의 덕담을 실현할 좋은 기회라구!"
Emotes
Bond Requir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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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일반
뭐야? 진짜 나 주는 거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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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기쁨
센스가 제법이잖아? 하지만 겨우 이 정도 가지고 치오리랑 친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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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레벨업5
치오리에게 이런 근사한 옷을 선물하다니… 제법 건방진걸! 뭐… 치오리는 어른이니까 이런 사소한 건 그냥 넘어가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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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레벨업1
후후후,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치오리한테 대국으로 이겨보겠다는 거야…? 뭐?! 겁나냐고? 무슨 소리야! 치오리는 어떤 내기도 물러서지 않아! 나중에 후회해도 그땐 소용없을 줄 알아! 쳇… 그나저나 대국이 무슨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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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레벨업2
너 말이야 마작 초짜란 소리 듣지? … 구제불능 바보니 그런 말 들어도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아주 조금 불쌍하긴 하네… 에잇! 기분이다! 치오리 님이 특별히 가르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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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레벨업3
맨날 내 눈치 보는 거… 솔직히 말해서 짜증 나거든?! 뭐… 어쩔 수 없으니 받아주고는 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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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레벨업4
흠… 꽤 실력이 늘었네? 치오리 님과 쭉 같이 있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래봤자 아직 내 발끝에도 못 미쳐. 더 노력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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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새해
새해 복 많이 받아! 흐흥~ 생각도 못 했지? 깜짝 놀랐지? 좀 더 기뻐해도 돼. 치오리 님한테 새해 인사를 받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일 테니 말이야! 덕담해 줬으니 새해에도 충성심과 열정으로 치오리 님에게 최선을 다해서 봉사해야 한다? 알았지!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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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발렌타인데이
초콜릿 줄게. …잠깐! 그 표정 뭐야?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너만 특별히 주는 게 아니라 다 주는 거야. 하… 하지만 말이야! 너는 변태라서 혹시나 다른 사람한테 이상한 짓을 할 수도 있으니 다른 사람 것과는 다른 초콜릿을 준비해놨어. 그러니까… 지…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며 받아야 해! 안 그러면 모처럼 준비한 치오리의 마음이 물거품이 되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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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1
이. 쪽. 이… 안전패 같지 않아? 후훗~ 너 말이야 꽤 단순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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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2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엉큼한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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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3
바보! 변태! 멍청이!! …뭐야? 왜 화 안 내? 정말 이상한 녀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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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4
치오리보다 마작을 잘한다 해도 치오리가 훨씬 귀엽거든? 만약 치오리보다 귀엽다고 해도… 말도 안 돼! 그런 사람은 없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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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5
있잖아~ 이거 좀 봐봐! 이 옷이랑 저 옷 중에 어떤 게 더 잘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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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6
너 있지 생각보다 괜찮은 녀석 같아. 치오리 님은 착하니까 한 번쯤은 져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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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7
와아~ 근사한 카페네♪ …너 말야 이런 곳을 많이 다녀본 모양이네? 오늘은 특별히 치오리를 에스코트하는 걸 허락해 줄게. 자! 얼른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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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상호작용8
왜 남의 푸딩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거야! 혹시… 먹고 싶어서 그래? 흐응~ 치오리가 먹다 남긴 걸 먹고 싶어 하다니 완전 변태잖아? …자! 아~ 해 봐. 한 입만 나눠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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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일반
뭐야~? 왜 또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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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최고 인연
왜 이제 오는 거야! 흥! 딱 보니까 어디서 이상한 짓이라도 하고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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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보, 보면 안 돼! 게임에서 이겨도 보는 건 안 돼! 바보! 변태! 멍청이! 누, 누가 이런 치오리의 모습을 귀엽다고 말해도 된다고 했어?! 치오리가 귀여운 건 당연하잖아? 너 따위가 인정하지 않아도… 뭐? "어차피 앞으로 치오리보다 더 귀여운 여자를 만날 일은 없을 테니 지금 많이 봐두고 싶다"고…? …흥! 조… 좋아. 치… 치오리는 착하니까 아주 조금만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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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친선전 입장 시
치오리 님이 친히 와 주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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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친선전 준비 시
얼른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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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득 음성
흐응~ 네가 새로 온 작사야? …빈티 나게 생겼네.적어도 치오리의 발목은 잡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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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북 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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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치 해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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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리치
더블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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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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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그거야 그거! 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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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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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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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모
후훗! 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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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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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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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찬타
준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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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구련보등
순정구련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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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삼원
대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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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희
대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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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화
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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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리치
더블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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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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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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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10
도라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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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11
도라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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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12
도라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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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13이상
도라로 가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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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2
도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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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3
도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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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4
도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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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5
도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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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6
도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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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7
도라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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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8
도라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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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9
도라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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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북
더블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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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동
더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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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남
더블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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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서
더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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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야오
탕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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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이또이
또이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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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페코
량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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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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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무쌍 13면 대기
국사무쌍 13면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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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무쌍
국사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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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로월
해저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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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저로어
하저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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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노두
혼노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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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타
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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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일색
혼이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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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련보등
구련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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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개화
영상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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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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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국만관
유국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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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일색
녹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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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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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후
핑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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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깡
창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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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또이쯔
치또이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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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노두
청노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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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색
청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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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커
산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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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깡쯔
산깡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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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동각
삼색동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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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동순
삼색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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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안커
스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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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안커 단기
스안커 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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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깡쯔
스깡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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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
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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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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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삼원
소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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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희
소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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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페코
이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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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발
일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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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통관
일기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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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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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모
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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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색
자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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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다 함께 마작하니 재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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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높은 점수로 승리
치오리한테 이길 수 있는 사람 같은 건 이 세상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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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론으로 승리
어라? 나도 모르게 론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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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만
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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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종구패
구종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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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만
헤아림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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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관
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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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텐
으으… 노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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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배만
삼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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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풍연타
사풍연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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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깡유국
사깡유국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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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리치
사가리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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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만
하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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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파이
텐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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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만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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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역만
더블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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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역만
트리플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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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배 역만
사배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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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배 역만
오배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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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배 역만
육배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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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도라를 버릴 때
쳇…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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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배만/삼배만 텐파이
역시 치오리 님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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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연속으로 같은 패를 버릴 때
진짜!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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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남은 패가 10장 이하일 때
흐흥~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게 치오리의 스타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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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 시작
누~구~를~꼴~찌~로~만~들~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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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역만 텐파이
후후후… 누가 행운의 여신을 자기편으로 만드는지 두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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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요구
대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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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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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또이
장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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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구조
금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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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방총
영상방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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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치또이
용치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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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또이
청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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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금구조
청금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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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치또이
청룡치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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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치또이
청치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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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십팔라한
청십팔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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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요구
청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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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라한
십팔라한.
Spot Vo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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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Voice 1
惊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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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Voice 2
肯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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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Voice 3
否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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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Voice 4
打招呼-早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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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Voice 5
打招呼-白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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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Voice 6
打招呼-夜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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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Voice 7
告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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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Voice 8
承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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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Voice 9
叹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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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Voice 10
高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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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Voice 11
生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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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Voice 12
递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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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Voice 13
转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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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Voice 14
疑惑
인형 공주
인연 Lv.1 오픈
"인덱스, 오늘은 엄마 아빠가 돌아오실까?" 미카미 치오리는 분홍색 아기 곰인형을 안고 발코니의 그네에 앉았다. 그러고는 별이 수놓아진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껴안고 있는 아기 곰인형의 이름은 '인덱스', 부모님께서 생일날 외국에서 보내주신 선물이다. 평범한 인형 모양 손가방인 인덱스는 치오리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어른들로부터 이 아이를 외롭지 않게 해줘야 한다는 등의 실현 불가능한 임무를 떠안았을 뿐이었다. 여자아이의 뒤로는 분홍색이 가득한 어린아이다운 침실이 있었고, 그 안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인형들이 있었다. 어른들은 인형이 함께 해주면 아이들은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주변 아이들이 치오리를 '인형 공주'라고 부르는 목소리에는 부러움이 묻어 나오곤 했다. "미카미 대단해! 집에 인형이 엄청 많아." "나도 미카미처럼 인형 많이많이 갖고 싶어!" "미카미네 엄마아빠 진짜 좋다. 미카미한테 인형을 저렇게나 많이 사주시다니." 아이들이 주위를 맴돌며 이런 말들을 재잘거릴 때면, 미카미 치오리는 항상 최대한 우쭐거리는 모습을 자아내며 우러러보이는 느낌을 즐기고는 한다. 하지만 미카미는 어른들의 시선은 싫어한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들은 '인형 공주'라는 단어에 동정과 비웃음을 담아 언급한다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가 참 안됐어, 부모가 안타까워는 할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인형은 말도 못하는데, 나중에 애가 병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럴까." "됐어 됐어, 다른 집 자식인데 뭐, 부모도 걱정하지 않는데 우리도 그냥 신경쓰지 말자구요." "우리 집 애들한테 거리를 좀 두라고 말해야겠어요. 부모가 자식 교육에 신경을 안쓰는 아이는 나중에 어떻게 자랄지 모른다고요." 그녀는 이웃들이 내뱉는 말이 떠오를 때면 품안의 인덱스를 꼭 껴안았다. 치오리는…… 신경 쓰지 않는걸.
쿠죠 리우
인연 Lv.2 오픈
"와아~ 귀여워라!" 처음 보자마자 치오리를 와락 껴안고 쓰다듬는 이 여자아이의 이름은 '쿠죠 리우'이다. 엄마가 데려온 사람이긴 하지만 이쪽 세상은 모르는 다른 이웃들과 별반 다를 거 없어 보였다. 집의 화려한 장식을 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수많은 인형을 보며 다른 이웃들과 '같은 스타일'의 부러워하는 표정과 감탄을 내비쳤다. 흥, 어차피 이 사람도 다른 이웃집 애들처럼 부모님이 데려가서는 다시는 오지 않겠지! "치오리, 이제부터 리우와 친구가 되도록 해. 이제부터는 리우가 너의 일상을 잘 돌봐줄 거란다. 그러니 둘이 잘 지내야한다?" 어머니는 치오리가 느끼는 위화감을 알아차린 듯했다. 손을 뻗어 치오리의 얼굴을 쓰다듬는 그녀에게서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왔다. 외과 의사인 어머니는 종일 메스를 쥐고 일해야 하는 터라, 손가락이 다른 어머니들처럼 부드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얕게 굳은살이 박혀 있어서 얼굴을 쓰다듬을 때면 따갑기까지 했다. 이런 친밀함이 오랜만이었던 치오리는 점점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그녀의 작은 손은 이미 어머니에 의해 리우의 손에 잡혀있었다. 치오리는 바로 손을 빼려고 했지만, 리우의 손에서 느껴지는 어머니의 손과 비슷한 거친 감촉이 그녀를 망설이게 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미카미 치오리는 어머니가 의사로서 지닌 책임감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손이 주는 촉감은 아이에게 있어 가장 직접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방식이다. 그래서일까, 쿠죠 리우의 이 두손이 든든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잘 부탁드려요, 치오리 아가씨. 우리는 아가씨와 메이드의 관계가 될 거에요!" 쿠죠 리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서는 치오리의 망설임은 신경쓰지 않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병원에는 치오리의 어머니를 기다리는 많은 환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두 아이가 친구가 된 것을 본 뒤 안도하며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우리 엄마는 대단한 사람이야. 미카미 치오리는 또 다시 떠나가는 부모님의 등을 바라보며 쿠죠 리우에게 말했다. "다들 그렇게 말했는걸. 엄마는 아주아주 많은 사람을 살려 낸 신님 같은 분이라고." "신님은 어떤 분인데요?" "바보야? 엄마가 신님 같은 분이면, 신님은 당연히 엄마 같은 분이겠지!" "네! 치오리 아가씨!" 리우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메이드처럼, 치마자락을 붙잡고 고개를 까딱 숙였다. 하지만 꼬마애가 어설프게 따라한 것인지라, 우아하다기 보다는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하하하, 바보 같아. 그래서야 어떻게 치오리의 메이드가 될 수 있겠어?" "에? 저는 안 되나요?" "당연하지. 치오리의 메이드는 치오리처럼 대단해야 한다고!" 대단해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요? 흥! 대단한 메이드란 말이지… 치오리는 이전에 보았던 영화를 떠올리며 말했다. "당연히 차를 끓일 줄 알아야지." 그건 할 줄 알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쿠죠 리우는 바람처럼 달려 나갔다. "뭐, 뭐야! 덜렁거리기나 하고. 우아함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잖아, 흥!" 하지만 미카미 치오리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쿠죠 리우가 가져다준 홍차는 정말 맛있었고, 거기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우유까지 더해져있었다. "차를 끓이는 정도는 아,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흥!" "치오리 님께서 원하신다면, 뭐든 열심히 배울게요!" "나한테 아부해봤자 소용없어. 그런 말, 치오리는 벌써 천 번도 넘게 들었다고." "아부가 아니에요. 리우는 치오리 님이 제일 제일 제일 좋은 걸요." 눈앞의 메이드가 지은 미소는 티 없이 맑았다. 치오리가 여태껏 봐 왔던, 속에 꿍꿍이를 품은 사람들과는…… 전혀 달랐다…… 게다가, 방금 뭐라고 했지? 치오리를 제일 제일 제일 좋아한다고? "흥! 이렇게 귀여운 치오리를 조, 좋아하는 건 당연하지!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럼 방법이 없겠어. 치오리 님 옆에서 이 치오리 님을 돌보는 걸 특별히 허락해줄게." 금발의 여자 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퉁명스럽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방금 만난 메이드에게 감동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이지만 말이다. '아주 조금', 딱 이정도가 치오리는 최대치라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어머니 앞이었기에 그저 메이드라는 존재를 억지로 받아드리는 것일뿐, 친구로 받아드리지는 않았다. 물론…… 물론, 앞으로도 계속 치오리의 곁에 남아 있는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해, 미카미 치오리는 5살이었고, 쿠죠 리우는 10살이었다.
마작
인연 Lv.3 오픈
"이한시가 이번 월말, 사상전 예선전이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한 직후, 마작장에 거대한 인파가 몰리며 이번 경기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티비에서는 현장을 중계 중인 기자의 말이 흘러나왔다. 항상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왔던 미카미 치오리로서는,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모여드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꽤나 흥미로워 보이기도 했다. 마침 방송 중이던 지난 몇차례의 대국 플레이가 매우 훌륭했기 때문이다. 쿠죠 리우는 치오리에 줄 차를 끓이면서,흥미진진하게 바라봤다. 이건 그녀의 시선을 끌 수 밖에 없었다. "리우, 사상전이라는 게 뭐야?" 쿠죠 리우를 몇번 바라봤지만, 별 반응이 없자 미카미 치오리는 손에 쥐고 있던 게임기를 내려놓고는 적극적으로 이 주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마작이라는 게임의 시합을 뜻하는 것 같네요." "재밌는 거야?" "그게…… 저도 해 본 적이 없어요." "근데 리우는 관심을 갖는 것 같던데?" "음?" 고개를 돌린 쿠죠 리우의 표정은 매우 진지해보였다. "듣자하니 이건 이한시의 전통적인 경기래요, 그리고 각종 사교 모임에서 대화 주제이기도 하구요. 가장 훌륭한 메이드로서 당연히 이런 것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어야하죠. 치오리 님을 부끄럽게 만들 수는 없잖아요." "흠, 그렇군… 그러니까 내 말은, 치, 치오리도 그렇게 생각했다는 거야." 치오리의 말투는 조금 들뜬 것 같았다. "이렇게 된 거 뉴스를 보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 리우도 마작이라고 불리는 이 대회에 나가봐." "에?" 5초간의 고민 후, 쿠죠 리우는 확고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잘 배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치오리 님이 원하신다면 최선을 다해 배우도록 할게요." "흥~ 그냥 동네 마작일 뿐인걸, 리우는 치오리의 메이드니까 분명 이길 수 있을 거야." 쿠죠 리우에 대한 미카미 치오리의 믿음은 자신마저 속일 정도였다. "그, 그럼 치오리도 이 대회에 참가할게. 훌륭한 아가씨라면 자신의 메이드가 혼자서 외롭게 전투를 하도록 할 수는 없지." "에? 잘 됐네요! 치오리 아가씨가 직접 나선다고 하니 분명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미카미 치오리에 대한 쿠죠 리우의 믿음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렇게 믿음으로 가득찬 아가씨와 메이드는 마작 여정을 시작했다. 결과를 놓고 보자면, 이 둘의 믿음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마작에 엄청난 재능을 지닌 미카미 치오리는 각종 역에 금세 익숙해진 것도 모자라, 마작장에서 연승 가도를 달리며 수많은 작사들의 관심을 받았다. "리우, 마작이란 거 재밌네!" "방금 상대편 표정 봤어?" "다른 사람의 고통이 즐거움이 되는 게임은 역시 즐거워~" 미카미 치오리가 이토록 신난 표정을 짓는 건, 쿠죠 리우에게 있어서는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마작은 참 좋은 거구나!" 왜냐하면 치오리 아가씨가 이렇게 기뻐하고 있으니까. 쿠죠 리우는 속으로 이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가씨의 위기
인연 Lv.4 오픈
Possible Endings
Scenario Script
Spots 18, Scenes 418, Choices 6, Endings 2
바깥은 햇빛이 내리쬐는 여유로운 여름이 한창이건만, 혼천 신사의 마작실 안에서는 폭풍전야와 같은 무거운 분위기 속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치히메에게 간식을 주러 갔다가 이 광경을 본 나는 깊은 숨을 들이킨 뒤 무덤덤하게 결론을 내렸다.
{character:player}'악마의 강림' 마냥 누군가가 어두운 기운을 내뿜는 걸 보니, 요즘 자주 오는 그 사람이 와있나보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역만!
말을 끝낸 대국 중이던 금발의 소녀는 활기차 보였다. 빨간색 머리띠에 뻗어나온 경고 표시 같은 두 개의 느낌표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왔다가는 뒷감당은 스스로 해야할 거라고 말하는 듯 했다.
점수봉이 전부 한쪽으로 쏠려 있는 걸 보니, 미카미 치오리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쥔 모양이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흥, 빈 수레 주제에 소리만 요란하잖아? 그렇게나 자신만만했던 주제에 실력이 이거밖에 안 돼?
치오리를 지켜보던 관중들이 감탄하는 와중,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작사는 풀이 죽은 모습으로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character:작사 A}꼬맹이라서 봐준 것 뿐이야. 안 그럼 무슨 재미가 있겠어?
{character:작사 B&작사 C}그럼, 그럼, 그럼!
작사 A의 말에 다른 두 명의 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치자, 치오리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뭐어? 져 준 거라고? 당신들 같은 '유리 아저씨'들이?
{character:작사 C}유리?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아저씨들의 마음이랑 손패가 꼭 유리 같아서 전부 훤~히 드러나 보였지 뭐야?
{character:작사 B}크윽…… 하하,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였어.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잖아?
{character:미카미 치오리}그건 나도 마찬가지. 그런데 아저씨들은 변명 거리 찾는 게 아까 마작을 칠 때보다 더 진심인 것처럼 보이더라고.
치오리가 거침없이 몰아붙였고, 주변에서는 점점 세 명의 작사가 한 언행에 대한 불만의 여론을 만들어냈다. 그들의 표정은 점점 난처해지더니 결국 벌개진 얼굴을 푹 숙이고 말았다.
{character:작사 A}우리가 너무 속이 좁았어. 미안해.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나한테 사과할 시간에, 가서 연습이나 더 하지 그래? 무능한 주제에 말만 앞서는 작사 따윈 발에 채이도록 봐 왔어.
관중들의 야유 소리에 세 명의 작사는 귀를 붉히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고, 모든 걸 지켜본 나는 감탄하며 치오리에게 말을 건넸다.
{character:player}그러다가 언제 한번 멍석말이라도 당하는 거 아냐?
이한시는 평화로운 도시긴 하지만, 오히려 이한시이기에 '작사의 원한'을 우습게 봐서는 안될 일이었다.
{character:쿠죠 리우}제가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둘 것 같나요?
{character:player}리우? 언제 온 거야?
어느새 내 곁으로 리우가 다가왔다. 그녀는 치오리의 메이드이자, 치오리와 자매처럼 끈끈한 사이이다.
'힘으로 사람 다루기'한 전문 메이드 리우는 주인에게 다가오는 불경스럽거나 부적절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전에 치오리에게 농담을 건넸을 때 리우의 강철 주먹을 맛 본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다.
……잠깐, 갑자기 방금 전 했던 '미친 말실수'가 떠올라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character:player}리우, 방금 전에 했던 위험한 발언에 대해 내가 설명할 기회를 줄 수 있을까?
{character:쿠죠 리우}당.신.생.각.은.요?
쿠죠 리우는 가짜 웃음을 지으며 내 어깨를 꽉 붙잡았다.
{character:쿠죠 리우}하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 넘어가도록 하죠.
으으윽, 기다려! 다른 누군가를 시켜서 널……
리우가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바로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테이블에서 울려퍼진 처절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또 다른 작사가 치오리에게 마작으로 된통 당한 뒤 울며 뛰쳐나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뒤 말없이 시선을 돌린 나는, 대마왕의 웃음소리를 뒤로한 채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우를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character:player}봐봐, 다른 사람들도 감정이 격해지면 험한 말을 해 버린단 말이야. 나도 말만 했지 진짜로 멍석을 준비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고! 믿어 줘!
{character:쿠죠 리우}쉿…… 목소리를 낮추세요. 저같이 연약한 여자가 당신을 상대로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나요?
{character:player}'연약'하다란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 할 것 같은데……
{character:쿠죠 리우}아, 바람 소리 때문에 잘 안 들렸는데 혹시 다시 말씀해 줄 수 있으실까요?
{character:player}아무 말도 안 했어.
{character:쿠죠 리우}그거 다행이네요, 그럼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골치 아픈 일에 휘말렸는데, 당신이랑 상담하고 싶어요.
{character:player}어? 내가 도움이 된다면야 얼마든지 말해봐.
전능에 가까운 리우의 입에서 '골치가 아프다'라는 말이 나왔으니, 여간 어려운 일임이 틀림없다.
{character:쿠죠 리우}……'악당', 그것도 매우 위험한.
{character:player}응? 악당?? 아직도 그런 게 있어???
{character:쿠죠 리우}어째서? 치오리 아가씨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존재가 악당에게 눈독 들여지는 건 있을 법한 일 아닌가요?
{character:player}내 말은…… 당황하지 말고 그냥 네가 손을 쓰라는 말이야.
{character:쿠죠 리우}아가씨의 시야가 닿는 범위 내의 더러운 것들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 역시 메이드의 의무죠. 당연한 겁니다.
리우가 항상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는 데다가, 언제나 준비 태세에 돌입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그 악당들이 어떻게 '청소'되었는지에 대해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character:player}알겠어. 근데 말투를 보아하니, 이번엔 평소랑은 다른 상황인가 봐?
{character:쿠죠 리우}네, 때는 7일 전 저녁이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차린 후 치오리 아가씨를 부르러 갔는데 기묘한 일이 일어났어요……
리우는 그날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character:쿠죠 리우}아가씨,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치오리 아가씨?
치오리의 침실은 텅 비어 있었다.
리우가 다른 곳을 찾아보려고 하던 그때, 갑자기 발코니에서 "끼이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살펴본 리우는 발코니로 통하는 문이 열린 것을 확인했다. 그 사이로는 이미 여름의 더운 공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게다가 방금 전에 난 소리는 분명 누군가가 그네를 타는 소리였다.
{character:쿠죠 리우}날이 이렇게나 더운데 발코니에서 그네를 타시는 건가요? 아가씨? 어라?
리우는 발코니로 주인을 부르러 갔지만 치오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오직 그네만이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던 건조한 날씨였지만, 그네를 만져 보니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네 옆에 떨어진 곰인형을 주우러 간 리우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좋았어!! 완승이다!! 역시 내 홈그라운드에서 질 리가 없지! 리우……
그때, 치오리의 목소리가 침실 밖에서, 정확히는 옆방인 작은 서재에서 들려왔다.
정신을 차린 리우는 곰인형을 급히 그네에 올려놓고선 침실에서 뛰쳐나와 치오리에게로 달려갔다.
{character:쿠죠 리우}네, 지금 가고 있어요.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남풍전을 쳤더니 배가 고프네. 오늘은 이치히메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character:쿠죠 리우}후훗, 알겠어요. 오늘 저녁 식사는 미트 피자와 칠리 새우, 디저트로는 망고 크레이프가 준비되어 있어요. 부족할 것 같다면 스파게티를 만들어 드릴게요.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우와! 그 가게에서 먹었던 칠리 새우잖아! 레시피를 배워 온 거야?
{character:쿠죠 리우}아가씨의 기억 속에 있던 맛 그대로였으면 좋겠네요.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자신감을 가져! 리우는 그 가게보다 더 맛있게 만들거야!
{character:쿠죠 리우}아가씨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신 만큼, 분발해서 그 가게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야겠는걸요.
{character:쿠죠 리우}정말 영광스러운 날이었죠. 아가씨께서는 그날 제가 만든 칠리 새우를 혼자서 전부 다 드셨어요.
{character:player}그거 정말 맛있었겠는걸…… 아니,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 '악당'이잖아.
{character:쿠죠 리우}참, 그렇죠. 어쨌든 그날 전 처음으로 그것의 존재에 대해 깨달았어요. 그 일 이후, 저는 치오리 아가씨와 함께 문을 나설 때마다 우릴 지켜보는 시선을 몇 번이나 느꼈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재빨랐던 탓에 쫓아갈 수가 없었죠.
{character:player}엄청 성가신 녀석이네.
{character:쿠죠 리우}제가 감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신 특급 메이드 훈련 클래스에 등록한다고 해도, 교육을 받고 있는 시간 동안엔 치오리 아가씨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을 거예요.
{character:player}리우, 충분히 훌륭한 메이드야. 내가 보기엔, 넌 이미 충분할 정도로 치오리를 잘 지켜 주고 있어. 일단 상황은 알았으니까, 이제 난 뭘 하면 될까?
{character:쿠죠 리우}저와 함께 치오리 아가씨를 지키는 거예요.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악당 녀석을 더 빨리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character:player}알겠어. 근데 리우는 왜 날 고른 거야?
{character:쿠죠 리우}제가 골랐다기 보다는, 치오리 아가씨가 '무의식적으로' 당신을 선택했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이겠네요.
{character:player}엥? 그게 무슨 소리야?
{character:쿠죠 리우}치오리 아가씨께서는 남을 쉽게 신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만날 땐 겉으로는 싫은 척을 하셔도, 문제가 발생하면 무의식적으로 당신께 도움을 청하더군요……
{character:쿠죠 리우}아가씨께선 자신의 그런 모습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입니다만……
{character:쿠죠 리우}그래서 저는, 당신이라면 아가씨께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character:쿠죠 리우}하지만 안심하시길, 치오리 아가씨께서 외부인에게 의존하게끔 만들어 버린 것은 메이드인 저의 실책이죠. 그러니 이제 제 실수를 바로잡고 아가씨가 당신에게서 벗어나게 만들 겁니다!
마지막 말을 들은 나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character:player}아하하하…… 이런 일에 그렇게까지 진지해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character:player}그런데…… 이 악당이란 녀석, 스토킹이든, 혹은 다른 목적이 있든 빨리 잡는 편이 좋을 것 같은걸.
{character:쿠죠 리우}쉿…… 목소리를 낮추세요. 치오리 아가씨께서는 아직 이 일에 대해 모르고 계세요.
{character:player}정말이야?
{character:쿠죠 리우}아가씨께서 아신다면 겁에 질려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 하고, 식사마저 제대로 못할지도 몰라요. 그리고 제가 아는 아가씨라면 분명 직접 악당을 잡으려고 하시겠죠. 그건 너무 위험해요.
{character:쿠죠 리우}그러니 저희와 같이 다닐 핑계를 생각해 두세요.
{character:player}음…… 그냥 놀자고 하면서 같이 다녀 보자.
{character:미카미 치오리}같이 놀자고? 치오리가 왜 {var:player_nickname} 너랑 놀아야 하는 건데?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흥, 싫어, 안 놀 거야.
{character:player}……………
좋아. 완전히 예상했던 대로의 반응이다. 뭐, 치오리라면 이렇게 말하는 게 정상이긴 하지. 하지만 옆에 있던 리우는 시작하기도 전에 망해 버릴 것 같은 이 보호 계획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character:쿠죠 리우}전에 치오리 아가씨께서도 시간이 된다면 {var:player_nickname}씨랑 같이 놀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하아?! 리우 바보! 치오리는 그런 말 한 적 없어!
{character:쿠죠 리우}아, 기억났어요. 제가 실수했네요. 아가씨 같은 분께서 어떻게 {var:player_nickname}씨랑 같이 노시겠어요?
나는 리우를 향해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지금은 우리 둘이서 힘을 합쳐야 할 때인데!
{character:방법이 없군}어쩔 수 없지. 치오리의 안전을 위해서 내가 더 열심히 할 수밖에.
{character:player}치오리는 왜 나랑 같이 놀기 싫은 거야?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싫으니까 싫은 거지!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은건데!
{character:미카미 치오리}근데, {var:player_nickname} 너는 왜 치오리랑 같이 놀고 싶어 하는 건데? 설마…… 같이 놀 친구가 없는 건 아니겠지?
{character:player}당연히 아니지. 난 치오리랑 놀고 싶어서 다른 친구랑 한 약속도 전부 미뤄 뒀는걸!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흥, 치오리가 순진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친구가 없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거겠지, 사실대로 털어놓도록 해!
치오리가 믿을만한 더 그럴듯한 이유를 말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 이걸 말해 보자……
{character:player}치오리가 너무 좋아서 치오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치오리가 나에게 그런 기회를 줄 수 있을까?
내 말을 들은 치오리의 얼굴이 엄청나게 빨개졌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조, 좋아한다니 뭐니 그런 말은 이미 엄청 많이 들어왔어! 이제 아무런 느낌도 없다고!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하지만…… 하지만 네 돌멩이 같은 머리론 더 나은 핑곗거리는 못 댈 게 뻔하겠지. 그래도 성실해 보이긴 하니까, 날 따라다닐 수 있게 허락해 주도록 할게. 단! 멀리서 따라와야 해!
{character:player}물론이지!
{character:미카미 치오리}가자, 흐흐흥~
치오리는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기쁨을 참지 못한 듯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났다.
츤데레에겐 역시 돌직구가 최고다. 리우는 옆을 지나가며 엄지를 치켜 올렸지만, 곧이어 날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난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치오리의 활기찬 뒷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기뻐하며 그녀들의 뒤를 따라갔다.
같이 놀겠다고는 했지만, 사실 마작 테이블에서 거의 오후 전체를 보낸 우리는 저녁이 다 되어서야 혼천 신사를 빠져나와 치오리의 집으로 향했다.
리우가 말한 알 수 없는 악당도 나타나지 않았고, 모든 게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집 근처 공원에 도착하자, 치오리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나는 공원에 다녀올 테니까, 리우랑 넌 먼저 돌아가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도록 해. 예상치 못하게 입이 하나 더 늘었으니 분명 시간이 더 걸리겠지.
{character:쿠죠 리우}저…… 아가씨, 오늘은 일단 돌아가시는 게 어떨까요? 이 시간에 공원에 가시는 건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하아? 리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공원이 위험하다고?
{character:쿠죠 리우}그, 그러니까……
{character:player}저기, 내가 치오리랑 같이 다녀올게.
나는 대화에 끼어들으면서 몰래 핸드폰 메시지 발송 버튼을 눌렀다. 이어서 진동을 느낀 리우가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쳐다보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character:player}리우, 지금 안 가면 저녁 식사 준비가 늦어질지도 몰라.
{character:쿠죠 리우}……그것도 그렇네요. 치오리 아가씨를 굶길 수는 없죠.
{character:쿠죠 리우}그럼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곧 저녁 식사를 준비해 드릴 테니 빨리 돌아오셔야 해요.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알겠어. 리우도 쓸데없이 걱정이 많구나.
나는 방금 전, 문자 메시지로 치오리를 따라다니면서 위험한 일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치오리를 데리고 집으로 도망치겠다는 내용을 보냈다.
치오리의 집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라서 그런지, 리우는 고심 끝에 허락을 해 주었다.
"아가씨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전부 당신 탓이니까요!" 리우는 잊지 않고 내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character:player}이제 공원에 가 볼까! ……그런데 왜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는 거야?
거듭 뒤돌아보며 작별인사를 하는 리우였고, 그 옆에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치오리가 있었다. 그 시선에는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바보한테 가까이 가면 바보 바이러스가 옮는다던데, 리우도 피하지 못했나보네. 너희들 얼굴에 '마음에 찔리는 게 있어요'라고 대놓고 쓰여 있어서, 나한테 어떤 수작을 부리려고 하는지 관심조차 안생기네. 너희들, 몰래 신호를 주고받았지?
……들켜 버린 건가?!
{character:player}그, 치오리가 너무 예민한 걸 거야. 그러니까…… 리우한테 너랑 같이 단둘이 있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부탁한 거였어!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정말이야?
{character:player}물론이지!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쳇, 그, 그 정도 수준이겠지. 가자, 재밌는 거 하게 해줄게.
{character:player}알겠어!
저녁 무렵의 공원에는 매미의 울음 소리가 울려퍼지고, 새들은 구름에서 나무 그늘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무 아래엔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었고, 아이들은 부모님이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치오리는 나를 데리고 어린이 놀이 구역으로 갔다. 이곳에는 오색찬란한 놀이 기구들만 있을 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치오리도 다른 꼬마 무리들에 비해 나이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닌데, 이 시간에 이곳에 오는 건 성격적인 부분인건지, 그래서 일부러 모두가 떠난 뒤 여기에서 노는 걸까?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멈춰.
{character:player}?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생각이 너무 유치해. 이렇게 노는 건 이제 별로라고.
{character:player}……그렇게 티 났어?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하, 스스로 다 불다니. 역시나 이런 상상을 했군!
{character:player}……당했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흥, 따라오기나 해.
치오리가 자신을 따라오라며 손짓했다. 나는 치오리의 모습을 따라하며 조심히 놀이터를 지나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샛길을 지나고 나니, 숨겨진 공터가 나타났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큭…… 너, 귀 막고 있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치오리의 말대로 귀를 막을까?
그대로 귀를 막은 나는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치오리를 볼 수만 있을뿐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풀이 흔들리면서 각양각색의 '찹쌀떡'들이 뛰쳐나왔다.
큰 이익에는 위험이 따르는 법. 치오리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내가 순순히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나는 치오리가 뒤로 도는 순간을 노려 귀에서 살짝 손을 떼었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야옹~ 야옹~
흘러넘치는 석양빛이 소녀를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소녀가 부드럽게 흉내내는 고양이 소리는 내 마음을 할퀴어 놓았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내가 왔단다~ 치오리가 맛있는 간식을 들고 왔어~ 얼른 나와, 꼬맹이들아~
치오리가 저런 말투도 쓸 줄 알았다니, 만약 나한테 했으면 귀여움에 파묻혀 죽어버렸을지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풀이 흔들리면서 각양각색의 '찹쌀떡'들이 뛰쳐나왔다.
다양한 색깔의 아기 고양이들은 치오리가 익숙한 듯 보였지만, 처음 본 두 발 달린 짐승인 나를 경계하는 듯, 내 근처에는 오지 않았다.
치오리는 손가방에서 미리 준비한 고양이 사료와 간식을 꺼냈다. 이어서 포장을 뜯자, 신중한듯 신중해보이지 않는 작은 찹쌀떡들이 발밑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때, 고양이 간식 한 봉지가 눈앞으로 들이밀어지자 나는 그제서야 귀를 막고 있던 손을 떼고 간식을 받았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같이 먹이 주자. 이러면 고양이들도 널 무서워하지 않을 거야.
{character:player}하하, 고마워 치오리.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따, 딱히 널 위해서 그런 건 아냐! 그냥 고양이들이 겁에 질린 채로 밥을 먹게 할 순 없어서 그런 것 뿐이니까!
{character:player}그럼, 그럼, 물론이지. 네가 말한 사정이란 게 고양이한테 먹이를 주는 거였구나? 리우는 모르고 있는 거야?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치오리는 꼬맹이가 아닌걸. 모든 일을 리우한테 의지하지만은 않아.
치오리의 말이 맞다. 리우의 성격상, 치오리가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주인을 대신해 공원의 고양이 가족을 돌보는 걸 일상 업무에 추가해 버리고 말 것이다.
{character:player}그래, 그래. 치오리 혼자서도 잘 하네. 대단한걸.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당연하지.
{character:치오리는}치오리는 고개를 돌리며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데 열중했지만,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빨개진 귀에는 치오리의 진짜 감정이 드러나 있었다. 치오리는 친구에게 자신의 '비밀 기지'를 보여 주는 게 제법 즐거웠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기는 제법 외진 곳이다. 놀이터에서 놀지 않았다면, 치오리는 어떻게 이 고양이들을 발견한 걸까? 난 지금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뜨리고 싶지 않아서 이에 대해 묻지 않기로 했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아앗?!
{character:player}무, 무슨 일이야?
{character:player}치오리가 지른 짧은 비명 소리에, 나는 내가 한 짓이 들킨 줄 알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한 마리가 없어.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지난 번에 왔을 땐 다섯 마리였단 말이야, 오늘은 치즈냥이 안 보여.
{character:player}마작 실력이 또 늘었네. 역시 천재 소녀 미카미 치오리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테이블에서 일어나던 치오리가 날 쳐다봤다. 치오리는 날 보자마자 '역시 너였구나'라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그런 건 네가 짚어 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인걸. 안타깝게도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까, 이 치오리의 잔혹함은 다음번에 알려 주도록 하겠어. 리우, 가자.
{character:쿠죠 리우}네, 치오리 아가씨.
{character:player}……리우? 언제 내 옆으로 온 거야?
어느새 내 곁으로 리우가 다가왔다. 그녀는 치오리의 메이드이자, 치오리와 자매처럼 끈끈한 사이이다.
'힘으로 사람 다루기'한 전문 메이드 리우는 주인에게 다가오는 불경스럽거나 부적절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전에 치오리에게 농담을 건넸을 때 리우의 강철 주먹을 맛 본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다.
다행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치오리와 리우가 신사를 떠나는 걸 지켜보던 나는, 날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이치히메의 모습을 발견했다.
{character:이치히메}……뭔가 이상하다냥.
{character:player}뭐가 이상한데?
{character:이치히메}아까 리우가 주인한테 할 말이 있어 보였는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냥.
{character:player}리우가?
{character:이치히메}주인한테 맛있는 걸 가지고 왔냐고 물어보려고 했던 게 분명하다냥. 냄새가 너무 좋다냥!
{character:player}……그건 그냥 네가 물어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우아앗, 식당에 가면 줄게! 대낮부터 코로 냄새를 맡으면…… 손을 올리는 건 더 안 되지!!!
……고양이를 키우는 건 정말로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치히메에게 간식을 준 다음 같이 마작을 치고 나니, 날이 어두워져서야 겨우 신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상쾌한 저녁 공기를 마시며 오늘 쳤던 마작을 복기하던 와중, 나도 모르게 치오리의 집 근처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무런 규칙성이 없는 이치히메의 직감형 마작보다는 아쉽게도 관전 기회를 놓친, 전승을 거뒀다는 치오리의 마작이 분명 더 전술적이었을 것이다.
지잉—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왠일로 리우에게 전화가?
{character:player}리우?
{character:쿠죠 리우}{var:player_nickname}, 혹시 치오리 아가씨 못 보셨나요?
{character:player}아까 전에 너랑 같이 나가지 않았어?
{character:쿠죠 리우}네. 같이 신사를 나와 집으로 돌아왔죠. 그런데 제가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아가씨께서 잠깐 공원에 다녀온다고 하시더니,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character:쿠죠 리우}혹시 당신에게 갔었나요?
{character:player}아쉽지만 아냐. 근데 치오리네 집 근처 공원이라면…… 마침 내가 있는 곳 근처 공원이인걸.
{character:쿠죠 리우}네? 정말인가요? 다행이에요! 그럼 같이 아가씨를 찾아 줄 수 있으신가요? 저도 금방 뒤따라갈게요!
{character:player}물론이지. 하지만…… 일단 진정하고 치오리가 언제쯤 밖에 나갔는지 알려 줄 수 있어?
{character:쿠죠 리우}17시 31분이에요. 아가씨께서는 30분만 놀다 오겠다고 했고요.
{character:player}그렇게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니, 이게 바로 전업 메이드인가…… 어? 내 시계는 이제 막 18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아직 30분이 안 지났잖아?
{character:쿠죠 리우}그건 아가씨께서 제 시야 안에 들어와 있을 때의 얘기죠. 지금 아가씨께서는 1분 내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 하는 곳에 있는 데다 핸드폰마저 가지고 나가지 않으셨으니, 전 무척이나 걱정이 된답니다.
{character:player}너무 빡빡하네. 그나저나 30분 동안 연락이 안 될 만한 이유는 많아. 게다가 이한시의 치안은 훌륭하잖아, 지금 같은 상황은 사고나 실종의 범주로 보긴 힘들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는 건 어때?
{character:쿠죠 리우}뭐라구요?! 아가씨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책임질 수 있으신가요?!!!
{character:player}……리우, 너무 지나치게 걱정하고 있는 거 아니야?
{character:미카미 치오리}……
리우는 입을 다문 뒤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리우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character:쿠죠 리우}아, 실례했습니다. 최근 치오리 아가씨의 주변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지는지라, 조금 걱정하게 되네요.
{character:player}뭐라고?
리우는 전화로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을 내게 설명해 주었다.
{character:쿠죠 리우}구체적으로 말하자면, 7일 전, 제가 저녁 식사 준비를 마친 후에 치오리 아가씨를 부르러 갔는데 기묘한 일이 있어났어요……
{character:쿠죠 리우}아가씨,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치오리 아가씨?
치오리의 침실은 텅 비어 있었다.
리우가 다른 곳을 찾아보려고 하던 그때, 갑자기 발코니에서 "끼이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살펴본 리우는 발코니로 통하는 문이 열린 것을 확인했다. 그 사이로는 이미 여름의 더운 공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게다가 방금 전에 난 소리는 분명 누군가가 그네를 타는 소리였다.
{character:쿠죠 리우}날이 이렇게나 더운데 발코니에서 그네를 타시는 건가요? 아가씨? 어라?
리우는 발코니로 주인을 부르러 갔지만 치오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오직 그네만이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던 건조한 날씨였지만, 그네를 만져 보니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네 옆에 떨어진 곰인형을 주우러 간 리우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좋았어!! 완승이다!! 역시 내 홈그라운드에서 질 리가 없지! 리우……
그때, 치오리의 목소리가 침실 밖에서, 정확히는 옆방인 작은 서재에서 들려왔다.
정신을 차린 리우는 곰인형을 급히 그네에 올려놓고선 침실에서 뛰쳐나와 치오리에게 달려갔다.
{character:쿠죠 리우}네, 지금 가고 있어요.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남풍전을 쳤더니 배가 고프네. 오늘은 이치히메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character:쿠죠 리우}후훗, 알겠어요. 오늘 저녁 식사는 미트 피자와 칠리 새우, 디저트로는 망고 크레이프가 준비되어 있어요. 부족할 것 같다면 스파게티를 만들어 드릴게요.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우와! 그 가게에서 먹었던 칠리 새우잖아! 레시피를 배워 온 거야?
{character:쿠죠 리우}아가씨의 기억 속에 있던 맛 그대로였으면 좋겠네요.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자신감을 가져! 리우는 그 가게보다 더 맛있게 만들거야!
{character:쿠죠 리우}아가씨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신 만큼, 분발해서 그 가게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야겠는걸요.
{character:쿠죠 리우}그게 처음으로 '그것'의 존재를 깨달은 날이었어요. 그 일이 일어난 후, 저는 치오리 아가씨와 함께 문을 나설 때마다 우리를 지켜보는 시선을 몇 번이나 느꼈죠.
{character:player}치오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
{character:쿠죠 리우}아니요. 저는 아가씨께서 두려움에 떨지 않으셨으면 좋겠거든요. 휴, 이게 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예요. 이제 최신판 특급 메이드 훈련 클래스에 등록해 감시 능력을 강화시킬 겁니다!
{character:player}리우는 이미 충분히 잘해 주고 있는 걸. 상황은 대충 알았어, 치오리는 나가기 전에 공원으로 간다고 했지? 그럼 내가 공원부터 찾아보도록 할게.
{character:쿠죠 리우}정말 감사드려요!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라 공원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공원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주변의 마작 테이블과 놀이터를 훑어 보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치오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공원 근처로 범위를 확대해 계속해서 치오리를 찾아보았다.
30분 안에 돌아온다고 한 데다 핸드폰을 가지고 가지도 않았으니, 치오리는 분명 먼 곳으로 가진 않았을 텐데… 치오리를 찾지 못하자 나도 점점 조급해져만 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분명 나 혼자밖에 없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때 리우가 내게 말해 주었던 그 기묘한 시선이 생각났다…… 혹시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당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날 쫓아올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소름이 끼친 나는, 날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도망쳤다.
{character:player}거기 누구야! 나와!
이어서 무언가가 뛰쳐나와 내 앞을 가로질러갔다.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다만…… 그런데 저 수풀 안에 눈에 익은 붉은색 머리띠가 보이는 것 같은데???
{character:player}……치오리? 너 거기에 있니?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흐른 후, 손 하나가 붉은색 머리띠 벗어 아래로 내렸다.
{character:player}……………
치오리인 게 확실해졌다!!!
치오리가 숨어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가자, 수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치오리로 추정되는 녀석이 더 멀리 도망쳤다.
{character:player}……치오리는 숨바꼭질을 하고 싶은 거야? 왜 안 나오는 거야? 리우가 걱정하고 있단 말이야.
{character:???}…………
{character:???}냐옹.
상대방은 나를 무시한 채로 더 먼 곳에서 고양이 소리를 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치오리는 어째서 고양이 소리를 내는 뻔한 방법을 써 가면서까지 자신을 숨기고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까. 너무 이상한데……
이 알 수 없는 상황에선 섣불리 움직이기 보다는, 치오리가 스스로 나오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할 것만 같다.
나는 이 기묘한 스토커를 도발로 끌어내기로 결정했고, 큰 소리로 외쳤다.
{character:player}치오리의 마작 실력은 누구보다 평범하다!
{character:???}…………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서민! 실력이 있으면 나와서 나랑 한판 쳐!
그러자 수풀 뒤에서 한 소녀가 양손을 허리에 짚고선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나타났다. 효과가 아주 좋은걸, 역시 치오리야.
{character:player}하하, 이제야 기꺼이 나오시는군?
내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치오리는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으으으…… 바보, 멍게, 해삼, 말미잘!!!
{character:player}그러게 누가 날 쫓아오다가 들켰는데도 숨고, 들키니까 고양이인 척이나 하래?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상한 서민 녀석이 갑자기 알 수 없는 꿍꿍이를 품고선 내가 가는 곳에 나타나서 그런 거잖아? 수상쩍은 의도로 접근한 게 분명하니까 안 나간 거라고!
{character:player}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음흉한 서민 같으니라고!
{character:player}사실대로 말해!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치오리가 하는 일이니까, 너랑은 아무 상관 없잖아!
{character:player}거봐.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거, 벌써 들켰지?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돌아가면 리우한테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전부 일러 줄 거야.
{character:player}윽, 죄송합니다, 아가씨.
나는 손을 들어 '휴전'을 선포했다. 훌륭한 사람은 분위기를 잘 읽는 법이다, 도발은 매우 좋은 방법이지만 적당히 멈출 때를 모른다면 오히려 손해만 볼 뿐이다.
아무튼 치오리를 찾았으니, 리우한테도 걱정하지 말라고 연락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쿠죠 리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character:쿠죠 리우}(메시지)찾았다고요? 다행이다,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
{character:player}(메시지)근처일 뿐이잖아.
{character:쿠죠 리우}(메시지)아가씨와 당신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위치를 알려 주세요.
{character:player}그래…… 우리는……
메시지를 보내려던 나는 손가락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 만한 표시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가 치오리의 집 근처라는 게 생각나, 바로 치오리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character:player}치오리? 치오리? 치오리?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반복 재생이랑은 말하고 싶지 않거든!
{character:player}푸흡. 그나저나 여긴 어디일까? 리우한테 지금 우리가 있는 위치를 보낼 거야.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여기…… 여기는…… 집 근처에 있는 길이야.
{character:player}뭐? 그렇게 말하면 리우가 못 알아들을 것 같은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순 없어?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우리 집 근처에 있는 길인데, 그렇게 넓지 않은 도로!
{character:player}그렇게 화내지 말고, 여기가 집에서 어느 방향인지, 아니면 무슨 길인지 정도는…… 잠깐만……
나는 순간적으로 치오라가 당황스러워하는 눈빛을 캐치했다.
{character:player}그러니까…… 치오리, 네가 날 몰래 따라온 이유가 길을 잃어서였구나?
{character:미카미 치오리}……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아니거든! 이 치오리님께서 길을 잃을 리가 없.잖.아!
치오리는 귀가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지르며 부정했지만, 새빨개진 얼굴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집 근처에서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선택한 게 '아는 사람이 나타나면 뒤쫓아가기'였다니…… 게다가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고 말이야. 정말이지……
정말 치오리답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var:player_nickname}……
{character:player}멈춰! 내 말은 치오리가 영리하게 행동한 덕분에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거지! 정말 대단한걸!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흥. 비꼬는 것도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해? 치오리는 바보랑 상종 안 해! 내놔!
{character:player}역시 난 똑똑해.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네가? 똑똑하기는 무슨! 내놓으라고!
치오리는 화를 잔뜩 머금고 나를 향해 걸어왔고, 그런 말을 내뱉은 나는 이미 치오리의 분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치오리는 돌연 내 손의 휴대폰을 집어 들더니 뒤이어 사진을 몇 장 찍고서는 그 사진을 그대로 리우에게 전송하였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멍청하긴, 이러면 여기가 어딘지 어렵게 설명할 필요도 없잖아?
{character:쿠죠 리우}(메시지)알겠어요.
{character:player}……그러게.
치오리는 기운 빠진 모습으로 핸드폰을 던졌다. 나는 그제서야 언제나 깔끔했던 치오리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아차렸다. 머리는 헝클어진 데다 치마와 소매엔 먼지가 묻어 있었다. 그러나 방금 전 치오리가 숨어 있던 곳은 이런 식으로 먼지가 묻을 만한 곳이 아니었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어딜 보는 거야?! 보지 마!
내 시선을 느낀 치오리는 성가신다는 듯이 손을 등 뒤로 감추었다. 아무래도 아까 전에 자꾸 숨었던 이유는, 지저분해진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악당'이랑 관련이 있는 건가?
{character:player}치오리, 아까 어디에 있었는지 말해 주지 않을래? 왜 길을 잃었던 거야?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흥! 치오리는 안 가르쳐 줄 건데? 가르쳐 주면 그걸로 또 치오리를 놀릴 거잖아!
{character:player}지금 난 치오리를 비웃으려는 게 아니라, 네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나한테는 치오리의 안전이 최우선인걸. 그러니까 네가 화내더라도 나는 널 숨은 곳에서 끄집어내고 무사한지 확인해 봐야겠어.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말은 청산유수네!
진지한 내 말투에 치오리는 입을 삐죽여 댔지만, 노여움이 점차 가라앉는 것 같아 보였다.
{character:player}알려 주지 않을래?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흥, ……흥, 그 안쓰러운 모습을 보니 안 가르쳐 주면 다음에 나중에 네가 마착 칠 때 계속 방총이라도 당할 것 같은 모양이네. 안 그래도 나약한 서민의 인생이 더 깊은 구렁텅이로 빠져 버린다면, 이몸한테 민폐만 끼칠 뿐이겠지.
{character:player}물론이지. 네 말이 전부 맞아. 그러니까 말해 줄래?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치오리는 고양이를 구해 주고 있었어.
{character:player}고양이?
{character:미카미 치오리}공원에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거든. 좀처럼 마음을 열어 주진 않지만, 새끼들이 있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돌보고 있어. 오늘도 평소처럼 새끼들을 돌보다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새끼 한 마리가 없어져서 찾아다니던 중이었어.
{character:미카미 치오리}그게 다야.
{character:player}어?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잘 못 들었다고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character:player}아주 잘 들었어!
{character:player}하하핫, 그랬구나! 치오리는 정말 착한 아이네. 리우는 이 사실을 알고 있어?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치오리는 꼬맹이가 아닌걸. 뭐든지 리우한테 의지하지만은 않아.
치오리의 말이 맞다. 리우의 성격상, 치오리가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주인을 대신해 공원에서 고양이 가족을 돌보는 걸 일상 업무에 추가해 버리고 말 것이다.
{character:player}그래, 그래. 치오리 혼자서도 잘 하네. 대단한걸. 참, 치오리가 찾아다녔다는 고양이는 어떻게 됐어?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새끼 고양이를 구해주자마자 엄마 고양이가 물고 갔어.
{character:player}풉…… 그거 정말 정없는 고양이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고양이는 다 그런 거야. 경계해야 괴롭힘 당하지도 않으니까 말이야. 뭐, 모든 사람이 치오리처럼 착하고 귀엽지는 않잖아?
{character:player}치오리 말이 맞아. 나랑 리우도 이제 안심할 수 있겠네……
지금까지의 사정을 들은 나로선 치오리가 길을 잃은 일 외에도 리우가 말한 '악당'에 대해서도 짐작이 가는 바가 생겼으니, 조금 이따 리우와도 대화를 나눠 봐야겠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전부 다 말해 줬는데도 계속 여기에 세워 둘 셈이야? 빨.리 안.내.하.란 말.이.야! 인덱스랑 씻으러 가야 한다고!
치오리는 지저분해진 인형 가방을 안고선 큰 소리로 내게 명령했다.
{character:player}알겠습니다, 아가씨!
나는 치오리와 함께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치오리가 씻으러 간 사이에, 나는 리우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character:쿠죠 리우}휴우…… 그렇군요……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려요.
{character:player}아냐, 당연히 도와야지.
{character:쿠죠 리우}참, 그 악당에 대해서 말인데요. 악당이 남긴 새로운 단서를 찾았어요. 절 따라와 주세요.
{character:player}알겠어. 그리고 나도 범인에 대해선 나름대로 추측해 봤으니까, 검증해 볼 수 있겠네.
리우는 날 문쪽으로 데려가더니, 상자 하나를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죽은 쥐가 들어 있었는데, 그 크기가 그리 작지도 않았다.
{character:쿠죠 리우}악당이 이걸 보내왔어요, 아가씨의 방 발코니에 놓여져 있었죠. 아가씨께서 보시기 전에 재빨리 상자에 넣어 뒀는데, 정말 별로라니까요!
{character:player}음…… 리우, 혹시 발코니에 가 볼 수 있을까? 어쩌면 악당의 정체를 밝힐 만한 단서가 있을지도 몰라.
리우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character:player}하하. 내 추리가 맞았던 모양이네, 이걸 좀 봐.
리우를 따라 치오리의 방과 이어진 발코니에 도착했다. 그리고 소녀다운 감성이 잔뜩 녹아 있는 그네에서 범인의 '증거'인, 삼색 고양이의 털을 발견했다.
{character:쿠죠 리우}……고양이 털?
{character:player}맞아. 고양잇과 동물은 자신이 잡은 사냥감을 은인한테 가져다주는 습성이 있거든. 그 높은 발코니를 몰래 지나다닐 수 있는 데다 쥐같이 무서운 선물을 줄 수 있는 건, 치오리가 이 시간마다 먹이를 주러 다니는 고양이 가족의 어미 뿐이라고 생각해.
{character:쿠죠 리우}그렇군요.
{character:player}그래. 하지만 쥐 같은 걸 가져다 주는 고양이의 보답 방식은 인간으로선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불쌍한 리우, 넌 당분간 치오리 대신 이런 선물을 많이 받게 될 거야.
{character:쿠죠 리우}알겠습니다. 제가 적절하게 대응해 보도록 하죠. 하지만 절 동정하기보다는, 먼저 자신이 어떻게 될지를 걱정하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character:player}무슨 뜻이야?
{character:쿠죠 리우}치오리 아가씨께서 제게 당신이 오늘 알면 안 되는 일을 알아 버렸다고 하시면서, 오늘 저녁 동안 잘 처리해 놓으라고 하셨거든요.
{character:player}……이의 있어. 그래도 길을 잃은 치오리를 데리고 왔는데, 이런 대우는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character:쿠죠 리우}그건 그거고, 이건 이겁니다. 치오리 아가씨께서 당신께 식사를 대접하며 감사를 표하기로 하셨습니다. 식사 시간 동안 어떻게 용서를 구할지 잘 생각해 보도록 하세요.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아무래도 잠시 후 있을 치오리와의 식사 시간에 일을 관대하게 처리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어필을 해야만 할 것 같다.
{character:player}요즘 치오리의 마작 기술이 점점 더 늘고 있잖아? 그러니까 치오리랑 마작을 치면서 좀 배워보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
마작은 나와 치오리의 공통된 취미이니 만큼, 이걸 핑곗거리로 삼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역시나, 치오리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흥, 무슨 속셈이라도 있나 보지? 치오리랑 마작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너 하나 뿐만이 아냐! 그러니까 나랑 마작을 치려면 먼저 그 자격을 증명해야 할 거야!
{character:player}문제없지!
난 자격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이치히메와 리우를 부른 뒤 치오리와 함께 동풍전을 치루었다. 하지만 오늘은 운이 그냥저냥이었는지, 2위의 점수로 치오리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흥, 전술도 뻔한 게 전이랑 똑같잖아? 더 해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겠어. 다음 번에는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 줬으면 좋겠네.
{character:player}어? 더 안 치고 가게?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치오리는 다른 볼일이 있거든. 가자, 리우.
{character:쿠죠 리우}네, 아가씨.
{character:쿠죠 리우}제가 잘못 판단한 것 같네요. 당신은 저희 아가씨에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마작에 있어서 당신은 아가씨에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 모양이군요. 제가 아까 했던 말은 잊어 주시기 바랍니다.
리우는 그렇게 치오리를 따라 떠나갔다.
치오리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마작을 더 연마해 치오리를 이겨야만 할 것 같다. 이렇게 경호 임무는 시작되기도 전에 끝이 나 버리고야 말았다.
나는 '달콤한 말'를 사용해 보기로 결정했다. 나는 치오리가 숨어 있는 곳을 향해 최대한 간질간질한 말투로 말을 건넸다.
{character:player}거기에 숨어 있는 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귀엽고, 단점 하나 없는 완벽한 천재 아가씨 미카미 치오리 씨 아닌가요?!
{character:???}…………
하지만 치오리는 별로 내키지 않았는지,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어 버렸다.
나는 최선을 다해 보았지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치오리가 숨어서라도 날 따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치오리가 따라오고 있다는 걸 확인한 나는, 리우에게 전화를 건 뒤 곧바로 치오리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 리우가 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리우에게 눈빛을 보내자, '슈웅~'하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 하나가 내 앞을 지나갔다.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모습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character:player}치오리?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치오리 아냐! 사람 잘못 봤어!
……재빠른 동작과 쾌활한 목소리를 미루어 보아,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나와 리우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나저나 치오리는 오늘 나와 만나지 않으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리우도 나더러 오늘은 이만 돌아가라고 했기에, 나는 어리둥절한 채로 자리를 뜨게 되었다.
다음날, 나는 혼천 신사에서 대학살극을 벌이고 있는 치오리와, 치오리를 보좌하고 있는 리우를 만날 수 있었다. 어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궁금해진 나는 리우에게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character:쿠죠 리우}아, 그 일 말씀이신가요.
{character:쿠죠 리우}사건은 해결되었습니다만, 악당의 존재에 대한 건 아가씨에게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죠?
{character:player}당연하지. 난 입이 무거운 사람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character:쿠죠 리우}좋습니다.
설마 리우가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진실을 밝혀냈을 줄이야. 이 메이드 씨가 비밀을 지키고 있는 동안에는, 나 역시 치오리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영원히 비밀을 지켜야 할 것이다.
{character:???}냐옹~
그때, 가까운 곳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치오리가 동시에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멀지 않은 곳에 한마리의 다 큰 삼색 고양이가 보였다. 고양이는 우리 다리에 몸을 부비적거리더니, 야옹 소리와 함께 걸음을 내딛었다. 우리가 자신을 따라가지 않고 그대로 있자 다급하게 울기 시작했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이건 엄마 고양이야. 나한테 먼저 가까이 온 적도, 인사한 적도 없었는데.
{character:player}그렇다면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고양이를 따라가 보자.
삼색 고양이가 공원 밖, 구석진 곳에 위치한 말라빠진 수로 근처에서 멈춰 울부짖기 시작하자, 안에서 새끼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에게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쪼그려 앉아 수로 안을 살펴보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그마한 치즈냥이가 수로에 끼여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오는 걸 알아챈 새끼 고양이는 더욱더 처절하게 울기 시작했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우쭈쭈, 괜찮아. 우리는 널 구해 주러 온 거야. {var:player_nickname}, 인덱스 좀 들고 있어 줘.
내가 대답을 채 하기도 전에, 치오리는 자신의 곰인형 가방을 내게 맡긴 후 소매를 걷어올리곤 수로로 내려갔다.
폐기된 수로는 얕고 말라 있었지만, 거미줄과 먼지로 가득 차 있었다. 치오리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손을 뻗어 고양이를 짓누르고 있는 돌조각을 치웠다. 치오리보다 행동이 늦었던 나는 치오리의 안전을 확인하며 긴장하며 바라보았다.
우리를 데리고 온 삼색 고양이는, 우리가 새끼 고양이를 구하고 있는 걸 알고 있음에도 우리의 주위를 멤도며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그럼에도 치오리가 새끼를 구해낼 때까지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았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자, 자, 괜찮으니까 나오렴.
{character:나는 치오리의 손에서}나는 치오리의 손에서 새끼 고양이를 조심스럽게 받아내 삼색 고양이에게 건네준 뒤, 치오리에게 손을 뻗어 수로에서 나오는 걸 도와주었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다음에는 새끼를 잘 돌보도록 해!
순간 고양이가 사람 말을 알아듣고 두 발로 서서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을 상상했으나, 삼색 고양이는 우리를 경계하며 치즈냥이를 물고선 바로 쏜살같이 달아났다.
{character:player}……역시 인간을 경계하는 건 고양이의 천성인가 봐.
나는 뻘쭘하게 치오리를 쳐다봤지만, 치오리는 삼색 고양이의 '무정함'에 실망하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흐흥흥~ 가자. 너는 쓸모 없었지만 그래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줬으니까, 같이 밥이나 먹고 가도록 해.
방금 전 고양이 구출 작전을 펼쳤기 때문인지, 치오리의 소매와 치마엔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 이렇게나 비루한 행색을 한 치오리는 처음 봤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
이어서 갑자기 앞에서 걷고 있던 치오리가 멈추더니, 내 뒤로 숨었다…… 방금 치오리에게서 망설이는 듯한 눈빛이 보였던 것 같은데, 혹시 잘못 본 걸까?
{character:player}……왜?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너, 앞에서 가.
{character:player}뭐?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빨리!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난 일단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방금까진 원래 있던 길에서 벗어나 삼색 고양이를 따라다녔기에 길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기억을 더듬어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는 있었다…… 길…… 잠깐만.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번뜩였다.
{character:player}치오리 너 설마…………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아니거든! 치오리가 돌아가는 길을 모를 리가 없잖아!
{character:player}풉, 치오리도 스스로 다 불은 건가, 이제 일대일로 비긴 거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으으으…… 바보, 멍게, 해삼, 말미잘!!!
나는 방금 치오리가 내뱉은 단어들을 자동으로 칭찬하는 말로 치환했다. 마작 천재 소녀가 길치라는 걸 알게 된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character:미카미 치오리}멍청아. 내가 너처럼 머리가 나빠보여? 그냥 나뉘어서 찾아.
{character:미카미 치오리}그래. 어쩔 수 없어 보이네.
아가씨의 게임
인연 Lv.5 오픈
Possible Endings
Scenario Script
Spots 21, Scenes 373, Choices 9, Endings 3
……그러니까, 게임이란 인생이랑 같다. 지는 게 이기는 때가 있고, 이기는 게 지는 때도 있는 법이다.
나는 감탄하며 오 분 전과 비교해 심하게 쪼그라든 지갑을 마음 아프게 바라보았다.
평소처럼 éternité에서 디저트를 먹으며 온라인 마작으로 친선전을 즐기고 있었고, 오늘은 왠지 모르게 운이 터졌는지 연승을 거두었다. 내 대국 상대이자 친구인 시라이시 나나 선배의 폭풍 칭찬으로 얼떨결에 "한 판만 더 이기면, 나나와 수영 동아리 멤버한테 커피를 사겠다."라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반응하기 시작했을 땐 이미 늦었다.
이때 계산대에 서서 계산을 하는 중이었던 나는, 시라이시 선배가 커피 배달을 받으며 즐겁게 웃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것만 같았다……
딸랑……
éternité의 문이 열릴 때 울리는 종 소리처럼 맑고 깨끗한 소리가 들려왔다.
……{var:player_nickname}?
소녀는 살짝 놀란 소리를 내며 나의 주의를 끌었다. 놀랍게도 가게에 들어온 사람은 치오리와 리우였다.
안녕~ 치오리, 리우, 요즘 마작장에서 너희들을 못 본 것 같은데, 많이 바쁜가 봐?
리우…… 일단 {var:player_nickname}을(를) 먼저 테스트해보자.
알겠습니다, 치오리 아가씨. 그럼 {var:player_nickname}을(를) 먼저 테스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리우와 치오리, 두 사람의 눈길이 나에게 향하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솟아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말 좀 해 봐. 게임에서는 이런 알 수 없는 NPC랑 대화하면 예상 외의 이벤트가 전개되기 마련인데, 설마 그런 걸 나한테 하려는 건 아니겠지?
{var:player_nickname}, 문제를 내겠습니다.
……진짜였네! 도대체 어디서 문제를, 아니 도대체 왜 갑자기 문제를 풀어야 하는 건데?!
첫 번째 문제입니다. 치오리 아가씨께서 좋아하시는 커피콩은 무엇인가요?
좋아, 일단은 치오리가 좋아하는 원두를 맞추는 거야…… 분명 예전에 한 번 봤었던 것 같은데, 어디였지?
이 문제의 답…… 전에 캣챗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이게 아마 여기 어디에 있을 텐데…… 아, 찾았다!
맞아, 바로 이거야! 그때 치오리가 레이나의 캣챗에 대답했었어! 답은 바로! 만델링 원두!
……다음 문제부터는 핸드폰 보는 거 금지야!
두 번째 문제입니다. 치오리 아가씨께서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무엇인가요!
답은 바로 눈앞에 있잖아! 곰이야! 치오리의 손가방이 바로 곰돌이이기 때문이지!
깜짝 놀란 치오리의 얼굴과는 다르게, 리우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그래요? 역시 선택지가 두 개밖에 없으니 끼워 맞추기가 쉬운 모양이네요.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세 번째 문제입니다! 치오리 아가씨께서 가지고 다니는 곰 인형 가방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슥슥슥' 고개를 푹 숙이고 책에 무언가를 휘갈겨 쓴 리우가 우리에게 다섯 개의 선택지를 들이밀었다…… 다섯 개라니, 리우는 우리가 답을 맞추는 게 정말 싫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선택지를 들이민다고 내가 정답을 맞추는 걸 막을 순 없을 것이다. 치오리가 가지고 다니는 가방의 이름은, 당연히──
──인·덱·스!
두 사람의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정답을 맞춘 모양이다.
후후, 치오리가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그 이름을 내가 어떻게 까먹을 수 있겠어? 벌써 세 문제나 맞췄는데, 슬슬 왜 문제를 내는 건지 설명해 주면 안 될까?
다음 문제!
리우는 나의 말을 무시하며, 계속해서 치오리와 관련된 문제를 냈다.
좋은 소식은, 오늘은 운이 정말로 좋아서 찍었던 뒤에 낸 문제들은 대부분 찍어서 맞췄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쁜 소식은, 승리에 도취한 내가 리우와 치오리에게 거의 '협박' 당하다시피 쫓겨났기에, 점장인 레이나가 들어오는 걸 빤히 보고도 신제품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물 건너 갔다는 것이었다……
순백의 창틀 밖으로는 길고 푸르른 나뭇가지들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고, 실내의 매끄러운 나무 바닥 위에 나뭇잎의 빛 그림자가 얼룩을 남겼다. 방 안 가득 들어선 화려한 책장에는 각종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 벽에는 명필가의 글이 걸려있었다. 치오리의 서재를 보니, 겉으로 보기엔 귀여운 대저택의 아가씨이지만 공부의 방향은 '귀여움'이라는 표면적인 것을 한참 뛰어넘은 것 같았다.
그리고, 존재감 넘치는 리우의 시선이 소파에 앉아 있던 나의 호기심을 완전히 거두게 만들었다. 방금 치오리는 준비할 게 있다며, 리우에게 날 서재로 데리고 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알려 주라고 일렀었다.
제가 신청한 특급 메이드 훈련 클래스가 지금 졸업 시험을 앞두고 있지 않았다면, 당신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기회라니?
네. 바로 다시는 없을, 치오리 아가씨와 함께 팀이 될 기회를 말이죠! 자세히 설명드리자면, 바로 어제……
우와앗, 회상 씬이 시작되어 버려엇!
말.끊.지.마.세.요.
내가 말을 끊은 탓에 리우의 강철 주먹이 날아왔다. 나는 머리를 문지르며 리우의 말을 계속해서 경청했다.
……어제, 저는 치오리 아가씨와 함께 보드게임 카페에 갔습니다. 그 가게에 새로 들어온 2인 대전 보드게임이 있다고, 한번 해 보고 싶어 하시더군요. 물론 치오리 아가씨의 총명함이라면 그런 보드게임 따윈 승리하는 것이 당연했겠지만, 저희의 상대로 어떤 닭살 커플이 매칭되었고, 그 결과는……
아가씨, 저희가…… 졌습니다.
……이런, 거의 다 따라잡았는데!
하하하, 그렇게 서운해 할 필요 없어, 꼬맹아. 이 2인 협동 보드게임은 두 사람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는지를 보는 게임이니까 말이야. 특히나 '감정'의 호흡을 말이야.
아직 중학생이지? 옆에 있는 메이드 씨는…… 별다른 경험이 없어 보이고…… 으음, 둘 다 딱히 연애를 해 본 적도, 다른 사람한테 고백받아 본 적도 없어 보이는데, 이럴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대단하네! 안 그래, 자기야?
응! 자기 말이 전부 맞아!
흥, 좋아하긴 아직 일러. 치오리에게 있어 이건 잠깐의 패배일뿐이니까. 내일모레! 그때까지 하루만 더 연습할 시간을 준다면 너희들을 이겨 보이겠어!
하하하, 좋아.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을게.
이렇게 된 겁니다. 치오리 아가씨께서 내일 보드게임으로 다시 도전하기로 했는데, 내일 전 메이드 특훈 클래스 시험 때문에 같이 가지 못하게 되어 버렸거든요. 그래서 같이 보드게임을 할 사람을 몰색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아까 카페에서 했던 질문이 팀원을 찾는 과정이었다, 이거지? 솔직히 말해서, 그 문제들은 전부 치오리에 대한 것들이지 딱히 '호흡'이랑은 상관 없어 보이던데?
아, 그 문제들은 운과 함께 아가씨께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고 계신지 시험해 본 것입니다. 그래야만 아가씨께서 기분 좋게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호흡에 관해서는 아가씨께서 잘 조련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조련…… 알았어. 근데 앞으로 그런 이상한 단어는 쓰지 말아 줄래?
준비 끝났어!
대화를 나누던 중, 치오리가 종이 상자를 안고선 서재에 들어왔다.
무슨 상황인지는 알겠어?
응,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이해했어.
그런데…… 내가 마음에 걸리던 걸 말하기도 전에, 치오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좋아. 리우, 이제 나한테 맡기고 넌 시험 준비를 하러 가도록 해. 이걸로 뛰어난 팀원을 만들어 어제의 복수를 하고 말겠어!
네! 치오리 아가씨를 믿고 있겠습니다! 파이팅! 그럼 전 방으로 돌아가 있을 테니, 필요한 게 있을 때 불러 주시기 바랍니다.
당신도 힘내시고, 내일도 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리우는 경고의 의미로 내게 주먹을 휘둘러 보였다. 나는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아쉬움 속에서 이별을 했다.
그렇게 서재엔 나와 치오리만이 남게 되었다. 치오리는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빠르게 종이 상자 안에 들어 있던 작은 책자를 건네 주었다.
자,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걸 봐 두도록 해.
치오리가 내게 건네준 것은 보드게임의 설명서였다. 나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망설임은 거둬들이고, 일단 설명서를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이건 '두근두근 지도'라는 보드게임으로, 두 사람이 한 팀을 이루어 복잡한 지형의 보드판을 탐사하며 가장 먼저 지도의 끝에 도착하는 팀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팀워크가 기초가 되어, 전진과 후퇴, 방향과 걸음 수 등은 모두 팀원이 함께 마주하는 카드에 의해 결정된다.
게다가 카드에 적혀 있는 미션들은 플레이어들이 서로 상호 작용을 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설명서에 따르면 이 게임은 심리학을 적용한 보드게임으로, 연인 혹은 친구와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는지 시험해 보는 게임이라고 나와 있었다.
이런 게임이구나…… 치오리, 우린 좋은 친구긴 하지만 우리의 상대는 그 무엇보다 끈끈한 연인이야. 이기는 건 어렵지 않을까?
설명서를 모두 읽은 나는 줄곧 마음에 걸렸던 사실을 말했지만, 치오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였다.
호흡이 잘 맞을수록 이긴다, 누가 그렇게 정했지?
그럼 방법이 있는 거야?
잘 들어, 한 번만 말할 거니까. 그 어떤 게임이라도, 본질적인 규칙을 이해하기만 한다면 반드시 이길 방법이 있어! 이런 2인 협동 게임은 겉으로 보기엔 두 사람의 호흡이 맞아야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행동의 일치성'이 핵심이야.
행동의 일치성?
맞아, 승리의 열쇠는 상대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문제를 푸는 사고 방식이 같아야 한다는 점이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이한시의 학생이라면 모두 들어봤을 객관식 문제 찍기 방법 같은 거네. 가장 짧은 문장 혹은 가장 긴 문장을 고를 것. 문장의 길이가 다 비슷하면 3번을 찍을 것.
뭐? 학교 수준에서 내는 간단한 문제에 그딴 비결까지 필요하단 말이야? 설마 그 이한시의 학생이란 게 널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냥 떠도는 말일 뿐이야……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미리 풀이법을 정해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규칙에 따라 그 '풀이법'을 정한다고 해도, 상황은 네가 방금 말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돌아갈 거야. 그러니까, 일단 먼저 플레이해 보자. 이 게임엔 엄청나게 많은 테마가 있으니 말이야!
음……
뭘 그렇게 멍하니 있는 거야?
잠깐 생각 중이야……
눈앞에 놓인 설명서에 따르자면, 제작자의 의도는 보드게임을 즐기면서 참가자들끼리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치오리의 방법은 그 게임의 목적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자, 난 정말 치오리와 함께 이 훈련을 해야 할지 망설이게 되었다.
치오리를 따라 룰의 허점을 이용해 이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게임 자체의 의미와 재미를 벗어나는 게 되어 버리고, 이겨도 껍데기 뿐인 승리를 거머쥘 뿐, 풍부한 경험을 할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미안, 치오리. 난 이 훈련을 거절하겠어.
……뭐라고?
설마 내가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지, 치오리는 잠시 멍한 채로 눈을 깜빡였다.
가, 감히 내 권유를 거절하다니, 대범하네? 이 치오리님께서 아무한테나 팀원이 될 기회를 주는 줄 알아?!
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설명서를 보니까, 제작자의 의도는 게임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드는 거였더라고.
내 생각에는, 우리는 지금 전략을 짜야 할 때가 아닌 것 같아. 그러면 게임이 의미가 없어져 버리니까. 난 치오리랑 길게 호흡을 맞춰가고 싶어.
나는 가급적 적절한 언어를 골라가며 내 생각을 표현했고, 치오리가 나의 진실된 태도를 이해해 주었으면 했다.
치오리는 조금 감동했다는 듯이 날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동안의 침묵 후, 치오리의 예쁜 눈동자에 서럽다는 듯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게 뭐야. 그럴듯한 말만 해대면서, 치오리랑 같이 이기는 게임은 안 하겠다는 거야? {var:player_nickname}는 바보, 똥개, 멍청이야! 그럼 이제 너랑 안 놀 거야!
엥?!
치오리는 퉁명스럽게 돌아섰다. 내가 아무리 의도를 설명해 주려고 해도,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마음 속에서 거대한 빨간색 위험 신호가 떠올랐다! 이건 위험하다! 치오리와의 우정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아니지. 고양이도 털이 난 방향으로 빗질을 해줘야하는 법. 지금 이 상황을 끝낼 방법이 하나 생각났다.
아무래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야. 이렇게 하자, 치오리. 승부로 결정하는 게 어때?
싫어!
……치오리, 설마 나한테 질 것 같아서 그러는 건 아니지?
!
지는 건 너겠지! 뭘로 승부를 할 건데?
휴우, 다행히 이 방법이 통한 모양이다. 이 아가씨를 달래는 데엔, 역시 이 방법이 최고다.
크흠. 아무 게임이나 다 좋아. 단판 승부로,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말을 듣는 거지. 어때?
좋아! 한 번 해 보자고! 두고 보시지!
서재의 책상 위에는 다른 타입의 보드게임이 두 개 놓여졌다. 전부 치오리가 서재의 서랍에서 꺼내놓은 것들로 '이한 모노폴리'와 '칼리갈리'였다. 두 게임은 전부 이한시의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드게임들이었다.
공평해야 하니까, 게임은 네가 선택하도록 해.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의 말을 듣는 거야.
둘 다 대중적이지만, 장르가 약간 다른 게임이다…… 치오리에게 이기려면 이중 하나를 잘 선택해야 한다.
칼리갈리는 플레이어가 과일이 인쇄된 카드를 순서대로 뒤집으며, 같은 과일의 숫자가 5가 될 때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을 먼저 누르는 사람이 승리를 거두는 게임이다.
치오리가 마작에선 마왕이나 마찬가지긴 해도, 일상 생활에서는 오히려 어수룩한 모습을 자주 보여 주곤 한다. 빠른 반응 속도를 요구하는 게임을 선택한다면 치오리에게 이길 수 있을 게 분명하다.
나는 칼리갈리를 선택하겠어!
예상대로, 칼리갈리를 선택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치오리의 표정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쳇, 날 따라다니면서 약점을 찾아냈구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들 하지. 안 봐 줄 거니까, 각오하도록 해.
예상했던 대로, 게임이 시작되자 치오리의 어수룩한 속성이 발동했다. 치오리는 테이블 위에 놓인 과일의 수를 열심히 지켜 보았지만, 번번이 나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땡!
난 세 번째로 벨을 누르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치오리의 카드를 가져갔다. 텅 빈 테이블을 바라본 후, 눈을 깜빡인 후에야 테이블에 같은 과일의 숫자가 5개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치오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직 안 끝났어! 계속 해!
물론이지.
게임이 다시 시작되자, 우리는 온 정신을 집중해 카드를 뒤집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위에 같은 과일의 숫자가 5개가 된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내가 벨을 누르려던 찰나……
우와앗! 저거 봐, 저게 뭐야!
치오리가 갑자기 내 등 뒤를 가리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뭐?
……어이쿠. 나보다 손이 느리다고 해서 이런 얕은 속임수 따위를 쓰다니. 그게 나한테 통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빠, 빨리 보란 말이야! 진짜로 뭐가 있단 말이야!
내 손이 벨에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치오리는 더욱더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말을 믿게 하려고 애를 썼다. 심지어 눈동자에는 작은 '진주'가 생기기까지…… 정말이지 너무 귀엽잖아!
근데 설마, 이기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한다고? 아니지, 분명 룰에는 이런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곤 쓰여 있지 않았으니……
순간, 나는 살짝 흔들리고 말았다…… 치오리의 귀여운 '연극'을 그만하게 만들까?
'이한 모노폴리'는 클래식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한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게임으로, 나 역시도 매우 익숙했다.
이한시의 지도와 랜드마크들이 잘 구현되어 있는 이 게임은 모든 플레이어가 똑같은 자금을 가지고 똑같은 위치에서 시작하게 되며,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만큼 이동하게 된다. 운과 전략으로 건물을 사고 임대료를 받아 최종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를 '파산'시키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다.
최근에 난 패운이 좋은 편이고, 이런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은 생각할 시간도 충분하기 때문에 아마 느긋하게 승리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한 모노폴리를 선택하겠어!
……흥, 바보 같은 선택을 하긴.
치오리가 내 선택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을 줄이야.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분이 든다.
6, 제발 6 나와라……
1 나와라, 1……
태양빛이 테이블 위에 놓인 게임판을 환히 비추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플라스틱 주사위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굴러가며 나와 치오리의 눈길을 끌었다.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원하는 숫자가 나오길 빌었다.
돌고 돌던 주사위는…… '1'에 멈춰섰다.
아싸! 1이다!
에이, 뭐, 한 칸만 가야…… 어라? 이 한 칸이 마침 찬스 기회네?! 하하하핫!
……어라? 흥, 어쩔 수 없지. 오늘 운이 아주 좋은 모양인걸.
이제는 내가 기뻐할 차례다. 나는 웃으며 '찬스 카드' 한 장을 뽑아 그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혼천 신사의 마작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였기에, 플레이어 한 명을 지정해 당신의 소원을 들어 주게끔 지시할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거절한다면, 당신에게 5만 코인을 지불해야 합니다.
뭐라고?! 뭐 그딴 카드가 다 있어?!
하하하, 단 한 장 뿐이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나한테 운이 따라 주는 모양이네. 치오리, 5만 코인을 내놓을래, 아니면 내 소원을 하나 들어줄래?
으…… 제길……
치오리는 자신에게 남은 코인을 보며 망설이기 시작했다. 5만 코인이란 숫자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만약 치오리가 5만 코인을 지불한다면, 파산의 위기에 처하고 말 것이다. 진저리를 치며 주먹을 불끈 쥐던 치오리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소원을 들어줄게. 하지만 이상한 걸 시키면 리우를 부를 테니까 각오해!
음, 어디 보자…… 음……
'메이드 소환'의 위협과, 치오리 아가씨와의 우정을 깨뜨리지 않을 법하면서도 통각과 관련 없는 소원이란 게…… 과연 있을까?
그딴 게 있을 리가 있나! 이런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좋은 생각들이 마구마구 떠오르고 있는데…… 뭘 골라볼까?
미카미 치오리 씨, 커피 한 잔 내려 줘.
내 소원을 들은 치오리는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 딱히 무리한 요구는 아니잖아? 전에 레이나의 가게에서 일한 적도 있었고 말이야.
……흥, 이번만 해 주는 거야.
휴우, 치오리가 아래 층으로 내려가는 걸 본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게임의 규칙이란 건 참 유용하기도 하다.
만들어 왔어.
치오리는 약속한 대로 직접 커피를 만들어 왔다. 정교한 꽃 장식과 완벽한 세팅, 코를 찌르는 기분 좋은 향기까지…… 하지만 기분이 좋으면서도 약간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고생했어. 그럼 사양 않고 잘 마실게.
그러나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무방비한 내 목구멍 속으로 커피의 것이 아닌 매운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푸웁── 콜록…… 콜록…… 왜 매운맛이 느껴지는 거야?!
헤헤, 치오리한테 그냥 커피나 타오라고 했지, 무슨 맛이라고까지는 말 안 했잖아? 커피 안에 고춧가루를 타면 안 된다는 룰도 없었고 말이야.
……매운맛에 정신을 못 차리고 눈물콧물 다 빼고 있던 그때, 치오리는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며 핸드폰을 꺼내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룰의 헛점을 이용하는 게 특기인 소녀란 말인가! 으으, 무섭다 무서워!!
나를 보며 고개를 젓던 치오리는 주방에서 커피를 가져왔다. 이번엔 아까 전과는 다르게, 커피 위에 얼음이 떠 있었다.
아직 게임을 계속해야 하니까 이걸 마시도록 해.
난 건네준 커피에 무슨 수작을 부려놓았는지 아닌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바로 단숨에 들이켰다.
차가운 커피가 목구멍에 들어오자, 입 안에서 순식간에 매운맛이 사라졌다……
흥, 교훈 하나 배웠다고 생각해. 다음에 또 이런 지나친 요구를 한다면 오늘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알겠어?
나는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정상적인 커피인 걸 보니, 그래도 나를 신경 쓰고 있기는 한 것 같다.
잠시 동안의 '벌인지 상인지 모르겠는 소원 들어주기 시간'이 끝나고, 우린 다시 서재로 돌아왔다.
그럼 계속 게임을 진행해 보자. 이제부터 본실력을 발휘할 테니까 각오하도록 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주사위를 던지자, 게임판 위의 말들이 계속해서 격렬한 싸움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운보다는 자원의 배치, 거래, 비지니스 찬스에 대한 안목이 점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보유 중인 재산이 모두 치오리에게 삼켜져 버렸다는 사실에, 그만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맞은편에서 전략을 세우며 마치 마작장에서처럼 '마왕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치오리를 본 나는, 치오리가 모노폴리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임은 막바지에 향해 나아갔다. 나는 전력을 다해 자원을 빼앗을 전략을 짜며 역전의 기회를 노렸지만, 승리의 저울은 계속해서 치오리를 향해 기울어질 뿐이었다. 주사위를 던지자 또다시 치오리의 건물칸에 들어가게 된 나는, 임대료를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코인을 보며 백기를 들고 말았다.
내가 졌어, 역시 치오리는 대단하네. 나랑은 완전 다른 '모노폴리'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흥, 당연한 말이지. 이게 바로 이 치오리님을 얕본 대가야.
치오리는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책장의 한 귀퉁이를 눌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위잉~'하는 기계음과 함께 평범해 보이던 책장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며 숨겨진 공간이 드러났다.
나는 커진 눈과 함께 말문이 막혔다. 책장 뒤 숨겨진 공간에는 각종의 보드게임과 크고 작은 게임 도구들이 놓여져 있었다…… 이곳은 보드게임 플레이어라면 천국이나 마찬가지인 수집실이었다!
어때? 난 평범한 다른 플레이어들이랑은 다르다구. 날 이기고 싶다면 먼저 여기 있는 보드게임을 전부 플레이하고나서 다시 도전하도록 해! 애초에 우리 둘은 레벨이 틀리니까 말이야.
!
치오리는 그냥 보드게임 카페에서 한 번씩 노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평소에도 보드게임에 빠져 지내는 전문가 수준이었던 거야?
하하핫! 대단한걸!
잠깐의 충격 이후, 나는 패배를 완전히 받아들였다. 치오리는 항상 나에게 예상 외의 놀라움을 안겨 준다.
……뭐야?
하지만 치오리는 내 반응이 시원찮았는지, 날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왜?
너, 정말 이상한 녀석이네. 게임에서 진 데다 이 정도로 차이를 보여 줬으면, 막 슬퍼하고 기분 나쁘고 분해야 하는 거 아냐? 꼭…… 꼭……
순간 내 머릿속으로 치오리가 하고자 하는 말이 떠올랐다. "꼭 마작이나 보드게임에서 나한테 호되게 당하고선, 엉엉 울면서 뛰쳐나가는 사람처럼 말이야."
나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긴 했지만, 치오리랑 잊지 못할 오후를 보낸 것 자체가 나한텐 값진 경험이었는데 어떻게 안 기쁠 수 있겠어?
노을빛이 서재를 비추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보드판이 널브러져 있는 테이블 위로 바람이 불자, 그 위에 말 중 하나가 넘어져 질서정연했던 보드판 위의 세계에 자그마한 떨림을 만들어 내었다.
치오리는 생각에 잠긴 듯 눈썹을 찌푸리곤,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리더니 다시 날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일은 그냥 안 가도 돼. 훈련은 취소야.
어? 취소라니? 왜?
……바보. 오후 내내 이 게임을 하느라 시간을 보냈으니까, 훈련 시간이 부족할 거 아냐. 이 상태로 내일 도전하러 가 봤자 그 연인들한테 지기 밖에 더하겠어? 그리고……
그리고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치오리랑 {var:player_nickname}, 우리 둘은 승리에 대한 관점이 너무나도 달라. 결국 2인 협동 게임인데, 치오리 혼자서 이겼다고 생각해 봐야 결국 가짜 승리일 뿐이잖아.
그렇다는 건, 치오리가 내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이해해도 될까?
그, 그런 거 아니거든! 팀원이라서 신경 쓰는 거거든!
그래, 그렇겠지.
나는 기꺼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어쨌든 치오리가 부끄러워서 빨개진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 어떤 대답을 하든 간에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난 당연히 용서해 주기로 했다.
……둘이서 이기려면 진짜 훈련을 할 필요가 있어.
하하, 그러니까 게임에서 이기면서 동시에 호흡 면에서도 만점이어야 한단 말이지? 이거 원래 목표보다 더 어려워진 것 같은데?
그러니까 오늘부터 게으름 피울 생각은 하지도 마!
알겠어.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자.
치오리와 약속을 한 후, 보드게임 수집실을 자세히 살펴보던 나는 치오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치오리는 언제부터 보드게임을 시작한 거야?
아주 어렸을 때부터 했지. 근데, 마작을 시작한 이후론 보드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긴 했어.
왜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거야?
척 보면 몰라? 룰을 이용해서 상대방을 괴롭힐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하지 않아?
뭐?
괜찮아. 이제부터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그게 어떤 재미인지 알아볼 시간은 많을 테니까 말이야.
……너 미쳤어?
요구 사항을 들은 치오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잽싸게 전화기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곧 큰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단단히 화가 난 리우가 나타났다.
……어? 우아앗! 아파!
나에게 교훈을 준 리우는 치오리의 명령을 받은 뒤 방을 떠났다.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 그러니까 이번에는 잘 생각해서 말하도록 해.
난 아직까지 두근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로 조심히 손을 들었다.
치오리 같은 자존심 강한 아가씨가 스스로 자신의 귀염성을 내비친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기기 위해서 필사적인 것 같았다. 이런 흔치 않은 기회를 어떻게 내 손으로 없앤단 말인가?
마음이 여린 나는 치오리의 연기에 맞춰, 치오리가 가리킨 방향을 보는 척했다.
뭔데? 뭔데?
'띵~'. 역시나, 치오리는 내가 한눈을 판 틈을 타 벨을 눌렀다.
이야, 속임수를 쓰시겠다?
헤헤, 전장에서 속고 속이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
좋아. 다음에는 절대로 속아 주지 않을 테니까, 각오해!
큰소리는 치긴 했지만,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운 법이다. 계속되는 게임 속에서 나는 치오리가 내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아 참, 전에 그 고양이들 기억나? 리우가 자원봉사자들한테 연락해서 입양시켰는데 말이야…… 하양이, 검정이, 노랑이…… 그리고 나머지 두 마리가 무슨 색이었지?
어, 어디보자……
'띵~'. 집중력이 흐트러진 틈을 노려 치오리가 또다시 벨을 눌렀다.
배고파~ 뭐 먹고 싶은데, 넌 배 안 고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만 해! 오늘은 치오리가 전부 다 사 줄 테니까 말이야!
……음 ……뭐든지 다 된단 말이지……
'띵~'. 치오리가 벨을 눌렀다.
'띵~ 띵~ 띵띵띵띵~~~'. 애정 어린 말투, 달콤한 목소리, 각종 귀여움 뒤에 숨어있는 함정으로 치오리는 나보다 먼저 벨을 눌러 나갔고, 이런 잔혹한 현실이 나의 카드를 점점 더 줄어들게 만들었다……
결국, 치오리가 마지막 벨을 누름으로써 내가 가진 카드가 전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나는 예상했던 대로 텅 빈 테이블을 바라보곤,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치오리에게 백기를 들고 말았다.
내가 졌어. 치오리의 전략 덕분에, 이번엔 게임 훈련에 참여할 수밖에 없겠는걸.
하지만 예상 외였던 것은, 치오리는 내가 생각했던 만큼 즐거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치오리는 빼앗은 카드 뭉치를 내게 들이밀었다.
이번 판은 무효야.
뭐?
치오리도 바보는 아니거든. {var:player_nickname}, 계속 일부러 걸려 준 거지?
나는 잠시 당황하여 난처한듯 얼굴을 긁적였다.
음…… 전부는 아냐. 치오리가 귀여운 짓을 했을 땐 확실히 걸려들었는걸.
……흥, 말솜씨는 좋네. 좋아, 내일은 갈 필요 없어. 훈련은 취소야.
어? 왜?
……바보. 네가 일부러 양보하면서까지 치오리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 하니까 그런 거잖아. 치오리도 입장 바꿔서 생각할 줄은 알거든?!
……어쨌든 우리 둘은 서로 '승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견해가 틀리니까, 치오리의 방법을 사용해서 이긴다고 해도 넌 별로 기쁘지 않을 거야.
음…… 그렇다는 건 치오리가 내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이해해도 될까?
아, 아니거든! 2인 협력 게임이니까 둘이서 이기는 게 아니면 진짜 승리가 아니니까 그런 것 뿐이거든!
그래, 그렇겠지.
나는 기꺼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어쨌든 치오리가 부끄러워서 빨개진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 어떤 대답을 하든 간에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난 당연히 용서해 주기로 했다.
그러니…… 둘이서 이기려면 내일 바로 가는 게 아니라, 먼저 진짜 훈련을 해야 한다는 거지!
……진짜 훈련?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보며, 치오리는 일어서서 책장의 한 귀퉁이를 눌렀다.
다음 순간, 위잉~ 하는 기계음과 함께 평범해 보이던 책장이 좌우로 밀려나더니, 안에 숨겨진 공간이 나타났다!
나는 커진 눈과 함께 말문이 막혔다. 책장 뒤 숨겨진 공간에는 각종의 보드게임과 크고 작은 게임 도구들이 놓여져 있었다…… 이곳은 보드게임 플레이어라면 천국이나 마찬가지인 수집실이었다!
어때? 난 다른 평범한 플레이어들과는 다르다구. 나와 같은 위치에서 작전을 짜고 싶다면, 먼저 여기 있는 보드게임을 전부 플레이해야지. 그래야 우리 둘의 레벨이 비슷해질 테니까 말이야.
!
치오리는 그냥 보드게임 카페에서 한 번씩 노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평소에도 보드게임에 빠져 지내는 전문가 수준이었던 거야?
치오리는 항상 나에게 예상 외의 놀라움을 안겨 준다.
그렇게, 나는 치오리와 함께 '더 많은 보드게임을 플레이하자'라는 약속을 하며 둘의 호흡을 키워나가기로 했다.
보드게임 수집실을 자세히 살펴보던 나는, 치오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치오리는 언제부터 보드게임을 시작한 거야?
아주 어렸을 때부터 했지. 근데, 마작을 시작한 이후론 보드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긴 했어.
왜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거야?
척 보면 몰라? 룰을 이용해서 상대방을 괴롭힐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하지 않아?
뭐?
괜찮아. 이제부터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그게 어떤 재미인지 알아볼 시간은 많을 테니까 말이야.
……치오리의 얼굴에 떠오른 달콤한 미소를 보자, 내 마음 속에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떠올랐다.
좋아. 치오리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전부 다 받아들여 주겠어!
좋아! 그럼 보드게임의 방향부터 연구를 시작해 보도록 할까!
나와 치오리는 2인용 협력 보드게임의 룰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야…… 우리가 졌어.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는 예정대로 보드게임 카페로 가, 다시 한번 그 커플과 함께 보드게임을 플레이했다.어제 했던 훈련의 성과인지, 나와 치오리의 '호흡'은 하늘을 뚫을 정도였다. 상대방 역시 연인답게 합이 잘 맞았지만, 100점 만점에 100점을 자랑하는 우리의 완벽한 호흡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주말에는 당연히 집에서 쉬면서 마작을 치는 게 최고의 휴식 아냐?! 왜 그렇게 날 몰라? 왜 밖으로 나가려는 건데?
바보야, 지금 스토리에서 우리가 왜 미궁에 갇혀 있어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나왔는데, 주말인지 아닌지 따질 때야? 당연히 빨리 출구를 찾아서 나가야지!
아니, 룰을 보면 핸드폰도 있고 인터넷도 되니까, 그렇게 위험한 것도 아니잖아! 마작을 치면 NPC한테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하아, 너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그래, 네 말대로 해 봐 그럼!
이런 식으로, 상대방은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며 캐릭터를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넣거나, 아니면 말싸움으로 시간을 낭비하며 지름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곤 했다.
그렇게 우리는 먼저 두근두근 지도의 미궁에서 빠져나와 종점에 도착함으로써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승리를 거머쥔 치오리는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난 치오리가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어 있는 틈을 타, 치오리가 마실 만한 음료를 사러 갔다.
보드게임 카페의 음료수 자판기 앞에 도착한 나는, 공교롭게도 아까 게임에서 우리에게 패배를 맞이한 연인과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날 보자마자 빠르게 다가왔다.
너구나? 방금 전엔 고생했어.
뭐?
게임에서 졌는데…… 오히려 감사 인사를 한다고?
우리가 지긴 했지만, 정말 훌륭한 게임이었어! 게임에서 싸우는 게 현실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말이야. 안 그래, 자기야?
물론이지, 지는 게 오히려 좋은 일일 때도 있어.
그리고 내가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지 얼굴에 전부 쓰여 있었는지, 연인들이 다가와 내게 설명해 주었다.
사실 이 게임에서 진 덕분에, 우린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었어.
음, 결국 두 사람의 감정의 진실성으로 이 게임이 만들어지는 거니까, 이 두근두근 지도 위의 갈림길은 실제 연인들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과 비슷해... 외부의 압력으로 그 길로 들어설 기회가 없다면, 두 사람 사이에 맞춰 나가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또 어떤 방법으로 맞춰나가야 할지 알 수 없을 거야.
아하하, 그렇군요……
지고 이기는 상대적인 관계…… 그들의 말을 들으며, 나는 예전에 입 밖으로 꺼냈던 그 말, 그리고 당시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더 중요한 의미를 깨달은 것만 같았다……
지긋지긋한 패배자들을 떨쳐 버린 후, 나는 차가운 음료를 두 개 사서 치오리에게로 향했다.
후후후……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는 치오리는, 핸드폰을 꺼내 승리의 증거인 보드판을 찍어 캣챗에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방금 전에 연인들이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유도 질문을 해 보았다.
치오리, '두근두근 지도'는 어때? 마음에 들어?
응? 마음에 드냐고? 음…… 그냥 그래. 요즘 유명하다고 해서 해 봤고, 두 번밖에 안해봤지만 공략법이 쉬운 것 같아.
역시, 14살인 치오리에게는 아직 '패배 안에 승리가 있고, 승리 안에 패배가 있다'라는 말이 아직 잘 와닿지는 않는 모양이다.
치오리는 오히려 나를 툭툭쳤다.
하지만 {var:player_nickname}도 제법 잘하던걸! 더 재미있는 보드게임도 많으니까, 다음번엔 좀 더 어려운 걸 해 보자!
응, 괜찮아.
아니, 내 목표는 승리다! 차갑고 냉혹한 심장을 가진 난 치오리의 귀여운 짓을 멈추기로 했다.
'띵~'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벨을 눌렀고, 치오리는 벙찐 표정을 지으며 미친듯이 웃어댔다.
하하하하, 지금 속임수를 쓰려고 했지? 나한테는 안 통한다구.
으으으, 으아아악!
울고불고 화내도 소용없다. 강철과도 같은 심장을 가진 난 그렇게 순조롭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후후, 내가 이겼어. 그럼 약속대로 이번엔 날 따라 줘야겠는걸.
치오리는 달갑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흥, 뭐, 네가 이렇게나 잘 할 줄은 몰랐네…… 하지만 딱 이번 한 번 뿐이야! 다음엔 절대 안 질 거니까 말이야! 나도 조금만 연습하면 너한테 이길 수 있다고!
풉……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음, 내일의 '복수'를 포기하고 날 이기는 걸로 목표를 바꾼 모양이지? 역시 치오리의 승부욕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어쨌거나 나도 이번 승부의 목적을 달성했다. 다른 '가르침'들은 앞으로 다른 방식을 통해 천천히 알려 줘야 할 것 같다.
이 사건은 곧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일상에 묻혀 지나갔고, 심지어는 내가 이후에 물어봤을 때도 딱히 기억나지 않는 듯했다.
아마 게이샤였던가?
하아, 내가 좋아하는 커피조차 기억하지 못하다니, 내가 전에 알려 준 적 있었잖아.
축하드립니다. 문제를 틀리셨으니, 이제 그만 나가보셔도 됩니다.
뭐? 이렇게 끝이라고?
갑작스럽게 문답 시간이 끝나고, 나는 치오리의 방에서 끌려나왔다.
다음날, 나는 핸드폰으로 치오리가 올린 최신 캣챗을 보았다.
캣챗을 보니 치오리는 리우와 함께 팀을 이루어 보드게임으로 승리를 거둔 모양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지만, 아마 어제 있었던 일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치오리가 가장 좋아하는 건 고양이야.
치오리는 곰 인형 가방을 안은 채로 날 바라보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고양이도 귀엽긴 하지만, 치오리가 가장 좋아하는 건 곰이야. 그런 것도 모르는 거야?
축하드립니다. 문제를 틀리셨으니, 이제 그만 나가 주시길.
갑작스럽게 문답 시간이 끝나고, 나는 치오리의 방에서 끌려 나왔다.
다음날, 나는 핸드폰으로 치오리가 올린 최신 캣챗을 보았다.
캣챗을 보니 치오리는 리우와 함께 팀을 이루어 보드게임으로 승리를 거둔 모양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지만, 아마 어제 있었던 일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나는 생각해 두었던 대답을 꺼내 놓으며, 기대하는 눈빛으로 치오리를 바라보았다.
멍청아, 그 이름이 아니잖아! 내가 몇 번이나 말했었는데, 인덱스를 몰라?
축하드립니다. 문제를 틀리셨으니, 이제 그만 나가 주시길.
갑작스럽게 문답 시간이 끝나고, 나는 치오리의 방에서 끌려 나왔다.
다음날, 나는 핸드폰으로 치오리가 올린 최신 캣챗을 보았다.
캣챗을 보니 치오리는 리우와 함께 팀을 이루어 보드게임으로 승리를 거둔 모양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지만, 아마 어제 있었던 일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이 선택지를 본 순간, 내게 있어 이건 더 이상 오답인지 정답인지 아무런 상관도 없게 되었다. 이걸 읽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소수에게 허락된 최고의 순간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우리집 옆집 앞집 뒷창살은 홑겹창살이고,우리집 뒷집 앞집 옆창살은 겹홑창살이다!
좋았어!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똑바로 읽었다!
……설마 진짜로 이 선택지를 고르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정답이야?
맞췄는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아. 일단 너한테 먼저 보너스 선물을 줄게.
……하지만 내가 반응을 채 하기도 전에, 난 리우에게 끌려가 아주 좋은 '상'을 받았다.
치오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로 방으로 돌아온 날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럼, 다시 한번 네 답을 확인해 보자.
그래서, 치오리의 곰 인형 가방의 이름은 뭘까? 내 머리는 또 다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이름밖엔 없잖아! 방금 전 그건 나에 대한 테스트가 분명하다고!
우리집 옆집 앞집 뒷창살은 홑겹창살이고,우리집 뒷집 앞집 옆창살은 겹홑창살이다!
정말로 용감하시군요. 이리로 오시죠.
리우는 날 카페 밖으로 끌어내어 '상'을 주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자 치오리가 날 보며 웃고 있었다.
다시 한번 물어볼게. 내 가방 이름이 뭐라고?
아니, 아직도 기회를 준단 말인가…… 나는 아파오는 머리를 쥐어 싸매곤 앞에 놓인 다섯 개의 선택지를 바라보았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들 한다.
우리집 옆집 앞집 뒷창살은 홑겹창살이고,우리집 뒷집 앞집 옆창살은 겹홑창살이다!
난 아까 전의 선택지를 힘차게 읽어 내려갔다. 세 번째로 읽어서 그런지 아까보다는 훨씬 더 매끄럽게 읽을 수 있었다.
리우.
네.
아아악!
내지른 단말마와 함께 기억나는 마지막 장면은, 차가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치오리와, 리우가 온 힘을 다해 강철 주먹을 내지르는 모습 뿐이었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깨어난 나는, 누군가가 날 집으로 데려다 놓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난 머리를 문지르며 일어나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친구들의 마작 초대를 빠르게 넘기자, 치오리가 올린 캣챗이 보였다.
캣챗을 보니 치오리는 리우와 함께 팀을 이루어 보드게임으로 승리를 거둔 모양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지만, 아마 어제 있었던 일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미 나와 관계 없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치오리와 더 친해지려면, 아무래도 더 확실하게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아가씨의 소망
계약 오픈
Possible Endings
Scenario Script
Spots 1, Scenes 401, Choices 2, Endings 2
안녕하세요, 여러분. 날씨가 참 좋네요, 그렇죠?
치아를 드러낸 우호적인 미소와 함께 활기찬 오프닝 멘트를 건네며, 햇살처럼 밝고 긍적적인 기운으로 혼천신사 마작장에 들어갔다. 느지막히 일어난 뒤 고양이와 강아지를 만지며 마작을 치고, 다양하고 신기한 작사들과 함께하는 알찬 주말을 보낼 계획이다.
그러나 내가 기운이 좋아보이는 작탁에 앉아 세 명의 작사와 인사를 나눴을 때, 공기 중에 어떤 심상치 않은 기류가 전해져 왔다. 같이 앉아 있던 세 명의 작우들이 마음이 통하기라도 한 듯 일제히 손동작을 멈췄다.
갑자기 아직 못 끝낸 숙제가 생각나서요, 미안하지만 먼저 갈게요.
가지 마요, 같이 해야죠…… 아잇, 그럼 미안하지만 저도 일어나 볼게요.
아이고…… 그럼 저도.
저기…… 세 분…… 잠깐만…… 뭐가 이렇게 빨라, 이마가 벌써 훤히 드러나 있는데, 어디서 학생 흉내를 내고 있어!!!
그렇게, 세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비워진 자리를 허망하게 바라보다, 아직 사람을 모으고 있던 다른 작탁들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곳을 바라보던 작사들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선, 마작패의 뒷면을 바라보며 무언가 고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마치 담임 선생님의 문제를 회피하려는 학생들처럼 말이다.
주인, 불쌍하다냥. 주인이랑 마작을 해 주려는 사람이 없다냥. 멍지로, 방법을 떠올려 봐라냥!
이마에
주인, 어떠냥?
됐어 됐어…… 뭐라는 거야…… 그냥 너희 둘이 남아서 나랑 같이……
……저기요, 강아지 어디 갔어?! 고양이도 없잖아?!
그렇게 강아지 병사와 고양이 병사는 즉시 그 자리에서 해산했다.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저들을 탓할 수도 없지, 오늘 같은 일이 발생한 건 최근 '그림자처럼'나를 따라다니는 그 아가씨 때문이었으니.
얼마 전 치오리와 '좋은 친구'가 되고 나서부터, 치오리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서민'에서 '재밌는 장난감'으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록 그녀가 그런 얘기를 직접 꺼냈던 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행동이 그 사실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내가 테이블 게임을 하든 마작을 하든, 심지어 간단한 카드 게임을 하든 그녀는 경기에서 계속해서 모습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표는 '간단하게 게임을 이기자'에서 '어떡하면 모든 상대에게 고통을 안겨 줄 수 있을까'로 바뀐 듯했다. 특히 {var:player_nickname}에게.
그러다 보니, 뒷골목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내가 나타나기만 하면 무서운 금발 아가씨가 따라온다'고 말이다. 덕분에 최근엔 같이 게임을 할 친구를 모으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생겨났다.
난 다시 비어 있는 세 자리를 바라보았다… 됐다. 그냥 치오리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단체 채팅창에 누가 마작을 하러 올 수 있는지 물어보자. 다른 건 몰라도 난 이한시에 친구가 많은 사람이다.
……
……
……
어때? 어떻게 됐어?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서 미안한 얼굴로 좌우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을 바라보고, 다시 비어 있는 앞자리를 바라보았다.
누가 알았겠는가. 같이 마작을 할 두 사람은 금방 구해졌지만, 막상 치오리 본인이 아직도 나타나지 않을 줄은!
치오리와 리우의 전화가 모두 불통이다. 본래 이쯤이면 와 있어야 정상인데, 이상하다……
정말 의외인걸. 한 번도 떨어져 있는 걸 본 적 없는 두 사람이 오늘은 같이 있지 않다니, 후후.
음…… 사실 나도 정말 의외야.
후배 군, 혹시 치오리한테 뭔가 잘못한 게 있는데 모르고 있는 건 아니지?
아닐…… 거야.
하지만 치오리가 최근 영문도 모른 채 시도 때도 없이 '날라차기 습격'을 시도했던 걸 생각하면, 스읍,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겠다.
후후, 걱정이 얼굴에 쓰여 있는걸. {var:player_nickname}, 역시 직접 가서 한 번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에? 하지만 너희들까지 멀리서 불러들였는데……
맞아, 그러니까 얼른 그 어린 친구를 진정시킨 다음 어떻게 우리에게 보상할지 생각해 보라고. 만약 '성의'가 부족하다면, 쉽게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지.
하하, 난 괜찮아. 후배 군이 앞으로도 계속 우리 친구들한테 음료를 사 준다면 말이지! 걱정 마, 되도록 사람이 많은 부실로 가서 도와주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때가 되면 후배 군이 직접 와 주기야!
하. 하. 하, 좋았어. 그럼 먼저 실례, 다음에 또 모이자고!
약속이 하나 늘면서 나의 미결제 건도 늘어났다. 이한시의 나날은 정말 쉴 틈이 없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아무래도 치오리를 직접 찾아가서 살펴봐야만 걱정이 줄어들 것 같았다.
치오리의 집은 이한시에서도 풍경이 좋은 별장촌에 있다. 비록 처음 오는 건 아니었지만, 이곳에 올 때마다 항상 그 부유한 기운에 눌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예를 들자면, 그녀의 집 근처에 설치된, 내 움직임에 따라 방향이 돌아가는 카메라 같은 게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 이전에 '불청객'사건으로 인해 이곳의 보안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된 듯했다.
아마 이런 상황에서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설마 정말로 내가 무의식중에 그녀를 열받게 만들기라도 한 건가?
'띵동', 나는 대문 앞에서 치오리네 집의 벨을 누른 후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뒤, 전자식 벨 위에 있던 카메라가 초록색 불을 밝혔다. 누군가 방문객을 보러 온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수화기가 켜졌는데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소리를 내기는 커녕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의혹을 품은 채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치오리? 리우?
"딸칵".
그러나 돌아온 것은 수화기가 꺼지는 소리 뿐이었다.
? ? ?
이건…… 정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건가?
시내 별장촌에 단독으로 거주하며, 부모님은 항상 집에 없는 부자 아가씨. 게다가 평소엔 오직 젊은 여성 메이드 한 명만이 그녀를 돌보고 있다. 만일 이 조합으로 옆동네인 가호시에서 지냈다면, 분명 수없이 많은 범죄 단체의 표적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순간 뇌리에 수많은 범죄 시나리오가 스쳐가며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렸다.
……
안녕, {var:player_nickname}. 오늘은 무슨 일로 치오리를 찾아온 거야?
……
문은 열렸고, 치오리는 겉보기엔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하지만…… 문을 열어 준 치오리의 눈부신 쾌활함은, 마치 점심시간에 내가 작우들을 붙잡기 위해 연기를 하던 모습과 비슷했다. 보기에…… 매우 비정상이다!
치오리, 괜찮아?
응? 난 그냥 집에만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겠어? 하하, {var:player_nickname}. 역시 농담을 참 좋아한다니까.
……
{var:player_nickname}, 만약 치오리랑 놀기 위해서 찾아온 거라면, 미안하지만 오늘은 조금 어려워. 다음에 다시 불러 줄래?
아니야, 평소에 비해 너무 예의 바른걸. 아무 일도 없어 보이진 않아.
……안.갈.거.야?
치오리의 모습에선 어딘가 다급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내게 가까이 붙곤 목소리를 깔아 내리며 평소에 날 괴롭히던 표정을 드러내었다. 게다가, 리우가 주먹을 휘두를 모습까지 흉내 내면서 말이다.
뭐야, 정상이었네! 다행이다. 어쩌면 그녀는 정말로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바쁜 일 때문에 그러는 것일 수도 있겠다.
좋아, 아무 일 없으면 다행이지. 그럼 먼저 가 볼게.
응응, {var:player_nickname}, 안녕. 조심히 가.
하지만 내가 그곳을 떠나려 하던 그 순간, 갑자기 낯선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문 안쪽으로부터 들려왔다.
치오리, 혹시 친구 왔니?
놀란 나는 걸음을 멈추곤 고개를 돌렸다. 이어서 나의 시선은 치오리의 머리를 넘어 이제 막 걸어 나온 깔끔하게 차려입은 여성에게 향했다.
그녀는 치오리와 같은 눈부신 금발을 하고 있었지만, 머리가 어깨까지만 길러져 있었다. 그리고 귀 뒤쪽으로 넘겨진 머리는 무겁고 차분한 지성의 기운이 한층 더 돋보이게끔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치오리의 엄마 되는 사람이랍니다.
……아, 안녕하세요!
정갈한 디저트, 따듯한 커피. 이 두 가지가 정교한 트레이 위에서 치오리의 두 손에 들려 내 앞에 있는 티 테이블 위에 놓였다.
천천히 드세요, 설탕과 크리머는 컵 옆에 있답니다, 필요하면 직접 넣어 드세요.
크흠…… 고마워, 치오리.
별. 말. 씀. 을.
굳어 있는 소녀의 미소와 달콤한 목소리. 그리고 함께 느껴지는 눈빛에 서린 살기는 무시하고, 나는 이 순간 핸드폰을 꺼내들어 치오리가 예의 바른 모습으로 서빙을 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카미 부인이 옆에 있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난 조금 어색하게 소파에 앉아, 이전에 치오리에게서 얻어 낸 그녀의 모친에 대한 정보들을 빠르게 뇌리에서 훑어보았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외과의, 항상 세계 각지로 출장 나가 있는 정상급 인재, 물리학 교수인 남편과 함께 엄청나게 바쁜 사람, 딸을 메이드에게 맡겨 둘 수밖에 없는 사람, 능력이 매우 뛰어난 비즈니스 우먼.
오늘 집에 계셨을 줄이야, 치오리가 이번에 마작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도 이걸로 명확해졌다.
그쪽은 치오리의 좋은 친구분이시군요, 호칭을 어떻게 해드리면 좋을까요?
상대방의 질문에, 나는 몸을 곧게 펴고선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며 오늘 방문한 이유를 함께 설명했다.
그랬군요, 치오리의 안전까지 신경 써 줘서 고마워요. 치오리는 오늘 핸드폰을 별로 살펴보지 않아서 연락이 안 됐을 거고, 리우가 전화를 안 받은 건 아마 시험 때문이었을 거예요. 듣자 하니 특훈반에서 보충 시험을 보고 있다던데, 저도 아직 만나질 못했네요.
그렇군요…… 그럼 이해했습니다.
걱정하게 했네요, 여기까지 오게 만들고.
아니에요, 친구라면 당연한 거죠. 오히려 갑자기 찾아와서 치오리와의 시간을 방해해버리고 말았네요.
후후, 괜찮아요. 치오리의 친구와 만날 수 있게 돼서 기쁠 따름이죠. 사실 의외예요. 저번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치오리는 리우랑 같이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는 아이였는데, 이번엔 이렇게 좋은 친구까지 생기고…… 치오리, 어째서 엄마한테 알려 주지 않은 거니?
……벼, 별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응?
응?
평범하게 좋은 친구일 뿐이에요, 그래도 절대 매일 같이 붙어 있는 사이까진 아니에요!
그 말을 들은 미카미 부인은 무언가 생각이 있다는 듯이 나와 치오리 사이를 오가며 무언가를 가늠해 보았다, 아무래도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비록 태도는 부드러웠지만, 그녀의 눈빛이 나를 스캔하고 있을 땐 마치 나의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하……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절대' 같은 전제는 없지만, 사실은 매일 같이 있었다는 거려나?
……
……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딘가 이상하다. 하지만 나와 치오리는 순간적으로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고, 동시에 안절부절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후후, 긴장하지 말아요. 치오리한테 새로운 친구가 생겨서 기쁘네요. 하지만…… 제가 치오리와 친구들의 일상에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var:player_nickname}, 괜찮다면, 혹시 저와 얘기를 좀 나누지 않으시겠어요?
에?
물론, 얘기할 수 있는 것들만요. 제 생각엔 둘 사이의 비밀 같은 것 말고도 부모님께 들려줄 수 있을 법한 얘기도 없진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아, 그, 그럼요……
나는 미카미 부인의 이야기에 맞추어, 다음엔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미카미 부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전화 좀 받을게요.
그렇게 미카미 부인은 전화를 받기 위해 옆에 있는 식당 쪽으로 향했는데, 집안이 갑자기 조용해져 그녀의 통화 내용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여보세요…… 오늘은 휴가입니다. 네, 안돼요. 휴가 중에 있어서……
소파 위에 있던 치오리의 시선은 통화를 하러 간 그녀의 어머니 쪽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통화 내용을 들은 그녀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리곤, 작지만 조금은 과장된 듯한 목소리로 진지하게 날 향해 경고했다.
이따가 우리 엄마가 뭐라고 묻든 간에,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마!
이제서야 내가 고자질할까 봐 무서워진 거야? 그러게 평소에 잘 하지 그랬어?
나도 잠시 한숨을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회답했다.
치오리가 무언가를 계속 얘기하려 하던 와중, 미카미 부인이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다시 자리에 앉아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내가 치오리와 겪었던 재미있는 일화 같은 것들을 들려주길 바라는 듯했다.
이어서 난 그녀의 옆에서 경고의 눈빛을 보내는 치오리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한 끼 배부르고 말 것인가, 매 끼니마다 배부를 것인가. 난 이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만일 부인께 치오리의 체면을 신경 쓰지 않고 그간의 '악독'한 행위 등을 고자질해서 치오리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기라도 한다면, 이후의 나날들은 아마 결코 편하지 못할 것이다.
흠흠, 치오리를 알게 된 이후로 인상적인 일들이 참 많았죠. 전체적으로 봤을 땐, 치오리는 굉장히 섬세한 여자아이예요. 아주 귀엽고, 사람들의 환심을 사거든요.
치오리가 안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제가 매번 손님으로서 집에 방문할 때마다, 치오리는 항상 오늘처럼 세심하게 커피와 디저트를 내어 줬어요.
응?
정말 똑똑하고 게임도 엄청 잘 하는데다, 언제나 인내심 있게 저를 가르쳐 주었죠. 만약 제가 힘들어하면, 리우를 불러서 그녀만을 위한 마사지를 저한테 시켜 주기도 해요.
아, 한번은 리우가 없었을 때 치오리가 직접 저한테 마사지를 해 주기도 했죠…… 그리고 저번엔 같이 공원에서 고양이한테 간식을 주고 있었는데, 제가 길을 잃으니까 치오리가 인내심 있게 저를 집으로 데려와선 맛있는 저녁까지 대접해 주기도 했고……
나는 들뜬 목소리로 계속 이야기를 전했고, 치오리의 안도했던 표정은 점점 굳은 미소로 변해가고 있었다.
내가 계속 황당한 말을 쏟아내자, 그녀는 조용히 어머니의 뒤로 돌아가 '네가 이겼다'라는 입모양을 하고선 미간을 찡그리며 볼을 어루만졌다.
아앗!
그러지, 미카미 부인의 주의가 순간 그쪽으로 쏠리며 나의 이야기도 끊어졌다.
왜 그래? 이빨이 또 아파?
치오리는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의 위험은 내일 감당하자,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이다. 지금을 즐기자.
나는 치오리가 보내온 경고의 눈빛을 무시하고, 치오리를 알게 된 후 겪었던 다양한 일들을 그녀의 어머니에게 제대로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흠흠, 저는 치오리를 알게 된 이후로 인상 깊은 일들을 참 많이 겪었답니다. 전체적으로 되짚어 보자면, 일단 첫 만남부터 치오리의 귀여움과 총명함, 아름다움에 놀라게 되었죠.
치오리는 그렇게 안도하는 듯했지만, 곧바로 안색이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재빨리 화제를 전환해 버렸기에……
하지만, 알아가면서 발견하게 된 것들이 있어요…… 치오리는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아앗!
그렇게 이야기가 중점으로 들어가려 하자, 그녀는 조용히 어머니의 뒤로 돌아가 '네가 이겼다'라는 입모양을 보이고선 미간을 찡그리며 볼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미카미 부인의 주의가 순간 그쪽으로 쏠리며, 나의
왜 그래? 이빨이 또 아파?
치오리는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카미 부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곤, 차고 있던 시계를 바라보았다.
음, 치과 예약 시간이 거의 다 됐네. 이제 출발해도 되겠어.
……치과요?
치오리는 어릴 적부터 충치가 잘 생겨서, 매년 꼭 치과 진료를 받게 해요. 이번엔 마침 딱 검사 시기에 맞게 돌아왔으니, 이참에 치과에도 같이 가 주려고요. 의사 선생님과 같이 치오리의 치아 건강에 대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을 테고.
그렇군요, 그럼……
내가 '그럼 저도 이만'이라고 하려던 순간, 미카미 부인의 핸드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미카미 부인이 전화를 받자, 나의 두 번째 탈출 계획은 또다시 저지 당하고 말았다.
여보세요…… 미안해요, 이미 휴가 중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다른 사람을 보내 주세요…… 원장님?
미카미 부인은 조금 놀란 듯한 태도를 보였고, 잠시 멈추고선 치오리를 슬쩍 바라보다 한쪽으로 자리를 옮겨 통화를 계속 이어갔다.
……대체 무슨 일이죠…… 그런가요……
치오리의 눈이 어머니와 품에 있는 배게 사이를 계속 오갔다. 아마 신경 쓰고 있다는 걸 표출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점점 내려오는 입술은 그녀의 현재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오후 말인가요? 하지만 저는 딸을 데리고……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전해져 오며, 일부 내용이 내 귓가에 흘러들었다. 상대방의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상대는 어떤 이유를 들며 미카미 부인을 설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인의 말투는 단호함에서 점차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변해갔고, 결국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알겠어요. 그럼 비행기표는……
듣자 하니, 미카미 부인은 임시 출장 임무를 받게 된 모양이었다. 그럼 치과 쪽은…… 내가 생각을 하던 사이, 옆에 있던 치오리는 갑자기 안고 있던 베개를 내려놓더니 말없이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미카미 부인 역시 그것을 보았는지, 휴대폰의 마이크 부분을 손으로 막으며 미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치오리를 좀 봐줄 수 있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나도 마침 치오리의 상태가 걱정되던 참이라, 그대로 수락하였다.
2층에 올라서자, 바로 방에서 나오는 치오리를 마주칠 수 있었다. 손에는 인덱스가 들려 있었고, 그녀는 내가 올라온 것을 보자 잠시 얼어붙었다.
치오리, 괜찮아?
왜 따라 올라온 거야?
방금 굉장히 화나 보였어, 어머니가 또 출장을 간다고 해서 그런 거야?
흥…… 치오리가 어린애도 아니고, 이런 평범한 일 가지고 화내진 않아.
그럼 왜 갑자기 위로 올라간 거야, 게다가 손에 인덱스까지 챙기고선.
치오리의 품에 있는 익숙한 곰인형은 그녀가 나에게 자랑처럼 몇 번이고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것은 치오리의 어머니가 그녀의 생일에 선물로 준 것이었다.
바보, 당연히 외출 준비지. 방금 엄마가 그랬잖아, 치과에 갈 시간이 됐다고.
하지만 어머니는……
흥. {var:player_nickname}, 바보 멍청이 말미잘. 엄마가 시간이 없다고 치오리 혼자서 못 갈 것 같아?
치오리는 인덱스를 꼭 껴안고선, 말없이 빠른 속도로 내 옆을 지나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나 역시도 다급히 그녀를 따라 내려갔다.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미카미 부인의 통화는 이미 끝나 있었다. 이어서 뛰어내려온 치오리를 보자 그녀는 입을 열었다.
치오리, 치과 검사 일정은……
엄마, 그냥 저 혼자 갈게요.
응?
엄마는 출장 가야 하잖아요, 치과는 치오리 혼자서 가면 돼요.
미카미 부인은 눈썹을 찌푸리고선 입을 오므렸다.
방금 병원에 얘기해 뒀어, 비행기 예약 시간을 좀 늦춰 달라고. 치과에는 같이 갈 수 있을 거야, 그럼 거기서 난 바로 공항으로 가고. 우리……
정말로 괜찮아요, 엄마.
치오리는 또다시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며, 품에 있던 인덱스를 꼭 껴안고선 미소를 드러내 보였다.
안 그래도 아침에 집에 오셨는데, 그렇게까지 돌아다니면 너무 힘들 거예요. 역시 조금 더 쉬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치오리는 정말 괜찮으니까. 게다가, 치오리는 평소에도 리우랑 같이 갔는걸요, 방법은 다 알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 하지만 오늘은 리우도 없고, 너 혼자……
내가 아는 치오리라면, 지금의 침착함과 여유는 절대로 진심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미카미 부인은 거기에 설득된 모양이었다. 나는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시 삼켰다, 미카미 부인은 정말로 자신의 딸과 보낸 시간이 너무 짧았던 모양이다.
아, 정말 안심이 안 된다면, 친구랑 같이 가면 돼요. {var:player_nickname}, 좋지? 그렇지?
치오리가 고개를 들고 소매를 잡으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난 처음으로 그녀의 눈빛에서 선명한 도움의 눈길을 읽을 수 있었고, 결국 마음이 흔들려 그녀의 손을 붙잡고선 미카미 부인을 바라보았다.
네, 제가 치오리를 따라갈게요. 저는 괜찮습니다.
미카미 부인의 눈빛이 치오리와 맞잡은 손에 몇 초 동안 머물더니, 망설이던 눈빛이 확신으로 변했다.
좋아요. 그럼 부탁할게요, {var:player_nickname}.
난 그렇게 미카미 부인과 연락처를 교환한 후, 치오리와 함께 치과로 향했다.
빨리 갔다 빨리 돌아오자, 어쩌면 어머니가 아직 출발 안 했을 수도 있잖아.
조용히 해…… 나 졸려.
치오리?
택시가 미카미 부인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치오리의 얼굴에선 곧바로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그렇게 머리를 파묻곤 잠든 척을 하며 나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차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 버렸고, 난 그저 고집스레 감긴 그녀의 두 눈과 미세하게 떨리는 눈썹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속으로 한숨을 쉬며 말이다.
치오리…… 이번엔 정말 괴롭겠는걸.
그렇게 우린 대화 한 마디 없이 치과에 도착했고, 예약자 확인과 함께 앞 순서에 한 명이 남았다는 안내에 따라 진료실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 대기했다.
이 치과는 굉장히 조용했고, 공기 중엔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다. 난 앉아서 대기하던 중, 그녀가 계속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대편 소파에는 젊은 모자가 앉아 있었고, 아이는 서너 살 정도 되어 보였다. 아이는 왼쪽 볼에 손을 대고선 엄마의 품에서 천진난만하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엄마, 아파요.
괜찮아, 이번만 치료하면 이제 안 아플 거야.
안 아프면, 이제 여기 안 와도 되는 거예요?
그럼.
그럼, 여기 안 오면 놀이공원 데려고 가 줄 거죠?
……흥.
내 옆에 있는 소녀는 낮은 소리로 가볍게 흥흥거렸지만, 눈빛엔 부러움이 가득했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평소에 여러 마작장을 돌아다니며 위엄을 뽐내던 치오리가 이런 모습을 보일 줄은.
지금의 그녀는, 그저 일방적으로 엄마에게 심술이 난 아이에 불과했다.
치오리, 괜찮은 거지……?
오늘 그 질문만 벌써 세 번째야, 치오리의 귀에 딱지가 붙을 것 같다고.
아, 괜찮으면 됐어. 그럼…… 매실 사탕 어때?
치오리는 불만 섞인 눈으로 나를 한 번 보고는, 귀를 막고 나를 무시했다.
역시 사탕으로 소녀의 마음을 돌리는 건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다른 화제를 꺼내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자,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건 그쪽 때문에 생긴 문제인데, 어째서 또 기다려야 하죠?
나는 그쪽을 바라봤다.
말을 하고 있던 건 방금 그 아이의 어머니였다. 그녀가 화를 내고 있던 상대는 이제 막 진료실에서 나온 의사였는데, 의사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길게 늘어진 눈썹만 봐도 지금 그의 심정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알 수 있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이 오셨어요. 검사도 다 했고, 치아도 다 때웠고, 더 이상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른 의사 선생님께 가 보시면 다른 추가 소견이 나올 수도 있으니, 지금은 어서 다시 예약을 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책임 없는 말이 어딨어요?! 저는 아이 때문에 이미 휴가를 몇 번이나 냈다고요! 반드시 처리해 주세요! 못 받은 제 일당까지 책임지셔야 합니다!
문제의 중심에 있던 남자아이는 두려움에 떨며 어머니의 다리를 꼭 껴안고 있었고, 분위기는 그렇게 긴장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의사와 환자 사이에 마찰이 생긴 것 같은데, 우리 멋대로…… 치오리?
치오리는 갑자기 그들 앞으로 다가가, 의사와 젊은 어머니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지 않으시겠어요? 어쩌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에?
미카미 아가씨로군요.
의사는 아무래도 치오리를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치오리에게 귓속말을 전하더니, 젊은 어머니를 옆으로 불러 무언가를 의논하는 듯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이, 남자아이는 의자에 앉아 입술을 깨물며 불안한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그대로 다시 한번 검사해 보시죠.
좋아요.
모종의 결론이 난 모양이다. 젊은 어머니는 손을 흔들며 남자아이에게 진료실로 들어가자는 표시를 했다.
나는 호기심에 치오리의 뒤를 따라 진료실 안으로 섞여 들어갔다. 의사는 우리를 한번 쳐다보긴 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고 그런 태도가 오히려 나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쇼우시, 어디가 아픈지 의사 선생님한테 한번 얘기해 보자.
네.
의사는 쇼우시라고 불리는 이 아이에게 크게 입을 벌리라고 말하며, 옆에 있는 조명으로 아이의 입 안쪽을 비추었다. 그러면서 아이의 오른쪽 얼굴을 짚으며 말했다.
저번에 이쪽은 매우 잘 됐고…… 여기가 아픈 게 확실한가요?
응? 방금…… 쇼우시가 아프다고 했던 곳은 왼쪽이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쇼우시는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다면 이건 쇼우시의 거짓말임이 분명했다.
쇼우시, 엄마가 이렇게 바쁜데 어떻게 그런 장난을 칠 수가 있니! 이가 아픈 척을 하다니? 정말 버릇이 없구나!
으…… 움……
거짓이 들통나자 쇼우시는 당황하며 입을 뻐끔거렸고, 눈가엔 눈물이 가득 고였다.
으앙…… 미안해요, 엄마……
엄마가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좋겠어……
쇼우시의 이가 계속 아프면, 엄마가 시간을 조금 더 쇼우시한테 쓸 수 있으니까……
너, 휴…… 이 바보야…… 그런 거였으면 엄마한테 바로 말해 주지 그랬어……
……
결국 이 모자는 감정을 추스른 뒤 의사에게 사과를 건넸고, 이쪽으로 다가와 치오리에게 적극적인 감사 인사까지 전했다.
파도는 그렇게 가라앉았다. 이리하여 모자를 떠나보낸 후, 나는 치오리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흥.
치오리는 새침하게 돌아섰다. 방금 사람을 도와준 뒤로, 치오리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진 듯했다.
의사는 진료실을 정리하고 물품을 채워 넣는 동안 우리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고, 나는 이 기회를 틈타 방금 전부터 계속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치오리, 방금 그 남자아이의 마음을 그렇게 빨리 꿰뚫어 볼 수 있었던 건, 혹시 예전에…… 너도 그랬었기 때문이야?
하아?
오늘 치오리가 너무 상냥하게 굴었지? 감히 치오리에 대해서 그딴 망상을 하다니! 치오리는 그런 철없는 아이가 아니라고!
에…… 하지만 치오리의 어머니도 계속 옆에 있어 주지 못했는데, 어머니가 생각나진 않는 거야?
……정말 귀찮네, 치오리는 멍청이랑 대화하고 싶지 않아.
말해 봐, 그래도 난 치오리의 생각이 듣고 싶어.
……치오리의 엄마는 위대한 의사 선생님이야. 인류의 건강을 위해 일하고 있고, 환자들도 엄마를 필요로 하고 있어. 그러니까 치오리는 이런 방식으로 엄마의 시간을 허비하게 하지 않아.
환자들도 치오리의 엄마가 필요하지만, 너도 엄마가 필요하잖아. 치오리, 넌 분명 어머니의 마음 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일 거야, 그러니까 너도 과감하게 네 생각을 표현할 필요가 있어.
……치오리도 당연히 알고 있다고. 하지만 오늘처럼 어쩌다 한 번씩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됐어……
정말이야? 아까 집에서는 어머니한테 화났던 거 맞지?
치오리의 모습이 굳어졌다.
어머니가 약속대로 치과에 같이 못 와 줘서, 사실 속으로는 실망했던 거야. 그렇지? 단지 그 감정을 숨겼을 뿐.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미카미 아가씨. 이쪽으로 오세요, 검사 시작하겠습니다.
의사의 부름이 이 상황 속에서 치오리를 구출했다, 그녀는 인덱스를 내 품에 던져놓고선 도망치듯 검사를 받으러 갔다. 그리고 진료실 앞에서 그녀는 무언가 떠오른 듯, 발걸음을 멈추곤 씩씩거리며 뒤돌아 날 향해 외쳤다.
……누, 누가 멋대로 치오리의 생각을 추측하래! {var:player_nickname}, 이 바보 멍청이 똥개 말미잘!
하지만 억울한 표정과 함께 빨갛게 달아오른 귀는, 이 '분노의 외침'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나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손에 들린 인덱스를 보자, 그와 그의 주인은 똑같이 도도한 미소로 모든 일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후, 이 녀석. 겉보기엔 강해 보이지만, 역시 너도 힘들지?
치오리의 검사는 순조로웠다.
(메시지) 충치 하나를 때웠습니다, 다른 것들은 모두 정상이니 걱정 마세요.
치오리와 함께 치과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난 이미 검사 결과를 미카미 부인에게 보고한 상태였다. 핸드폰의 시간을 보니 생각보다 이른 시간이었다. 나는 잠시 생각을 한 뒤 치오리에게 말을 걸었다.
음, 치오리.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지금 공항으로 가면 아마 엄마랑 얘기를 나눌 시간이 더 있을지도 몰라. 네 생각은 어때?
…… 싫어, 역시 근처 마작장에 가는 게 좋겠어. 치오리도 이 근처 마작장엔 안 간지 오래됐으니까, 가서 강력한 신인이 있는지 보고 싶어!
마작장은 아무 때나 갈 수 있잖아. 치오리는 엄마랑 더 같이 있고 싶지 않은 거야? 어렵게 오신 건데, 이번에 가면 또 언제 다시 오실지 모르잖아.
싫다고 했잖아. 어차피 가야 하는 건데, 한두 시간 만나는 게 무슨 소용이야. 그리고, 치오리가 엄마랑 어떻게 지낼지는 치오리의 일이야, 네가 멋대로 계획하지 말라고!
나의 제안에 대해 치오리는 매우 강하게 거부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그래, 그럼 마작장을 찾아보자.
그녀의 강한 반응을 보니, 나도 그냥 이쯤에서 타협을 하기로 했다.
눈앞의 패산에서, 이제 패가 최후의 한 장만 남았다. 좌우의 작사들은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치오리가 뻗은 손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불가능해……
탁.
삼만! 해저로월! 하하, 치오리가 또 이겼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악마다, 이건 분명 악마야!
치오리의 의기양양한 웃음소리와 함께, 또 두 명의 억울한 작사가 마작에 대해 깊은 그늘을 드리우게 되었다.
모든 게 습관이 되어 버린 나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치오리의 웃음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조용히 마음 속으로 속삭였다. 즐거우면 됐지.
하지만…… 정말로 즐거운 걸까?
위잉──
핸드폰의 진동 소리가 나의 정신을 들게 했다, 열어 보니 미카미 부인이 보내온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마작장에 오는 길에 여러 생각을 거친 뒤, 미카미 부인에게 치오리가 치과에서 해결한 사건을 알려줌과 동시에 치오리가 마작장에 가기로 결정한 사실도 알리기로 했다.
(메시지) 그래요, 알겠어요. 알려 주셔서 고마워요, 딸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네요. 치오리가 제 앞에선 항상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 보여서 그런 줄 알았는데, 확실히 난처함이 있었네요.
(메시지) 이제 우리 모녀가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눠 봐야 할 시기가 찾아온 것 같아요. 다음에 제가 휴가를 나왔을 땐, 더 여유 있게 그쪽을 초대하고 싶어요. 치오리에 대해서, 둘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더 많이 들어보고 싶네요.
미카미 부인은 내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은 것 같다. 그리고 핸드폰을 내려놓자, 나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그후, 치오리와 나는 마작장에서 오후를 보냈다.
우리가 집에 돌아왔을 때, 큰 별장은 이미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고,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미카미 치오리, 그녀는 이한시의 모범적인 츤데레였다. 입으로 싫다는 말을 꺼낼 때마다, 속으로는 항상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중증 츤데레 환자한테는 강력한 수를 쓸 수밖에……
좋아, 너는 마작 하러 가. 이 근처는 내가 잘 알거든, 왼쪽으로 두 번 돌아가면 마작장이 보일 거야. 환경도 나쁘지 않고 작사들도 괜찮아, 어서 가 봐.
……
나의 갑작스러운 항복에, 치오리는 역시나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무슨 뜻이야?
아무것도 아냐. 너는 마작하러 가고, 난 혼자 공항으로 갈 뿐이지. 네 어머니께선 너랑 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듣고 싶어 했으니까, 내가 배웅해 주길 분명 기대하고 있을 거야.
!
아, 미리 말해 두지만 난 너한테 분명 제안했다. 네가 안 간다고 한 거야. 그리고 내가 네 어머니한테 실수로 뭔가를 말해 버리기라도 한다면…… 헤헤…… 으악! 거긴 안 돼!
치오리의 몸에 마치 실체화된 듯한 원한의 기운이 감싸돌았고, 택시 기사는 뒷자리에 앉은 우리를 바라보며 호기심을 내비쳤다.
아가씨, 성급해 하지 말아요. 몇 시 비행기예요?
아니에요, 아저씨. 천천히 가 주세요. 느릴수록 좋아요, 그냥 영원히 도착하지 말아 주세요.
하하…… 농담도 잘 하시네.
택시 기사는 침을 삼키곤 곧바로 악셀을 끝까지 밟았다, 내 생각에 그는 감춰온 기술을 선보이며 광속 질주를 하는 듯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관성 작용으로 힘겹게 핸드폰을 꺼내들며 미카미 부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오 분 뒤 핸드폰이 울려왔다, 미카미 부인의 회신이었다. 그 내용을 보자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화가 잔뜩 난 치오리는 온라인 마작을 꺼내들었다. 좋다, 모든 게 계획대로다.
우욱……
우욱……
택시 기사는 공항의 기둥을 붙잡고선 핑핑 돌아가는 눈을 진정시키고 있는 나와 치오리를 내려 주고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떠나갔다.
방심했다. 나는 미카미 부인에게 메시지 보내는 일만 생각하고, 치오리는 마작만 하다 보니 결국 같이 멀미 환자가 되어버렸다.
저, 정말 쓸모없어, 치오리는 마작 해서 그렇다고 치고, 넌 어째서 멀미를 하는 거야.
……나는……
미카미 부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느라 그랬다고는 아무래도 말 못하겠다.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우선 어머니한테 메시지를 보내 보자.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자고.
하아? 아직도 연락 안 했어? 이미 공항에 도착했는데!
그건…… 음, 넌 어머니랑 만나기 싫은 거 아니었어? 어째서 그런 걸 신경 쓰는 거야?
전혀 아니거든, 그냥, 그냥 왔으니까…… 아아아 아무튼 빨리, 지금 바로 전화해!
네네네.
15분 뒤, 우리는 공항 휴게 공간의 한 식당에서 미카미 부인을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잘 됐네요, 비행기가 한 시간 늦춰져서 이 시간을 어떻게 때워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랬는데 이렇게 찾아와 주다니.
치오리, 엄마에게 비밀로 한 건 서프라이즈니?
제, 제때 올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아서, 치오리는 엄마한테 부담을 주기 싫어서 그런 거예요.
그럴 리가, 치오리가 찾아오는 게 어떻게 부담일 수 있겠니. 엄마는 너무 기뻐.
그, 그런가요……
집에 있을 때랑은 다르게, 미카미 부인은 더욱 기분이 들뜬 듯했다. 이런 태도는 치오리마저 멍하게 만들었지만, 치오리도 확실히 기분이 많이 풀어진 모양이었다.
치오리, 뭐가 먹고 싶니? 주문 좀 해 줄래? 나랑 {var:player_nickname}씨 것도 같이.
네, 치오리에게 맡겨 주세요.
치오리는 주문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그녀의 가벼운 발걸음을 통해, 엄마를 만난 덕분에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미카미 부인 역시 날 돌아보며 뜻이 맞았다는 듯 눈빛을 보내왔다.
메시지 고마워요, {var:player_nickname} 씨.
별말씀을요,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 공항으로 오는 택시 안에서, 나는 메시지를 통해 방금 전 치과에서 치오리가 재빠르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아이를 꿰뚫어 본 사실을 미카미 부인에게 전해 주었다.
미카미 부인은 민첩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그녀는 빠르게 답장을 한 뒤, 치오리가 내 앞에서 했던 행동을 더 자세히 파악하려 했다. 이내,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알겠다며 공항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미카미 부인이 치오리의 자리에 단정하게 놓인 인덱스를 바라보자, 눈빛이 부드럽게 바뀌었다.
직업의 특수성 때문이겠지만, 저랑 애 아빠는 치오리가 아주 어릴 적부터 이런 선물들을 주면서 곁에 없었던 시간을 보상해 줄 수밖에 없었어요. 때문에 치오리는 그때부터 독립적인 성향을 보였고, 저와 애 아빠는 그걸 자랑스러우면서도 놀라워했죠.
우리도 예전에 치오리에 대해 알아가고자 대화를 시도해 본 적이 있었어요. 우리와 자주 함께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말이죠. 하지만 그때마다 치오리는 거절했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라면서요. 그리고 나중엔 리우라는 친구가 생기고, 둘이서 오랫동안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정말로 이 아이가 독립과 자유로운 생활을 원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어요.
하지만 이 모든 게 아이의 완강한 성격이 만들어 낸 것이었다니…… 다른 사람을 통해 딸의 솔직한 생각을 듣게 된 것이 엄마로서 너무 부끄럽네요.
그랬군요, 하지만 자책하진 마세요. 치오리의 성격은 알고 계시다시피, 자기 생각을 숨기려고 들면, 누구도 말릴 수 없으니까요.
고마워요. 전 일반적인 의미의 '어머니'가 되기엔 아직 모자란 모양이에요. 이제부터는 저도 당신처럼, 아이가 신뢰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 줘야겠어요.
하하, 너무 잘 됐네요, 치오리도 분명 기뻐할 거예요.
하지만 평소 딸과의 소통에 소홀했던 어머니가 갑자기 딸과 잘 지내고자 한다는 건, 사실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공항의 식당 안, 우리 세 사람은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고 있었다.
방금 전 치오리가 주문을 마치고 돌아오자, 미카미 부인은 이야기를 꺼내 나와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잠시 뒤, 우리는 결국 서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고, 나는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제안을 했다.
아니면, 저희 같이 온라인 마작 한판 어때요?
3인 마작?
바보, 너무 실례야!
그럴 리가, 마작은 정말 재밌다고! 치오리 너도 즐겁게 하고 있잖아?
멍청이, 조용히 해!
…… 좋아요.
엄마?
다른 유행하는 장난감이라거나 게임은 나도 잘 모르지만, 마작처럼 어릴 적에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게임이라면 아직까지 규칙도 잘 기억하고 있어요. 한판 해 볼까요? 근데 어떻게 하죠? 여긴 마작 패가 없는데.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자, 치오리는 점점 차분해졌다. 그녀가 나를 한번 노려본다.
엄마, 제가 마작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 드릴게요, 핸드폰으로도 할 수 있어요.
아, 그렇구나.
첫판은 생소해 했지만, 미카미 부인은 규칙에 익숙해지며 점차 강한 면모를 드러내었다.
북빼기.
북빼기.
어떤 순간에는, 한 번에 두 명의 미카미 치오리와 대면하고 있다는 느낌조차 들었다.
쯔모!
최종적으로 이 3인전은 치오리가 승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미카미 부인은 아쉽다는 듯이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하하, 정말 재밌네요. 치오리는 엄마가 어릴 때보다 훨씬 잘하네.
엄마, 치오리는 다른 어른들보다도 훨씬 잘해요!
아, 그래? 그럼 나도 열심히 해야겠네. 어른들의 체면을 되찾아야겠는걸.
에? 그럼 엄마도 이 게임을 계속 할 거예요?
응, 이 온라인 마작 정말 괜찮네. 한 판 하는 데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아빠한테도 다운로드 받으라고 해야겠다. 그럼 우리 가족 모두 같은 도시에 없더라도 함께 게임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근황도 서로 알 수 있을 테고 말이야. 어때?
미카미 부인은 그렇게 말하며, 약간은 익숙하지 않은 손짓으로 치오리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엄마와 아빠 모두 치오리의 친구가 되고 싶단다. 치오리, 허락해 주겠니?
……좋아요!
치오리는 진심으로 웃었다.
그녀의 미소를 보며, 나와 미카미 부인의 얼굴에도 미소가 차올랐다.
"딩동──"공항의 안내음이 들려온다, 부드러운 여성의 음성이 미카미 부인의 비행기가 탑승 수속을 시작했음을 알려 왔다.
미카미 부인을 태운 비행기가 이륙하며, 나와 치오리는 고개를 들고 비행기가 높이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비행기가 구름 사이로 사라져 간다.
나는 옆에 있던 치오리를 바라보았다.
어때? 이번에 나랑 같이 공항에 온 게, 마작장에 있는 것보다 즐거웠지?
치오리가 나를 흘끗 쳐다본다.
으스대기는, 그건 치오리의 엄마가 좋아서 그런 거야.
그녀는 까치발로 비행기가 떠난 방향을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슬퍼하지 마, 분명 금방 돌아오실 거야.
그럴 일 없거든.
또 고집 부리는 거야?
아니거든.
속상할 게 뭐 있어, 치오리의 엄마 아빠는 훌륭한 어른인걸. 훌륭한 어른들은 원래 바쁘다고. 치오리도 나중에 엄마 아빠처럼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
때가 되면, 치오리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거야. 그때가 되면 치오리도 엄마 아빠처럼 바쁜 사람이 되겠지.
방금 이빨을 때웠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직 적응이 안 된 것인지, 그녀는 말을 하면서 혀로 입안을 뒤적거리는 듯했다. 그런 익살스런 모습조차 귀여워 보인다.
흥흥…… 그때가 되면 너도 치오리를 만나기 위해서 한참 전에 예약해야만 할 거야, 알고 있지?
이 아가씨는 점점 더 내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안 하려는 모양이다. 어쩌면 기뻐할 만한 일일지도?
그래, 꼭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예약해 둘게. 근데 치오리는 장래 희망이 있어? 혹시 의사? 어머니처럼?
음…… 하지만 의사가 되면 치오리는 엄마처럼 매일 흰색 두루마기만 입어야 하잖아, 그건 싫어.
아, 그럼 네 아빠처럼 물리 과학을 연구하는 교수가 되는 건 어때?
음, 머리카락이 없어질 거야! 치오리의 희생이 너무 커!
풉.
음…… 음…… 음…… 뭘 하지……
치오리가 열심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성급하게 생각할 거 없어. 크면서 천천히 생각해 봐, 치오리는 치오리만의 목표를 찾게 될 거야. 하지만 그 전에 약속 하나 해 줄 수 있어?
하아, 또 기회를 틈타서 이상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려는 거 아냐? 경고하는데, 이제 널 보호해 줄 사람은 없다고.
무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장난은 아니야.
응?
치오리가 커서 세계 각지로 떠나기 전에, 내 곁에 더 많이 있어 줄 수 있겠어?
여름밤의 부드러운 바람이 우리 사이를 가로지르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치오리는 나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곧 고개를 돌렸지만, 위로 올라간 입꼬리를 가리지는 못했다.
흥, 허락도 안 받고 멋대로 이런 요구를 하다니!
하지만…… 하지만…… 엄마도 널 좋아하니까, 널 슬프게 하지 않기 위해서 치오리가 마지못해…… 그냥 일시적으로, 하루만 허락할게.
하루?
당연하지! 이런 일을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한 번에 승낙해. 당연히 앞으로 네, 네 모습을 지켜봐야지. 흥, 만약 태도가 안 좋으면, 치오리는 바로 떠나 버릴 테니까!
하하, 알겠어. 하루면 됐지.
그럼, 이제 치오리를 집으로 데려다 줘.
네네, 받들어 모시겠습니다.